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16)
마법소녀 아저씨 317화(316/671)
317. 별이 지다.
앞 유리창을 뚫고, 빛이 내 눈을 간지럽혔다. 라고 생각했건만.
내 눈을 간지럽힌 것은, 빛이 아니었다.
강렬한, 바람.
내 몸 전체를 휩쓸고 지나가는 강렬한 바람.
지금 내가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 수 없어 천천히 눈을 뜨자, 곧바로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 높진 않지만, 충분히 상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하늘.
시선이 닿는 끝, 지면에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자동차가 있다.
루프한 건가.
적을 해치우기 위해 자동차를 폭파했었으니, 저 자동차가 남아 있을 리 없다.
그리 생각하면 루프한 것 같지만.
아무래도, 지금까지 겪은 것과 같은 루프는 아닌 것 같다. 기억도 멀쩡히 남아 있고, 마지막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도 잘 떠올릴 수 있으니까.
분명, 내 안에 있던, 또 다른 내가 날 문안으로 집어 던져 줬었지.
그 녀석이 문을 통해 내 기억과 상태를 유지시킨 채, 새로운 루프로 보내 준 건가.
혹시, 적을 해치우기 전 상태로 돌려 버린 것 아닌가 싶지만.
내 안에 잠든 무언가가, 확실한 답을 돌려준다.
두 번째 간부급. 이름조차 없는 구멍 촉수는 확실히 쓰러졌다고.
그 녀석이 날 보고 말하길, 이제 악몽은 끝났다고 했던가.
그래. 확실히 악몽은 끝났다.
적은 쓰러졌고, 나는 이렇게 온전히 되돌아왔으니까.
내 소멸까지 각오했던 상황에서, 이렇게 날 보내 주었으니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하늘에 떠 있는 동안 충분히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으니.
한 가지 정도는 불만을 떠올려도 되지 않을까.
왜. 하필 내가 대처할 수 없는 높이로 날 내던진 걸까.
쾅.
그런 생각을 마지막으로, 머리부터 지면에 처박혔다.
워낙 몸이 튼튼해 아프진 않지만, 짜증이 솟구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모든 걸 처먹는 나도 나라는 것을 증명하듯, 절묘한 높이로 날 내던졌다.
알아차리자마자 망치를 소환하고, 곧바로 애프터버너 모드로 전환하고, 변화가 끝나자마자 점화.
아마,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행했어도. 땅에 처박힌 순간 애프터버너가 켜져서 뒤늦게 공중에 솟구치도록 아슬아슬하게 조정된 높이.
실제 나는 알아차리는 것도 늦어서, 땅에 처박힌 것은 망치가 애프터버너로 변화하는 도중.
그 덕에, 잔뜩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입안에 들어간 흙을 씹었다.
그렇게 흙과 일체화하여 분노를 곱씹는 나에게.
“…선배님?”
“스승님?!”
차 문을 열고 튀어나온 제자 둘의 목소리가 들렸으니.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분명 운전석에 앉아계셨는데….”
“예! 저도 봤어요! 가방만 남겨두시고 갑자기 뿅 사라지셨더라고요!”
아, 그게 그렇게 처리된 거구나.
아마, 루프 시작 부분으로 온전한 날 보냈는데, 위치 정보를 하늘로 바꿔 버린 모양이다.
마지막까지 기분이 언짢았던 모양이니, 약간의 심술이겠지.
나 자신이 그런 감정에 빠졌으면 나도 비슷하게 행동했을 것 같고.
아무튼.
제자들의 목소리가 들렸으니, 흙을 털고 일어나, 날 바라보는 제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잠깐 둘 다, 잠깐 앉아 봐라.”
“앉아요? 갑자기 왜.”
“알겠습니다!”
의문을 표하는 한아빈과 곧바로 내 말을 따르는 백시현.
“일단 굽혀 봐.”
한아빈은 내 말에 잠깐 망설였지만, 곧 무릎을 굽혔고.
둘의 머리가 나보다 낮아진 순간.
나는 양팔을 뻗어, 두 명을 감싸 안았다.
“선배님?”
“스승님?”
두 명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지만.
나는 두 제자를 품에 안은 채, 그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잠깐…. 이면 되니까.”
그리, 긴말은 아니었다.
* * *
이제, 무언가를 한다고 해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진 않지만.
그 기나긴 루프 동안 내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은 아니다.
SUV 커스터마이징을 내 직감대로 조절해 봐야 좋은 꼴을 못 보는 것은 이미 알고 있고.
수상쩍은 액체X를 마시면 아빈이가 싫어하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내 기준의 안전 운전이 아빈이의 정신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끼친다는 것도.
그러니, 물리력 조작을 10이 아닌 9 정도로 조정한 후.
최대한 무언가를 들이받지 않도록 운전했다.
물론, 속도는 그대로 유지했지만.
그것이 지금의 결과.
아, 나무네.
여기 박으면 한아빈이 뭐라고 할 것이 뻔했기에, 크게 핸들을 틀었다.
속도가 조금 느려지긴 했지만, 워낙 자동차의 반응성이 좋은 덕에 크게 느려지진 않는다.
핸들을 틀 때마다 재깍재깍 반응하는 자동차라니, 정말 좋은 차야.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끄아아아악. 또 급커브으으으!”
“선배님 그냥 나무 박으시라구요!”
장애물을 피할 때마다, 뒷좌석에서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저런 불평불만이 들려온다는 점.
대체 뭐가 문젠지 모르겠다.
장애물을 죄다 치고 지나가도 뭐라고 하고, 다 피해도 뭐라고 하고.
너희들이 계속 그러니 내가 오기가 생겨서 안 피해도 되는 장애물도 피하는 거 아니야.
시현이 좀 본받아라.
이 상황 속에서도 숙면을 취하잖냐.
“크아아아.”
코도 골면서 말이지.
아무튼, 이렇게 시끌벅적한 여행이 계속되었다.
적이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렇게 마음이 편해질 줄이야.
그렇게 기분이 좋아서일까.
거의 모든 루프 때마다 차로 받아 버렸던 노루 형태의 괴수도 이번엔 받아 버리지 않은 채, 핸들을 틀어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지나갔고.
그렇게 점차 좋아지던 기분은.
계속 안개에 휩싸여 도저히 벗어나지 못했던 숲을, 마침내 안개 없이 벗어난 순간 절정에 달했으니.
“빌어먹을 숲도 안녕이다!”
만세!
그렇게 핸들과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 순간.
빠르게 나아가는 차 앞에, 갑자기 한 여성이 뛰어들었다.
천에 감싸인 기다란 작대기를 등에 메고, 긴 갈색 머리를 털모자로 감싼 채, 코트를 입은 여성.
그런 여성이 빠르게 질주하는 SUV 앞에 나타났다.
내가 어떻게든 이 돌발 상황에 빠르게 반응해 보려 했지만, 핸들도 놓아 버리고 브레이크에서 발이 떨어진 상황 속에서는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었고.
질주하는 차는, 눈앞에 나타난 여성을 그대로 치고 지나갔다.
사냥꾼이나 하급 영웅이라도 되는 것일까, 그녀는 굉장히 특이한 반응을 보여 주었다.
질주하는 차를 발견한 여성은, 피해를 줄이기 위함인지 곧바로 뛰어올라 몸을 감쌌지만.
이 차는 평범한 SUV가 아니었고.
여성은 범퍼에 치인 후, 앞 유리를 타고 뒤쪽으로 굴러 사라졌다.
실금이 생긴 앞 유리만을 남긴 채.
뒤늦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사고를 증명하는 유리의 실금이 사라지진 않았고.
“….”
“방금…. 사람이었죠?”
“…포요오?”
정적만이, 차에 감돌았다.
빠아아아앙.
모든 것에 절망하여 핸들에 머리를 박아 버린 덕에 시끄러운 경적이 크게 흘러나오지만, 머릿속이 복잡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사람을 쳤어?
뉴스거리?
민간인 사망?
내가 이러고도 영웅인가?
수많은 생각이 뇌리에 흘렀지만, 곧 내 문제보다는 피해자의 생명이 우선이라는 것을 떠올렸기에, 빠르게 차 문을 열고 어깨에 운호를 올린 채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직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죽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해결된다.
그리 생각하고 빠르게 민간인 피해자를 향해 달려갔지만.
차 뒤쪽으로 날아간, 차에 치인 민간인 피해자는 곧 죽을 것 같은 꼬락서니였다.
너무 강하게 치였는지, 하반신은 어디로 뜯겨 사라졌고, 상반신만이 피를 토하며 꿈틀거리는 상황.
그렇지만, 아직 살아있는 것은 확실하기에.
곧바로 대지에 쓰러진 그녀에게 다가가 몸을 붙들자.
“이하람… 이 망할… 놈이….”
내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다 죽어가는 여성의 입에서 내 이름이 흘러나왔다.
그에 놀라, 다 죽어가는 이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뒤져 봐도, 일치하는 상대가 없었다.
“…누구지?”
“누구긴… 망할 놈아…. 총 보면 모르나?”
총?
총이 어디 있지?
총을 찾아 고개를 흔들어 보자, 나무 위쪽에 걸려 있는 총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굴곡 없이, 긴 파이프 하나만 달린 것 같은, 투박하기 그지없는 총.
외관도 여기저기 부품이 튀어나온 데다가, 디자인도 단순하기 그지없는, 자칫 잘못하면 그냥 쇠파이프로 보일 법한 총.
하도 많이 본 덕에, 총에 대해 모르는 나조차도 보자마자 한 번에 그 모델명을 내뱉을 수 있는 총.
PTRD-41.
아마, 차에 치인 덕에 날아가 버린 것이리라. 총열이 반쯤 접힌 것도 차와 충돌한 덕분일 거고.
다만, 그렇다면 이야기가 조금 이상해지는데.
저 총을 들고 다니는 지인이라면 한 명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겼던가?
아니, 생긴 건 둘째치고, 절대 여성은 아니었는데?
“메테오르냐?”
수많은 의문을 담은 질문을 죽어가는 이에게 내뱉었고.
“그래….”
아마도 그인 그녀는 내 생각이 옳다는 답을 되돌려 주었다.
뭐야 이거.
“근데 왜 여자?”
“요즘은 여성으로도 나오지…. 그건 나중에 설명할 테니…. 치료를….”
흠. 치료라.
그런 말을 들었지만.
솔직하게 말해, 내가 친 상대가 메테오르임을 깨달은 순간, 조금 전까지 날 지배하던 당황과 공포는 저 멀리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아 메테오르야? 그럼 괜찮네. 뭐 어때. 메테오르가 또 죽었구만.
“음. 최선을 다해 볼게. 근데, 여긴 왜 왔냐.”
이렇게 만난 게 우연은 아닐 거 아냐.
“황왕이 네 주변에서 대규모 시공간 왜곡이… 관측…. 그보다 치료를… 우선….”
끈질기기도 해라.
솔직히 이미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부상인데, 아직도 살아있는 것은 메테오르가 어지간히도 끈질기기 때문이겠지. 역시 메테오르야.
흠…. 어디 보자.
마침, 내 뒤를 따라 나온 한아빈이 있으니….
“아빈아, 이 사람 살릴 수 있냐?”
“…힘들 것 같은데요?”
그렇지? 내가 생각해도 아빈이의 힘으로는 이거 못 고치지. 시현이는 될 것 같긴 한데.
“메테오르, 너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어떤 선택이지.”
“하나, 그냥 뒤진다. 둘, 결과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치료에 맡긴다.”
“…두 번째는 뭐지?”
“아니, 별거 아냐. 발 재생이 실패해서 왼손이 네 개가 된다던가. 손가락이 열 개가 된다던가….”
실제론 그것보단 작은 문제가 일어날 테지만, 저런 꼴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못 한다.
“…그냥 죽으련다.”
“그래, 다음에 보자.”
그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내 앞에서 꿈틀거리던 시체가 곧 행동을 멈추었다.
마치, 생명을 단념한 것처럼.
어디 보자, 생명 반응도 사라졌고.
부활할 기미도 없으니….
메테오르는 오늘도 죽었구만.
치어 버린 게 메테오르라 다행이군. 이제부터라도 안전 운전하자.
액땜한 셈 쳐야지.
그리 다짐하며, 차로 돌아가려는 나에게.
“…선배님?”
한아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사람이 죽었는데요?”
“아, 괜찮아. 저건 메테오르라고. 사람이긴 한데, 음… 뭐라 설명해야 할까.”
부활…은 아니고.
재생성…도 아니고.
아무튼, 죽긴 죽었는데…. 막상 설명하려니 더럽게 힘드네 이거.
“…아마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다. 그때 물어봐라.”
뭐라 설명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대충 그리 대화를 끝내려 하자.
“…뺑소니로 치어 버리시고 도망치시려는 건 아니죠?”
한아빈은 의심이 가득 담긴 말을 나에게 건네 왔다.
“아니 너도 나랑 말하는 거 옆에서 들었잖아! 쟤 운호도 아는 영웅이야! 내 친구라고!”
자 운호야! 한마디!
그런 마음을 담고 운호를 바라보았지만.
“메테오르라고 말씀하시긴 하셨는데, 제가 아는 메테오르님이랑 좀 많이 다르시네용.”
“…흐으으으음.”
아빈이의 눈길은 더욱더 싸늘해질 뿐이었다.
하늘 같은 스승을 믿지 못할 정도라니. 내 신뢰도가 이렇게 바닥을 쳐버렸을 줄이야.
“나중에 메테오르 치어버렸다고 관리국에 신고할 거니 그때 보자.”
“….”
아빈이의 눈길이 따갑다.
내 스승으로서 권위는 대체 어디로 가 버린 걸까.
그렇지만 이건 메테오르를 아는 사람이 아니면 도저히 변명할 방법이 없었기에, 그 시선을 감내하며 기다린 것이 30초가량.
“흐음. 일단, 알겠어요.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시신이라도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마침내 아빈이는 이상한 목울음을 끝내고 나에게 제안을 던졌으니.
“그래, 일단 특수 능력자 시신이니 어디 이상한 데 쓰이기 전에 차에 실은 다음 관리국에 던져 줄까.”
그리 생각하고, 메테오르의 시신을 들어 올렸지만.
철퍽.
진흙탕 같은 소리와 함께, 내장과 살 잔해들이 떨어져 내렸다.
…상태가 끔찍하구만, 이걸 정말 차에 실어야 하나?
그런 고민이 머리에 감돈다.
차를 타고 마법 학회에 도착하려면 한참 멀었고.
시체 가방에 어찌어찌 잘 담는다고 해도, 이런 상태의 시신이랑 같이 차를 타야 한다니.
거기다 이미 개차반이 나서 도저히 못 써먹을 것 같은 시신의 상태.
메테오르라는 오랜 전우의 시신이니. 참아 줄 순 있긴 한데.
그런 다종다양한 생각들이 마음속 저울에 올려졌고.
곧, 결론이 났다.
“좋아.”
메테오르의 시신을 들어 올린 후.
휙.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날 정도로, 크게 숲 안으로 내던졌다.
약간의 피와 살이 허공에 흩날리긴 했지만, 원심력을 제어한 덕에 이쪽으로 튀는 것은 극소량뿐이었고.
메테오르의 시신은 빠르게 숲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시신의 움직임을 따라 한아빈의 시선이 움직였고.
시신을 바라보던 한아빈은 메테오르의 시신이 떨어진 자리를 입을 딱 벌린 채 잠시 바라보더니.
“…선배님?”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왜.”
“역시 뺑소니 맞죠?”
“아니라고.”
“그럼 왜 친구분 시신을 그렇게 함부로 다루세요?”
“풍장 모르냐 풍장! 쟨 시체도 안 사라지는데 어쩌라고! 차에서 시체랑 같이 며칠 지내 볼래?”
“흐으으으으음….”
그렇게 한아빈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계속 받아내며.
나는 메테오르를 죽여 버린 차를 타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