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67)
마법소녀 아저씨 267화(267/671)
267. 홈 스위트 홈(1)
5분에 걸쳐 구멍 앞에 도달한 후,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우리는 본래 세계로 돌아가지 못했다.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알’셸이 구멍 앞에서 수많은 마법식을 흩뿌리며 확인을 하고 있을 뿐.
“잠시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길. 이것만 검사하겠습니다.”
음, 그 말 아마 한 네 번은 더 했을걸?
그리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솔직히 여왕에 대한 신뢰도가 딱 그 정도 수준이니까.
운호도 자기네 여왕이 욕먹는 것에 대해 별생각이 없는지 식재료 생성기나 가지고 놀고 있고.
…생각해 보니 저거 준 무한 동력이네.
자기가 처먹으면서 그 마력으로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으로 다시 마력을 축적.
물론, 어딘가에서 손실되는 부분이 있을 테니 완전한 무한 동력은 아니겠지만, 구조만 파악하면 세상살이가 참 편해질 것 같다.
어찌 되었건, 나도 알’셸의 마음을 알기에, 꽤 긴 시간이었음에도 조용히 기다려 주었고.
“후우.”
알’셸은 한숨을 마지막으로, 모든 마법진을 거두었다.
“으? 어. 아? 뭐냐. 끝났냐?”
광원의 사라짐에 반응해, 몽롱해졌던 의식이 곧바로 제정신을 찾았다.
그에 따라 입가의 축축한 물을 한 손으로 훔치며 질문을 던지자.
“예, 저희가 들어온 구멍이 맞는 것 같군요. 좌표도 오차 범위 1% 이내고, 저희가 구멍을 안정화할 때 짜 놓은 비밀 구문 또한 100% 동일합니다.”
“그 말은, 우리가 들어온 구멍이랑 같은 구멍이란 거지? 어디 평행 세계로 통하는 장소가 아니라?”
“예. 반드시라고 확언은 할 수 없지만, 이 구멍이 다른 세계로 통할 확률은, 이하람 님이 1등 복권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할 겁니다.”
평생 못 겪을 확률이랑 비슷하네.
“특별히 신경 써야 할 건 없지?”
“예, 들어갈 때는 별것 없습니다. 마법 왕국 때처럼 다른 법칙을 가진 세계도 아니고, 태어났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그렇군, 그럼.
“들어가자.”
“예, 알겠습니다.”
“운호야, 그거 다시 상자에 넣고.”
“아? 알겠어용!”
그 말을 끝으로, 우린 보호막과 함께, 나는 인지할 수 없는 구멍을 향해 천천히 진입을 시작했고,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 * *
“아빠! 다녀오셨어요!”
그렇게 지구로 귀환한 날 맞이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보다 키가 커진 지 오래인 내 딸, 린슈아였다.
그런 린슈아가 갑작스레 내 품에 달려드니, 나 또한 반사적으로 린슈아를 껴안았다.
부드럽고, 옷 탓에 살짝 끈적한 감촉.
그런 느낌에, 곧바로 지구에 돌아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나.
곧 의문이 떠올랐다.
린슈아는 어떻게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던 거지?
그렇지만, 그 의문은 린슈아의 인사를 끝마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
“헤헤.”
웃고 있는 린슈아를 한 번 더 토닥인 후.
떨어지기 직전 쓰다듬는 것까지 다 끝내고 살짝 밀어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린슈아야.”
“응!”
“아빠 오는 건 어떻게 알았어?”
그에 린슈아는 밝던 미소를 더더욱 밝게 만들며 입을 열었다.
“아빠랑 문어 아저씨가 근처에 온 건 바로 알았어! 탐지 범위가 좁아서 걱정했는데 바로 떨어졌으니까!”
그리곤, 살짝 표정을 어둡게 만든 채 말을 이어나갔다.
“근데, 갑자기 가까운 데에 뿅하고 나타나서…. 마중 나가도 늦을 것 같았는데…. 시간 맞췄네!”
그렇지만, 결국 밝은 얼굴로 돌아와 그리 답해 주었으니.
나는 그에 웃는 표정을 유지했지만, 안으로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를 벗어나, 이계를 관찰할 만큼 넓은 시야.
힘이 강해진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강해졌다고?
“아! 운호다! 오랜만이야!”
“우웅…. 과일육 튀김….”
내가 고민하는 사이, 린슈아는 날 놔두고 운호를 향해 뛰어갔고.
운호는 무시무시한 자신의 적수가 코앞까지 닥치는 것도 모르는지, 구멍을 넘은 부작용으로 또다시 잠꼬대나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평화는 그리 길지 않았으니.
“운호! 안녕!”
그대로 반죽이 되어, 길게 늘어나기 시작한 운호.
“꾸애애애액, 이하람 님 갑자기 무슨 짓….”
운호는 평소처럼 내가 하는 줄 알고, 쥐어짜이며 고개를 돌렸으나.
곧, 그 얼굴이 파랗게 물들면서 덜덜 떨기 시작했다.
“리… 린슈아…?”
“응! 린슈아야!”
“으아아아…. 하람 님! 린슈아 님 좀 떼어 주… 꾸애애액….”
미안하다 운호야.
잠깐 좀 붙들고 있어 주렴.
이번에도 꽃병 도자기 같은 거로 변형되어 버리면 내가 반죽해서 돌려놔 줄게.
그리 생각하며, 린슈아의 관심이 운호로 향하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 여긴, 난지도의 최하층. 끝없는 무저갱.
이건 맞고.
주변에 있는 건.
눈을 손으로 가리고, 좌우로 머리를 젓는 뇌신.
수염을 가다듬으며 허허 소리를 내는 리 노인.
마지막으로, 잠깐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알’셸.
내가 볼일이 있는 것은, 이 분야의 전문가.
“하나 물어볼 게 있다만.”
알’셸에게 질문을 던졌다.
“뭡니까? 전 정말로 살아 돌아왔다는 기쁨에 잠겨있습니다만.”
…아니 그런 괴상망측한 기쁨은 때려치우고.
“너, 방금 우리가 나온 구멍 바깥쪽도 관찰할 수 있냐?”
“될 리가 있습니까? 구멍이라고 한들 정말 구멍이 뚫린 건 아닙니다. 구멍 안쪽으로 눈알을 굴려 넣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흐음, 이 녀석, 린슈아랑 내가 한 말 못 들었나?
“아, 물론, 이론적으로는 되긴 합니다. 제가 온 힘을 집중하면 잠깐 보고 그대로 탈진하겠군요.”
흐으으으음….
“린슈아가 우릴 마중 나온 이유가, 우리가 근처에 도착한 걸 인지해서 그렇다던데?”
그리 말하며, 운호로 뭔가를 만들고 있는 린슈아를 바라보았다.
아마, 찻주전자를 빚어내고 있는.
“아…. 그 뭐냐, 린슈아 님은 좀…. 격이 다르셔서 되긴 할 겁니다.”
그런 린슈아에 대해, 알’셸이 말을 아끼며 그리 말했다.
아무리 들어도, ‘이런 제길.’ 같은 말을 할 법한, 수상쩍은 분위기로.
“격이라. 아무리 그래도 네가 보자마자 탈진할 만한 걸 당연하게 할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정말?
“…아, 그 뭐냐 종족 차이란 게 있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릭스 님이 저보다 정신 마법이나 색적 등에 더 강하셨던 것처럼 말이죠.”
뭔가 이놈 구린 걸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당장 지금 꼬락서니만 보아도, 아득바득 시선을 돌리며 모른 척하고 있지 않은가.
흐으으으음.
두들겨 패면 답이 나오려나.
그렇게 주먹을 쥐고 패려는 순간.
파직.
스파크 소리와 함께.
“자, 거기까지.”
저 멀리서 노란 불꽃을 달고 전이해온 뇌신이 나와 알’셸 사이를 가로막은 후, 주먹을 붙들어 내 공격을 막았다.
“놔, 뇌신. 지금 중요한 이야기 하고 있으니까.”
“나도 이야기 다 들었어, 린슈아가 가진 힘이 수상쩍다는 이야기였지?”
줄이면 그렇게 되긴 하지.
“그래, 그런데 이 문어 놈이 뭔가 아는 것 같으니, 두들겨 패서라도 정보를 뜯어내야.”
그리 말하며, 감히 뇌신이 붙잡은 손은 뿌리치지 못한 채, 다른 손을 휘두르려 했으나.
“그게 그리 중요해?”
뇌신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멈추었다.
“…무슨 말이지?”
“그러니까, 넌 린슈아에게 뭔가 자신이 모를 힘이 있거나, 네가 모르는 존재인 게 걱정된다 이 말이잖아.”
“….”
정곡을 찌르는 말에, 나는 무어라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런 내 침묵을 노리듯, 뇌신의 빠른 잽은 계속해서 이어졌으니.
“그런데, 설령 린슈아가 무슨 말도 안 되는, 그 검은 사탕을 주는 존재라고 해도, 말야….”
저 말이 가리키는 것은 분명, 여왕을 비롯한 그것들이겠지.
말해서는 안 되는 녀석들.
“네가 본 린슈아는, 그런 존재라도 뭔가 나쁜 짓을 일으킬 애였어?”
이어지는 잽에서 나온, 묵직한 한 방.
“내가 본 린슈아는, 절대 그럴 것 같은 아이는 아니었거든, 물론 얼굴 보고 산 지 얼마 안 되었으니, 다 거짓일 수도 있지. 그럼, 네가 본 린슈아는 어땠어?”
내가, 본 린슈아.
…그야, 당연한 대답 아닌가.
어릴 때부터, 내가 키운 딸 아닌가.
“그럴 리 없지….”
“그럼, 혹시 뭔지 모를 힘에 린슈아가 위험할까 봐 그러는 거야? 그런데 그런 거라면, 나도 있고, 너도 있잖아. 지켜 주면 되지 안 그래?”
“….”
그런 불안과 걱정, 모두를 꿰뚫어 보는 뇌신의 일갈.
“거기 문어도, 만약 그런 사태가 생기면 도와줄 거지? 응?”
그에 더해, 알’셸에 대한 추가적인 협박.
“여부가 있겠습니까?”
뇌신의 말에 그 알’셸마저도 굴복하고 무릎을 꿇었으니.
그렇기에, 나는 행동을 멈추었다.
“…미안했다. 알’셸.”
그리고, 문어에게 사과했다.
진심을 담아.
그런 사과를 받은 알’셸은, 놀란 듯 뇌신을 쳐다보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아니, 어떻게 저걸 설득한 겁니까?”
저거란다.
광속으로 기고만장해진 거 봐라?
내 말은 어찌 되었건, 알’셸의 질문을 받은 뇌신은 빙긋빙긋 웃는 채 입을 열었고.
“같이 지낸 시간이란 게 있지? 그건 그렇고.”
파직.
스파크가 튀었다.
뇌신이 진심을 담아 내지르는 번갯불 지르기.
이계에서 여러 사건을 겪은 나조차도 중간 지점을 놓쳐 버리는.
전성기 때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누군가의 명치를 후려치는 한 방.
그 공격을 예상치 못한 것일까.
물론, 저것을 예상하라는 것은 가혹한 처사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알’셸이 종잇장처럼 날아가는 게 웃기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저거.’는 좀 아니지?”
어우야, 우리 뇌신 최고시다.
* * *
그 뒤로, 별다른 사건은 없었다.
찻주전자로 변한 운호는 아직 구워지기 전이라 몇 번 두드리니 다시 본래대로 돌아왔고.
기절한 알’셸은 리 노인이 질질 끌고 갔으며, 뇌신과 린슈아는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졌으니.
아, 참고로 내가 돌아올 때까지는 약 37일 정도 걸렸다고 한다.
이계에 체감상 2~3달은 있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크게 지나지 않은 샘.
재수 없으면 1년 정도 시간이 날아가 있을 각오를 했는데, 오히려 반타작이 났다니.
그렇게 헤어진 지금, 나는 관리국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중이다.
운호는 식재료 생성기를 맡겨둔 채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으니, 나 홀로.
이유야 여럿 있다.
자체 신고를 통해, 이계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할 생각도 있고.
보고서를 빼고서라도, 현석이한테 은밀히 전할 것도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라이브러리안을 만나서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
‘큐레이터의 심장을 사용한 현실고정기를 이계에서 잊어버리고 왔지 뭐예요!’
로 대신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리 없지.
후우.
한숨을 내뱉으며, 라이브러리안의 연구실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오세요!”
방 안에서 뭔가 익숙지 않은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지만.
‘이 새끼 또 여자 모드구만.’ 하고 생각하며 문을 열고 들어갔으니.
그 예상은 현실로 다가왔다.
겪은 시간으로 두세 달.
이쪽 세계 시간으로 한 달 만에 본 라이브러리안은.
어찌 된 일인지 검은 스타킹에 그레이 톤 정장 상의와 무릎까지 오는 통이 좁은 치마를 입고, 그 위에 흰 가운과 안경을 걸치고 있었으니.
…빨리도 조졌군.
아마 본인은 평범하게 코디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뭐, 쟤가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고….
“흠? 이하람 아닙니까. 생각보다 몸 성히 돌아오셨군요.”
그나마 아직 라이브러리안의 티가 남아있어 그런가 보다 하며, 고개를 숙였다.
“미안, 현실 고정기 날려 먹었다.”
아마 네 최종 보스는 이계 어딘가에서 문어 애들과 함께 방랑하고 있을 거야.
그리 사과하며, 이어질 라이브러리안의 타박을 기다렸지만.
“흠, 정말 날려 먹었군요. 뭐, 예상했던 범주니 괜찮습니다. 그 양반도 자신이 어딘가에 쓰였으니 만족했겠죠.”
라이브러리안은 이 상황을 생각보다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자신이 하던 작업에서 손을 놓고, 책상 앞에 앉으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그럼 현실 고정기 날려 먹은 값이나 받아 볼까요. 이계에서 겪은 이야기나 좀 해 주시길.”
그였던 그녀는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마치, 반대편에 편히 앉아 이야기하라는 듯.
“그렇게 하지….”
중요한 부분은 검열되겠지만.
뭐, 그걸로 충분하겠지.
* * *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말해 줄 건 대충 다 말한 거 같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현실 고정기 날려 먹은 건 정말 미안하다.”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표했다.
그에 라이브러리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의자에서 일어나, 내 등 뒤로 다가왔고.
우웅.
“사과는 무슨, 괜찮습니다.”
떨림과 함께, 갑작스레 남성의 목소리를 내뱉은 라이브러리안이 그리 말하곤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마, 제가 더 사과해야 할 것 같으니 말이죠.”
쿵.
내 어깨에 갑주로 감싼, 두꺼운 손이 내려섰다.
나라고 한들, 리미터가 잠긴 상태에선 곧바로 뿌리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손이.
그 사태에.
대체 이게 무슨…?
하고 소리치려는 순간.
철컥.
굳게 닫혀 있던 라이브러리안 실험실의 문이 열리고.
거기서, 벨트를 두른 검은 옷의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방독면을, 쓰고, 무지갯빛 액체를 가득 담은 주사기를 든.
무시무시한 의료업계 종사자가.
“이계에 다녀오셨으니 종합 검진 받으셔야죠?”
더없이 행복이 가득 느껴지는 목소리를 내뱉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