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90)
마법소녀 아저씨 283화(290/671)
283. 조각난 검은 밤.
밤을 뜯어 몸에 두르고 어둠이 내려앉은 무인 연맹을 내달렸다.
일반적인 무협 영화 등에서 밤은 어둡게 묘사되지만, 무인 연맹의 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밤이 되면 낮보다 활발해지는 면이 있으니 말이다.
빛 아래에서, 망치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 서로를 향한 목소리로 가득했던 도시는.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려앉자, 철과 전투로 가득했던 도시는.
술과 웃음. 그리고 그림자의 도시가 되었다.
지금 내가 보는 한 도장처럼 말이다.
아침 시간에 어떤 도장이었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등불처럼 보이는 전기 등으로 희미하게 주변을 밝힌 채, 탁 터버린 벽 주변에 탁자를 배치하고, 술집을 운영하고 있다.
저런 대규모 상업 활동 외에도, 간단한 면류 음식을 파는 노점이라거나 공연을 하는 극장도 보인다.
낮에도 평범하게 극장이라거나 식당, 상점 등이 보였지만, 번화가보다는 외곽 지대에 생활을 위해 배치된, 도시 구색을 갖추기 위한 공용 시설처럼 보였다면.
밤이 되자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힌 번화가는, 마치 평범한 먹자골목처럼 보인다.
물론, 여전히 운영하며 불똥을 사방에 뿌리는 대장간이나.
이 시간에도 열심히 수련하고 있는 도장이 보이긴 하지만, 아침과는 반대로 그쪽이 소수파.
그런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며, 밤의 어둠 속에 숨어 옥상을 뛰어다니는 사이.
“에이이이! 이 망할 세상 같으니! 놔 이것들아!”
어디선가, 묘하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시선을 옮겼다.
거기엔, 술에 잔뜩 취했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한 남자가 보였고.
“문주님! 그만두셔도 됩니다! 아까 그분이 가실 때도 현판만 어떻게 하겠다고….”
무인 주변에는, 금박이 대충 떨어져 나간 무복을 입은 무인들이 술을 잔뜩 마시고 맛이 간 무인을 붙잡고 있었다.
“그걸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 그건 우릴 신경 쓸 가치도 없다고 한 거라고! 무인으로서 굴욕을 씻으려면 이 방법뿐이란 말이다!”
그리 외치며, 바리캉을 들고 설치는 그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금색이라곤 눈도 찾아볼 수 없는, 촌스럽기 그지없는 디자인의 무복을 입고 그리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내 생각 이상으로 인망도 있는지, 지저회의 수련자들과 친구로 보이는 무인들이 그를 말리고 있지만.
B급 영웅의 힘 때문일까. 결국, 술 취한 몸부림에 자신의 손을 붙잡던 이들이 떨어져 나간 순간.
위이잉.
어두운 밤의 소란스러움을 가르는 기계음이 울리고.
금색 머리칼이, 허공에 흩날렸다.
…어째 좀 미안하네.
블랙 머라우더 모드가 아니었다면, 나름대로 무인으로 인정했으니 놔둔 거라고 말이라도 해 주겠지만….
나중에 들려서 보법은 훌륭했다고 말이라도 해 주자.
이미 날아간 머리칼은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없지만 말이다.
어째 방식이 뒤틀리긴 했어도, 저자 나름대로 무인으로서 명예를 가지고 있단 사실을 알았으니.
보법만 보았을 때에는, 무인으로서 최소 선은 된다고 했었지만.
지금 보니 그냥 센스 없고 명예욕, 금전욕이 있을 뿐인, 평균적인 무인은 되는 것 같다.
술김이라곤 해도, 자기 머리를 날려 버릴 정도의 각오가 있다면.
그러니까. 이름이 김…금…. 금환이었나?
뭔가 미묘하게 다른 것 같은데.
아무렴 어떠랴. 나중에 다시 만난다는 것만 기억하면 되지.
그보다 중요한 건, 어두운 골목 사이사이에 있는 이들이다.
번화가가 밝아진 만큼, 그 빛을 대신하여 더욱 어두워진 골목길.
거기엔, 정도를 벗어난 이들이 존재한다.
소규모 도시라고 해도, 온 세계에서 무인이 모이는 덕에 많은 인구가 밀집된 장소.
그런 장소를 완벽히 관리하는 것은 관리국이라 한들, 힘든 일이다.
당장, 괴인 결사만 해도 재수 없게 위치가 특정되어서 폭격을 처맞은 것만 빼면, 아예 미국에 빌딩도 세우고 잘살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아무리 각성하는 인물 대다수가 통계적으로 선 성향에 치우쳐 있다지만, 낮은 비율로 빌런들이 발생하는 것은 분명한 현실.
그런 이들에게 있어, 난지도와 같은 완전한 치외 법권은 좋은 보금자리고, 이렇게 일반인과 영웅이 섞이는 도시는, 좋은 수입원이다.
하지만, 본인들도 덜미가 잡히면 관리국이 오만 수단을 동원하여 조직을 박살 낼 것을 알기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그들을 뒤쫓을 수 없지만, 그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선량한 이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이상, 꼬리는 밟히기 마련이다.
아침에 일반인을 상대로 가짜 무공서를 판매하던 사기꾼.
형으로서 성립조차 하지 않는 무공을 수련시키는 도장.
밤이 되어 그들이 문을 닫고 향하는 장소를 찾아보는 전통적인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그들 또한 그것을 알고 있기에, 수많은 수단을 동원하여 미행을 방지하지만.
그 방면에 극도로 특화된, 나를 피할 수는 없다.
물론, 일반적으론 미행 실력이 좋아도, 시선을 피할 방법이라면 여럿 있지만.
내가 누구던가.
관리국에서 암살팀도 해 보았고.
괴인 결사라는 세계 최대의 악당 결사가 성립하는 것을 도왔으며.
필요할 때는 여자아이 스파이로서 현장에서 뛰던….
…마지막은 그렇다 치고.
아무튼, 그런 영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자들이 행하는 잔재주 정도는 손금 보듯 알고 있다.
다만, 그렇게 본거지를 들킨다 한들, 명백한 증거를 찾지 못하면 잠깐 장사를 접는 정도로 끝나지만.
지금의 나는.
블랙 머라우더다.
너무나도 큰 문제를 일으켜, 비밀리에 암살팀을 파견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초법적인 수단.
그렇기에.
목표로 삼았던 쓰레기들의 가게가 있던 주변 건물 옥상에서.
밤을 두르고.
모든 마력을 뇌리에 집중하자.
급격하게 모든 감지력이 높아진다.
뇌가 감당할 수 없는 정보로 불타기 시작하고, 온몸의 감각 신경 하나하나가 감당할 수 없는 전기 신호로 파괴되어 가지만,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복원된다.
그로서 얻어낸 막대한 탐지 범위에서 흘러드는 감각은, 거대한 포효가 되어 나의 존재를 고립시킨다.
스스로를 죽일 것을 각오함으로써 손에 넣는, 막대한 탐지 능력.
이것을 사용하는 것은, 그레이 이터 때 모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나, 퀼프 사건 때 모든 것을 파악하기 위한 것과 같이, 극도로 제한적인 조건하에 성립되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다르다.
새로이 손에 넣은 재생 능력과 이계에서 날 갉아먹던 수많은 감각을 거르면서 생겨난 필터링 능력.
완전하진 않지만, 손에 넣은 그 두 능력을 통하여.
나는 옛날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범위를 탐지했고.
‘애고고, 오늘은 영 아니네. 쯧. 오늘은 주변에 도장 깨기니 뭐니 해서 무인 놈들이 너무 몰렸어.’
자신을 계속해서 죽임으로써 얻는 고통을 넘어.
목표로 한 존재를. 찾았다.
저 너머 골목길 안쪽.
인지 저하 기술, 은신계 보법, 위상 변화 마법까지 사용한. 거물의 위치를.
그렇게 대상을 찾고, 증폭된 인지능력을 거두며.
파악이 완료된 목표 장소로 도약하려 발을 구른 순간.
“뭐야? 육체네?”
‘내’가 이미 거기 있었다.
이미, 목표로 한 장소에.
그렇지만, 내가 그 장소에 벌써 도착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빌딩을 도약하며 위치로 향하고 있고.
목표 지점에 또 다른 내가 있다는, 나눠진 인식이 뇌를 지배했을 뿐.
바람이 날 스치고 지나간다.
어둑한 빛이 선을 만들며 뒤로 사라진다.
“넌 뭐냐?! 어디서 들어왔지?”
귓가에 진부하기 그지없는 악당의 말이 들린다.
쾅.
당황한 탓일까, 어딘가를 부숴 먹으며 도약했다.
손을 들어 올리자.
듬성듬성한 검은 입자로 된 몸이 보인다.
마치, 제쓰처럼.
온전한 몸이 아니고, 검은 입자로 다닥다닥 점이 찍혀, 그 형태를 만들어 낸 것 같은 몸이.
탕.
한 번 실패를 겪었으니, 힘을 조절한 맑은 소리가 들리고.
목표 지점에 시야에 들어온다.
내가 어떤 상황인가를 인지하자, 해야 할 일을 알았다.
모자란 힘을, 주변을 삼킴으로써 완성하여야 한다.
마지막 발길질로, 허공을 달린다.
이제, 남은 것은 인력의 영향을 따라, 대상 위치에 내리꽂히는 것뿐.
손을 뻗었다. 대상은, 시끄러운 빌런들.
무기를 꺼내, 나를 위협하는 대상.
쿵.
자기들의 본거지이기 때문일까.
겉보기와 달리, 안쪽에 철판을 둘러 단단한 벽을 빠루와 발차기로 박살 내며, 안으로 들어섰다.
듬성듬성한 몸 탓에 무기들이 날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무시하고.
가장 가까운 적의 목을 붙들고, 본능이 시키는 대로 대상을 쥐어짜 냈다.
힘이 몰려든다.
적이 가지고 있는, 이계의 힘이, 손을 타고.
목이 붙잡힌 적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모자란 몸이 실체를 갖추는 것을 알 수 있다.
“괴물이다! 괴인이 침입했다!”
거리와 위치 탓에, 비슷하지만 다른 목소리가 두 번 겹쳐져서 귀에 들린다.
괴상한 감각이지만, 내 뇌는 익숙하게 그것을 처리했고.
쾅
내가 부순 벽의 소음과 파편을.
지하에 있는 내가 뒤집어쓴다는 진귀한 경험을 거쳐.
나와 나는 서로를 마주했다.
나는 손아귀에 붙잡힌, 힘이 모두 빨려 창백하게 변한 빌런 녀석을 구석에 집어 던졌고.
빠르게 모든 것을 뚫고 온 탓에, 검은 드레스가 회색빛으로 더러워진 나는 검은 입자로 이루어진 나를 바라보았다.
나와 디자인이 조금 다른,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것.
대충 C급 빌런의 힘을 모두 빨아먹어도 육체를 완성하지 못했는지, 여기저기 듬성듬성 비어있는 데다가.
모든 것이 검은색으로 된 채, 명암만으로 그 형태를 구성하고 있는 나.
그런 나에게 온전한 것은 검붉은 색을 띤 빠루 하나뿐이었으니.
그런 존재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너는 누구지?”
이상한 질문인 것은 나 둘 모두 알고 있다.
본질에서 서로가 자기 자신임을, 이해할 수 없음에도, 알고 있으니까.
검은 입자인 나의 행동은 내가 생각해서 한 것이고.
저것이 빨아들인 힘 또한 나에게 전해져왔다.
그렇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나에게 저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저것이 등장하자마자 한 행동.
처음의 한마디.
‘뭐야, 육체네.’
그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행동이며, 내가 행한 행동도 아니다.
비록 저 어중간한 인간의 모습의 존재가 나 자신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저 안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섞여 있다.
그렇기에, 나는 질문을 던졌다.
나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존재에게.
그러자, 그것이 웃었다.
나는 웃을 생각이 없었으니, 안에 있는 존재가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리라.
“알잖아, 여왕에게 들었으니.”
모든 것을 알려 주는 문장이자, 의문만을 남기는 문장.
“그나저나, 확실히 빠르네. 방법이 엉망이긴 하지만, 혹시 이번엔….”
그녀가 말을 할수록, 나와 똑 닮았던 생김새는 조금씩 일그러졌다.
색은 검은 그대로였지만.
나와 비슷한 디자인이었던 옷은 점차 다른 디자인으로 변했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부끄러운 고딕 드레스에서.
너덜너덜한 누더기 코트를 걸치고, 그 안에 거북넥 셔츠와 바지를 입은 형태로.
그렇지만, 내가 아니게 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손을 움직여, 바뀐 코트를 들춰 볼 수 있었고.
주도권을 확인하고자 손을 흔드는 것도 가능했으니까.
다만, 표정과 입만큼은, 내가 제어하지 못했다.
기괴하게 뒤틀린, 웃는 표정.
그리고, 이어지는 말까지.
“방식이 영 이상하긴 하지만, 구현은 성공이네. 아쉬운 점은 네가 어떻게 한 건지 모른다는 점일까.”
나와 다른 나.
그는 이렇게 현실에 떨어져 내렸음에도, 과거 만났을 때처럼, 확실하게 무언가를 말해 주지 않았다.
그에, 나는 질문을 던졌으니.
“이쯤 되면 확실하게 말해 줄 때도 되지 않았나?”
“아니, 못해. 아, 그리고 나 소멸한다. 잘 있어.”
너무나도 단호한 대답.
그리고, 이어지는 예상치 못한 말.
그것이 끝나자.
검은 입자로 된 나는 붕괴했다.
마치, 처음부터 입자로 존재했다는 듯, 형태가 무너졌고.
그 입자는 내 블랙 머라우더 복장이 집어삼켰으며.
내 몸이 두 개가 된 듯한 기묘한 감각은, 뇌리에 어떤 자취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
의문이 늘었다.
어떻게 내가 둘이 된 건지.
내 안 혹은 마력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만 나오던 그들이, 어떻게 현실로 내려왔는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지만.
생각하는 것을 멈추었다.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이것은, 내가 나아가야 하는 길에 하나씩 떨어지는 정보일 뿐이다.
언젠가, 그 끝에서 모든 것을 알아야 할 때, 알 수 있을 테니.
그러니, 앞으로 나아가자.
고민할 시간조차 아까우니.
“그러니, 우선.”
눈앞의 단죄해야 할.
바퀴벌레처럼 흩어져 도망친 버러지들을 쓸어 버릴까.
그렇기에, 웃으며, 어두워진 지하를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