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7)
마법소녀 아저씨 27화(27/671)
27. 과거
망치를 휘두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백시현이 시야에 들어왔다.
백시현은 뭔가에 집중하는지, 계속해서 망치를 휘두르며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제자의 집중을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아 한아빈에게 다음 행동을 전달하였다.
“너희는 집에 먼저 가 있어라.”
“선배님은요?”
“관리국에 인수인계해야 하거든. 아직 9시간 정도 남았는데 이 시체 더미에서 기다릴래?”
한아빈은 내 말에 널브러진 괴수의 시체를 곁눈질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열심히 싸웠는데 좀 쉬어야지. 일한 다음은 쉬는 게 최고다.
“거리가 너무 멀면 시현이한테 업어달라고 해도 되고. 내일 훈련은 쉴 거라고도 전달해라.”
“토, 일요일도 쉬나요?”
오늘 금요일이었나?
그럼 3일 동안 푹 쉬면 되겠구만.
“그래, 그냥 푹 쉬라고 전해줘라. 어차피 시현이한테는 이게 정상적인 첫 실전이니.”
나랑 싸웠던 건 실전이라기엔 좀 내용이 그랬지.
“예.”
“주말 동안 관리국에서 안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나 없다고 집 개판으로 만들지 말고.”
“저도 이렇게 보여서 그렇지 다 컸어요.”
말투에서 불만이 느껴지는 것이, 한아빈은 변신한 모습의 젊은 외형이 싫은 모양이다.
하긴, 이 녀석도 변신 모습이랑 본래 외형이랑 차이가 큰 편이었지. 아무리 그래도 내 앞에서 그 말을 꺼내는 것은 투정으로 들리지만.
나도 이렇게 생겨서 그렇지 너보다 두 배는 더 살았단다.
굳이 언급할 이야기도 아니었기에, 마음 안쪽으로 말을 삼키고.
저편에 있는 백시현의 춤을 바라보았다.
효율적이지도 않고, 파괴적이지도 않은, 망치의 궤적이 그려내는 춤.
본능에 따라 휘몰아치는 그것은 효율적이진 않더라도 제자의 성장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바로 가진 않을 거지?”
저렇게 하는데 말리긴 좀 그렇지?
“시현이가 하는 거 끝나면요.”
“저대로 놔두면 몇 시간이고 저러고 있을 거다.”
훈련할 때에도 저렇게 몰두해서 망치를 휘두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 저렇게 집중하는데도 망치질이 엉망인 건 이해하기 힘들지만.
“계속 저러고 있으면 적당히 끊고 집에 가라.”
“예.”
내 말에 알겠다고 답한 한아빈이었지만, 그녀 또한 백시현의 집중을 끊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한아빈 또한 활을 내려다보며,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하였으니까.
* * *
예상 도착 시각보다 30분 이른 시간.
황야에 생겨난 낮은 분지를 향해 지프 몇 대가 질주해왔다.
“여기다.”
그들을 유도하기 위해 손을 흔들자, 지프는 멋진 드리프트를 보여주며 나를 둘러쌌다.
지프에서 내린 관리국 직원들은 일시 분란하게 주변을 확인하며, 나에게 총을 겨눴고.
나는 항복하듯 손을 들어 올리며, 그들에게 적의가 없음을 표현했다.
“안전확보!”
“확보!”
직원들이 안전을 확보했다고 외치자, 남은 인원이 지프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조금 전 지프에서 내린 직원을 통일된 복장의 군인이라 한다면, 전혀 다른 복장의 그들은 뭐라 불러야 할까.
화려한 복장을 갖추고, 각자의 색을 뽐내는 이들. 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면 꽤 아름다웠을 것이다. 다양한 색채와 무기가 어우러지는 한편의 그림처럼 보였을 테니.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공무를 수행함에도 지루하다는 듯 하품하며, 다리를 질질 끄는 영웅들.
그들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이미 한 번 실망했음에도, 다시 눈이 가는 것이 그들의 화려함이겠지.
그들에게 눈을 떼고, 나를 향해 다가오는 관리국의 직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
“등록번호 01-005-M 이하람입니다. 현 지점에서 괴수 관리법 위반 단체를 발견. 긴급상황이라 판단. 폐쇄조치를 시행하였습니다.”
“허가는 받으셨습니까?”
“B, C급으로 이루어진 괴수 무리를 확인, A급 괴수의 존재가 의심되었기에 폐쇄를 우선하였습니다.”
“해당 조치에는 자유 토벌 면허가 필요합니다만, 보유하고 계십니까?”
“보유 중입니다.”
“다른 영웅의 이야기는 아닌지요?”
“이야기에 속하지 않은 단체임은 확인이 끝났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문답.
이 행동에 큰 의미는 없다.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기 위해 하는 이야기일 뿐.
이어진 길고 긴 문답의 마지막.
“성과 처리는 어떻게 하면 됩니까?”
“등록번호 01-005-M A급 괴수 1체, 나머지는 30-1376-M, 26-19 43-M 절반씩.”
B급 늑대도 내가 처리했던가?
그 정도는 상관없겠지.
“토벌 보상금은 지급은?”
“정확히 셋으로 나눠서.”
보상 분배 이야기까지 끝나, 그들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확인되었습니다. 사제 관계로군요. 요즘은 드문 편인데.”
“문제 있나?”
“요즘엔 강함을 추구하는 영웅이 없어서 말이죠. 세상이 평화로워진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다. 왠지 모르게 옛날 사람 같은 반응.
그에게 관심이 가 찬찬히 얼굴을 살폈다. 총기로 무장한 몸, 단련된 근육, 험상궂은 표정.
왠지 모르게 익숙한 얼굴인데.
어디서 봤더라?
“각성자인가?”
“각성자라. 오랜만에 듣는 표현이군요. 아뇨, 전 관리국에서 일하는 변변찮은 방위대원입니다.”
왠지 모르게 말투도 익숙한데…?
그 순간, 그가 뒤집어쓴 헬멧 너머로 연한 금발이 보였다.
동양인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금발.
“헨리냐.”
“드디어 알아차리셨군요. 대장님.”
“아직도 관리국에서 현역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 한 덕분이다.”
암살팀에서 그리 고생해놓고, 아직도 관리국에 남아있다니.
“지금은 나름 보람차게 일하고 있습니다. 업무 내용이 그리 빡빡하지 않다는 점도 있지만요.”
보람이라.
그의 뒤쪽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애새끼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적의 기지에 들어왔음에도 자기들끼리 떠드는 멍청이들.
“저 뒤에 모자란 놈들 돌보는 일이 그리 보람차더냐?”
“어차피 1, 2년 있으면 은퇴할 녀석들입니다. 영웅으로서 주목받지 못해서 지루해하는 모습이, 신병 시절 생각나서 귀엽지 않습니까?”
“귀엽긴 개뿔이.”
귀엽게 여길 수 있다면 눈이 삐었거나,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겠지.
“너희들 신병일 때도 저것보단 나았어. 저건 그냥 병아리 떼잖아.”
내가 굴렸는데 모를 리 없지.
“큰 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헨리가 웃음을 터트림과 동시에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관리국의 직원들은 주변의 안전은 확보한 후 시체 분류를 시작했다.
대장인 헨리를 포함한 전원이 참가하는 작업. 예외가 있다면 뒤편에 자리한 영웅들.
나조차 시체를 끌며 분류를 돕고 있거늘, 그들은 자신과 관계없다는 듯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관리국의 직원들에게는 그런 행동이 당연한 듯, 그들에게 시선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우리가 하는 일에 그들 또한 참견하지 않았다는 점일까.
직원들이 뭐라 하지 않으면 나도 굳이 불편함을 나타낼 생각은 없었기에, 불편한 동거 속에서 비밀기지 체크도 큰 문제 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과학자들을 적재해놓은 실험실에 도착할 때 즈음.
“꺅!”
의도적으로 귀엽게 꾸민듯한 비명이 귓가에 들려왔다.
남은 괴수라도 있었나? 목소리를 들으면 급한 건 아닌 것 같고.
의욕 없이 망치를 질질 끌며 문을 넘자 팔다리가 뒤틀린 과학자들이 보였고, 뒤이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주저앉은 여성이 보였다.
상처는 없고. 멀쩡하구만. 그럼 뭐지? 물어봐야겠네.
“뭐야. 괴수라도 나타났냐?”
감지 범위 안에서 느껴지는 게 없긴 하지만, 괴수 표범처럼 오감을 속이는 괴수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사람이… 사람이…”
“사람이 뭐 어쨌다고?”
보고는 정확하게 하자.
“사람 팔다리가….”
뭔가 했네.
“그건 내가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마라.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시끄럽게.”
“예? 사람 팔다리를…?”
“뭘 놀라고 그러냐. 사람 수는 부족하고, 범죄자가 도망가기 직전이면 가장 적합한 조치지.”
“그래도 저건 너무 심하지 않나요?”
내 말을 듣고 기운을 차린 것일까, 날카로운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관리국에서 치료받으면 저 정도 상처야 말끔히 회복되니 별문제 없다만? 저래 보여도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신경 쓰지 마라.”
관리국으로 끌러가면 다 치료받을 텐데 괜한 걱정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인간이기 이전에 적이다.”
적에게 어떤 자비를 보이라는 것일까. 이 어리숙한 영웅 아이는.
“아무리 그래도 영웅으로서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에요.”
지금 누구 앞에서 영웅을 논하는지 알긴 하는 걸까?
세상 물정 모르는, 녹색 타이즈 영웅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저것들이 도망쳐서 인류를 습격할 괴수를 만들면 네가 책임질 건가?”
“힛.”
내 적의를 받은 여성 영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놈들이 만든 괴수로 민간인들이 수없이 죽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 알고 있나? 당장 너 따위를 갈가리 찢어버릴 괴수가 바로 여기 있었다는 것도?”
배가 터져, 내장을 뿜어내고 있는 표범의 사체를 가리켰다.
여성은 날 피해 점차 멀어져갔다.
자신이 말하던 인간 대 인간은 신경 쓸 상황이 아닌지, 뒤로 기면서 과학자들을 깔아뭉개고, 표범의 내장을 손에 묻히며 나에게서 멀어져간다.
“말해봐라. 너는 그 모든 무게를 감당할 수 있나?”
“으…아아아…. 으아….”
계속 그녀를 밀어붙이던 와중.
누군가가 내 팔을 붙잡았다.
“대장.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네가 보기에도 이건 심한가?”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 나를 들어 올린 헨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헨리는 그 질문에 쓴웃음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고 답을 내놓았다.
“저희야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죠. 뭐, 애들한테 너무 그러지 마세요.”
“….”
“저 애들에게는 영웅이란 잠깐의 꿈이니까요. 그렇게 깊이 파고드는 애들은 얼마 없어요.”
그 말에 기분이 나빠졌다.
“집에 가도 되냐.”
나를 끌어안은 헨리를 밀치며 공중에서 뛰어내렸다.
“규칙대로라면 탐사가 끝날 때까지 남아계셔야 하지만….”
헨리는 과장된 자세를 취하고는, 입을 감싸며 나에게 속삭였다.
“문제 생기면 제가 처리하죠, 돌아가셔서 좀 쉬세요.”
“미안하다.”
천천히 방을 나왔다.
복잡한 뭔가가 내면을 휘감았다.
“연락해주세요! 대장님 복귀하신 거 알면 다들 좋아할 겁니다!”
뒤쪽에서 들려오는 헨리의 인사.
나는 건성으로 망치를 흔들며 그에 답했다.
* * *
“…라는 일이 있었다. 이거다.”
“과연, 재난이셨습니다. 하람 님.”
맥주를 들이켜며 문어 대가리에게 오늘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맞장구를 잘 쳐주는 알’셸 녀석. 덕분에 흥이 나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었던 것일까. 흥이 오를수록 왠지 모르게 취기도 오르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내가 술에 취할 리도 없으니, 아마 기분 탓이리라.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이야기를 하러 온 게 아니었지.
철컹.
윗부분이 열린 망치 안에 손을 집어넣어, 망치 안에 봉인했던 그것을 꺼내 알’셸에게 던진 후, 여기에 들린 두 번째 이유를 입에 담았다.
“받아라.”
“뭡니까?”
“A급 괴수의 씨앗.”
“꽤 귀한 물건이군요.”
알’셸은 머리에 달린 촉수로 그것을 붙잡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순도도 높고, 구성도 격자형, 잘라낸 방식도 전문가가 잘라냈군요. 구조체가 무너지지….”
뭐라는 건지 원.
“그쪽 전문도 아니니까 그렇게 말해봐야 난 모른다.”
흥분했는지 점액을 흩뿌리며 말을 이어나가려 했기에, 강제로 말을 가로막았다.
“흠. 흠. 죄송합니다. 제 전문분야이다 보니… 그래서 이걸 어떻게 사용하실 생각이신지요? 거래이십니까? 지금이라면 현찰로도 가능….”
“린슈아한테 줘. 생일선물 늦어서 미안하다고 전해주고.”
“….”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 몰랐다는 듯, 크게 떠진 알’셸의 눈이 천천히 끔벅였다.
문어 종족의 감정표현은 잘 모르지만, 저건 아마 당황 아니면 뜨뜻미지근한 표정이라 할 수 있으리라.
“뭐. 나도 내가 잘못한 거 알아.”
“그리 생각하시면 직접 말씀하시는 편이 어떨까 합니다만?”
“무슨 염치로.”
눈을 가리고, 고개를 들었다.
“얼굴을 못 본 지가 몇 년이 넘었어. 그것도 순전히 내 잘못으로.”
“린슈아 님은 그리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만….”
“그건 린슈아 본인만 알겠지.”
왠지 모르게 술기운이 날아간 기분이 들었다. 흥이 깨진 탓이겠지.
“그런 것보다. 유전자 추출은 준비해놨냐?”
“예. 그런데 저희 쪽에서도 이런 대규모 제작은 큰 지출인지라. 간부급에서 논란이 있었습니다만, 조건부로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무슨 조건?”
“직접 본사에 들리셔야 합니다.”
번쩍.
발아래에 마법진이 생겨났다. 이계의 힘을 사용한다는 것을 나타내듯, 빛을 흡수하는 검은 마법진.
곧바로 몸을 움직여 마법진에서 벗어나려 시도해보았지만, 투명한 장막에 가로막혔다.
“알’셸!”
“단순한 전이 마법입니다. 잘 다녀오시길.”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라고!”
“선물 건네주시면서 미안하다고 하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다들 하는 일입니다. 이건 돌려드리죠.”
공중으로 날아든 검은 씨앗을 반사적으로 붙잡기는 했지만, 지금 씨앗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이 마법진에서 벗어나는 것. 곧바로 망치를 뽑아 휘두르려 했지만.
몸이…?
갑자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손끝까지 저릿거리는 감각.
그 덕에 망치를 휘두르는 속도가 평소보다 약간 느려졌고.
“익….”
마법진이 깨져나가긴 했지만, 마법 자체는 멈추지 않았다.
늦었나.
“세상에. 린슈아 님이 조합하신 마비 독을 마시고, 어떻게 움직이시는 거죠? 항상 대단하시군요.”
오늘따라 조용하다 했더니만, 맥주에 독을 탔던 건가.
“알’셸!”
문어 대가리의 이름을 외치며 또다시 망치를 휘둘렀다.
금이 간 마법진에 망치가 닿기 직전. 시야가, 공기가, 오감에서 느껴지는 정보가 바뀌었다.
저 멀리 어딘가로 이동한 감각.
도착한 곳은 어딘가의 넓은 공방.
수없이 많은 검은 조각상들이 존재하는 누군가의 공방.
지금 당장이라도 돌아가 문어 대가리를 오징어 대가리로 바꾸고 싶지만, 그보다 우선해야 할 게 있었다.
그녀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망친 나는 그녀에게 무어라 말해야 할까.
질퍽. 질퍽.
뭔가 끈적한 소리가 나는 장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곁에는 수많은 검은 씨앗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녀의 본능에 따라 행하는 예술.
그녀의 손에 닿은 씨앗은 진흙이 되었으며, 보석이 되었다.
검은 장발의 여자아이.
그녀는 누군가의 조각상을 열심히 만들어나갔다.
아니. 누군가의 조각상이라 하기에는 너무 그 모습이 명확했다.
나의 조각상.
O급 괴인이 직접 만들어나가는 내 조각상.
이제 도망가는 것은 그만두자.
내 과거를 받아들이자.
저벅.
공방에 내 부츠 소리가 울린다.
질퍽.
조각을 만들던 그녀의 행동이 멈추었다.
공방의 정적을 끊어내는 침입자를 알아챈 여자아이의 고개가 돌아가고, 검은 장발이 허공을 날았다.
아직 어린 끼가 있는 창백한 피부의 여자아이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아빠…?”
과거가 나를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