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10)
마법소녀 아저씨 310화(310/671)
310. 탐식자∣0∣
이해할 수 없는 현상과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저것에 관해서는 수많은 논의가 있었고, 아마 지금도 관리국 전략 전술부에서 논의 중일 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이계의 존재들은 공통점이라곤 찾을 수 없고, 심하면 일반적인 물리 법칙도 통하지 않으니 말이다.
다만, 일반적인 영웅. 즉, 영웅 대다수는 자신이 속한 이야기의 적만을 보게 되니 조금 사정이 달라진다.
적이 물리 법칙이나 일반적 상식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같은 계열의 적과 계속 마주하다 보면 어느 정도 유사성을 알아차리고, 해당 이야기의 영웅은 자기 스스로 대처법을 확립하기 마련.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소수의 영웅은 어떨까.
은퇴하지 않고, 관리국에 남은 영웅.
은퇴하였으나 힘이 남아 요원으로 활약하는 자.
처음부터 회수할 수 없는 힘을 타고난 이.
각성하지 않아 영웅은 아니지만, 일반인의 한계를 초월한 이.
암살팀, 정보팀, 작전팀 등.
자신의 이야기에 속하지 않은 현상을 마주해야 하는 이들.
그런 이들이 관리국의 데이터베이스에 존재치 않는 현상과 만나거나.
어떠한 사고로 그러한 자료를 참조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럴 때를 위한 규범이 최소한의 골자를 가지고 존재한다.
우선, 기본은 관찰.
정보 취합이 끝났다면 접촉.
그 후 현상의 파악.
이후 밝혀진 내용을 작전 지휘관에게 올린 후, 파괴, 대화, 협상, 송환 등의 선택이 이어지지만.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급한 상황에서는 현장 인원에게 선택을 맡긴다.
잘 따져 보면, 너무나도 얕고 안일한 방법이다.
물론, 너무나도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방법이기에 어지간하면 큰 문제없이 돌아가는 규범이지만, 여러 예외가 존재하니까.
대표적으로, 메테오르는 해피니스 드롭을 관찰한 것만으로 머리에 총탄이 박혀 제 삶의 첫 죽음을 기억에 새겼고.
앵무조개 놈은 비록 그 사건이 지워졌다지만, 관찰에 해당하는 영상 하나로 세계를 뒤집어 버렸으며.
접촉 후에도 별다른 움직임이나 위험을 감지할 수 없어, 취합한 정보를 지휘부에 올린 순간, 지휘부 위치에 소환되어 지휘부를 절반가량 몰살한 괴물도 있었다.
후일 밝혀진 바에 따르면, 자신의 영혼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맡기는 세계의 생명체였고, 어떤 식으로든 개체가 특정된 순간, 해당 위치에 존재하는 기괴한 존재 방식을 가졌기에 그런 대참사가 일어났다.
이런 사례처럼, 아무리 조심해도 우리의 상식과 정보 내에서는 있을 리 없는 현상을 일으키는 이들이 비일비재하기에.
어떻게 보아도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 투입되는, 저 모든 규범을 뛰어넘는 예외가 존재한다.
정보 취합 중인 상대에 한해, 관리국 상층부에서 내려온 명령이라 해도 현장의 판단으로 그 명령을 무시할 권한을 가진 이들.
관리국이 파악했던 모든 현상에 대해 테스트를 하고, 그 결과가 B+ 이상인 항목이 85% 이상인, 어떤 상황에서든 버틸 수 있는 이들.
정보 취합 특수 지휘 권한.
나의 경우.
물리계, 이계의 힘, 에너지계, 마법계, 인과계, 공간계, 시간계, 무효화계, 영혼계, 기타 등등에서 준 만점 판정이었고, 정신계, 정보계 등에서 조금 떨어질 뿐이었으니 당연히 그런 권한을 가지고 있다.
내가 싸우는 녀석들이 저런 테스트의 한계치를 한참 초과한 탓에 맨날 뻥뻥 뚫리니 그렇지, 미시카 미샤와 함께 일단 던져 놓으면 어찌 되든 살아 돌아와서 쓸모 있는 정보든 쓸모 없는 정보든, 정보를 넘기는 선발대.
역으로, 어찌 되든 최후에 돌아오는 메테오르는 거의 모든 테스트에서 평균치 이하라 저런 권한을 받을 수 없지만, 앵무조개 빛기둥의 첫 번째 접촉자이자, 돌입 후 빛기둥에 소멸된 자 중 유일하게 돌아온 이상한 녀석이라 예외 취급이다.
유일한 예외인 영광스러운 메테오르께서는 아무리 봐도 이거 옛날 세계대전 시절 지뢰 제거 형벌 부대 아니냐고 했지만, 아무렴 어떠랴.
아무튼, 생각이 길어졌지만, 요약하면 이것이다.
설령, 그것에서 불길한 냄새가 풍기건, 우리가 이해할 수 없건.
거기서 눈을 돌린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이해할 수 없더라도, 머리에 담아내야 한다.
알려 줄 입이 남지 않았다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것이 데이터 스틱이건, 쓰러지며 나무에 새긴 것이건, 천에 피로 쓴 것이건, 최후까지 뇌를 지켜 동료가 썩어가는 뇌에서 뽑아낸 정보건.
우리는 쌓아 올린 정보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니까.
그러니.
해골이 앉은 상차림을 보고 기겁하는 제자 플러스 원과 달리.
나는 제자들의 손을 놓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보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이미 모두 모았다.
저 해골에서 이계의 힘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퀼프를 찾을 때처럼, 대장벽을 무너트릴 때처럼. 극도로 강화된 시력으로 현실을 보아도, 특별한 것은 없다.
어긋남이 존재하는 현실은 없다.
“…선배님?”
그렇기에, 제자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식탁에 다가가 조사를 시작했다.
만약 이것을 연출한 이가 존재한다면, 악취미를 가졌으리라 생각하며.
가장 가까운 의자.
거기에 앉은 설치류의 뼈를 들어 올렸다.
특별한 것은 없다.
이것 또한, 사람으로 따지자면 미간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구멍이 나 있을 뿐.
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양옆에 자리한 해골은, 옷차림으로 보아 내 제자들을 나타낸 것.
그렇다면, 이 자리에 있는 설치류는 운호를 가리켜야 마땅할 터인데.
달그락.
대충 형태만 맞춰 놓았는지, 들어 올리자마자 형태가 무너지고 부품들이 떨어지는 뼈를, 내 어깨에 올라탄 운호와 맞춰 보았다.
확실히, 이상하군.
“아무리 저라도 소름 끼쳐요.”
뼈와 제 몸이 맞닿은 운호가 그리 불만을 내뱉지만.
글쎄.
“이거, 네 뼈 아니지?”
“저한테 뼈가 존재하긴 할까요? 아니 존재하긴 할 것 같은데, 이렇게 작고 가지런하진 않을 것 같아용.”
그래, 그게 문제다.
운호 이 녀석은 겉보기에는 페럿이지만, 슬라임처럼 몸이 끈적끈적하게 변하기도 하고, 액체처럼 담긴 그릇에 맞춰 형태가 변하기도 하는 괴상한 존재.
심지어, 리미터가 풀리면 무슨 살덩어리 괴물이 되는 녀석인데.
이런 뼈가 존재할까?
물론, 이 녀석을 쥐어짜다 보면 단단한 무언가가 탈골되는 것처럼 어긋남을 느낄 순 있지만.
그것은 뼈라기보다, 뼈를 흉내 내는 무언가처럼 느껴진다. 단단한 마력이 뭉친 막대 같은 느낌.
다만, 변신 상태에서는 뼈로 취급하는지 목을 돌려놓으면 하반신 마비 등이 일어나지만, 그건 아마 변신하며 척추를 모방한 영향일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뼈는 운호와 형태가 전혀 다르다.
그냥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시궁쥐를 운호랍시고 앉혀 놓은 것처럼.
흠.
역시 그냥 연출인가.
그럼, 나머지 둘도 별 볼 일 없겠군.
그리 생각하며, 설치류의 뼈를 다시 의자 위에 대충 올려놓은 뒤.
두 제자를 모방한 해골로 향했다.
해골은….
솔직히 봐도 모르겠다.
내가 해체변태마 옥시모론도 아니고, 해골만 봐서 무얼 알겠는가.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한아빈과 백시현의 키 차이를 나타낸 것인지.
백시현의 옷을 입은 해골이, 한아빈보다 조금 키가 크다는 것뿐.
그렇기에, 유일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마법소녀 옷을 만졌다.
아마, 단순한 천이겠지.
운호 해골도 없는데 이거라고 뭐 다를 게 있겠냐.
그리 생각하며, 손가락에 닿는 감각에 집중한 순간.
이해하지 못할 감촉이 느껴졌다.
그럴 리 없다.
아마, 내 착각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것을 해결하고자.
“…시현아.”
“네!”
“이리 와 봐라.”
활기차게 대답하는 제자를 불렀다.
그 부름에, 백시현이라 한들 해골은 좀 꺼림칙한지, 백시현은 다가오는 것을 잠시 망설였지만.
“왜 그러세요?”
곧 활기차게 다가와 내 옆에 섰다.
“잠깐 마법소녀 복장 좀 소환해 봐라. 다 변신할 필요는 없고, 일부만이라도.”
“알겠습니다!”
내 명령을 받은 백시현은 활기차게 말을 내뱉으며 제 소매를 검은 마법소녀 복장으로 바꿨고.
나는 그것을 손에 쥐었다.
양손에 들린, 똑같은 디자인의 마법소녀 옷.
그것에 집중하고자, 다른 모든 감각을 차단했다.
시야도, 숨도, 신체의 박동도.
손가락 사이에 끼인 천의 부드러움을 느끼기 위해.
최저 혹은 최고치밖에 없는 내 저주받은 감각은.
거기서 더더욱 극도로 강화되어, 그 천의 모든 정보를 분석해 냈고.
결국, 나는 하나의 답을 얻어낼 수 있었다.
여기 쓰인 것은, 코스프레 쇼 같은 데에서 흔히 보이는 일반 천이 아니다.
영웅을 동경하는 이가 만드는, 유사한 물건이 아니다.
세상에, 오직 하나 존재하는 물건.
마력으로 짜인 마법소녀의 무장.
비록 마법소녀의 몸 일부는 아니지만, 한없이 마법소녀와 유사한 형질을 가진 그 옷은.
설령, 누군가를 카피하는 능력을 갖춘 존재가 만들어 낸 것이더라도, 사용자가 다르기에 다른 형질을 보이기 마련이건만.
이 옷은 완벽히 같은 녀석이다.
지금 백시현이 소환한 것과 해골이 입고 있는 옷은.
한치의 다름도 없이, 백시현의 마력을 품고 있는. 마법소녀의 옷.
“….”
뭐지.
이건, 정말로 뭐지.
처음 옷을 만졌을 때, 알아차렸다.
이것은 일반적인 천의 감촉이 아닌, 이계의 물질이 쓰인 물건.
이어, 익숙한 마력의 움직임이 느껴짐을 알았다.
그렇지만, 그것을 부정했기에.
백시현을 불러 비교했다.
부디 아니길 빌며.
그렇지만, 현실은 날 배신했다.
저 해골이 입고 있는 마법소녀 복장은, 백시현의 것이다.
그렇다면, 저쪽도 같은가.
“…아빈아, 너도 잠깐 와 봐라.”
그것을 알아내고자, 나머지 한 명을 불렀다.
“아? 예!”
한아빈은 정말 공포에 질렸는지, 창백해진 얼굴로 덜덜 떨고 있었지만, 내가 부르자 곧 자기와 유사한 해골 옆에 섰고.
나는 백시현 때와 똑같이 행동했다.
그리고, 정보를 얻어내었으니.
이것도 아까와 똑같다.
이 해골이 입은 옷은, 한아빈의 옷이다.
대체, 이게 무슨.
머리는 혼란스럽지만, 정보만은 머리 안에 계속 쌓아 간다.
이 현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고찰하기 위해.
그렇게,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생각에 잠긴 사이.
“…어…. 저기…. 스승님?”
내 귀에, 백시현답지 않게 다운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러냐.”
그렇지만, 나는 생각에 잠겨있어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계속 입술을 씹었고.
“…그게 제가 해골 옷을 만지니까….”
백시현은, 자신이 뭔가를 저질렀음을 털어놓았다.
아니, 시현아.
그에 놀라, 빠르게 고개를 돌리자.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눈에 들어왔으니.
“…옷 어디 갔어?”
“어…. 그게 제가 만지니까 제 안으로 빨려들었…어요?”
어째서 의문 투?
시현아. 시현아. 시현아.
이럴 때도 너답게 사고를 쳐야겠니.
그리 한숨을 내뱉고, 이젠 옷이 없어진 해골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과 달라진 점이라고는 옷뿐인 해골을.
분명, 이상한 현상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저 옷이, 내가 느낀 것처럼 완전히 같은 물건이라면, 본디 백시현 에게 귀속된 물건.
어찌 떨어져 나갔는지, 어떻게 백시현과 떨어졌는데도 유지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주인이 닿는다면 다시 귀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아빈아.”
“네? 아. 저도 옷 만지면 되나요?”
“아니, 너는 가만히 있어.”
옷을 흡수한 것은, 백시현이면 충분하다.
이로써, 대조군이 생겼으니까.
옷을 흡수한 백시현과 옷을 흡수하지 못한 한아빈.
무언가 달라진다면, 서로를 비교함으로써 새로운 정보를 얻어 낼 수 있으니까.
“아빈이 너는 시현이에게 무슨 일 생기나 관찰하고, 시현이 너는 이상 현상이 느껴지면 나든 운호든 아빈이든 곧바로 보고해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그럼, 다시 떨어지도록, 여긴 내가 계속 조사할 테니.”
그 말을 끝으로, 제자들은 식탁에서 다시 멀어졌다.
여전히 나를 빤히 쳐다보긴 하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으니.
나는, 계속해서 식탁의 물건들을 건드려 보았다.
음식.
특별한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극도로 혀를 강화하여 체크해 보아도, 이상한 점 하나 없는 평범한 음식.
식탁에서 벗어나 식당 여기저기를 뒤져 보아도 특별한 것은 없다.
냉장고를 열자 거대한 고깃덩이나 잡초로 보이는 풀 뭉치가 있는 것이 조금 특이하긴 했지만.
조금 잘라내어 확인한 고기도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야생 동물 고기처럼 특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인간이나 이계의 고기는 아니다.
식칼이나 식기 또한 발견할 수 있었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굳이 특이한 점이라면, 식기 손잡이가 움푹 들어갔다던가, 식칼의 이가 나가 있다든가 하는, 기이한 생활감이 느껴진다는 점뿐.
그렇게 식당 전체를 뒤집어엎었지만, 이상한 것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었고, 나는 계속 남겨 두었던 장소에 시야를 돌렸다.
그럼, 이제 한 장소가 남았군.
식탁에 자리한, 마지막 의자.
여태껏 의도적으로 눈길을 주지 않은 장소.
거긴, 나머지 세 자리와 명확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사용된 식탁보, 해골이 들고 있거나, 어긋난 위치의 식기.
양이 줄어든 음식.
그것이 다른 세 의자 앞에 놓인 식탁에서 일어난 현상이지만.
비어있는 의자.
식탁보를 쓴 흔적도 없다.
식기는 가지런히 놓여있다.
와인이 담긴 유리잔은, 겉 테두리에 보랏빛 선을 남겨 제 양이 거의 줄어들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즉, 저 의자는 누군가 앉은 적이 없음을.
저 셋이 가리키는 것이 백시현, 한아빈, 운호라면.
나머지 하나는 뻔하지.
나. 이하람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저 자리에는 아무런 현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해골도 없고, 사용된 흔적도 없다.
의자는 밀어 넣어져 있으며, 의자를 빼보아도 누가 앉은 흔적이 없다.
…날 초대하는 건가.
이 해골로 이루어진 식사에.
잠시, 고민했다.
여기 앉는다면, 무언가 일어나지 않을까.
네 명 중 마지막 한 명이 자리함으로써, 무언가가 시작되지 않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는 이.
그렇기에, 의자에 앉아.
식탁보를 열고, 식기를 들었다.
꿀꺽.
제자들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