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65)
마법소녀 아저씨 265화(265/671)
265. A급 교전 기록–보레알리스(2)
저주받은 손아귀가 내려앉자,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없는.
한계를 넘어선 속도로.
한계를 넘어선 힘으로.
그렇게 생겨난, 있을 수 없는 날카로운 물의 창이.
눈앞의 그를 꿰뚫었다.
내가 만들어 낼 수 없는 막대한 힘을 가진 창.
무리한 행동의 반동으로 인해 내 몸도 뒤틀렸지만.
이 일을 일으킨 존재에게, 그것은 어떠한 의미도 지니지 못하겠지.
뜨거운, 붉은 물이 뿜어져 나온다.
우리는 지니지 못한, 따뜻한 온기를 가진 액체가.
아냐, 난 이런 걸 바란 게.
“미샤아아아아아!”
또 다른 이가, 다가온다.
망치를 든, 잠깐 사이.
압도적인 힘을 품게 변한 이가.
내 조언을 받아들여.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
우리 정령처럼, 몸 전체를 자신의 힘으로 쓸 수 있게 된.
이하람이.
그것은 기뻐해 마땅할 일이건만.
안 돼! 오지 마!
지금은 안….
내 목소리는.
외침은.
밖으로 뻗어 나가지 못했다.
그 대신 발현된 것은.
붉은 창.
내 앞에 쓰러진.
말 없는 자의 피로부터 뻗어 나온.
잔인하고, 붉은, 따뜻한, 창이.
내 말을 이해하고, 이제 새로이 힘을 각성한 마법소녀를 꿰뚫었다.
아냐.
아니라고.
이건 내가 한 게….
“아니야아아아아!”
드디어, 입이 열렸다.
내 의지로.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한 존재의 손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흰 대지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두 존재의 내부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액체로 인하여.
그리고, 나 또한, 형체를 잃어 버리기 시작했다.
내게 주어진 것을 초월한 힘을 발휘했기에.
그로 인한 반동.
최악의 결말.
내가, 내 역할을 다하지 않았기에.
최악의 선택을 했기에.
내게 내려진 최악의 결말.
그 누구도, 무언가를 남기지 못했다.
세계를 덧쓰는 힘을 본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며.
그것을 전해 주어야 할 나 또한, 여기서 스러진다.
여기에 남는 것은 그저, 싸우다 자멸한 셋뿐.
잘못된 선택으로 어그러진.
모든 것이 망가진 미래.
이젠 돌이킬 수 없다.
남은 것은 그저, 죽기 전까지는 후회하는 일뿐.
그렇기에.
목 놓아 울었다.
모든 것이 뒤틀리고서야,
낙인이 떠났음을 알았으니.
이제, 결과는 어찌 되건 상관없다는 듯.
모든 속삭임과 날 뒤틀던 손아귀가 사라졌다.
그렇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죽어가는 몸으로.
아무것도.
아니. 아니다.
적어도, 이들을.
조금이라도, 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람들로부터, 가까운 장소로….
눈물을 그치고.
마음을 다잡았다.
조금이라도, 먼 장소로.
설령 실패한다고 한들. 후회하지 않도록.
그리 생각하며, 무너져 가는 몸을 제어하려던 순간.
“쿨럭… 이 씨벌… 더럽게 아프네….”
그가, 일어섰다.
망치를 지팡이 삼아. 붉은 피와 살을 흩뿌리며.
정신을… 잃지… 않았어?
그에 놀라, 그를 돌아봤지만.
그는 나를 바라보며, 이상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뭔데 너, 왜 공격을 때려 박은 니가 나보다 더 죽어 가냐.”
가슴이 뻥 뚫리고.
그로부터 수많은 것이 흘러내림에도.
빤히 나를 바라보며, 그리 말하는 그.
그에게, 모든 것을 말하려 했지만.
“…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멀리 떠났던, 존재가, 갑작스레 나에게 다시 속삭였기에.
그가 다시, 나를 내려다보는 것이 느껴졌기에.
다시, 흥미를 가진 듯.
“…뭔가 이상한데.”
그 이상함을 눈치챈 것일까.
그는, 제 안에 든 것이 쓸모없다는 듯.
수많은 것을 쏟아내며, 나를 향해 다가왔다.
기나긴 붉은 길을 남기고.
망치를 질질 끌며.
“뭔 사정이 있으면 말해 봐… 미샤도 저거론 안 죽을 거다… 나도 안 뒤졌는데, 저 양반이 앵간치 터프해야지… 지금이라면, 다시 되돌릴 수….”
안 돼. 오지 마.
다시 얻어 낸 희망이잖아.
지금이라도, 날 무너지게 내버려 두고, 미샤를 데리고 빨리….
그리 말하려 했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고.
그는 적의 없이, 천천히 내게 손을 뻗었다.
두려움이.
솟아난다.
다시, 속삭이는 자가, 나를 지배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그렇다면, 돌이킬 수 없다.
그럼, 차라리.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이를 악물었다.
나는, 악이 되어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손을 흔들었다.
내 생각이, 물에게 닿도록.
내 의지에 따라, 마법소녀의 주변에.
상처를 입히지 않을 장소에 창이 꽂히도록.
그런 명령을 받은 물은, 허공에 떠올라 긴 창을 형성했고.
“…대체 무슨 상황인지.”
마법소녀는, 영문을 모르겠지만, 이 이상 공격당하지 않겠다는 듯.
망치를 들어 올렸다.
미안.
다치진 않을 거야.
그런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 명령을 내렸다.
붕.
공기가 떨리고, 빠른 속도로 창이 날아간다.
내 귓가가 울릴 만큼.
마치, 나한테 떨어지는 것처럼.
푸슉.
그리고, 물이 치솟았다.
투명하여, 아름다운 물이.
내 시야 속에서.
“…아?”
시야를, 내려보았다.
기다란 창이 보인다.
내가 명령을 내린, 창이.
그리고.
푹. 푹.
푹. 푹.
내가 만든 모든 창이, 나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마치, 내 명령을 거부하듯.
그리고, 속삭임이 들렸다.
‘싫어, 싫어, 싫어.’
‘사람. 안 찌른다.’
‘너, 잘못.’
마치, 아이처럼 순수한 감정.
이에, 모든 것을 이해했다.
지성과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 물이.
나를 배신했다는 것을.
갓 태어났음에도.
누구의 잘못인지를 아는 듯.
아아. 그렇구나.
나는, 패배했다.
그 누구도 아닌, 새로이 태어난 동족에게.
지구에서 태어났기에, 침략자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순수한 동족에게.
죽음을 마주했기 때문일까.
목소리가. 낙인이 다시 멀어졌다.
시야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완전한 죽음.
순환조차 하지 못할, 존재의 소거.
그것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리라.
그렇지만, 내겐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렇기에.
남은 의지를 불태우며.
마지막 말을 자아냈다.
“이하람 님… 듣고 계신지요.”
“…듣고 있다.”
그 감정에는 수없이 많은 의문과 고통이 깃들어 있었지만.
적어도, 의심이라는 감정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보셨던 것처럼. 저는 지구의 정령들에게 버림받았습니다. 이제 막, 새로 태어나기 시작한 물의 정령이죠.”
제 잘못으로. 말이죠.
갓 태어난 이도 아는 것을.
“이들은, 인류에게 우호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그렇듯이요.
설령 자신을 오염시키고, 배신하고, 뒤틀고, 소멸시킨다고 한들.
이것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때때로, 제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공격하기도 하겠지만, 말이죠. 그 정도는 참아 주시길.
그들 또한, 우리처럼 감정과 개성이 있는 존재들이니까요.
“이들은, 세계에 있어 새로운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저희처럼 지성이나 몸을 지니지 못하겠지만, 조그만 도움을 함께하겠죠.”
이들은, 세계를 지킬 겁니다.
작게나마.
모자란 힘으로 적을 붙들고.
파도와 바람을 통해 적이 있음을 경고하며.
퍼져 나가는 오염을 제 몸으로 집어삼켜 되돌림으로써 말이죠.
저희가, 옛 세계에서 그랬듯이.
그들 또한 그리할 것입니다.
“오염된 저희와 달리, 순수한 이들입니다. 그리고, 아마 머나먼 미래.”
어쩌면, 그리 길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미 한 번 나를 통해서 지성을 얻은 이들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어쩌면, 수백 년. 그 시간이 지나, 새로이 저희의 동족이 태어나겠지요.”
우리와 생긴 것은 다를지도 모른다.
성격도.
어쩌면, 그 존재 방식조차도.
그렇지만.
그 기원은 동일할 테니.
“그때까지, 부디. 세계를 부탁드립니다. 저희의 옛 세계처럼 되지 않기를… 이 새로운 고향이… 이들의 새로운 안식처가 되기를 빌며….”
힘이. 이어지지 않는다.
동족의 연결도, 끊기기 시작한다.
군체로부터 벗어나.
개인으로서 죽어감을 느낀다.
그래도.
괜찮다.
말은 남길 수 있었으니.
의지를, 남길 수 있었으니.
“저는… 보지 못하겠지만. 부디 그 미래를… 부탁….”
어째선지, 부드러운 털을 가진 무언가가 느껴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건만.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내가 말하는 목소리뿐이건만.
그 따스함은, 심연에 잠겨 드는 나에게도 이어졌다.
“드려… 요….”
마지막, 생각이 떠오른다.
어머니 대지.
그것은, 아마 땅을 이르는 말이 아닐 것이다.
자신들이 살아가는 장소.
그것이, 대지일 필요는 없다.
바다나 하늘 또한 마찬가지.
그것은, 애달픈 생명을 이어나가는 이들이, 애정을 주는, 살아가는 장소를 대지라 이르는 말이었으리라.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을 줄 수 있었을까요.
설령 그것이, 잘못된 방식이었을지언정.
그대들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이어받으셨나요?
저희의 소망이, 남겨진 의지가 그대들에게 닿았던가요?
모두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적어도, 누군가는.
저희의 그릇된 행동 속에 숨겨진.
저희의 애정을. 알아주신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그게, 저희의 존재니까요.
모든 것이. 어둠에 물들었다.
저 깊은, 빛조차 닿지 않는.
어두운 심연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