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25)
마법소녀 아저씨 326화(325/671)
326. 학회의 일상(1)
티타임은 내 마지막 이야기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야기를 들은 멕베스는 의회에서 찬성 파벌을 이끌고 날 도와줄 것이라고 확언했고, 이제부터 찬성할 인원들을 모을 테니, 그동안 쉬거나 교정에 있는 인간들을 어떻게든 해보라는 말을 남겼다.
그렇게 길면서도 짧은 티타임이 끝나고, 멕베스의 연구실을 나온 나는 한숨을 내쉬었으니.
…결국, 말해 주지 못했군.
마열차에 대해, 여왕에 대해, 끝없는 이계에 대해.
그 무엇도,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얼버무렸다.
어떠한, 경험을 겪었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모든 것을 겪은 세계에 대해, 제쓰에 대해, 알’셸에 대해.
그 무엇도, 말하지 않았다.
수많은 고민이 일었다.
과연, 알’셸을 제외하더라도 마열차에 대해 말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물론, 마열차의 인원들과 친분이 있긴 하지만, 그들은 내가 반드시 지켜야 할 대상은 아니다.
그리고, 그 장소에 대해 멕베스에게 이야기를 꺼낸다고 해도 무슨 일이 생길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세계를 위해, 약간의 언급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그러한 수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저, 말할 수 없는 장소에서, 우리와 유사한 세계의 끝을 보았다고.
끝없는 강자의 종말을 보았다고.
모호하고 흐릿한 말이 담긴, 너무나도 추상적인 문장.
나조차도 맥베스의 이해를 구하지 못하리라 생각한 문장들.
그렇지만, 그 말에 멕베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다는 듯.
그리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괜찮겠지.
무슨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약간 이야기를 숨겼을 뿐.
그것이 조금 신경 쓰였지만.
거짓을 말하는 것은 익숙하잖냐.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마음 한구석을 찌르는 양심을 그리 속이고, 어두운 복도를 가로질렸다.
밤이 내려, 어둠이 드리운 실내.
비록 내가 걸어가는 복도는 약한 야간등 정도만 켜져 있어, 복도의 윤곽만 보일 뿐이지만.
조금 고개를 돌려 보면, 밝은 빛들이 여기저기 자리해있다.
복도에 자리한 여러 연구실의 문틈에서 흘러나오는 밝은 빛들.
창문 저 너머에 있는, 또 다른 건물에서 등대처럼 흘러나오는 빛.
그리고, 지금도 교정에서 불타는, 청춘을 상징하는 캠프파이어…. 가 아니라, 마녀사냥의 불꽃.
저놈들은 대체 얼마나 기운이 넘치고 시간이 남아돌기에, 아직도 저런 괴상망측한 종교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걸까.
물론, 사람의 숫자는 아까에 비하면 많이 줄어들었지만, 나름 석박사라는 애들이 시간 낭비하고 있는 꼴을 보아하니, 마법학의 미래에 불안이 느껴진다.
아무튼, 마지막 광기는 제외하고.
수많은 연구실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학회의 주변을 밝히는 것을 보면, 아직 이들은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데이터가 안 나와…. 데이터가….”
“교수님…. 집에 가고 싶어요….”
그 빛에 섞여,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그 경험도 먼 미래에는 모두 젊은 청춘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청춘은 아파야 하는 법이지.
아니, 물론 뒤질 만큼 아프진 말고.
젊을 때 뒤질 만큼 아픈 결과가 나라던가 교정에서 마녀사냥을 하는 놈들이라거나, 관리국에 틀어박혀 허튼 짓거리를 하는 애들 아닌가.
고통도 적당해야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이란다.
우린 이미 글렀고.
그리 말해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연구실에서 비명과 절규를 내지르는 이들은 나의 제자가 아니기에.
내 제자들을 만나면 그리 이야기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선배니이이임! 런던 학회에서 저희랑 똑같은 주재로 논문이 나왔습니다!”
“뭐야?”
그런 비명을 뒤로하며, 어두운 복도를 나아갔다.
* * *
오늘부터 우리가 묵을 손님용 숙소.
4인실 숙소로 보이는 이 방은 여타 관리국 숙소와 달리,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다른 관리국 지부에서 내어 주는 일반 숙소가 1~2성급 호텔이라면, 여기는 3~4성급 호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냥 원룸이나 다름없는 기숙사를 제외하고 하는 이야기.
관리국 평직원용 기숙사는 어딜 가나 옆방 소리가 울릴 만큼 엉망으로 공사된 장소 아니던가.
관리국이 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좁은 건물에 수많은 직원을 쑤셔 넣으려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돈을 아끼게 되는 것이다.
물론, 높으신 분들을 위한 관사는 이야기가 다르지만, 그분들은 신변 보호 등의 이유도 있으니 넘어가고.
아무튼,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숙소가 고급스럽다는 점.
뭐, 이유는 여럿 있다.
마법학이 워낙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크고 넓기에, 마법과 관련된 지부는 자금이 풍부하단 점도 있고, 제네바 지부는 유동 인구가 많으니 그런 평직원용 기숙사보다는 대규모 숙박 시설을 운용하게 바뀌었다는 것도 있고, 관리국 소속이 아닌, 마법학과 연관된 외부 인원이 잔뜩 온다는 점도 있고.
사실 저 여러 이유를 합쳐, 어느 호텔 회사에 업무를 위탁하여, 대규모 숙박 시설을 지었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말뜻은 무엇이냐.
“유료란 이야기지. 그렇지 운호야?”
“꾸애애애애액.”
오랜만의 걸레 짜기를 당하며, 비명을 내지르는 내 파트너.
물론, 그 입에는 코발트색 잎을 잔뜩 쑤셔 넣어 두었다.
내가 없는 틈을 타, 오늘치 잎을 안 먹으려 한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꾸아아악.”
“아 그래, 그리 비싸진 않다고? 그렇긴 하지. 관리국이 직접 관리하는 숙소가 아니라, 호텔 회사를 통해서 하는 거긴 하지만, 일단은 관리국 내부의 공공시설이니까. 비싸면 뭐가 되겠냐.”
물론, 관리국과 연이 없는 사람이 묵으려면 꽤 비싼 숙박료를 내야 하지만.
우리는 영웅으로서 큰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그게 아니…. 꾸애애애액.”
“아, 그럼 그것도 어차피 안 낸다는 의미냐? 그것도 그렇지. 일단 우리는 공무 수행 중이니까.”
물론, 지금 당장 내 통장에서 돈이 나가긴 했지만, 공무가 끝난 후 경비 처리를 하면 다시 내 통장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숙박료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내가 없는 사이, 제자들이 멋대로 꽤 고급스러운 4인실 방을 빌렸다고 해도 말이다.
당연히 2인실을 두 개 빌렸거나, 1인실을 세 개 빌렸을 줄 알았건만.
워낙 나랑 같이 싸돌아다니다 보니, 당연히 4인실을 빌린 모양이다.
가격은, 아마 제자들은 경비 처리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니, 할인 가격을 따져 적당히 높은 클래스의 방을 고른 것일 테고.
그러니, 내가 화내는 부분은 운호의 생각과 달리 돈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그럼 대체 왜….”
걸레짝 운호가 비명에서 벗어나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내었으나.
“왜긴 왜야. 이 미친 녀석이.”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운호에게 화가 나, 다시 한번 몸을 비틀었다.
운호 안에 잠든 선조의 피 문제도 있어, 되도록 이런 체벌을 하고 싶진 않지만, 이 녀석이 벌인 일이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나 몰라라 하고 창밖을 바라보는 제자 둘도 들으라는 의미를 담아 입을 열었으니.
“운호야. 넌 내 파트너지?”
“그렇, 꾸액. 죠? 꾸액.”
아무렴, 둘도 없는 파트너지.
그런데 말이다.
“그럼 왜 우리 파트너께선,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날 내버려 두고 도망가셨을까.”
움찔.
내 말을 듣고, 창가에서 교정을 바라보는 제자 둘의 몸이 잠깐 경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손에 잡혀 비비 꼬인 운호의 근육이 굳어버리는 것도.
“아, 물론 전략적 후퇴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니란다. 분명, 전술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거기서는 도망치는 것이 옳은 일이지.”
솔직히, 나도 그 수많은 군세에 밀려 일단 잡혀 줄 정도니까.
그러니, 도망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의 상황이 무슨 생사의 갈림길이라던가 세계의 위기도 아니고, 충분히 도망칠 순 있지.
“그런데 말이다. 말 한마디쯤 할 시간 정도는 있지 않았을까 애들아?”
뿌득.
손안에서, 뭔가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꾸아아악 나 죽…. 꼴깍.”
운호의 움직임이 정지했다.
뭔가, 입 밖으로 연극조적인 대사를 내뱉으며.
음.
얜 죽었군.
그렇게 전투 불능이 되어 버린 운호의 입에 푸른 잎 하나를 더 박아 넣고 침대에 내던진 후, 제자들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렇게 가까워질 때마다 제자들의 몸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
마침내 제자들의 뒤에 자리한 나는 통유리 너머의 야경, 발아래 펼쳐진 교정 한복판에 자리하여, 아직도 불타고 있는 내 인형과 나무 십자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 내 귀여운 제자들아. 불쌍하기 그지없는, 배신당한 스승님에게 뭔가 할 말이 있지 않니?”
제자들의 떨림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그 떨림 중 하나는 곧 멈추었고.
“제가 먼저 도망치자고 했습니다! 스승님!”
두려움이 사라진, 오히려 용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를 담고 손을 번쩍 든 채, 그렇게 자진 신고하는 백시현.
호오.
당당하게 나선 것은 칭찬할 만하구나 시현아.
아무렴, 자기희생은 영웅의 기본 소양이긴 하지.
그런데.
그럼 나머지 한 분은 어떠실까.
지금도 덜덜 떨고 있으신 제자2. 한아빈 양.
자신을 위해 동료인 백시현이 거짓말을 하는, 느낌은 어떠신가요.
솔직히, 저 말이 진실일 리는 없다.
백시현은 그렇게 행동할 만큼 약삭빠르지도 않고, 그렇게 빠르게 상황 판단할 만큼 머리가 돌아갈 리도 없는 녀석이니까.
이 대탈출을 주도한 것은, 한아빈임이 분명.
그리고 한아빈의 육체 반응의 변화 또한, 그 추측을 증명한다.
그렇기에, 그것을 타박하고자 내가 입을 열려던 순간.
“시현이가 아니라, 제가 도망치자고 했습니다! 시현이는 아무 생각 없이 돈가쓰를 먹고 있다 끌려왔어요!”
다행히, 한아빈은 제 잘못이 아는지 내 타박보다 빠르게 자진 신고를 하였다.
즉, 내 거대한 분노를 받아 낼 필요는 없어졌다는 소리.
다만, 아빈이의 말에 하나 걸리는 점이 있었으니.
“…시현이만?”
“…어? 아. 네.”
“그럼 운호는?”
“…그건 저도 잘….”
오호라.
운호 이 녀석은, 자기 의지로 도망쳤다 이 말이지.
“그래. 그렇게 솔직하게 털어놓으니 얼마나 좋냐. 오늘 일은 이걸로 없던 거로 하마.”
대충 일이 정리된 것 같아, 제자들에게서 손을 뗀 후, 아까 침대에 던져 놓은 운호에게로 몸을 돌렸다.
제자들과 달리, 반성의 기미를 내비치지 않은 운호.
오늘 최고의 배신자이자, 내 분노를 받아 낼 이.
그런 내 파트너를 향해 몸을 옮기자, 등 뒤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기에.
“아, 물론 내일은 대련할 예정이니 준비하도록.”
그리 한마디 내뱉으며, 제자들에게 아직 벌이 남았음을 알려 주었다.
솔직히, 배신이라는 잔혹한 짓에 대해 말 한마디로 화가 풀릴 리 없지.
그렇기에, 내 파트너이자 참회하지 않은 이에게 남은 분노를 풀어내고자 발걸음을 옮긴 순간.
“뚫훑.”
갑작스레,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무게감과 통증.
대체 이게 무슨.
어디선가 공격이 날아오는 낌새는 없었는데.
그리 생각하며, 아직도 머리 위에 자리한 물건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손을 올렸다.
손에 들린 것은, 딱딱하고, 먼지가 묻어나는 물건.
그것의 정체는 보자마자 알 수 있었으니.
“…타일 조각?”
이런 게 왜 내 머리 위에 떨어져.
그리 생각하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나를 바라보던 제자들 또한, 이 상황에 당황한 듯 나와 함께 천장으로 시선을 옮겼고.
믿지 못할 광경을 볼 수 있었으니.
“…뭐냐 저거?”
“어…. 천장이 무너진 것 같네요?”
“천장 타일입니다. 스승님!”
그래, 내가 드디어 미쳐 버린 건 아니구나.
그리 생각하며, 손안에 든 물건을 바라보았다.
내 머리에 부딪혀, 깨져 버린 타일 조각.
딱 천장에도 네모난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 거기서 떨어진 것임을 알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제자들에게 향하던 내 분노는 다른 장소로 향했으니.
“부실 공사냐아아아아!”
나 아니고 민간인이 맞았으면 어쩌려고 관리를 이따위로 해!
그러잖아도 화나 있었는데, 거기서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고?
오냐 호텔 외주 직원 놈들 거기 딱 대라, 내가 공무수행증을 들고 한소리 늘어놓아 주….
그리 생각하며, 문을 열고 나간 순간.
“뛇.”
내 옆구리를 강하게 강타하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으니.
“꺄아아아악! 손님!”
“선배님!”
가벼운 내 몸이 붕 뜬 순간, 내가 무엇에 치인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영업용으로 보이는, 수레만큼이나 커다란 바퀴 달린 기계식 청소기.
그것이 어찌 된 일인지, 자동차만큼이나 초고속으로 돌진하여 나를 치여 버렸던 것.
…저게 저렇게 빠를 수 있나?
청소기에 치여 날아가는 나는 그런 의문과 함께.
이 개판에 대해 꼭 항의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