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22)
마법소녀 아저씨 322화(322/671)
322. 학회의 만찬
아까 매직 위버의 사례에서 보듯, 마법사랑 내가 엮이는 것은 워낙 귀찮은 일이기에, 제네바 지부에 온 것은 상당히 오랜만의 일이긴 하지만, 제네바 지부의 구내식당은 그리 크게 바뀌지 않았다.
깨끗한 흰색 기반 건물에, 나무 느낌이 나는 책상과 의자들.
모던한 느낌이 드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구내식당.
다른 장소는 허구한 날 부서지던 탓인지, 내 기억과 크게 달라진 것이 많았건만, 구내식당이 멀쩡한 이유는 쉽게 상상이 갔다.
다들 연구로도 바쁘고, 싸우느라 바쁘고, 일하느라 바쁜데, 밥 먹는 시간에 일이 터지면 어떻게 될까.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든다는 말이 있듯이, 밥은 그만큼 중요하다.
즉, 다들 지친 삶에서 생활의 활력소인 밥을 쑤셔 넣고 있는데, 거기서 폭탄이라도 터졌다?
보나 마나 당사자는 눈이 훼까닥 돌아 버린 마법사들에게 테러리스트 취급받고 무참히 공개 처형 당할 것이 분명하다.
창문 너머로 보이듯, 지금도 누군가 마녀사냥처럼 화형을 당하는….
…아니 잠깐 저건 뭐야. 왜 교정 한복판에서 사람을 십자가에 매달아 불을 붙이고 있어.
그에 놀라 시야를 강화해 보자, ‘해당 연구원은 고행을 통한 마력 효율 향상에 대한 실험 도중입니다. 화염 내성 마법을 걸어 두었으니 걱정하지 마시길.’ 하는 안내문이 박혀있고, 주변에 뭔가를 태블릿에 작성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당사자와 합의된 건 아닌지, 매달린 사람이 읍읍거리며 고개를 흔들고 있지만…. 진짜 큰일이면 다른 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덕분에, 그리 큰일이 아닌 건 알았지만, 마법사들은 역시 미친놈들이라는 내 고정 관념에 스택 하나가 더 쌓였으니.
아무튼, 마법사들이 미친놈들이더라도 밥 먹을 때는 안 건든다는 뜻.
그러니, 밥 먹을 때도 매번 쳐들어오는 이계 놈들은 개보다도 못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거 망할 것들, 전쟁터에서 밥 좀 먹겠다는데 뭐가 불만인지.
물론, 그 후 분노 버프를 받은 영웅들이 쓸어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이정도로 밥은 중요하다. 아무리 엿 같은 일이여도 삼시 세끼 잘 나오고, 퀼리티가 좋으면 일단 사람은 참고 넘어갈 수 있단 말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이 식당에 나오는 밥들도 괜찮은 퀼리티를 보여 준다.
본래 규모가 있는 관리국 지부들의 구내식당은 메뉴가 많으며 싸고 질 좋기로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 제네바는 그중에서도 특출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세계 각국에서 모인 마법사들이, 자기 나라 요리가 없으면 난리를 피워서이지 않을까.
그 덕에, 메뉴판이 없고 요리 이름을 말하면 만들어 주는 호화스러운 사양이기에 그냥 먹고 싶은 것을 말하면 되지만.
이왕 스위스에 왔으니, 스위스 요리를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내 선택은.
옐플러마그로렌.
마카로니와 감자, 그리고 치즈를 베이스로 하고, 나머지는 요리사가 적당히 재료를 버무린 요리.
그라탕과 비슷하지만, 이쪽은 조금 더 치즈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아무튼, 주문 후 빠르게 나온, 따뜻한 그릇에 담긴 옐플러그마로렌은 척 보면 잡탕 요리처럼 보였지만, 그릇을 든 순간 진한 치즈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내 요청대로 치즈 비율을 높게 한 이 요리는, 치즈 또한 좋은 것을 썼다는 듯 굉장히 복잡한 향기를 풍겨왔기에. 감사히 그것을 받든 후, 제자들이 이미 자리한 식탁 위에 그릇을 올려놓았다.
무슨 치즈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연한 노란빛의 치즈와 마카로니가 버무려져, 따뜻하게 반짝이는 옐플러마그로렌.
그것을 바라보며, 숟가락으로 밥을 퍼. 입에 담았다.
예상대로, 씹는 맛은 없다. 이 몸뚱어리가 항상 그렇듯이 말이다.
그렇지만, 다른 좋은 점이 있었으니.
치즈에 담긴 깊은 맛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진한 짠맛과 고소함이 느껴지는 맛.
이상하리만큼 감각이 둔하거나, 민감해진 만큼. 혀 또한, 이렇게 타인에게는 조금 연한 맛이, 나에게는 진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맛있는 치즈가 따뜻함을 담고 입안에 부드럽게 맛을 내린 후, 걸쭉하게 목을 넘어가는 감각은 요 며칠간 있었던 불만을 조금 풀어내기 충분했기에.
만족스럽게 다음 숟가락을 들려는 순간.
“선배님? 제 말 듣고 계신가요.”
아까부터 무어라 말하던 한아빈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 덕에 좋은 식사 시간이 중단된 것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귀여운 제자들이 하는 말 아닌가.
그리고, 제자들이 생긴 이후로는 식사 시간은 대화의 시간이기도 했으니, 그 불만은 빠르게 사라졌고.
“아, 미안하다. 다른 데 신경 쓰느라. 뭐라고 했었지?”
“그러니까, 아까 그 매직 위버라는 분과 선배님은 어떤 관계신가요? 찾아보니 꽤 유명하신 분이던데요.”
“저도 궁금해요. 스승님! 그분 마법진은 척 봐도 엄청 세밀하게 짜여있었거든요!”
흠. 백시현도 흥미를 보일 줄이야.
하긴, 그 녀석 마법진이 예술의 영역이긴 하지.
마치 천을 짜내듯, 선 하나하나가 복잡하게 얽혀 거대한 마법진을 만들어 내는 마법진의 전문가.
선의 색, 굵기, 꺾임, 그로써 만들어내는 문양. 문양으로 만들어 내는 거대한 새로운 문양. 각각의 배치. 그 모든 하나하나가 의미를 담아 만들어 낸다는, 색색의 마법진은 척 보기만 해도 예술품에 가까운 물건.
아마, 비슷한 형상으로는 불교 쪽 미술인 만다라 같은 게 있었지.
그리고, 그 양반의 가장 무서운 점은, 마법진을 머릿속에 박아 놓고 매번 똑같은 마법진을 생성하는 게 아니라, 즉석에서 그걸 연산해 그려 낸다는 점이다.
즉, 매번 다른 형상의 마법진이 나온다는 것.
물론, 평범한 마법진처럼 미리 그리는 것도 가능하고, 항상 똑같은 마법이 나오도록 하는 고정 패턴 마법진도 저 양반이 등록한 게 많은 만큼, 단순히 개인의 발전 영역에 그치는 마법사는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숫자의 마법을 사용하고 그 자리에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데다가, 타인이 사용할 수도 있도록 고치거나 단순화시킬 수도 있는 마법사.
그것이 매직 위버.
마법진뿐 아니라, 영창, 수인 등의 특수 발동법에도 따라올 자 없는, 마법 구성의 일인자.
그런 내용을 제자들에게 설명해 주자.
“그런가요! 으으으음. 마법도 꽤 심오하네요!”
백시현은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자기 돈가스를 계속 먹는다는 기괴한 행동을 하며 좋아했고.
한아빈은.
“음. 매직 위버 님이 대단하신 분이라는 건 알겠는데 말이죠.”
제 밥에 손도 대지 않고 나에게 말했다.
“그런 대단하신 분이, 무슨 원한이 있어서 선배님께 그러시냐는 의미였어요.”
식어 가는 한정식 한 상을 두고, 입을 여는 한아빈.
그 말에, 조금 내가 이야기를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아빈보다 백시현의 질문이 조금 더 임팩트가 컸던 탓에, 매직 위버 위주의 설명이 되어 버렸군.
그래도, 최소한의 설명은 했었다.
저 양반도 구세대 영웅이고, 각성자 출신.
그리고 은퇴하지 않고 남기로 한 마법사라는 사실도.
다만, 내 친우들처럼 관리국의 어둠에 깊게 파고들진 않은 탓에, 제 유명세를 지운다거나, 전면으로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지만.
그건 어찌 되었건.
그 양반과 내 악연이라….
“어디 보자. 마법사 애들 자존심이랑 고집 센 건 말 했지?”
“예.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아, 그랬나? 그건 그냥 믿음 때문에 그래. 애초에 마법은 믿음에 기반한 기술이잖냐. 그래서 자기 믿음을 부정하면 분노하는 게 당연한 거거든. 근데 웃긴 게 마법은 워낙 체계가 다양해서 이쪽에서는 말도 안 되지만, 저쪽에서는 상식 수준인 것도 있거든. 그러니 맨날 싸우지.”
어느 한쪽은, 마법 트리거에 잡념이 담기면 효율이 떨어진다는데.
어느 한쪽은, 마법 트리거에 잡념이 많을수록 효율이 올라간다.
그리고 둘 다 각자의 파벌에서는 맞는 말이라서 처 싸우지.
어째 계속 설명만 하기에, 선생이 된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그리 답변해 주자.
“그럼, 선배님도, 매직 위버 님의 믿음을 꺾기라도 하셨나요?”
오, 예리하네.
“그랬지. 어디 보자…. 하나둘이 아니긴 한데…. 진지에 절대 물리 보호 장벽인가 뭔가 하는 걸 세웠는데, 토끼 잡으러 밖에 몰래 나간 내가 그거에 부딪혀서 화가 솟구친 바람에, 뭔지도 모른 채 주먹으로 깨부수고 들어왔던 게 있고….”
“…선배님?”
아니, 나도 할 말은 있단다 아빈아.
고기가 부족했다고.
고기가 부족하면 토끼라도 잡아야지.
이게 다 빨갱이 소련놈들이 물자를 죄다 보드카랑 담배, 빵만 보내 주면 해결되는 줄 아는 미친놈들이어서 그랬던 거란다.
생각보단 참을 만했는데, 결국 어느 순간 고기에 눈이 돌아가고 말았지.
“그거 말고는…. 걔가 당연히 마법사는 Magi 나 Magus 라는 이름을 써야 한다고 했는데, ‘응, 엿 먹어. 마법소녀가 가져간다. 우리 Magica임.’ 했던 것도 있고.”
“….”
왠지 모르게, 아빈이의 눈이 싸늘해졌다.
메테오르를 차로 쳐 버렸을 때만큼.
그렇기에, 스승으로서의 위엄을 다시 세우고자, 곧바로 해명을 시작했다.
“아니, 솔직히 내 잘못도 있긴 한데, 그 녀석도 이상하리만큼 지독하잖냐. 처음에는 자잘한 자존심 싸움이었는데, 그걸 안 잊고 매번 선빵을 날리니까,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잖냐. 그러니 나도 복수하고….”
그게 계속 반복되다가, 이 꼴이 와버린 거지.
폭력의 연쇄는 무섭구나.
나 하나 엿 먹이겠다고 학회 임원급 연봉을 하늘로 날려 버리다니.
그렇게, 내가 왜 그 녀석에게 주먹질했느냐에 대한 완벽한 논리로 짜인 해명을 들이밀었지만.
한아빈은 알겠다는 듯, 살짝 웃고 고개를 숙인 후, 제 식은 한정식을 조용히 먹기 시작했다.
…제길.
어째, 요즘 스승으로서 이상한 꼴만 보여준 것 같은데.
이게 다 매직 위버 놈 탓이다.
다음에 만나면 그놈이 뭘 하기도 전에 드롭킥을 날려 주리라.
제네바 지부에도 꽤 머물 것 같으니, 열 번 정도는 날릴 수 있겠지.
그리 생각하며, 조금 식은 내 옐플러마그로렌을 입에 담으려는 순간.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확성기로 크게 증폭된 목소리가, 크게 구내식당을 울렸다.
아니 씨벌, 이번엔 또 뭐야.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든다고 내가 아까 생각했니 안 했니?
그렇기에, 화가 잔뜩 솟아 소리의 근원지.
창문 너머의 부지를 바라보자.
익숙한 남자 하나가, 확성기를 들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식사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마법사 여러분. 그렇지만, 중요한 상황인지라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아까 내 주먹에 맞은 덕에 안경이 깨졌는지.
왼쪽 렌즈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오른쪽 렌즈에 금이 간 안경을 쓴 채 구내식당을 빤히 바라보는 매직 위버.
-지금 구내식당에 크림슨★해머라는 영웅이 자리하고 있으며, 저희 크림슨★해머 피해자 일동은 당사자에게 분노를 표출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리 말하는 매직 위버의 뒤편에는, 어째 어디서 본 것 같은 마법사 여럿과 얼굴을 본 적도 없는 대량의 마법사가 모여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저기다! 저기 이하람 놈이 있다!’
‘아직 할부도 안 끝난 내 집 날려 먹고 잠이 오더냐!’
‘내 클래식카 어따 꼬라박았냐고! 제발 잔해라도 찾게 말해!’
‘제 졸업 논문이 이하람이라는 유일한 예외 하나 때문에 모두 허사가 되었습니다! 내 5년 돌려놔!’
그렇게, 나는 제대로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내가 저지른 무언가에 대해 말하며.
아니, 졸업 논문은 내 잘못 아니잖아.
-그러니,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이하람은 빨리 교정으로 튀어나오길 바란다.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아니, 민폐는 네가 끼치고 있잖아. 미친 매직 위버 놈아.
그리 말하려고 창문에 달라붙었지만.
“뭐야? 이하람 놈이 여기 있다고?”
“스승님 마법 이론 날려 먹은 놈?”
식당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일어나 버렸고.
시선이 모이자마자, 제자 둘은 빠르게 나에게서 멀어지며 도망쳤다.
마치, 저 선배, 스승님은 저희와 관련이 없습니다. 하고 표출하기라도 하려는 듯.
그렇기에, 마지막으로 내 편이 되어줄 운호를 찾았지만.
조금 전까지 식탁 위에서 샐러드를 먹고 있던 운호는, 샐러드 그릇과 함께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으니.
“하하. 망할.”
모두에게 배신당한 나는 허탈해하며, 숟가락이나 들어 올렸다.
식은 옐플러마그로렌은, 치즈가 굳어 조금 잡스러운 맛을 뽐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