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26)
마법소녀 아저씨 325화(326/671)
325. 티타임(2)
“얼굴이 굳었군.”
조금 전 질문을 던졌던 멕베스가 나에게 던진 말.
지적당하지 않아도, 내가 한껏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멕베스의 말은, 수많은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까.
어떻게든 내면을 다스리고 표정을 되돌리려 노력해 보았지만, 그것이 성공하는 것보다.
“긴장 풀게. 아까 말했듯, 사람의 근본에 자리한 행동 원리에는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으니까.”
멕베스의 말이 빨랐고, 그리 말하는 멕베스는 살짝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중앙에 놓인 찻주전자는 공중을 부유해, 텅 빈 내 찻잔에 차를 따라 주었다.
아마, 차라도 마시고 마음을 다스리라는 의미겠지.
내가 예상한 멕베스의 의도에 따라 따뜻한 차를 목구멍에 들이켜자, 조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딸깍.
두 모금가량의 분량이 사라진 찻잔이 찻잔 받침에 놓이고.
“진정했나?”
“대충.”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오는 멕베스의 질문을 담담하게 받아쳤다.
“잘 되었군. 그럼, 이번엔 질문이 아닌 단순한 말이니 듣고 있게나.”
멕베스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이것이 빈말일 리는 없으니, 최대한 마음을 안정시키고자 긴장을 풀고 딱딱한 의자에 몸을 뉘었다.
“들을 준비가 된 것 같으니, 이야기를 계속하겠네.”
멕베스는 그리 말을 내뱉고는, 잠시 입을 닫은 후.
“행동 원리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법이지. 물론, 그 행동 원리와 그 사람의 행동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닐세, 사람의 생각은 복잡하고 상황에 따라 자기 자신조차 쉽게 배신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니.”
뭔가 설명이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데.
그렇지만, 그런 불만을 내뱉진 않고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당장 나는 그대의 행동 원리에 대해 잘난 듯 말해 주었지만, 그대의 행동 중 실제로 자신이 손해 보는 행동의 비중은 적은 편이지. 그대의 행동 대부분은 본능과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행한 후,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편이니 말일세.”
너무나도 담담하게 나를 깎아 내리는 멕베스의 말.
잠자코 멕베스의 말을 듣고 있던 나는 그 말에 조금 열이 올랐으니.
“말이 너무 심하네, 멕베스 영감. 내가 막사는 건 부정 못 하겠지만, 나름대로 주변을 잘 살핀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약간 불만을 담은 항의를 해보았지만.
“그런가? ‘
사령관
’으로서 그대의 뒤처리를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 말이지.”
멕베스는 태평한 얼굴로, 한 단어에 악센트를 준 채 그리 답했으니.
“반대로, 내가 끼어들어 좋게 흘러간 것도 한두 번이 아니지. 안 그러슈 ‘
영감
’?”
나 또한, 어떤 단어에 악센트를 붙여 답을 되돌렸다.
악의나 적의 없이 서로에게 내던진 말.
그렇지만, 그 말은 조용했던 티타임의 분위기를 조금 흐트러트렸고.
달칵.
조금 전과 달라진 분위기 속에서 서로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각자의 찻잔에 담긴 차를 들이켠 후.
달칵.
차를 내려놓았으니.
“나는, 그대가 그리 산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네만.”
첫 공격은 멕베스였다.
“하, 그럼 증명해 보시죠.”
아무리 멕베스라도, 한 번에 증명할 순 없을 것이다.
물론, 나 자신도 멕베스가 말하는 내용에 절반 정도는 동감하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민폐를 끼치며 본능대로 산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내가 무슨 야생의 흉포한 맹수도 아니고, 교육받은 인간인데 말이다.
그리 생각하며, 멕베스가 무얼 말할지 기다렸지만.
돌아온 것은, 말이 아닌 손동작이었다.
나머지 손가락을 오므린 채, 검지 하나만을 치켜든 멕베스의 왼손.
그것이 허공에 작은 원을 그리며 회전했으니.
멕베스의 검지 끝에서부터 마력이 가득 담긴 빛나는 선이 그어지기 시작했다.
빛나는 선은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원을 그렸으나, 그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은 채, 소용돌이처럼 넓게 퍼져나갔고.
손가락이 그리는 원 반경의 몇 배나 되는 길이의 원이 생겨났다.
중앙에서부터 회전하던 빛의 소용돌이가, 한 지점에 차차 도달해 진한 선으로 완성된 거대한 원.
그것은 짧게 빛을 흩뿌리며 점멸한 후, 어떤 한 광경을 비추었으니.
그 자리에 내려앉았던 황혼이 지나고, 새로이 밤이 내린 장소.
그렇지만, 여기저기 치솟는 광원 탓에 평범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그 장소는, 조금 전까지 내가 있던 위치였으니.
마법 학회 제네바 지부의 교정.
내가 마녀재판을 받던 장소.
거기엔 자기들끼리의 배틀 로얄이 종료된 것인지.
아니면, 증오의 대상인 내가 사라진 탓에 자진 해산한 것인지.
둘 중 하나의 이유 덕분에 아까보다 숫자가 한참 줄어든 이들이 교정에 모여 미친 짓을 하고 있었으니.
그들이 둘러싼, 중앙에 놓인 나무 십자가가 불타고 있다.
본래 내가 매달려있던 나무 십자가에는, 나 대신 누군가가 매달려있는 상황.
은발 머리를 하고 파란색 기반의 마법소녀 복장을 입은 자.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은 아니다.
지금 저기에 매달려있는 것은, 마법소녀 크림슨 해머의…. 인형.
아마 부직포로 된 것 같은, 나와 비슷하면서도 닮지 않은 인형이 십자가에 매달려 불타고 있었으니.
무언가 악신에게 제물을 바치는듯한 종교 집회 속에서.
사람들은 불타는 인형을 향해 무언가 고함과 마법을 내지른다.
다행히 멕베스가 비춰 준 영상은 소리 없이 영상만 흘러나오기에,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물론, 독순술을 사용하면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 알 수 있지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문장일 것은 분명한 사실.
사실, 독순술이 무슨 on/off 기술 같은 것도 아니기에.
논문이 어쩌고, 앤티크 카가 어쩌고, 실험 대상이 어쩌고, 할부금이 어쩌고 하는 대략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알 수 있긴 하지만.
아무튼.
“…쟤들 미친 거 아닌가.”
지들끼리 싸우는 것도 충분히 미친 짓인데, 내가 사라지니 불사조 대신 참새랍시고 인형을 불태우고 있네.
나중에는 나를 모든 악의 근원–크림슨╋해머- 라며 악신으로서 섬기는 종교 단체라도 생기는 게 아닐까 싶을 괴상한 광경.
“내 시선으로도 저들의 행동은 꽤 과격하군. 그렇지만, 이것으로 증명된 것이 아닌가?”
그리 말하며, 영상을 비추는 마법진을 닫는 멕베스.
“뭐가 말이슈?”
어, 무슨 말을 하고 있었더라?
워낙 충격적인 광경을 보고 나니 멕베스가 뭐 하러 저걸 보여 줬는지에 대한 기억이 날아가 버렸다.
“그대는 자신의 행동 원리보다, 자기 본능에 충실하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네. 조금 더 정확하게, 민폐를 끼치며 살고 있다고 했었지.”
“…어. 그게.”
솔직히, 저것에 대해 반박할 논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 자신은 아니라고 몇 번을 외쳐도, 저 정도로 맛이 가 버린 인간들을 양산한 것은 내 행동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틀림없으니까.
“…죄송… 합니다?”
그렇기에, 자기 변호적 논리 대신, 마음에서 반쯤 우러나는 사과를 허공에 내던졌으니.
“죄송할 것까지는 없네. 나 또한 그대의 행동에 대해 피해받은 경험이 제법 있긴 했지만, 그리 행동하는 것 또한 젊은 혈기가 이끄는 특권이 아닌가.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대 또한 꽤 나이가 들었으니, 타인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도록 행동해 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긴 하네만.”
…아, 예. 그렇군요.
왜 이야기가 갑자기 설교 시간이 되어 버렸을까.
이 나이 먹고 설교나 듣는 처지라니, 쥐 괴인이 판 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어지네.
그렇게, 오랜만에 쭈그러든 자아 속에서 거품같이 솟아나는 자기 비하를 마음속으로 퐁퐁 터트리고 있자.
“아무튼, 이야기가 많이 엇나갔네만, 이처럼 자신의 행동 원리를 온전히 따르는 이들은 적은 편이라네. 그렇지만, 그런 무의식 단계의 행동 원리가 그 사람의 선택을 온전히 속박하는 때가 있다네. 어떤 때인지 아는가?”
…이 와중에 질문 타임이라니.
편하게 있으라면서. 난 이미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야 멕베스 사령관.
아니, 정말로. 차라리 리 노인이나 천하일검이랑 눈싸움이나 하고 말지.
“어. 극한 상황?”
창작물에서 자주 나오던데.
극한 상황에 몰리니 네놈의 본성이 드러나는구나! 하고.
실제 전쟁터에서도 자주 본 광경이기도 했고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또한 더 큰 범위 안에 그것이 들어가지. 뭔지 알겠나?”
“…그냥 설명해 주시길.”
지쳤어. 진짜.
내가 그리 말하며, 정말로 지쳤다는 듯 골골거리며 찻잔을 들이켜자.
“그런가. 하긴, 이야기가 길어졌으니 진도를 빼는 것이 옳겠지. 정답은, 선택일세.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앞길을 좌우할 만큼 거대한 선택. 그 안에서는, 작건 크건 그 사람이 내면에 간직한 행동 원리가 선택의 행방을 결정하지.”
그런가요….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분명 지금 중점은 마법학의 기본 교육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왜 갑자기 사람의 행동에 대한 강의가 되었단 말인가.
“그렇기에, 나는 그대의 그 제안이 궁금해졌던 것일세.”
그 말을 끝으로 멕베스가 입을 다물었기에, 방에 침묵이 감돌았지만, 아직 멕베스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과거, 사람들과 각성자들은. 한 가지를 염려했지.”
“….”
귀를 기울인다.
멕베스가 해주는 옛이야기에.
“이계의 기술, 이계의 종족, 이계의 물리 법칙, 이계의 물질.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이계의 힘. 그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을, 우리가 알던 현실과 전혀 다르게 뒤틀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였지.”
저 말이라면, 알고 있다.
지금도,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
이계의 힘에 의지하면 안 된다고.그것은 침략자의 힘이며, 우리가 가질 올바른 힘이 아니라는.
그런, 주장.
“그 불안은 이계침식이라는, 세계 자체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악몽을 목도하며 폭발하고 말았고, 그렇기에 이계와 연관된 것들은 언급하거나 연구하는 것이 금지되었지.”
옛 영웅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어째서, 과거 각성자라 불린 영웅들이 그런 기술을 독점하였는가.
세계가 재편된 후에도, 그와 연관된 모든 것을 관리국이라는 초국가적 집단 하나가 통제하는가.
그 모든 것은, 저런 불안 위에 세워졌으니.
이계와 관련된 것들은, 이계와 연관된 이들의 손에.
그렇기에, 그 의지를 이은 관리국은, 그 모든 것들을 안에 품었다.
배척받는 것을, 안에 품고자.
전통에 따른, 떠안은 이가 안에 품은 오물은 세계가 바뀜에 따라 오히려 관리국의 힘이 되어 주었지만.
시작은, 그런 것이었다.
“물론, 현 세상은 다르지. 이계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이계와 관련된 세계의 뒤틀림 또한 민간인들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특히, 근래 태어난 젊은 이들일수록 말일세.”
끼릭.
어딘가, 나무가 뒤틀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것은 우리가 옛 시대를 겪어 봤기에, 마음속에 남은 생각이기도 하네. 이젠 겪지 못하는 순수한 과거를 기억하며, 내면에 품은 생각.”
“….”
멕베스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오염된 것은, 오염된 이들의 손에. 이하람 그대 또한 품었던 생각이지. 타인의 오염마저도 스스로 삼키던 이하람. 그대가.”
“…시꺼.”
“그런 그대가, 자신이 스스로 등에 짊어졌던, 자신이 생각했던 의무를 일부 내려놓고, 다른 이들에게 퍼트리려 한다. 행동 원리도, 안에 품은 생각과도 어긋나는 행동으로써.”
“…시끄럽다고 했잖아. 멕베스 사령관.”
화가 난 것은 아니다.
그저, 이 말의 끝에 나올 질문이 불안했기에.
“그 사상 자체는, 나도 찬성하고 있네. 인류는 위태로워. 비록 평화 속에 있지만, 언젠간 이 줄타기도 실패할 때가 오겠지. 그를 위해, 모든 이들의 평균적인 힘의 향상이 필요하다는 것은 전략적, 사회적 관점에서 당연한 일. 이것은, 우리와 같은 개인이 어찌 생각하건, 이계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이가 집단의 다수를 차지할수록 언젠간 나올 합리적인 제안임이 분명하지.”
그만.
“그렇지만, 이것은 한 개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야. 이하람 그대. 내가 알고 있는 그대라면, 절대 내뱉지 않을 이의 입에서 나온, 제안. 그렇기에 난 궁금한걸세.”
씨익.
멕베스가 웃는다.
친절함이 담긴, 아이스 픽으로.
“대체, 이계에서 뭘 보고 온 건가. 대화를 나눠 보니 알겠어. 그대의 행동 방식은 변하지 않았으니. 그저, 이하람 그대는 무언가를 본 거야. 자신의 행동 방식의 끝의 결말을, 자신의 무의식에 자리한 거부감도 지워 버릴 만한 무언가를.”
“….”
멕베스.
각성자의 사령관.
그는, 내가 숨긴 것을 바라보고 있다.
“자. 그럼, 다시 질문 시간이군. 이하람. 그대는 무엇을 보았지?”
그리고, 질문한다.
이번에는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질문해 온다.
그에 나는.
“그래….”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