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86)
마법소녀 아저씨 287화(286/671)
287. 연맹 본부(1)
그렇게 우리는 산을 탔다.
무인 연맹 본부는 산에 있으니, 당연한 일.
다만, 그 산이라는 것이 조금 제정신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매번 체력 부족으로 고생하는 한아빈에게 내가 미리 이번엔 괜찮은지 물어봤을 정도니까. 그에 아빈이는 자신도 꽤 성장했으니 괜찮다고 답했었지만.
“…죽겠어요.”
지금은 땀을 뻘뻘 흘리며, 그리 말하는 것을 보니, 아마 그리 말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조금만 더!”
내 어깨에 매달린 운호가 그런 아빈이에게 응원을 보내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당사자가 아닌 내가 들어도 약 올리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더 악랄한 것은, 아마 저것이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
옛날 같았으면 그냥 운호를 절벽 아래로 집어 던졌겠지만.
마법 왕국에서 겪은 사건도 있어, 운호에게 조금 유해진 나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꾸애애액, 매듭 목도리라니!”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없도록 입 부분과 꼬리 부분을 묶어 버린 다음, 목에 두르는, 평화적이면서 온건한 해결 방법으로.
그로서 주변이 조금 조용해지고, 죽는소리를 낼 법한 아빈이는 불평불만을 참고, 격한 호흡만 내뱉으며, 조용히 우리 뒤를 따랐다.
아빈이는 무리하는 경향이 있어, 나 또한 혹여 아빈이가 쓰러질 때를 대비해 계속 신경을 쏟고 있으니,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현 상황을 봐도 그렇지만.
정말로, 이 산은 제정신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본부인데 그렇게 심하겠어요?’
한아빈은 출발하기 전에 저런 말도 꺼냈었는데.
아마, 저 말을 꺼낸 것도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본부가 자리한 산의 풍경을 보았으니, 조금 생각해 보았으면 이해했을 텐데 말이다.
왜 관리국 지부가 산이 아니라 평야에 있고.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무인들이, 왜 굳이 산이 아닌 평야에 제 도장을 차렸는지 말이다.
“와! 스승님, 보세요! 저 이런 것도 가능해요!”
그 와중,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절벽에 손가락을 꽂은 후, 팔을 쭉 뻗어 손가락 힘만으로 온몸을 지탱하는, 기적의 체술을 보여 주는 백시현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나도 저런 거라면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긴 하지만.
굳이 저런 것을 하는 시점에서 시현이의 정신 연령이 어리다는 증명이 아닐까.
그건 그렇다 치고.
“시현아, 절벽 훼손하면 안 되니 하지 마라.”
혼내야 할 것은 혼내야지.
이 절벽은 부속물 하나 없는, 온전한 자연 그대로의 기암절벽이기에, 저리 절벽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제 목숨이 걸린 긴급 상황이나, 올라타는 도중 힘의 제어에 실패해서 어디 부숴 먹는 정도라면, 정상참작을 해주겠지만.
저런 건 단순한 퍼포먼스니, 변명의 여지도 없다.
“네!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 말하고, 다시 얌전히 절벽을 타는 백시현.
저렇게 분위기를 띄우는 백시현도, 자신의 활기참을 다 내보이지 못하고 낑낑거리며 절벽을 타는 걸 보면 이 산이 얼마나 막장인지 알 수 있다.
자연 상태 그대로라 제대로 된 요철도 없으며.
요철이 없으니 기계적인 안전장치를 걸 수도 없는.
오로지 맨손 등반만을 용납하는 정신 나간 암벽 등반.
절벽의 각도는 수직 정도면 애교가 넘치는 편이고.
수직을 넘은 오버행 각도.
즉, 사실상 절벽이 이쪽으로 기울어진 느낌을 받거나 아예 천장에 매달리는 것처럼 수평 기울기 같은 상황이 빈번한 미친 절벽.
일반인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힘 있는 영웅도, 자신의 육체에 어지간히 자신이 있지 않은 한, 질려 할 만한 장소.
그런 산의 꼭대기에, 무인 연맹 본부가 있다.
개폼 잡는 것도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수준.
본부에서 먹고 자는 이들이 아니라면, 매일같이 이 절벽을 오르내리며 출근한다는 뜻이니.
본부 인원들이 어지간한 강자인 이유가 있다.
까고 말해, 매일 출근만 해도 어지간한 하드 트레이닝 이상이니.
“제자들 훈련이라도 하시나요?”
“아, 그렇죠. 뭐.”
“안전 요원 혼자 하시기에는 힘들어 보이시는데 도와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당장 지금도, 바로 옆에 무인 한 명이 태평스레 절벽을 타고 오르며,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힘의 총량만 따지자면, A급인 시현이의 삼분지 일 내지는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그 속도는 시현이의 몇 배 이상.
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니, 그때마다 아빈이의 눈이 흔들렸지만.
뭐, 이런 것도 다 훈련이다.
나야 뭐, 그냥 팔 하나로 대충 튀어나온 돌을 잡아채고, 순수하게 팔 힘만으로 몸을 위쪽으로 내던진 다음, 추락하는 도중 새 돌을 잡아채며 점프하듯이 올라가고 있으니 훈련은커녕 아무 생각이 없지만.
* * *
그렇게 몇 시간가량이 걸려 올라온 정상.
그곳에는 아래쪽에서 본 것처럼, 어떻게 지었는지도 모를 건물들이 절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고.
그나마 좀 평평한 땅에는 하나도 빠짐없이 거대한 건물이 들어서 있다.
누군가는 이 건물을 어떻게 지은 거냐고 묻겠지만.
돈과 기술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는 법이다.
그리고, 관리국은 둘 다 있으니.
당장 지금도 어떻게 올렸는지 궁금해지는 중장비가 증설 작업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절벽 끄트머리에서 작업하고 있는 것을 보니, 보통 강심장이 아닐 것이다.
생명 수당도 짭짤하게 나오겠지.
그런 자잘한 풍경 외에도, 도착 지점에는 탈진해 쓰러진 한아빈과.
그래도 힘든 기색은 비치고 있는 백시현.
매듭을 풀어 주었더니, 어느새 잠들어 버린 빌어먹을 페럿이 하나.
저리 셋이 존재했으니.
위쪽 둘에게는 물과 수건을 주었지만.
아래쪽은 찰흙처럼 뭉친 다음, 허리에 찬 배낭 안으로 쑤셔 넣었다.
아마 지금쯤 잡동사니랑 섞여서 기괴하게 뭉쳐 버렸겠지만.
저 상황에서도 잘만 자는 것을 보아하니, 그리 불편하진 않을 것이다.
아무튼, 연맹 본부에 도착했다.
아빈이도 마지막에는 거의 죽어가긴 했지만, 도움 없이 돌파에 성공했고, 조금은 걱정했던 백시현도 큰 실수 없이 주파했으니.
제자들의 체력이 정말 좋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구력이나 체력은 대련으로 알아내기 힘든 분야니 이렇게 체크해야지.
아마, 지금의 한아빈이라면 난지도에서 쥐 애들이 질주하는 것도 어떻게든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저, 선배님?”
칭찬받아 마땅한, 지쳐 쓰러진 한아빈이 입을 열었다.
“왜 그러냐.”
그녀는 내가 아닌, 어딘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지만.
아빈이의 시선이 향하는 장소는 나도 지금 보고 있기에, 나도 아빈이에게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지금 저희는 그 까마득한 절벽으로 올라왔죠?”
“그랬지.”
“그럼, 저건 뭔가요.”
‘저거’라면, 아마 아빈이의 시선의 끝에 존재하는 것을 말하는 거겠지.
헬리콥터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과
순간 이동 장치라도 쓰는 듯, 허공에서 등장하는 사람 집단.
즉, 절벽이 아닌 장소로 등단한 사람들.
“당연히, 다른 수단으로 올라온 사람들이지.”
아빈이가 하고 싶은 말은 알고 있지만, 굳이 이리 답했다.
“…왜 저희는 저거 안 쓴 거죠?”
“훈련해야지. 저건 영웅이 아닌 일반인이나 긴급 상황 때 쓰는 거니까.”
아까 너도 봤잖냐.
너랑 비슷한 힘을 가진 영웅이 거의 뛰어가듯이 절벽 주파하는 거.
그게 다 단련의 차이란다.
“…물어본 제가 잘못이었네요.”
그렇지.
영웅의 일상생활은 그런 법이란다. 아빈아.
훈련–막노동–이계 놈들 퇴치–잠–훈련–막노동–막노동 사이클이라는 회색빛 인생이지.
어째 막노동 사이클이 많은 것 같지만.
그건 내가 가진 게 체력과 힘밖에 없는 덕에 기반 공사에 자주 끌려다녔던지라 그럴 뿐이고.
평범하게는 훈련-퇴치-잠 사이클이라는 조금 덜한 회색빛 인생이지.
요즘 애들은 저기에 SNS 활동이니 TV 출연이니 끼어있겠지만.
나는 그런 영역을 모른다. 하하하.
아무튼.
“좀 더 쉬려면 시현이랑 쉬고 있어라. 본부에는 나만 가도 되니까.”
여기까지 제자들을 끌고 온 이유에 훈련 겸 제자 소개도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이유니.
어차피 연맹에선 며칠 더 머물거니, 꼭 오늘 소개할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럼 절벽 등반은 또 해야 하겠지만.
“…여기 뭔가 볼 만한 게 있나요?”
“애들 단련하는 게 볼 만하지.”
아까 말했듯이, 저 기암절벽을 평범하게 타고 오르는 애들이 본부 무인들에겐 기본이니까.
제자들의 질이 오르면 훈련의 질도 오르는 법이다.
과거 망치 하나 꼬나들고, ‘새끼들아, 다 덤벼.’ 하면서 108대 1 맞짱을 뜨다 보면 참 즐거웠지.
“…그냥 따라갈게요.”
그러렴.
뭐, 애들 땀내 나는 거 보기 싫을 수도 있지.
아무튼 같이 간다고 말했으니, 제자들이 숨을 돌리길 잠시 기다렸고.
아빈이가 숨을 돌리며 일어나는 걸 신호로, 좁은 길을 걸어 나갔다.
산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포인트는 좁고, 그 와중에도 제 자리를 넓히고자 하여 완성된 좁은 길.
어떻게 해도, 이용하는 사람 대비 길이 너무 좁아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 같지만.
다른 사람의 머리를 뛰어넘는다든가.
지붕 위를 타고 넘는다거나.
수직인 벽을 걸어 다니는 등, 기괴한 행동으로 자연스레 각자가 멈춤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제자들은 그것이 신기하다는 듯, 조금 전까지의 고생은 까맣게 잊어버렸는지 감탄사를 내뱉기 시작했다.
나야 자주 보던 광경이라 별 감흥이 없지만.
일반인 없이 영웅들만 대량으로 모이는 장소는 이렇게 일반적인 상식이 파괴되기 마련이다.
특히 각성한 지 1, 2년이면 모를까.
무인이나 마법사처럼 내려온 힘보다는 제 지식에 기반하는 경향이 클 경우, 영웅 생활 자체가 길어지는 경향이 있고, 이야기를 다 끝낸 이후에도 이런 장소에서 후인 양성이나 연구 등으로 속세와 멀리 떨어지면, 일반인의 상식과는 많이 어긋나기 시작하는 법.
아마 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들은 본인이 이상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각조차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상식적인 사회상 자체를 엉망으로 만드는 광경을 넘어, 도착한 연맹의 본부.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산 전체가 본부이긴 하니 조금 다르겠지만 아무튼.
다른 건물과 다르게, 오히려 장식이 거의 없어 역으로 눈에 띄는 곳. 지금은 열려있긴 하지만, 손 탄 대문이 가장 앞에 자리하고 있었고.
대문 안에는, 여러 행사나 대련에 사용하는 넓은 연무장이 있었다.
수행으로 시끄러운 다른 곳과 달리, 그 어떤 제자도 키우지 않아 한산하고 조용하기 그지없었지만.
연무장의 정중앙.
그곳에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음에도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보랏빛 무복을 펄럭이며.
목에 건 천으로 팔 하나를 받치고 있는 이.
즉, 어젯밤에 팔이 박살 난 지안평 바보 놈이 중앙에 서 있었고.
바보는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지 눈을 감은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은 블랙 머라우더가 아닌, 평범한 마법소녀 이하람이었기에.
바보짓을 하는 내 사형에게 한 소리를 늘어놓고자, 대문을 넘어 마당에 들어선 순간.
펄럭.
무복이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막대한 바람을 두르고, 천하일검이 우리 앞에 내려섰다.
“히익.”
“엣?!”
갑작스러운 등장에 제자들은 당황했지만.
나는 돌진의 중간 과정을 놓쳤을 뿐.
천하일검이 날아오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기에 당황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뭐 하냐 바보야.”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었지.”
언제 올 줄 알고?
맹주가 그러고 있으면 아랫사람들이 참 좋아하겠다 그치?
그리 빈정거리고 싶지만.
저 돌대가리한테는 씨알도 안 먹힐 테고,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서로 무기를 뽑고 여기서 2차전을 벌일 것을 알았기에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아, 그래. 그레이 이터 때 이후로 오랜만이지? 저번에 봤던가?”
“에? 아, 천하일검 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천하일검 아저씨!”
두 제자는 이제야 저 바보가 천하일검인 걸 알았는지 인사를 던졌지만.
천하일검은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턱을 붙잡은 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야, 인사 안 받냐. 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난리야.”
그 행동에 묘하게 기분이 나빠, 그리 소리를 내뱉자.
“아, 미안하군. 생각할 게 있어서 말이지. 모두 간만이군.”
천하일검은 입으로는 그리 말하면서도, 계속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니, 뭐 하는거냐 너?”
그에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한 마디 내뱉자.
“…역시 다른 사람 아닌가?”
천하일검은 결국 내게서 시선을 떼고, 멍하니 혼잣말을 내뱉었다.
“뭐가?”
“어젯밤에 블랙 머라우더를 만났는데 말일세. 분명 싸울 때는 그대라고 생각했건만, 막상 이렇게 자네와 마주 보니 다른 사람이라고 느껴지는군. 흠, 그만큼 잘 복제되었단 의미인가? 과연 우리 문파쯤 되니 복제 괴인도 질이 다르군그래.”
…뭐라고?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었기에, 재차 질문을 던지려 했지만.
“블랙 머라우더를 만나셨어요? 어디서요? 어떻게요?”
블랙 머라우더라는 단어에 반응한 백시현이 폭주하며 달려들었고.
“아, 어젯밤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지. 이 팔이 그 훈장일세.”
“정말요? 어떻게 싸우셨어요? 공격 방식은요? 팔은 뭐에 맞은 거예요?”
“아, 그거라면….”
곧바로 내가 끼어들 틈을 주지도 않고 대화를 이어갔기에.
또 조금 생각해 보니, 내가 블랙 머라우더임을 밝히지 않고 질문을 던질 방법도 당장은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기에.
그렇게 내 의문은 허공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