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07)
마법소녀 아저씨 307화(307/671)
307. 탐식자{1}
부활.
그것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조건이 맞는다면.
옥시모론처럼 처음부터 죽음과 멀어지게 하는 존재도 있으며.
죽음으로부터 무언가를 끌어 내는 칼라베라도 있다.
영혼만 붙어 있다면, 죽음의 문턱에서 살려 내는 존재도.
당장 눈앞에 있는 이도, 한때 의료계 마법소녀였으며, 어떤 방법으로든 죽음을 초월한 자.
그렇지만.
“…살아 있나?”
내가 알고 있는 그녀가 가진 힘을 생각해 보면, 해피니스 드롭이라 한들 이미 떠나버린 이를 되살려낼 순 없을 것이다.
“아니, 완벽하게 사망했어. 내 정신과 의사 면허가 아직 남아있다면, 사망 진단서를 써 줄 수도 있겠네. 영혼이고 뭐고 다 이미 떠나서 없어. 그러니 아빈이의 동의가 있었다지만, 내가 밖으로 나왔지.”
아빈이의 동의?
그 말이 신경 쓰이지만, 지금 그것은 중요한 점이 아니다.
“네 시체 인형으로 개조되는 건 살아났다고 하지 않아.”
그것이, 설령.
썩어 가는 뇌에 남은 과거의 기억으로 행동을 재생하는 것이더라도.
그것은, 단순한 고깃덩이 기계일 뿐.
“아, 그건 나도 반성해. 정말로. 근데,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이 계획에서 중요한 건 너거든?”
“내게 그런 특별한 힘은 없어.”
어느새, 평범히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지만.
내 적의는 해피니스 드롭에게서 멀어지지 않았다.
그와 정반대로, 해피니스 드롭은 내게 적의를 내비치지 않은 채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고, 뒤틀린 웃음을 계속 내보이며 설명하던 찰나.
“잘 알지. 근데, 이번 건에서는 예외…. 쯧.”
해피니스 드롭은 혀를 참과 동시에 낫을 소환하며 공중으로 솟구쳤다.
나 또한, 그에 반응하여 곧바로 망치를 타고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역시 전부 속임수였나.
돌발 행동을 일으킨 해피니스 드롭의 손을 강타해, 위험하기 그지없는 낫을 지워 없애려는 찰나.
“날 보지 말고 밑을 봐 이 멍청한 멧돼지야!”
밑?
곧바로, 시야를 돌렸다.
그리고, 거기엔.
내 적이 있었다.
무수한 점으로 이루어진, 부정형의 촉수.
아니, 부정형이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이상하다.
저것은 세계에 찍힌 칠흑의 점에 가까웠으니,
마치. 구멍처럼.
사진처럼 세계를 평면으로 잘라 내고, 그 위에 공허한 점을 찍은 후.
다시 본래대로 세계에 되돌린다면, 저리 생기지 않았을까.
그런 점이 수없이 모여, 여기저기 빈 촉수의 형상을 하고, 솟구쳐 온다.
내 망치의 이동 속도보다도 빠르게, 내가 대처할 수 없는 속도로.
적어도 지상이었다면.
오는 것을 알았다면 반응할 수 있겠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후회가 이어진 한순간.
점으로 이루어진 촉수의 말단.
그것이 내 얼굴을 꿰뚫으려는 찰나.
“칫!”
내가 아닌 누군가가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곧바로 내 시야가 격하게 회전했다.
내 몸을 붙잡은 채, 허공으로 솟구치는 해피니스 드롭에 의해.
그녀는 나를 붙잡은 채, 무지막지한 속도로 허공을 날았다.
“…왜 날 도와주지?”
“지금 그걸 물어볼 상황이야? 아니, 나도 지금 내 안에서 세계를 행복하게 만들라는 속삭임에 저항하느라 바쁘거든?”
그럼 죽여야겠네.
“헛소리하지 말고, 나도 저 촉수 못 이기고, 너도 못 이기니까 빠르게 내 설명이나 들어.”
“찾던 적이 스스로 제 모습을 드러냈는데. 참으라고?”
감정을 억누르며, 어떻게든 입을 열었지만.
분노가 타오른다.
적이 나타났으니.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 낸 적이.
평소처럼 제 모습을 드러냈으니, 해야 할 일을 하면 될 뿐이다.
그리 생각하며, 해피니스 드롭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제발
‘진정해.’
정 싸우고 싶으면, 내 이야기가 다 끝난 다음에 싸우고.”
갑자기 의욕이 뚝 떨어졌기에, 해피니스 손에 대롱대롱 매달려, 허공에 흔들렸다.
“일단, 저 녀석은 네 대적자야. 이길 확률이 있기에 나온 거지. 그리고, 지금은 못 이겨.”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아빈이가 죽는 걸 봤으니까. 쟤가 뭘 먹는지, 어떤 특수 능력을 가졌는지도 알아. 그리고, 넌 거기에 대항할 수 없어.”
고요한 분노가 뿜어진다.
“아빈이가 죽는 걸, 가만히 보고 있었다고?”
네 탓인가? 그럼?
이 모든 것이?
“아니,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강제로 아빈이 몸을 찢고 나오기라도 할까? 어? 제발 좀 말 좀 들어주지 않을래? 복수해야 할 거 아냐?”
“그럼, 정보를 내놔. 그딴 식으로 질질 끌 생각하지 말고.”
그게 아니라면, 넌 적일 뿐이야. 해피니스 드롭.
“아아아아. 짜증 나! 난 이야기 외부인이고, 내가 말했다가는 저 윗 놈들이 날뛸 거야. 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 못 하겠지만, 나도 지금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고 있거든?”
내 말에, 해피니스 드롭은 얼마 남지 않은 얼굴의 살점을 손뼈로 벅벅 긁으며, 짜증을 내뱉었다.
그 덕일까.
이계의 힘이 갑자기 불어나고, 해피니스 드롭을 바라보는 나도 이상한 충동에 사로잡혔지만.
오히려, 그 덕에 해피니스 드롭의 말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녀가 말하는 윗 놈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알기에.
높은 이.
우리 위에 숨은 자.
끝.
“…계속 말해 봐.”
“아? 갑자기 왜 믿을 생각이 든 건데. 그냥 다 썰어 버리고 행복해지면 되지 않을까? 촉수랑도 이야기를 나누면 대화가 통하지 않을까?”
…망가지기 시작했군.
간접적으로라도 언급한 탓에, 그것의 영향을 받아 간신히 버티던 이성이 무너지기 시작한 건가.
해피니스 드롭의 이성도, 이 도망도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아직, 아슬아슬하게 공중에서 서커스를 벌이며 촉수를 피하고 있지만.
촉수가 우리를 쫓아오는 속도가 조금 더 빠르다.
아직 거리가 있지만, 조금씩. 조금씩. 좁혀지고 있으니.
“잡히기 전에, 빨리.”
“아, 그래? 좋아. 뭐. 행복하면 좋은 거지. 안 그래? 아무튼. 내가 해줄 말은 하나야. 무슨 일이 일어나도, 무너지지 마. 네가, 모든 것의 기준점이야. 그렇지만, 항상 의심해. 내 말조차도. 행복도. 절망도. 죽음도. 모두 의심해. 지금 이 순간. 세상에 옳은 것은 없어. 아? 그래서 내가 실패한 건가? 행복은 절대적이지 않으니까? 아?”
…저게 과연, 헛소리일까. 온전한 정신으로 내뱉은 말일까.
또다시, 후회가 쌓여 간다.
해피니스 드롭을 믿지 못했기에.
그녀의 정신이 무너지고 난 후에야 불완전한 답을 얻었다.
아마, 이 사건을 해결할 답을.
“아직. 아직 조금만 더. 날 믿지 마. 그렇지만 들어. 필요하니까. 살아남아야 해. 행복해지지 않아도 괜찮아. 우린 살아남아야 해. 살아남으면 행복해질 수 있어, 지금 불행하더라도, 미래는 행복할 수 있어. 그러니까 살아야 해. 무조건. 그러니까 아. 제길 미친 뇌야. 좀 진정해. 행복 따윈 생각하지 말고!”
쾅.
그녀의 손이, 제 머리를 강타했다.
머리가 뜯겨나가고, 둥근 살점이 하늘을 난다.
그렇지만, 그 결과.
머리 없는 마법소녀는 빠르게 머리를 복구했고.
“좋아. 깔끔해졌어. 얼마 안 갈 것 같으니, 기억해 둬. 네가 겪는 모든 것은 현실이고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이야. 아빈이의 죽음도. 운호의 죽음도. 네가 숲을 헤매는 것도.”
분노가 솟구치지만,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와 같은 적을 바라보는 그녀가, 제 본질마저도 내버리고 이계에 저항하며 기나긴 말을 내뱉고 있기에.
“그렇지만, 네가 겪은 모든 것이 진실이며, 진리는 아니야. 이걸 꼭 기억해 둬. 처음 말한 것처럼, 네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의심해. 너 자신의 의지만 빼고.”
…무슨 소리일까.
이해할 수 없지만, 마음에 담았다.
그렇지만, 질문 정도는 해도 괜찮겠지.
“…그게 어떻게 아빈이와 운호가 살아나는 것으로 연결되는 거지?”
“그것은, 모든 것이 끝난 이후의 결과야. 과정이 아니라.”
영문을 모르겠군.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야.
그리 생각하며 말을 나누는 와중에도, 점으로 이루어진 촉수는 착실히 다가와, 우리의 곁에 자리했다.
그렇기에, 망치를 들고 적을 격추하려는 찰나.
붕.
귓가에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시야가 미친 듯이 회전한다.
곧,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해피니스 드롭이 나를 허공으로 내던졌다.
나와 촉수 사이를 가로막으며.
“그리고. 아마, 이게 마지막 말일 거야. 이건, 선을 넘는 말이거든.
‘넌 나와 했던 대화를 잊을 거야.’
이것이, 이 적과 싸우는 네 이야기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비밀. 그래도. 마음에 담아 놔. 그게 승리로 가는 유일한 길이니까.”
그 마지막 말과 동시에.
이계의 힘이 폭발했다.
한 마법소녀의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력.
“꺄하하하하하하하! 뭐야? 사람을 죽이는 촉수잖아? 하람이 적? 아 그래, 그랬지? 아까까지 봤는데. 그럼. 죽어. 아빈이 몫까지.”
그녀의 옷이 더더욱 검게 물들고.
그녀가 붉은 피를 온몸에서 쏟아내기 시작했다.
과거, 내가 보았던.
인류를 적대하던, 마법소녀의 복장.
그렇지만, 무언가가 달랐다.
내 기억에 강하게 각인된 모습인 만큼,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빠르게 알 수 있었으니.
달라진 것은, 하나뿐.
그녀는 검은 면사포를 걸쳤다.
제 시선을 가릴 만큼 진한 면사포를.
그런 그녀가, 피눈물을 흘리며.
거대한 낫을 들었다.
하늘을 가리고, 세상을 뒤덮는, 거대한 붉은 낫.
“행복을 위해 죽어 버려!”
붕.
그것이, 촉수를 향해 내리찍혔다.
쿵.
대지가, 숲이, 안개가 갈라진다.
어쩌면, 내 망치보다도 강렬할지도 모르는 거대한 절단.
그것이 촉수를 내리찍었다.
그에 희망을 품었다.
어쩌면, 그녀가 촉수를 무력화시켰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이 불가사의한 공간을 갈라 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지만, 내 그런 기대는. 배신당했다.
“아, 역시 안 되네. 어쩔 수 없지. 알고 있었으니까.”
나조차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거대한 붉은 낫이 지나간 자리.
거기엔, 점으로 이루어진 촉수가 남아있었다.
잘려 나간 자리가 히드라처럼 나뉘어, 그 숫자가 불어난 채.
“그래. 대적자란 그런 거지. 상대를 처리할 수 있는 적. 그건 서로에게 적용되는 거야.”
회전하는 시야 속에서, 해피니스 드롭이 멍하니 서 있는 것이 보인다.
그렇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부스터를 뿜어내 보더라도, 날아가는 속도가 느려지기만 할 뿐.
“이야기의 적을 처리할 대적자로서 각성자가 준비되고, 그 각성자를 처리할 대적자로서 이야기의 적이 준비되지. 내 의지를 꺾기 위해. 힘없는 살육자가 민간인 거주지에 숨어든 것처럼. 약점을. 찌르는 거야.”
그녀가 피의 낫을 손에서 놓았다.
그녀가, 웃으며 썩어 가는 눈알을 나에게 맞추었다.
“그때 나는, 아이들의 창자를 들고, 그냥 웃었지. 그랬어. 그것밖에 할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번에도. 나는 아이가 촉수에 꿰뚫리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
그녀의 몸에, 점으로 이루어진 촉수가 들이닥친다.
그녀의 몸에, 구멍이 늘어난다.
그렇지만, 그녀는. 무너지지 않는다.
그것이, 그녀의 강점이기에.
“나는, 변할 수 없는 존재야. 망집에 사로잡혀, 변할 수 없는 존재. 그렇기에,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지금도, 옛날에도, 미래에도.”
그녀는, 무너지는 몸으로 촉수를 붙든다.
조금이라도 촉수를 붙잡으려는 듯.
그런 그녀의 몸에, 더 많은 촉수가 박힌다.
“그러니까. 하람아. 미안. 정말, 미안했어. 그리고, 뒤를 부탁할게.”
푹.
가볍게, 뭔가를 뚫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녀의 기운이 사라진다.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모든 육체가 점 촉수에 꿰뚫림으로써.
그렇게, 내 옛 지인을 소멸시킨 촉수는.
날 목표로 삼아 날아왔다.
해피니스 드롭의 희생이 무색하게도.
허공의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마지막 발악으로서, 망치를 휘두르고, 공간을 파괴하며.
촉수의 범람을 막고자 노력했지만.
“씨발. 엿 같네 이거.”
무수히 쏟아지는, 세상에 끼어든 점을 막을 순 없었고.
“미안하다. 애들아.”
나 또한, 꿰뚫렸다.
점과 구멍에게.
이를, 악물고.
* * *
『망가진 시계는 움직이지 않으니, 의아하게 생각하지 말지어다.』
『시계 다시 올발라지는 날, 입을 벌리는 자 넷이 나타날지니. 이는 새로운 시작이어라.』
『하나를 만들기 위해, 무한이 사라짐이 옳은가. 그것은, 끝에 서 있는 이만이 알 것이다.』
언젠가 읽었던, 누굴 대상으로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멕베스의 예언.
그것이 떠오른 것은 어째서일까.
날 잠식하는 망각 속에서. 그리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