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70)
마법소녀 아저씨 270화(270/671)
270. 집 꼬라지가 이게 뭐야. 어?
“현석아! 무제한 공무 수행증 발행해 줘!”
“상황 설명을 해라 이하람.”
옥시모론과의 라이브러리안 개조 계획안을 완벽하게 작성한 후, 현석이네 사무실에 들이닥쳐 인사말을 건네자 돌아온 답변.
너무 설명이 어려웠나 싶어, 추가로 말을 꺼냈다.
“은퇴한 애들 찾는 건 너무 힘드니까, 아직 관리국에 이름 올리고 있는 S급들 한번 싹 보고 오려고. 아, 황왕 녀석도 포함.”
물론, 회의 참가자는 구세대 S급 10명만 있는 건 아니니, 그 녀석 중에 정보를 얻지 못하면 더 털어야 하겠지만.
뇌신이라던가, 뭐 그런 은퇴자 녀석들이나, A급들 말이다.
그리 내가 상황 설명을 하였지만.
“내가 물어보는 것이 그게 아니란 뜻은 잘 알 텐데?”
박현석은 제 앞에 놓인 모니터를 옆으로 밀어내며,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너에게 물어보는 것은, 왜 그들을 보려고 하는지에 관한 질문이다. 심지어, 황왕까지 말이지.”
음. 그건 좀 말하기 껄끄러운데.
배신자 조사라고 동네방네 떠들 수도 없고, 현석이는 당시 참가자도 아니었으니 그 역시 논외.
이걸 변명할 말이 뭐가 있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역시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아, 뇌리를 스치고 간 단어를 내뱉었다.
“어…. 동창회?”
그 말 덕분일까, 현석이의 눈길에 안쓰러움이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이계를 다녀와서 그런지 뇌에 손상이 있나 보군. 옥시모론에게 다녀오도록. 그리고, 아직 보고서가 안 올라왔으니 그것부터 처리하는 걸 추천하지.”
‘미쳤냐?’를 참 고상하게 돌려 말해 주시는구만.
하지만 아쉽게도 말이지.
“옥시모론한테라면 이미 다녀왔다. 근데 그보다, 나 이계 갔다 온 건 어떻게 안 거냐.”
사실상 허가도 없이 무단으로 다녀온 거였는데 왜 옥시모론도 그렇고 죄다 알고 있는 거야?
물론, 관리국이 통제하고 있는 구멍에 무단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된다는 규칙만 있지, 허가 없이 이계를 가지 말라는 규칙은 없었으니 처벌 대상은 아니긴 하지만.
“그거라면 옥시모론이 식당에서 라이브러리안에게 왜 요즘 네가 안 보이냐고 물었다가 라이브러리안이 ‘그 녀석 이계 갔는데요.’라고 아무 생각 없이 다 털어놓은 덕분이지.”
…라이브러리안 이 새끼가?
아니, 그래 그건 지금 따질 때가 아니지. 어차피 라이브러리안에게는 옥시모론이 주최한 정의의 심판이 내릴 것이다.
그보다, 동창회가 안 먹힌다면, 좀 진지하게 나가 볼까.
“농담은 관두고, 그 녀석들 만나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냐?”
그 말에, 현석이 또한 진지하게 받아쳤으나.
그 문장에 숨겨진 단어를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조차도.’
아마, 그리고 그것이 저 질문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
“그래. 아마, 어지간한 관리국의 어둠보다도 더 짙은 녀석일 것 같으니 말이지.”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이 이상은, 현석이조차도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그렇군.”
그 답을 받은 현석이는, 그 말만을 내뱉고 다시 모니터를 제 앞으로 끌어당겼다.
이 내용에 대해 이 이상 말하지 않겠다는 듯.
그렇지만, 나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방에서 나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뭐가 있단 뜻이니.
멍하니 잡생각이나 하며 현석이가 반응하길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쟤도 1기였지. 물어봐도 되려나.’
‘쟨 건강 검진의 정체를 아나?’
‘지부장이 이렇게 시간을 낭비해도 되는 건가?’
그런 잡생각이 머리를 채운 지 5분도 되지 않아.
“읽어 봐라.”
박현석이 모니터를 내 쪽으로 돌리며 입을 열었다.
흰 화면에 적힌 검은 글자들.
거기에 적힌 것은, 단순하지만 강렬한 것이었으니.
이하의 영웅은 해당 권한을 가진다.
1. 4등급 기밀 구역 완전 개방.
1-1. 예외적으로 5등급. 영웅명 황왕이 거주하는 장소에 한정적 접근을 허가한다.
2. 탈것에 대한 완전 징발을 허용한다. 관리국의 협약 아래에 있는 기업, 국가는 해당 대상자가 요구하는 탈것을 대여하거나, 좌석을 마련해야 한다.
2-1. 해당 요구를 통해 개인, 혹은 집단이 입은 물질적, 정신적 손해 배상은 관리국이 배상 책임을 가진다.
그 아래에 당사자인 내 이름이나 영웅 번호. 발급자 명.
그리고 빵빵한 유효 기간 등이 적혀있었으나.
중요한 것은 저 두 내용이었다.
나조차도 받아 본 적이 얼마 없는, O급 때나 발급되는 무제한급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공무 수행증.
이 정도로 대단한 녀석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
관리국 비용 60% 부담. 공무 취급이라 예약 우선권을 가짐. 그 정도를 원했건만.
“이런 걸 막 발급해 줘도 되나…?”
“지부장이라면 이 정도 권한은 있다. 마구 발급할 만한 건 아니지만.”
그렇군.
지부장이라고 하면 매번 참 급이 낮아 보이건만, 잘 생각해 보면 한 나라의 수장급 위치란 말이지….
거기다 대고 예약도 없이 막 방문하는 나도 참 미친놈이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다시금 떠올렸다.
그리 자아 성찰을 하며 내면이 깊어지는 사이.
“그래서, 이 정도면 만족하나?”
“좀 과한 것 같긴 한데, 다다익선이지 뭐.”
“그렇군. 그럼 이렇게 발급해 줄 테니, 갈 때 받아 가도록.”
현석이는 그리 말하곤, 모니터를 보지도 않은 채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린 후, 또다시 모니터를 옆으로 치워 버렸다.
“저 등급의 증서면 시간이 좀 걸리니 그때까지 대화나 하도록 하지.”
그리 말한 현석이는 내가 봐도 편한 자세를 취하며, 내 말을 청취할 생각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지만.
사실, 내가 현석이에게 온 이유는 저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계속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음.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부탁이 하나 더 있는데 말이지….”
내가 생각해도 뻔뻔하기 그지없구만.
“돈은 안 된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다만, 해당 증명서가 있다고 민간 항공기를 징발해서 시베리아 비상 착륙 이런 걸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그대로 권한을 정지할 테니 그리 알도록.”
…현석이는 대체 날 뭐라 보는 걸까. 그리고 내가 그런 걸 주도적으로 한 적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그런 개인적인 건 아니고, 내가 생각해도 이건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관리국 전체에 대한 제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안이라. 네가 그런 말을 꺼내는 건 처음이군. 굳이 내게 말한다는 것은, 관리국 회의에서 말을 꺼내 줬으면 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뭐, 그런 의미지.”
아마, 이것은 전 인류가 나아갈 방향성을 암시하기도 할 테니.
“어디 한번 들어보지.”
현석이가 가볍게 질문을 던졌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속은 전혀 다른 것을 느꼈으니.
묘한 압박감.
눈앞의 박현석이 뿜어내는 것 같지만, 그런 느낌은 아니다.
여왕과 마주했을 때처럼, 세계 그 자체가 관여한다는 느낌의 압박감.
그것이 박현석이라는 내 친우를 촉매로 하여, 뿜어져 나온다.
어째서 이런 것을 느끼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이것을 내가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 하나뿐.
그렇기에, 침을 삼키고.
다시 한번 생각을 재고한 후.
결단을 내리며 입을 열었다.
“무인이나 마법사가 가지고 있는 육성법, 그것을 민간에 순차 개방하는 건 어떤가 하는 제안이지.”
* * *
그 제안은, 꽤 오랜 시간의 토의로 이어졌다.
중간에 라이브러리안이 작성한 보고서가 올라올 만큼의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보고 겪었는가.
거기서 얻은 생각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결과물까지.
현석이는 그에 어떤 긍정이나 부정을 나타내진 않았지만.
한 가지 말만을 되돌렸다.
‘그리 주장할 거라면, 네가 직접 가서 그들을 설득해야겠군. 그때까지 이 이야기는 없는 셈 치도록 하지.’
무인연맹 맹주 천하일검.
마법학회 의원 멕베스.
결국, 어찌 되건 그들을 보러 가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그 대신 그만큼 내 머리는 더 복잡해졌지만.
그러니까, 기본 커리큘럼을 민간에 풀도록 설득도 해야 하고.
그 와중에 이놈들이 수상쩍은지와, 그때 무슨 짓을 했는지도 찾아야 한다 이 말 아닌가.
골 때리는군.
어차피 빨리 끝날 것 같지는 않았으니 천천히 할 생각이긴 했지만, 이렇게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짐이 내려앉다니.
하는 수 없구만.
천천히 해야지 천천히.
그리 생각하며, 마침내 돌아온 집의 오토록을 열었지만.
삐빅.
곧, 버튼을 앞에 두고 손이 멈추고 말았다.
…비밀번호가 뭐였지?
이쪽 시간으로는 한 달, 이계에서 체감 시간으로는 두세 달이 지났을 뿐인데, 집 비밀번호라는 존재 자체가 머리에서 증발하고 말았다.
내 생일이었나?
대충 떠오르는 네 자릿수를 눌렀지만, 돌아오는 답은.
삑. 삐비빅.
비밀번호가 틀렸다는 알림뿐이었으니.
…포기하자. 계속 눌렀다가는 보안으로 잠길 테니.
그 대신, 택한 것은 더 간편하고 빠른 방법이었으니.
초인종을 연타한 후.
“나 왔다!”
소리를 내지르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였으니, 곧 문이 열릴 거라 생각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집 안의 초인종 소리가 문을 거쳐 작게 들려오는 것과.
그 누구도 내 초인종에 반응하고 있지 않다는 압도적인 고요뿐.
그에, 차디찬 무언가가 내 척추로 내려앉았다.
압도적인 불길함이라는 차가움이.
그에, 초인종을 30초 간격으로 눌러가며 몇 번이나 반응이 있기를 기도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정한 초인종 기계음뿐.
그리고, 곧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이해했다.
“집에 아무도 없…어?”
지갑도 없다.
이계에선 필요 없으니까.
핸드폰도 없다.
이계에선 필요 없으니까.
운호도 없다.
집에 미리 보냈으니까.
이럴 리 없다고 생각하며, 곧바로 최후의 수단을 찾아 떠났다.
항상 해두었던, 집 어딘가 잠기지 않은 문을 남겨두는 것.
분명, 이번에는 창고 창문이었다.
창고는 현관의 반대편에 있기에, 빠르게 달려 목표 지점에 도달했으나. 창고의 창문 또한 나를 절망하게 하였으니.
높아.
창고는 크나큰 창문이 필요 없는 탓인지, 높게 설치된 작은 창문 하나만이 벽 위편에 존재했다.
하는 수 없이, 벽에 손가락을 박아 넣으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점프해서 창문에 닿기는 요즘 영 상태가 안 좋은 내 컨트롤 능력을 믿을 수가 없고.
그냥 벽을 붙잡고 가기엔, 쓸데없이 마감이 좋아 요철 없이 부드러운 벽이 날 가로막았으니.
동네 한복판에서 시끄럽기 그지없는 부스터를 뿜을 순 없잖아. 망할.
그리 생각하며, 벽을 기어올랐다.
걸린 시간은 몇 초뿐이지만. 누군가가 이 꼬락서니를 보지 않기를 빌며.
그리하여 도달한 작은 창고 창문이 구원처럼 여겨졌기에.
진심을 담아 손을 뻗었으나.
덜컹.
덜컹.
그 구원은 허상이었으니.
왜 씨벌 잠겨있는데.
어떤 빌어먹을 제자 놈이 창고까지 보안을 신경 쓴 거야.
물론, 그런 투철한 보안 정신은 칭찬해야 마땅하겠지만.
왜 하필 내가 이 꼬락서니일 때 그게 발휘된단 말인가.
포기하지 못하고, 조금 더 창문을 흔들어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큰 덜컹거림 뿐.
문이 열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면으로 복귀했고.
그로서 얻은 것은, 깔끔했던 하얀 벽에 남은 기묘한 검은 구멍들뿐.
하하하. 망할.
이제 남은 것은 하나뿐이다.
어딘가 잠기지 않은 창문을 찾아 떠나는 모험.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 * *
잘 생각해 보면, 안 잠긴 창문이 있을 리 없다.
창고 창문까지 잠글 정도로 철저하신 제자님들께서, 대놓고 보이는 창문을 잠그지 않으셨을 리가.
그리하여, 나는 깨끗한 정원에 앉아 멍하니 거실 창문을 바라보았다.
관리국에서 내준 이 집이 비싼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통유리로 된, 지금은 커튼이 처져있지 않아, 거실이 직접 보이는 거대한 창문.
원하는 것이 저리도 가까이 있는데 그것을 손에 넣지 못하는구나.
그렇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창문의 잠금 장치 따위, 내 힘이면 그냥 프레임이고 나발이고 한 방에 뜯어낼 수 있는 연약한 물건.
아마 그러면 보안 업체에서 출동하겠지만.
집주인이 집에 들어가지 못해 그랬다면 큰 문제는 생기지 않겠지.
그러니, 그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내가 사 온 치킨도 다 뜯어 먹고, 남은 종이 곽과 뼈만이 주변에 굴러다니는 나에게 남은 것은 오기뿐이다.
곧 제자가 올 거라는, 그때까지 아무것도 부수지 않겠다는 오기.
그렇기에,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데, 깔끔하게 정돈된 정원에 앉아, 거실을 바라보며.
제자들을 기다렸다.
‘맥주도 사 올걸.’
그리 시답잖은 생각이나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