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77)
마법소녀 아저씨 277화(277/671)
277. 카운트 +1.
비행기 특유의 떨려 오는 진동을 느끼며 생각에 잠겼다.
‘역시 이건 아닌 것 같아.’
매번 비행기를 탈 때마다 생각하지만, 이번엔 아니겠지 하며 믿는 것도 이젠 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도 그렇지 않은가.
차라리 탈 때마다 추락하거나 사건 사고가 생긴다면, 쿨하게 포기하겠지만.
매번 그러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 희망 고문에 잠기게 만드니.
대표적으로, 가짜 뇌신을 때려잡으러 유럽에 갔을 때처럼 말이다.
그때는 특별한 사건도 없었고, 굳이 사건이라고 해 봐야. 승무원의 실수로 이상한 음식이 나왔던 것뿐.
그러니, 이번엔 괜찮겠지 하고 탔건만.
그 기대는 배신당했고, 덕분에 비행기 안은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승객 여러분! 괜찮습니다! 잠깐의 기체 트러블이니, 승객 여러분들의 안전엔 큰 문제가….”
승무원 양반. 댁 목소리부터가 공포에 질린 게 도저히 안전하다고 느낄 수가 없거든요. 별일 없다고 생각한 승객도 멘탈이 터지지 않을까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비행기 승무원이라고 해도, 인생에서 비행기 엔진이 정지하는 사고를 한 번이라도 겪어봤겠는가.
훈련을 받았다고 한들, 죽을 상황에 처하면 누구든 당황하기 마련.
“평생 비행기 추락 사고를 겪을 확률은 백만에서 천만분의 일 확률이라고 하던데, 그게 걸리네요. 스승님!”
물론, 옆에 앉은 천재바보는 제외.
“그러게나 말이다.”
물론, 이런 상황을 수없이 많이 겪어본 나도 심드렁하긴 마찬가지.
“괘… 겐찮아요! 선밴님! 시현아! 에, 엔진 하나 나간 것뿐이라던데! 두 개나 나간 건 아니잖아!”
음, 진정해야 할 건 아빈이 너 같은데 말이지.
우리 넷 중 당황한 건 너 하나뿐이란다.
“앵? 또 엔진 트러블이에요? 시끄러우니 다 끝내면 깨워 주세요.”
운호도 그리 말하고 짐 안쪽으로 들어가 귀를 막고 잠든 지 꽤 되었으니까.
저러다 짐과 같이 홀라당 타 버린 적도 있지만, 저 무식한 운호의 내구력은 그조차도 털만 조금 타고 끝이니 별 상관없고.
지금에서야 떠올린 거지만, 이것도 여왕에게 물어볼 걸 그랬다.
대체 왜 매번 이 꼴이냐고.
이제야 알았지만, 여왕이 걸었던, 질문에 대한 답변만 한다는 제약이 생각보다 더 영향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겠다.
이런 생각을 자주 떠올리는 걸 보니 말이다.
그런 내 여왕과의 과거 후회는 어찌 되었건, 비행기 내부도 소란스럽다는 점을 제외한다면야, 생각보다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왼쪽 날개에서 불과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상황임에도 말이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데.
“허허허. 괜찮습니다. 겉으로만 판단한다면 무인의 이름값에 먹칠하는 셈이죠. 실제로 아직 나머지 엔진은 무사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본부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더 큰 사태가 벌어져도 본부에 계시는 무인분들께서 대처를 해주실 겁니다.”
“여러분, 안심하시길. 저는 세 번째 깨달음의 경지에 올랐으니, 설령 비행기가 공중분해 된다고 해도, 여러분을 지켜드릴 수….”
뭐, 보다시피.
요즘 시대에도 보이는, ‘도를 아십니까?’ 하고 사람을 붙잡을 것 같은 인물들이 비행기에 잔뜩 타고 있는 덕분이다.
이런 막장 항공선을 이용할 존재가 얼마나 있겠는가.
대다수는 무인이고.
나머지는 가족이나 관리국 직원.
아니면, 관광객 혹은 비즈니스 업무.
정말 극소수, 일반인임에도 무공을 배우러 가는 머리가 꽃밭인 사람.
즉, 절대다수는 정신머리가 제대로 안 박힌 놈들이란 뜻이다.
거기다, 무인이란 애들은 또 허세가 더럽게 심하지 않던가.
대체 그놈의 무협 소설이 뭔데 아직도 살아남아서 신선이니 해탈이니 어쩌고 하는 왜곡된 지식을 박아 넣는지 모르겠다.
판타지 소설도 그렇고, 대체 세상이 이런 꼬라지인데, 왜 사람들은 아직도 환상을 좇는지.
그리고, 그중에 가장 불만인 것은.
로봇이나, 스포츠물, 공상 과학물도 살아남았는데.
왜, 마법소녀물은 뒤져 버렸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물론, 극소수로 리얼 파이팅 마법소녀나, 어쩌다가 마법소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꿈과 희망, 프릴을 노래하는 마법소녀는 까고 말해 근래 본 적도 없다.
애들용이건, 아니건 말이다.
뭐, 그런 한탄은 넘어가고.
어찌 되었든, 지금은 아직도 살아남은 그 많은 창작물에 감사하자.
덕분에 그나마 평소보다 내부가 조용하니까.
여기서 문제가 더 생긴다면 모를까.
불붙은 엔진 정도야. 아직 큰일은 아니다.
하도 추락을 많이 당한 덕에 검색해 보며 알아낸 사실이지만.
어떤 무인이나 아빈이가 떨면서 말했던 것처럼. 엔진 하나 정지하는 정도는 괜찮으니까.
세상이 이 꼬락서니가 되기 전에도 엔진 두 개는 기본에, 그중 하나가 터져도 문제없도록 설계되었다고 하고.
지금은 엔진을 네 개는 달아서 하나가 터져도 문제없다고 하니까.
즉, 아직은 안전권.
그렇기에, 담담하게 보온병을 꺼내, 음료를 한 잔 마시고.
기분 좋게 등받이에 몸을 붙이려는 찰나.
펑.
불길한 소리가 우측에서 들려왔다.
“….”
아니 진짜 뭔.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싶지만, 내가 나서서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무슨 일이야!”
“우측 엔진도 불이….”
우측 좌석에 앉은 손님들이 오른쪽 날개에 일어난 사건을 실시간으로 중개해주셨고, 그것이 비행기 내부로 퍼져나갔으니까.
하.
진짜 비행기는 그만둘까.
이쯤 되면, 분명 내 잘못이 아님에도, 뭔가 내가 잘못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할 정도다.
차라리, 한 달 정도 관리국의 지원을 받아 계속 비행기를 타면서 무슨 조건에서 이 꼴이 나는지 확인하는 건 어떨까.
100% 이러는 게 아닌 걸 보면, 뭔가 조건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물론, 그것도 이 개판이 끝난 후의 이야기지만.
그래도 아직 괜찮다.
우측 엔진 몇 개가 맛이 가 버렸는지도 모르고.
이 비행기의 엔진이 몇 갠지도 모르겠지만.
두 개에서 세 개 정도 터졌다고 해도 아직은 괜찮겠지.
그리 생각하며, 눈을 감자.
“서… 선배님은 침착하시네요?”
억지로라도 침착을 유지하려는 목소리가 들려와, 다시 눈을 떴다.
아, 제자 녀석들은 내가 무슨 체질인지 모르던가.
“여러 번 겪었으니 말이다. 뭐, 어찌 굴러가건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다 지킬 수 있으니까 안심해라. 극단적으로 말하면, 최후의 수단으로 내가 동체를 붙잡고 랜딩 기어 대신으로 충격을 모조리 받아 내면 되니 말이다.”
그리고, 이건 해 본 적 없지만, 망치로 엔진을 대신하는 것도 되긴 하겠지.
“그…그런가요. 그럼 안심하고….”
“이 와중에 공중에서 설치는 괴수까지 나타나면 좀 문제겠다만, 그럴 리는 없겠지.”
공중전은 특기가 아닌지라, 비행기 컨트롤만 해도 힘든데, 거기에 적까지 나타나서 신경을 건드리면 좀 귀찮아질 테니 말이다.
저번엔 라이브러리안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녀석도 없으니.
지금 꼬락서니만 봐서는 엔진만 터진 것 같으니 괜찮겠지만.
“그 말을 들으니까 안심되네요. 선배님이 하시는 말씀이시니 거짓말이라고 해도 묘하게 믿음이….”
거짓말 아닌데, 진짜 비행기 동체 들고 비상 착륙시킨 적 있는데.
자랑할 만한 무용담은 아니니까 꺼내진 않겠지만.
“그래, 그러니까 그냥 흔히 있는 소란이라고 생각하고, 맘 편히 먹어.”
롤러코스터 탄 것처럼 말이지.
그리 말하고, 나중에 있을 일을 위해 힘을 가다듬으려는 순간.
“음. 스승님?”
갑자기, 아까부터 조용하던 제자2 깨서 날 불렀다.
“넌 또 왜.”
“저기, 창문에 이상한 거 저만 보이나 해서요.”
뭔데?
그리 생각하며 백시현이 가리키는 창문으로 고개를 돌리자.
확실히 이상한 게 있었다.
구름 사이에 숨어 다 보이진 않지만, 몸통 부위와 날개, 목 정도의 생김새는 확인할 수 있었다.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깃털에.
얼핏 보면 우아하기까지 한 유려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새의 몸통.
슬쩍 보고 ‘학인가.’하고 생각했지만.
곧 그 생각을 바꾸었다.
이딴 고도에 새가 있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했으니.
구름 사이로 고개를 치켜든 거대한 학.
그 머리에는, 있어선 안 될 것이 붙어있었으니.
피부 없는 사람의 얼굴.
그것은 눈꺼풀이나 입술도 포함되어있었기에.
충혈된 눈은 비행기를 향했고.
찢어진 입에는 이빨 대신, 수없이 많은 바늘이 가득 차 있었으니.
저런 거 본 적 있었지.
인면조였나.
와, 무협 본부 가까워졌다고, 괴수도 무협 풍으로 줬나 봐.
아니 씨발 진짜.
얼핏 봐도 최소 B급 괴수네.
덩치만 봐도 최소 비행기 크기고.
저걸 왜 레이더로 못 찾은 건데?
그런 생각에, 비행기 상주 영웅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괴수를 발견조차 하지 못했는지, 조용히 마음만 가다듬고 있을 뿐이었다.
하 씨발.
저거, 영웅 놈도 B급 정도라 잘못하면 비행기 터질 것 같은데.
하는 수 없지.
“시현아, 아빈아.”
“넵!”
“…왜 그러세요?”
백시현은 힘찬 목소리로 대답을 되돌렸지만.
한아빈은 내 목소리에 담긴 귀찮음을 감지했는지, 묘하게 불길하다는 느낌으로 답했다.
“저 괴수 A~B급으로 보이거든? 저놈이 잘못하면 비행기 터질 것 같으니까, 가서 잡자. 오늘은 공중전 특훈이라고 생각해라.”
나도 공중전은 특기가 아니니 가르쳐줄 건 많이 없다만.
시현이는 무기 생성도 되고, 아빈이는 활이 주력이니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 생각하고, 망치를 생성하여 어깨에 짊어진 다음.
“아, 실례합니다. 좀 지나갈게요.”
좁디좁은 좌석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자.
“잠깐, 저거 뭐야?”
“괴, 수…. 인가?”
그제야 비행기를 향해 거대한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는 괴수를 발견했는지.
비행기에 소란스러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손님? 자리로 돌아가 주시….”
그 와중에도 프로 의식을 발휘하며, 나에게 달라붙는 승무원들이 있었지만.
“비켜.”
설명할 시간이 없어 승무원을 무시하고 지나쳐 문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평소처럼 힘으로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열려던 순간.
“사람이 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사람?
곧바로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정말 사람이 보였다.
날개 위에 서 있는 사람이.
긴 꽁지머리와 보랏빛 무복을 흩날리는.
긴 환도를 허리춤에 찬.
한 명의 무인.
그를 보고, 나는 얌전히 망치를 회수한 후.
“돌아가자.”
“으힝?”
“예? 선배님? 갑자기 왜….”
당황하는 두 제자를 무시한 채.
아직도 소란스러운 좁은 좌석을 지나, 자리에 복귀한 후.
사람이 서 있는 날개 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괴수의 덩치와 비행기 안의 비명이 조금씩 커졌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날개 위에 서 있었고.
괴수가 그 거대한 입을 벌리며, 입안 가득한 바늘을 우리 쪽에 공개할 때쯤.
철컹.
들리지 않을 터인 금속음과 함께.
그가 검을 뽑아 오른손에 들었고.
오른팔이 나지막하게 흔들린 순간.
섬광이 일었다.
대략, 열한 번 정도의 섬광.
‘더 빨라졌군.’
그것을 본 내 감상은 그 정도뿐이었다.
어차피 그가 저 인면조를 아무 피해 없이 처리할 것을 알기에.
내 사형은, 머리가 빈 바보지만.
인명을 경시하거나, 폼 잡겠다고 적을 놓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그레이 이터 때도, 사용한 기술이 문제였을 뿐. 제 할 일을 다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섬광이 지나간 자리엔.
깔끔하게 잘려 나가 동강 난 채.
피를 흩뿌리며 떨어져 내리는 괴수와.
날개 위에 꼿꼿이 선 채.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환도를 납도하는 바보만이 남았으니.
‘잘 처리됐군.’
그럼 이제, 비행기만 어떻게 하면 되나.
저 바보가 왔으니, 아마 관리국도 대처반을 보내겠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힘을 가다듬으려 생각한 순간.
갑자기, 비행기의 떨림이 멈추고.
양옆을 가득 채웠던 불꽃과 검은 매연도 잦아들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누군가가 비행기 전체를 조정하고 있다는 뜻.
생각나는 사람은 한 존재밖에 없었기에.
다시 그를 보자.
그는 눈을 날카롭게 뜬 채, 손을 흔들고 있었다.
유려하게, 천천히.
마치, 춤을 추듯.
아무 의미 없이 갑자기 춤을 출 정도로 바보는 아니니까.
그 손의 움직임이. 비행기를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마치, 염동력처럼.
어…. 저게 뭐더라. 어디서 읽었는데, 무협은 전공이 아니라서 영….
아, 그래 기억났다. 허공섭물인가.
진짜 쟨 왜 저런 잡기술만 잔뜩인 걸까.
분명 같은 스승에게서 배우고, 같은 단련법으로 수련했는데 말이지.
뭐, 그래도 지금은 잘했지만.
그렇기에.
비행기 내부에 울리는 환호성을 뒤로하고.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고자.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