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96)
마법소녀 아저씨 296화(296/671)
296.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다.
유밀 표 불꽃놀이가 일어난 밤으로부터, 대충 나흘이 지났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요약해 보자면.
아무 일도 없었다.
관리국은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천하일검과 유밀이 만나고, 유밀이 망치를 빼 들어 전투가 일어난 약 1분간.
그동안, 무인 연맹 본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기록했다.
위성부터, 예언, 천리안, 기타 등등 여러 수단으로도.
어떤 기록도 남지 않았다고.
집히는 것이 있어, 범인으로 예상되는 이들에게 질문을 건네자.
* * *
“너희가 그랬냐?”
“퀼프 덕이죠. 실제로는 1분을 조금만 초과해도 검증부서 초능력자의 이중맹검 백업 시스템으로 정보 교란을 알아차리고 복구되지만, 다행히 1분 안으로 해결되어서 들키지 않은 모양입니다.”
뭐, 그런 내용이었다.
이중맹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뒤이어, 소년의 모습 대신, 머리통이 알전구인 채, 대충 만든 인간 형상 빛덩이 몸으로 둥둥 떠다니는 세이니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입이 없긴 하지만.
“이 난장판이 난 걸 보면, 퀼프가 연맹으로 오고, 제가 정보 교란을 해야 했을 것 같기도 한데, 그럼 유밀이 그 기술을 쓴 걸 들켰을 테니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 된 셈이죠.”
하핫.
세이니는, 자신이 죽을 위험에 처했었음에도, 제 머리통의 전구를 빛내며 그리 웃었다.
정말, 속 좋은 녀석들이다.
아무튼, 저렇게 세이니가 말한 것처럼.
관리국은 온전한 정보를 얻지 못해, ‘습격이 있었다.’라는 사실만을 증언을 통해 얻어 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유밀의 진홍빛 망치처럼 말이다.
유밀이 깨어난 것은, 사건으로부터 사흘 후의 이야기.
“상태는 좀 어떠냐.”
“죽겠네요. 누구 덕에.”
미안하다고 했었잖냐.
그렇지만, 다시 한번 그런 분위기의 사과를 입에 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선에 비치는 유밀의 상태가 워낙 처참했기에.
어찌어찌 죽진 않은 모양이지만.
몸 여기저기에 실금이 생겨서, 조금만 움직여도 굳어 버린 피부가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망치를 잡았던 오른팔과 열기에 맞닿았던 우반신은 소실되었다.
그렇다고 왼쪽이 멀쩡한가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왼 다리는 거의 막대와 같은 형상이 되었고.
왼손은 마비 상태.
요약하자면, 숨만 붙어 있는 상태.
그런 꼬락서니가 되어, 결사가 보유한 대형 병원에서 입원해 있는 중이시다.
그 덕에, 지금의 결사는 정말 돈이 썩어 난다는 사실 정도는 알게 되었으니.
결사가 보유한 대형 병원, 조금만 둘러보면 평범한 사람들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일부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서면, 인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야 할 존재들이 활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걸 무어라 불러야 할까. 괴인 전문 병동?
뭐, 대충 그런 병원이다.
그렇기에, 유밀도 몸 상태가 저리 난장판이긴 하지만,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나름대로 호사가 넘치는 담당 의사도 붙게 되었다.
그 담당 의사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유밀! 나쁜 말 안 돼!”
그리 말하며, 치덕치덕 검은 진흙을 바르는 이.
“…그렇게 나쁜 말은 아닌걸요.”
유밀은 자신을 치유해 주는 존재이자, 자신의 아득한 상관에게 강하게 대꾸하긴 힘든지, 약하게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안 돼! 그렇게 나쁜 말을 하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아무 상관관계도 없잖니.
그래도 뭐, 귀여우니 됐나.
그리 생각하며, 린슈아가 새로이 유밀에게 진흙을 넣어 주는 광경을 미소 지으며 보고 있자.
“넌 뭘 웃고 앉아있어, 이 화상아.”
파직.
전기 스파크 소리와 함께.
“꿬.”
주먹이 내 옆구리에 박혀 들었다.
예상치 못한 일격을 받은 덕에, 내 입에서는 괴상한 소리가 나왔으니.
“아니, 내 잘못인가? 물론 나 때문에 계획이 시작된 거긴 하지만, 저 꼴이 난 것까지 내 탓이라고 하면….”
솔직히 내 잘못이 있는 건 맞지만, 과반은 안 넘을 것 같은데.
그리 호소해 봤지만.
“야밤중에 빌런 때려잡으러 간다고 해서 경계 수위 높인 사람은 누구였지?”
음. 그건 나 맞지.
그리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뱉기도 전.
파직.
전기 가속 싸다구가 내 등짝을 후려쳤다.
“그래, 네 잘못이지. 그럼 빤히 쳐다보다가, 상황이 망할 것 같으니 그제야 달려간 사람은 누구였지?”
아니, 이제 독심술까지 쓰세요?
근데 그건 어떻게 알아? 총소림 말고 모를 텐데?
“아, 그 얼굴 보니 알겠다. 총소림 걔가 불었냐 하는 거겠지? 안심해. 그냥 너라면 그럴 것 같아서 떠본 거니까.”
…어 망할.
뇌신이 날 낚았어.
그나마 다행인 점은, 독심술은 아닌 모양이다.
“그리 중요한 거면 직접 나섰어야지, 이 멍청아.”
팡. 팡.
계속되는 뇌신의 구타와 설교.
설교는 한 귀로 흘려들어서 뭐라 말하는지 모르겠고.
구타는 주먹에 살의나 악의가 담긴 것은 아니기에, 몸짝이 공중으로 뜬다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아픈 건 아픈 거다.
충격과는 별개로, 한 방 한 방에 전기가 실린 덕에, 신경도 비명을 내지르고.
그런 공격이 이어져, 전기 누적으로 신경이 어긋난 손이 벌벌 떨릴 때쯤. 마침내 뇌신의 설교가 끝났고.
때맞춰 린슈아가 유밀을 새로이 만들어 내는 치료도 끝났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궁금했던 질문을, 유밀에게 털어놓았다.
“망치 아직 나오냐?”
“검은색 망치라면 나오지만, 물어보는 건 은색이죠? 그건 안 나오네요.”
그리 말하며, 허공에 복구된 왼손을 흔드는 유밀.
그럴 때마다 검은 망치가 소환되고 역소환되기를 반복하지만.
은빛 망치가 소환되는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흠.
뭔가 유밀 본인도 모르는 조건이 걸려있나.
“그럼, 내 S급 기술 사용한 건 기억하고?”
“아, 그건 기억해요. 다만….”
“다만?”
“으음…. 이걸 뭐라고 설명하면 좋으려나….”
그 말을 끝으로, 유밀이 깊은 고민에 잠겼지만.
나는 그것을 닦달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유밀이 스스로 답을 내기를 기다렸고.
“아, 이게 가장 적당하겠네. 뭔가, 내 손을 이끌어 준 느낌이었어요.”
저건 또 무슨 소리야.
“조금 더 자세히.”
“음, 그러니까. 뭔가 보이지 않는 다른 사람이 제 몸을 붙잡고, 이렇게 하면 된다고 이끌어 주는 느낌…? 그렇지만 제가 스스로 움직인 건 맞아요. 마지막에 천하일검을 쓰러트리고, 공격이 아… 댁한테 맞기 전에 제가 하늘로 솟구치게 했다는 기억도 있고요.”
흐으으으으으으으으음.
“그럼, 넌 사용 방법을 모른단 뜻이지? 뭔지 모를 존재가 알려 준 거니까?”
망치도 소환 못 하는데, 아마 이것도 그러겠지.
“아뇨, 그건 알겠어요. 망치만 다시 잡을 수 있다면, 아마 사용할 수 있을걸요? 다만, 그…. 마법진으로 따지자면, 세세한 부분이 뭉개진 느낌이어서, 발동된다고 보장은 못 하겠네요.”
저건 또 뭐야.
그러니까.
“망치 소환은 안 되는데, 내 S급 기술 사용법은 대충 알겠다 이거지?”
“그렇…죠? 말하고 보니 저도 이상하네요.”
골때리는구만.
하. 그래.
그래도, 하나는 알겠다.
급할 때 쟤한테 망치를 건네주면, 1초짜리라도 쏠 수 있다는 거.
그렇다고 해도, 실험해 볼 생각은 전혀 없지만.
만약 1초짜리가 발동은 했는데, 이번엔 이계침식이 없다든가 하는 대참사가 일어나면 어떻게 될 줄 알고.
아무튼.
유밀이 성장했다는 사실은 알겠다.
안에서 느껴지는 힘도 부쩍 커졌고.
시현이 그 녀석, 다음에 만날 땐 고생하겠구만.
“그럼, 푹 쉬어라.”
“저 없는 동안 블랙 머라우더로 설치지 마세요.”
“그래. 그래.”
그리 농담이 깃든 작별 인사를 나누며, 병실을 나섰다.
그리고, 그것을 뒤따라오는 뇌신.
고요가 내리 앉은 복도에서,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유사 블랙홀 탄환은?”
“암시장에서 엔클루가 확보했어. 블러가 인과를 끊었으니까 추적당할 일은 없을 거야.”
다행이군.
이걸로 데인저 라이플도 조금은 괜찮아질 것이다.
모든 정황증거가 그녀를 범인이라 가리키고 있지만, 미사용 블랙홀 탄환이 있다면 혐의에서 한 발짝 정도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결사 녀석들, 돈이 넘쳐나니 이런 것도 할 수 있게 되었구만.
그럼 다음.
“계획은?”
“무공서는 확보했어. 위험한 부분은 미리 제거했고.”
“그럼 실행할 수 있겠군. 타이밍은 맡긴다고 전해 줘.”
“그래.”
그렇게, 향후 있을 악행에 관한 대화가 끝났지만.
너무나도, 정말 이상하리만큼.
뇌신이 순순히 계획에 대해 내 말을 들어주었기에.
질문을, 던졌다.
“이번 계획에 불만은 없어?”
“불만이야 있지, 네 독선도 그렇고, 이어질 혼란도 있고, 그렇지만.”
그녀가 잠깐 말을 끊고, 살짝 쓴웃음을 지어 올렸다.
“이번 계획은, 누가 다칠 것 같진 않으니까.”
아마, 그렇겠지.
* * *
“벌써 일어났네? 너도 참 튼튼하다 야.”
그렇게 몸이 개판이 된 상태인데, 벌써 회복하다니.
그런 생각이 가득 담긴 인사를, 면회 허가가 나온 그에게 던졌다.
“…이하람인가.”
“그래, 이하람이시다.”
그렇게 짧은 인사가 끝난 후.
주변에 있는 의자를 끌고 와, 거기에 엉덩이를 붙였다.
딱딱한 데다가 등받이도 없는.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최악의 원형 의자지만, 의자는 의자.
그리고, 침묵이 내렸다.
나야 괜한 말을 꺼냈다가, 트집이라도 잡힐까 싶어 입을 다물고 있지만.
천하일검 저 녀석은 왜 가만히 있는 걸까.
그렇게, 조용히 시간이 흘렀다.
삑. 삑. 삑.
울리는 것은, 의료 기기의 전자음뿐.
그렇지만 우리는 계속 입을 다물었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리우 노인. 그러니까, 인무불살(人武不殺)이 무공서를 썼다더군.”
천하일검은, 전혀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뭐야, 그 양반 아직 안 죽었어?”
한참 전에 은퇴한 거로 아는데, 아직 살아있다면 지금 나이가 거의 여든이나 아흔 아닌가? 아니, 백을 넘었을지도.
수련 중에 그 양반한테도 어지간히 얻어맞았는데.
내 공격에는 살의가 넘친다나 뭐라나.
“어제 눈을 감으셨다. 다른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문장을 쓰시고 쓰러지셨다고 하더군.”
그렇구만….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긴 해도, 한때의 동료가 사라진다는 것을 듣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장례식에 얼굴이라도 내밀어 보자.
천하일검이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전혀 모르겠지만.
그리고, 다시 침묵이 잠겼다.
시간이 흐르지만, 나도 입을 열지 않았고.
천하일검도 입을 열지 않았으나.
“인무불살의 유언에 따라, 무공서는 다섯 부 찍어, 지정된 이에게 넘긴다고 한다.”
갑작스레, 아까 전 끊긴 이야기가 이어졌다.
“너에게 한 권. 나에게 한 권. 관리국에 한 권. 이미 죽은 천마에게 한 권. 이건 불태워 달라고 하더군.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랑이에게 한 권이라더군. 마지막은 호랑이가 대체 누군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기에, 내버려 두기로 결정되었지.”
호랑이는 라이거겠지.
어떻게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군.
그나저나.
“왜 그걸 나한테 줘? 자기 제자한테나 줄 것이지.”
솔직히, 인무불살 그 영감이라면 문파 하나 거하게 일으켰을 텐데.
“그분은, 제자가 없었다.”
제기랄. 나 지뢰 밟은 거 같은데.
“그러니, 친분이 있었던 우리 스승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남긴 것이겠지. 그러니, 돌아갈 때 받아 가도록.”
솔직히, 그리 말을 들어도, 어디다 써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이 담겼다면.
받아 가는 게 도리겠지.
어딘가에 보관해 두자.
“그래, 무공서는 챙겨가마. 면회 시간도 끝나가는데, 더 할 말은?”
결국, 서로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면회가 끝나가고 있다.
정보를 끌어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지인이 사지 멀쩡히 살아있는 거로 만족할까.
“그렇군. 할 말이라. 한마디만 더 건네도록 하지.”
그리 말하는 천하일검은, 조용히 숨을 들이쉬고, 몸을 가다듬더니.
곧 입을 열었다.
“그날 밤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인무불살에게 받은….”
그는 잠시 말을 끊더니, 곧 나와 눈을 맞추며.
다시 입을 열었다.
“무공서는 잘 쓰도록. 이하람. 믿고 넘기겠다.”
그렇게, 면회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