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63)
마법소녀 아저씨 263화(263/671)
263. 친선 기록–정령 여왕 아리아드네
걱정했던 것처럼, 그녀와 그 종족들은 우리의 기대를 배신했다.
…좋은 의미로.
아니, 사실 당시 멕베스가 좋은 일일지 미묘한 것이라고 언급했던가. 지금 일어난 이 사건도 그 말과 잘 어울릴 것이다.
“안녕하신가요? 정령을 이끄는 자. 아리아드네라고 합니다. 부디, 잘 부탁드리길.”
요약하자면, 텔레비전에 나왔던 정령 여왕이 시베리아 최전선에 몇몇 부하들을 이끌고 나타났다는 말이다.
…쟤들이 왜 여기 있어.
아니, 그래 저 몇몇 부하들은 그렇다고 치자.
신뢰를 얻기 위해, 최전선으로 파견을 보냈다고 치면 되는 거지.
그런데, 여왕 본인이 직접 올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
주변 각성자들도 나와 똑같이 생각하는지, 미묘한 표정으로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이 자리에서 침착하거나, 무덤덤한 인간은 단둘뿐.
“다들 누군지는 이미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여기 오신 분들은 본인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파견되었으며, 공식적으로는 여기 파견된 각성자와 같은 취급이니 그리 알도록.”
그들이 온 사유를 담담하게 설명하는 멕베스와 평소처럼 입을 다물고 정령을 살펴보는 미샤.
뭐, 무한성주나 천마검신도 여기 없는 상황이니 그건 그렇다고 치고.
저 내용에도 불길한 말이 여럿 잠들어있는데 말이지….
각성자랑 같은 취급이면 그냥 조금 대우 좋은 땡보병이라는 말과 동의어 아닌가?
아무리 따뜻한 장소에서 배나 긁으며 밥을 처먹는 윗대가리들이라지만, 그걸 모를 린 없을 텐데.
아니 까고 말해서, 정말 백 보 양보해 저 녀석들이 정말로 친하게 지내러 왔다고 치자.
그런데 거기 수장이, 최전선에서 싸우다가 죽어 나빠지면 우호 관계가 어떻게 될까.
내가 생각해도 좋게 굴러갈 것 같진 않은데 말야.
아무리 자기들 희망이라지만, 말렸어야 하지 않나.
아니면, 진짜 최전선인 여기가 아니라, 보여주기용 최전선인 저 뒤쪽에 있는 기지라거나. 아무튼,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든지.
그리고, 아마 그것은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생각이리라.
그녀 또한 그것을 알고 있는지 이리 말했으니.
“안녕하세요. 방금 소개받은 아리아드네라고 합니다. 혹시 오해하실까 싶어 미리 말씀드리겠지만, 저희 종족이 독심술이나 그런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물이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변하듯, 상대가 대략 어떤 감정에 잠겨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리 말하는 그녀는, 마치 수없이 긴 시간을 살아온 현자처럼, 나긋나긋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감정은…. 죽음. 혹은 배신이겠군요. 저의 죽음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아마, 저는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을 포함해, 현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존재보다 강하니까요. 그리고…. 배신에 관해서는, 믿어달라는 말 외에는 저희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군요.”
그리 말하는 그녀는.
손을 벌린 후,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에, 각성자들이 모인 강당이 크게 웅성거렸으나.
“밖을 봐주시겠어요?”
그녀의 말을 들은 누군가가 밖으로 뛰쳐나가고.
곧.
“…만세!”
기쁨의 탄성을 들을 수 있었다.
대체 뭔 일인데 저 난리야?
그런 생각이 든 우리는 질서 없이 단체로 몰려 나가 밖을 보았고.
상상도 못 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눈이 없는 기지 풍경.
그리고, 이 엄동설한 속에서도 살아남은 약간의 이끼들과.
평소엔 보기 힘든 누르스름한 땅.
“…하?”
그에 놀란 이들의 목소리가 겹쳐졌고.
곧. 다들 이 사태에 대해 한마디씩 의견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제설 작업 안 해도 된다 이거지?”
“…신발에 눈 들어와서 동상 걸리는 일도?”
“…이거 배수관도 안 어나?”
…아까 의견이라 했던 말은 취소하고, 멍청한 소리를 내뱉었다.
내용은 맞는 말이지만, 입 밖으로 꺼낼 건 아니지….
아무튼, 그 광경을 본, 가지각색의 개성을 지닌 각성자들은 다시 강당 안으로 뛰어들었고.
“아리아드네 동무를 환영합니다!”
바보 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물론, 나를 포함한 몇몇은 쓴웃음과 한숨을 내뱉긴 했지만.
* * *
시간이 흘렀다.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시간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척 봐도 우리와 모든 것이 다른 지성체가 우리의 삶에 들어왔음에도, 다들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음식은 어떻게 먹지?”
“아, 액체류라면 괜찮아요. 수프처럼 멀건 녀석이라도 정말 진한 게 아닌 한 충분히 흡수할 수 있거든요.”
“아 그래서 콜라만 마시는 거구나.”
“앗, 어떻게 아신 건가요? 사실 별생각 없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중독성이….”
한 정령 여성과 한 각성자 남성이 그리 대화를 나누는 광경을 식당에서 보고 있자, 뭐라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성이 솟아났다.
뭐 하는 짓거리일까 대체.
이종족 러브코메디라도 찍나.
이봐, 쟤들은 이계의 종족이라고.
고작해야 인류에게 이계의 힘을 다루는 기본 기술을 내어 주고.
자신이 아는 종족들의 공략법도 내어 주고.
구멍의 성장을 억제하는 방법도 알려 주고.
유체 역학을 어마어마하게 발전시키고.
위험에 처한 도시도 구해 주고.
마법사들에게 새로운 마법 모듈을 알려 주고.
오염되어 망할지도 모른다던 바다도 정화시켜 줬다고 저렇게 경계를 풀….
음.
저 종족이 이룬 일들을 이리 늘어놓고 보니, 경계를 풀 만하네.
어째 내가 소수파가 다 되었더라.
본래도 친하게 지내는 인물이 많이 없어, 홀로 식사를 하는 편이었지만.
저 종족들이 오고 나서, 저들이 없는 자리를 찾아 떠나다 보니 내 지정석은 구석 어딘가가 다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저들이 날 따돌리거나, 음습한 정치의 대상이 되거나 한 건 아니지만.
그저, 내가 저들을 피할 뿐이다.
저 종족이 인류에게 내어 준 이득을 알고도, 나는 아직도 이계에 대한 경계를 풀지 못했기에.
내가 그리 행동할 뿐.
“…내가 피하는 거야 내가….”
그리 생각하며, 식판에 올려놓은.
요즘 들어 부쩍 퀼리티가 좋아진 보르시치를 들이켜려는 순간.
“잠시 실례해도 될까요?”
이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에 숟가락을 놓고 고개를 올려보니, 맞은편에 예상했던 존재가 큰 유리컵 가득히 담긴 커피를 들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으니.
“…마음대로.”
나는 새로이 지구에 합류한 종족의 여왕에게 그리 퉁명스레 답했다.
솔직히 같이 자리하고 싶진 않지만, 그것 또한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니.
아무리 저들을 경계한다지만.
작전 중이나 식사 한 끼까지 못 참을 정도로 원수지간인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에, 그녀가 자리에 앉는 것을 기다린 후.
그녀가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켜는 것을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
“무슨 용무죠.”
퉁명스레, 최대한 대화가 빨리 끊기도록.
“음, 요즘은 동료끼리 식사하는 데도 용무가 필요한가요.”
그녀는 내 말에 그리 웃으며, 물처럼 투명한 미소로 답했지만.
그것을 본 내 속은 더더욱 어둡게 물들었다.
“식당에 빈자리도 많은데, 굳이 구석까지 오신 이유라면, 제게 용무가 있다는 것 말고는 모르겠네요.”
말 그대로.
이미 식사 시간도 지났기에, 식당은 텅 빈 지 오래다.
지금 내가 구석에 자리한 것은, 아까 생각한 것처럼 요즘 들어서 내 지정석이 되었기 때문.
식당에 있는 것이라곤, 나처럼 늦은 밥을 때우러 온 사람들이나.
콜라 가지고 러브코메디를 찍는 바보 둘 정도뿐.
아무리 식사를 하러 왔다고 한들, 굳이 구석에 앉은 나에게 올 필요는 없었으리라.
“꽤 직설적인 분이시군요?”
“자주 듣는 말이지.”
비꼬는 말이나 그런 건 성미에 안 맞더라. 따져보면, 생각보다 그런 말을 자주 하긴 하는데, 대체적으로는 그냥 생각한 걸 입 밖으로 내뱉지.
“음, 그럼 저도 직설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물은, 주변에 있는 것에 동화되는 법이니 말이죠.”
종족 특성이 아니라, 단순히 하고 싶은 말을 위한 변명이 아닐까.
그렇지만, 불필요한 주고받음 없이 대화가 이어진다면 별 상관없겠지.
그렇기에, 그녀의 직설적인 말을 기다렸고.
“저희들에게 경계심을 품는 이유가 궁금해서 말이죠.”
그녀의 입에서, 대답하기 그리 어렵지 않은 질문이 흘러나왔다.
난 또 뭐라고.
“별 이유 없어. 단지, 이계에서 온 이에 대해 깊은 혐오감이 있어서 그럴 뿐.”
나는 숨기지 않고 답해 주었다.
굳이 거짓을 말할 이유를 떠올리지 못했기에.
그렇지만, 단지, 이계에서 왔단 이유만으로 혐오를 느낀 이는 어찌 반응할까.
그리 생각하고 고개를 들며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그저 씁쓸하단 얼굴로 날 바라볼 뿐이었다.
“이계에 대한 혐오. 그렇군요. 지금은, 저희가 다른 세계로 넘어온 상황. 저희 세계가 그들을 혐오했듯, 이 세계의 주민이신 그대에겐, 저희 또한 같은 느낌이시니 그리 느끼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녀는 그리 말하곤,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잠깐 뭔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그 분위기가, 내가 아는 그녀들과 너무나도 달랐기에.
“아, 그 뭐시냐…. 그래도 너희가 해 준 건 고맙….”
뭔가, 그녀를 달래고자 말을 꺼낸 순간.
“억지로 짜내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녀는 그리 말하며 내 말을 가로막은 후, 커피를 크게 들이켰다.
그리곤, 살짝 갈색으로 변한 입술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잃지 말아 주시길. 예, 저희는 확실히 인류에게 우호적입니다. 다만, 다른 이들이 저희와 같을 리 없죠. 그러니, 계속해서 경계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입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비추듯, 투명하고 맑은 눈으로 말하는 그녀.
그 말은, 그녀의 눈이 보여 주듯, 내가 아닌 누군가를 향해 있었지만.
나는 조용히 그 말을 들었다.
처음으로, 그녀가 나와 같은 위치에 서 있는 지성체라 느꼈기에.
그렇게 1분가량이 지났을까.
“…아, 죄송합니다. 말이 너무 엉망이었군요.”
“아뇨, 무슨 말씀을 하시고자 했는지는 이해했습니다.”
“그렇군요. 깊은 배려. 감사드립니다.”
그녀는 내 의도를 이해한 듯, 이 이상 뭔가를 말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제 난 밥 먹어도 되지?
그런 생각으로 숟가락을 들려 했지만.
“그럼, 다음 이야기입니다만.”
제기랄.
다시 숟가락을 내렸다.
“또 뭐죠?”
밥 좀 먹자 제발.
“혹시, 힘을 물처럼 흐르게 한다고 인식하면서 사용하시나 싶어 여쭤보는데…. 제 예상이 맞나요?”
물처럼 흐르는 힘이라….
그렇긴 하지?
몸 안에 힘이 흐르는 통로가 있다고 생각하고, 힘을 순환시킨다는 개념으로 사용하니까.
그게 실제로 적용되는지는 불명이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실제로 흐르는지는 불명이지만.”
“흠. 그렇군요. 검을 들고 다니시던 무인분들이 그런 운용법을 하시고, 지금 그대에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식이었으니 말이죠.”
어우야, 정확하네.
“예, 제가 약간 문제가 있어서, 힘을 무인처럼 쓰는지라….”
마법을 못 쓰는 마법소녀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그래도, 무인의 방법이라도 배운 덕에 강해질 수 있었으니 뭐….
그리 생각하며, 나 자신을 타이르고 있자.
“….”
그녀는 처음으로 뭔가를 생각하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날 바라보았다.
그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내가 어떤 말도 못 하는 사이.
“…타인이 자신을 단련하는 방법에 무어라 말하는 것은 실례되는 행동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무엇을 말하기도 전에, 곧 실례되는 말을 할 것이라 선언했다.
“그대의 힘은, 흐르는 방식의 물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몸과 힘이 다른 이가 사용하는 방식. 그것이 일치하는 그대라면, 굳이 그리할 필요가 없죠.”
그리고, 그것은 내 심기를 건드렸다.
“난, 이렇게 하면서 강해졌다. 그런 방식에 무슨 문제가 있단 거지.”
이미, 선언을 미리 들었음에도.
참을 수 없을 만큼.
“저는, 물의 정령입니다. 그러니, 그 누구보다도 흐름에 관해서 잘 알죠.”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옳다는 듯 계속해서 확신에 찬 말을 내뱉었고.
“그대는 지금 자신의 몸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생각하세요. 몸에 힘이 흐르는 것처럼 유동치지 않고. 몸의 구성 하나하나가. 힘 그 자체로서 몸의 곁에 동등하게 머물고, 그것이 의식 전체에 균등하게 퍼져있다고.”
…저게 무슨 소리야.
“네 말이 옳다 치더라도, 그 방식으로는 내가 힘을 사용하는 방식인 한 장소로 힘을 밀어 넣는 게 불가능해지는데?”
아예 처음부터 새로이 힘을 쓰는 방법을 찾으라고?
“그것은, 힘의 밀도를 조정하면 되는 일입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흘러내리듯. 자연스럽게 이동할 테니까요.”
“그럼 너는, 그런 식으로 힘을 쓰는 건가?”
“아뇨, 저는 이 몸 자체가 그런 구조와 거리가 멉니다. 저희는 그저, 그 세계에 존재하는 물에 의지를 표현하는. 살아있는 물일 뿐입니다.”
하, 그런데 그런 조언을 하셨수?
자기도 다뤄 본 적 없는 힘에?
그 마음은 고맙지만, 확인되지 않을 이론을 신봉할 생각은 없다.
지금 이 방법으로도, 충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니.
그렇지만. 뭐.
“충고 고맙군요. 그럼, 이제 밥 좀 먹어도 될까요?”
사회인답게, 그런 마음은 내면 깊숙이 감추고, 그 자리를 벗어나는 인사를 날렸다.
물론, 실행해 볼 생각은 아직 없지만.
“아, 물론이죠. 너무 오랜 시간 잡아 두어서 죄송합니다.”
내 인사를 받아들인 그녀는 유리잔을 호쾌하게 들어 안에 든 커피를 모두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좋은 식사 되시길.”
조금 전 보여준 한입 마시기의 호쾌함과 정반대되는 예의를 차린 후 건넨 인사. 그리 모든 볼일을 끝낸 아리아드네는, 천천히 몸을 흔들며 식당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을 곱씹는 내 시선은 멍하니 그녀의 뒤를 좇았고, 꽤 진귀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저거, 미샤지?
식당을 나서는 아리아드네를 기다리는, 머리도 깎고, 더듬더듬했던 수염 또한 깨끗이 정리한, 말끔한 일상복을 차려입은 미샤를.
그는 무뚝뚝하지만, 묘하게 기뻐 보이는 얼굴로 아리아드네를 맞이했고.
그답지 않게 허둥거리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 또한, 웃으며 미샤의 어눌한 말을 받아 주었고.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멍하니 식은 보르시치를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