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69)
마법소녀 아저씨 269화(269/671)
269. 공범자들
“흠, 심장 쪽에 문제가 좀 있네요. 움직이고만 있을 뿐, 제대로 박동도 하지 않고, 피도 운반하지 않는다니. 어떻게 살아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와, 그래? 그것참 놀라운 일이네.
이젠 나도 참 막장이구나, 심장이 그냥 맛이 가 있는데도 모르다니.
“근육도 여기저기 괴사가 일어났는데, 그쪽도 무슨 문제 있었나요?”
“아마, 리미터 해제 부작용?”
“아, 그래서 뼈에 온통 실금이 가 있구나. 무슨 덤프트럭에 치인 변사체인 줄 알았다니까요.”
아니 잠깐, 내 몸이 그 꼴이면 왜 나 통증도 없는 거야.
그보다, 그런 건 재생 안 되나?
몸 안이라 의식을 못 해서 그런가?
제쓰한테 들었던 내 재생 방식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문제 있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은 복구가 안 된다는.
그런다고 안쪽을 직접 뜯어보는 미친 짓을 하긴 싫은데 말이지.
재생이 생겼으니 이런 재조립 같은 짓은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 나도 바보였다.
그런 것을 알아차린 것도 나름 꽤 유효한 시간이었으니.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왜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깨워서 그런 말을 하고 있냐.”
아직, 내 왼팔이라던가 오른 다리가 저 앞에서 세척되고 있는 도중이라는 것.
그 뜻은 옥시모론이 마치 고기 살점을 발라내듯 뼈에서 뜯어낸 살점이 생물학적 오염 마크가 찍힌 비닐봉지에 하나씩 툭툭 던져지는 꼬락서니를 내 눈으로 보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저기 던지는 게 내장이 아니라서 다행으로 알아야 하나.
그건 그렇고, 이번 이건 사고가 아니다. 명백하게 옥시모론이 의도한 상황.
일어나자마자 겪은 것이, 옥시모론이 날 빤히 들여다보며, ‘딱 맞춰 일어나셨네요.’ 하고 말하던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것을 추가로 증명하듯, 그나마 정신적인 피해가 적은 사지 쪽만 약간 남은 상황인 것도 있고.
“아,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해서 말이에요.”
“내가 뭐 급한 것도 아니고, 다 끝나고 나서 이야기해도 충분할 텐데.”
이런 말이 자랑은 아니지만, 난 놀고먹는 데 익숙하다 이거야.
온라인 게임 길드에서 망치 아재는 백수세요? 24시간 접속해계시는데 라는 말도 듣는다고.
요즘은 뭐 제자다 개혁이다 뭐다 해서 그렇게까지는 안 하지만.
아무튼, 시간은 남아돈다 이거다.
이런 짓까지는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렇지만, 확실하게 도청, 역탐지 당하지 않을 거라 자신하는 시간과 장소는 여기뿐인걸요? 그런 사람들도 이런 데까지는 보고 싶지 않을 테니 말이에요.”
그야, 뭐. S급 기술인 수술실은 조건만 맞으면 반영구적 설치식인 네 영역 취급이니 이런 데다가 도청기 같은 걸 심으면 한 방에 들키겠지.
옥시모론의 수술실에 대한 성능은 그렇다 치고, 뼈에 괴상한 녹색 약물을 들이붓던 옥시모론이 태평스럽게 내뱉는 한마디.
그것으로, 어째서 이런 일을 벌였는가 직감했다. 나에게 하고 싶은 알려져서 안 될 정보가 있다는 이야기.
그것은 아마, 옥시모론에게 의뢰했던, 내부의 배신자에 대한 정보.
끝에게 영혼과 존엄을 팔아 버린, 이 대참사의 원흉.
그것을 알아차린 순간, 이 방에 흐르는 수많은 살점과 피의 향기와 기척은, 내게 있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저 앞에서 평범하게 살점을 뜯어내는 동료가 주는 정보.
“뭘 찾은 거지?”
“뭐,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에요. 최초의 1년은 솔직하게 말해서 기록된 정보도 거의 없고, 그런 자료 중에서도 제 한정 5등급 기밀 레벨로는 볼 수 없는 자료도 많아서 말이죠.”
아니, 잠깐 너 한정 5등급이라고?
암살팀이었던 나도 4.5등급인데?
이게 밖에서 놀고먹은 자와 관리국 내부에서 일은 한 자의 차이인가.
그 4.5등급도 제대로 써 본 적이 없긴 하지만.
관리국 내부 단말을 사용하라는데 그런 게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애초에 비밀엄수 서약 같은 데에 서명한 기억도 없고.
정확히는, 서명했는데 서명했는지도 모른다에 가깝겠지만.
물론, 그런 의문을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니까.
“뭔가 발견하긴 했단 소리군.”
저런 불평불만이나 농담거리를 하고자 꺼낸 건 아닐 테니까.
“뭐, 저도 이게 확실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에요. 제가 볼 수 있는 건 의료 기록이나 몇몇 시스템의 구성요소. 생물학적 재해와 관련된 것들이었으니까요.”
그리 말하는 그녀는, 내 어깨에 팔뼈를 가져다 대고는, 빠르게 손을 놀려 거기에 살점과 기타 부속물들을 붙여 나가며 내 귓가에서 속삭였다.
“처음으로 이상하게 느낀 것은, 1기 사람들의 생존 여부와 뇌 내 S급 기밀 프로텍트 적용 여부였어요.”
꽤 무거운 이야기군.
“1기의 생존율은 9% 그중 은퇴하지 않은 것은 한 명뿐. 뭐, 그건 누군지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시겠죠.”
나 말이군.
그나저나, 9%인가.
…많이도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많이도 죽은 거였어.
조금, 씁쓸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프로텍트 적용률은 100%였어요. 이미 사망하여 적용할 수 없는 존재는 당연히 제외하고 말이죠. ‘S급은 꽤 정신에 과부하가 걸리는 등급이라 비용도 비싼데 그걸 굳이 등급이 낮은 생존자에게도 적용했다고?’란 시점에서 의문이 시작되었죠.”
아, 칼라베라가 포함된 2기분들은 이런 이상한 점이 없었어요.
이후 스쳐 지나가듯 내뱉는 한마디도 있었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체, 옥시모론은 뭘 찾은 걸까.
“그래서 그 프로텍트를 찾아보니, 웬걸. 제가 아는 S급 프로텍트가 아니더라고요. 뭔가, 미묘하게 조정되었어요.”
스륵. 스륵.
바늘과 실이 스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어느새 팔이 생겨났다.
여전히 감각이 마비되어, 그 존재를 명확히 느끼긴 힘들지만.
무게가 늘어났다는 실감은 드니까.
“자, 살짝 왼쪽으로 기울여주시겠어요? 오른 다리를 차례에요.”
“그러지.”
중요한 대화 도중이었음에도, 그 흐름을 끊는 말이 생겨났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기에.
그 후, 왼팔처럼 오른 다리가 접합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옥시모론의 말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S급 기밀 프로텍트는, 기본적으로 마법이나 초능력, 기술 등에서부터 정보 탈취를 보호하는 기능만을 가지고 있어요. 뭐, 평범하게 입 밖으로 내뱉는 걸 막진 않는다는 거죠. 아, 부가적으로 정신 장벽 기능도 생기긴 하는데, 그건 부가적인 효과죠.”
내 팔다리를 붙일 때처럼 하나하나 설명하는 옥시모론.
그것은 꽤 감질나는 진행이었지만, 나 또한 저건 전공이 아니었기에 모르는 분야였던지라,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1기에 걸린 건 조금 다르더라고요. 일부 기억에 영향을 끼치는 프로토콜이 걸려있었어요. 특정 기억을 삭제한다…. 까지는 아니지만, 그 기억을 강하게 의식하지 않으면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다른 프로텍트에는 찾을 수 없는, 보조적인 추가 모듈이 있었죠.”
“…이미, 그것만으로도 관리국 협약 위반인데?”
아무 죄 없는 각성자에게 위해를 끼치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을 텐데.
그런 짓을 하려면, 적어도 심증이든 물증이든, 확정 유죄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확정 유죄가 아니라더라도 가능한 점이 관리국의 어둠이긴 하지만.
“예, 이것만으로도 난리가 날 내용이긴 해요. 괜히 5등급 기밀이 아니었다니까요. 이때만큼은 기록 확인 로그조차 남기지 않는 시스템이 다행으로 느껴지지 뭐예요. 적어도, 암살팀이 오진 않을 테니 말이죠.”
그런 어둠에 접하고도, 옥시모론의 활발한 말투와 농담은 끊기지 않았다.
그렇겠지.
그녀에게 있어선, 저런 어둠조차도 이미 우리와 함께. 혹은, 그 전 홀로 살 때부터 겪은 일일 테니.
“그럼, 그것을 시술하는 허가를 내준 이는 누구지?”
그런 이가, 확실하게 존재할 터.
“그게 이 내용에서 가장 재미있는 점이에요. 과연 이 허가는 누가 내준 걸까요?”
옥시모론은 그 말과 동시에. 나에게서 멀어졌다.
동시에, 내 오른 다리가 접합된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지만, 그녀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1기생 이외에도 이 프로텍트가 걸린 이들은 있었죠. 그게 누구일까요?”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이 끝나고.
옥시모론은 양팔을 제 가슴에 올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저희예요.”
그 한마디.
예상치, 못했던 한마디.
“관리국 창설 직후 열렸던, 첫 회의, 첫 의제. 아무도 모르는 비밀.”
…그럴 리 없다.
그건, 분명.
완전한 비밀 회의.
얼마 되지도 않는.
인류의 마지막 저지선들.
심지어, 창설에 연관된 비각성자나, 등급이 낮은 각성자조차 제외된.
철저하게, 인류를 위해 모든 오물을 뒤집어쓸 이들을 위한,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특권을 휘두른, 망가진 오점의 회의.
거기서 오간 의제 하나하나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내가,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그것은,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옥시모론도 마찬가지.
“그럴 리 없다고 하시겠죠. 아마, 거기서부터 이 비밀이 시작될 거예요. 대체, 1기가 있던 1년. 혹은 첫날에 무슨 일이 있었냐.”
그것은 내가 의심했던.
이야기를 처음 쓴 자의 존재.
“어째서, 일부에게 사용된 S급 프로텍트는, 그것을 감출 필요가 있었나.”
그녀가 머리를 두드렸다.
자기 자신조차 예외가 아니라는 듯.
“그리고, 왜 우리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가. 그 결정을 내린 당사자이면서도.”
그에, 어떻게든 비밀 회의에 관련된 기억을 떠올려보려 했다.
수많은 의제가 머리를 떠다녔으나.
옥시모론이 말하는 그 의제는 찾을 수 없었다.
“아. 지금 생각하고 계시는 표정이네요. 그런데, 이 모듈은 그런 식으로 쉽게 떠올리게 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아요. 간접적이 아닌, 직접적인 기억이 필요하죠.”
그녀가 웃었다.
“재미있어요. 정말로. 그 상황을 떠올리지 못하게 하면서, 그 상황과 거의 똑같은, 혹은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야만 그 결괏값을 되돌리는 프로토콜이라니. 사실상 직접 보라는 방법밖에 없잖아요?”
그녀는, 그리 말하고 차가움이 느껴지는 솜을 꺼내, 내 몸을 닦아나갔다.
이것이 마지막 작업이라는 듯.
“배신자와 관련된 거라는 보장은 없어요. 하지만, 첫날과 연관된 정보 중에는 이게 가장 의심스럽더라고요.”
그 말에 동의한다.
단순히 1기에 관련된 프로텍트라면 모를까.
그 회의가 연관되어 있다면, 분명.
배신자를 특정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 진실과 근접하고 있을 터.
제길. 이 내용을 이계에 가기 전에 들었어야 했는데.
여왕 찬스를 이렇게 날릴 줄이야.
그녀라면 이 내용을 신나게 떠들어 줬을 게 분명하거늘.
“자, 이 정보를 어떻게 쓰실지는, 아저씨 하기 나름이죠. 물론 저 나름대로 계속 조사해 보겠지만요.”
그녀가 나에게서 멀어졌다.
깨끗해진 내 몸만을 남기고.
모든 게 끝났다는 듯.
“고맙다. 그럼, 계속 이야기할래?”
그에 나는 마법소녀 복장을 생성한 후, 붉게 물든 수술대 위에서 내려오며 제안했고.
“그러죠. 이번에는 배신자니, 뭐니 하는 그런 살 떨리는 이야기 말고, 라이브러리안의 옷이라든가. 좀 편한 거로요.”
옥시모론은 그에 맞장구를 치며. 나를 따라 수술실을 나섰다.
꽤, 좋은 이야깃거리를 내밀며.
“라이브러리안이 여성형이 되었을 때는 놀랐는데, 꽤 옷 핏이 좋더라구요. 키도 크고….”
그리고, 그 흥미로운 이야기는 날 즐겁게 만들었지만, 그에 온전히 집중할 순 없었다.
한쪽 귀로는 그 말을 담기 시작했지만.
내 뇌리의 절반가량을 채운 것은 다른 생각이었으니.
S급 영웅들.
01-005-M 크림슨★해머
02-011-S 칼라베라
03-001-H 미시카 미샤
03-134-S 무한성주
04-013-A 천하일검
04-220-T 프로히비션
05-253-P/10-1432-P 옥시모론
06-046-V 멕베스
08-569-H 라이브러리안
999-000-X 황왕
그들을 만나 봐야겠다는 생각을.
그리고, 이미 은퇴한 이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