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28)
마법소녀 아저씨 328화(328/671)
328. 학회의 일상(3)
팅.
근처에 있는 연구실에서 뜯어 온…. 이 아니라, 빌려 온 관측 기기가 금속과 부딪히며 생겨나는 맑은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진다.
그렇게 소리를 내매 튕겨 나간 금속판이 허공에서 춤추다 관측 기기의 쟁반 안쪽에 떨어졌고.
나는 고개를 내밀어 떨어진 금속판을 바라보았다.
“앞면.”
그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앞에 놓인 메모장에 획을 하나 더 그었고, 동시에 핸드폰 화면에 떠오른 이체 버튼을 눌렀다.
몇 초 지나지 않아, 화면에 ‘관리국 산하 사회 재건국에 이체가 완료되었습니다.’ 라는 문구가 보였고.
이체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나는 기계의 버튼을 눌러, 또다시 금속판을 튕겨 올렸다.
동전처럼 생겼지만, 정밀하게 가공되어 앞뒷면의 확률이 거의 동일하게 설정된 금속판.
무작위성을 최소화하며, 매끈한 표면에 앞뒷면을 나타내기 위해 미세하게 색을 코팅한 금속판은 또다시 회전하다 쟁반 안쪽에 떨어졌으니.
붉은색.
“…앞면.”
그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조금 전 했던 행동을 반복하고, 또다시 이체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후, 여태까지의 기록을 확인했다.
횟수는 총 100회.
앞면과 뒷면의 분포 결괏값은 앞면 84, 뒷면 15, 기계가 고장 나 나를 향해 금속판을 발사함 1회.
이 결괏값을 통해 유추해 보면.
명백하게 이상하구만 이거.
물론, 시행 횟수가 100회밖에 되지 않으니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분포가 어긋난다면 뭔가가 관여하고 있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앞면이 나오면 내 돈을 기부한다는 선 조건을 걸었으니까.
물론, 수익 대부분이 기부 등으로 사라지는 내게 있어 기부 행위가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있는 돈이 이런 짓으로 사라진다는 사실은 불행이라고 인지할 순 있으니 말이다.
즉, 본디 반반 언저리에 나와야 하는 동전 튕기기의 결과가 이 정도로 치우쳤다는 사실은, 둘 중 하나다.
간이 인과 확률 검사기가 고장 났거나.
내 주변의 인과가 무슨 이유로 어긋났거나.
아마, 내가 불행한 쪽으로.
물론 그냥 우연히 편차가 크게 나타났을 확률도 있지만, 그건 내가 복권 당첨이라도 되는 것과 비슷한 확률이니 무시하고.
자. 그럼. 내 현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자. 가라 제자들아.”
내 실험을 멍하니 보고 있던 제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렇지만 그런 내 명령은, 아무것도 없이 고요하기만 한 방 안에서 무의미하게 메아리칠 뿐이었고.
잠깐의 시간이 지나, 내 명령을 듣고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제자 중, 한 명이 입을 열어 질문했으니.
“질문이 있습니다. 선배님.”
“무슨 질문이냐.”
“대체 지금 뭘 하시는 거고, 저희한테 뭘 하라는 의미죠?”
“질문이 두 갠데, 어느 쪽부터 답해줄까.”
“앞쪽부터요.”
흠, 하긴. 얼핏 봐서는 이게 대체 뭔 짓인지 알 수가 없지.
설명이 부족하긴 했구나.
그럼 알려줄까.
“이건 간이 인과 확률 검사기다. 이계의 힘이 관여해 뭔가가 꼬였는가를 확인하는 방법이지.”
확률론 자체를 어그러트리는 기술을 보유한 이도 생각보다 흔하니까 말이다.
“그럼 그런 기계 필요 없이, 직접 손으로 튕기면 되지 않나요?”
그런 내 답에 대해,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조금 더 상세한 질문을 던진 한아빈.
누구든 생각할 만한 질문이긴 하다. 상식적인 범위 내라면, 말이지.
“그래, 급할 때는 그런 식으로 하긴 하지. 야전에선 곧바로 동전 튕겨서 10회 내외로. 근데 이게 문제가 하나 있….”
그렇게 내가 설명하려는 순간.
“스승님! 그거 사람이 하면 결괏값이 오염돼서 그러시는 거죠?”
난데없이 백시현이 끼어들어 정답을 내뱉었고.
“음? 무슨 소리야 시현아.”
내가 설명하기도 전에, 제자끼리 말이 이어지고 말았다.
“그게, 사람이 동전을 튕기면, 자기 의지로 앞뒷면을 조절 가능하니까!”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얼핏 듣기엔 말도 안 되는 말을 내뱉는 백시현.
물론, 그것을 듣는, 진정한 상식을 가진 한아빈은 뭔 개소리냐는 듯 눈을 찌푸렸으니.
“그게 될 리 없….”
팅. 팅.
한아빈의 말에 맞춰, 곧바로 금속 두 개가 튕겨 올려지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진다.
하나는 내가 기계에서 집어 든, 공평한 동전.
하나는 백시현이 주머니에서 꺼내든 평범한 동전.
그리고, 우리 둘은 얼마 차이도 없이 그것을 손에 든 후, 펴 보이며 그것을 증명했으니.
“앞면.”
“앞면!”
팅. 팅.
또다시 두 소리가 겹치고.
“앞면.”
“또 앞면!”
나와 백시현은 손을 폄으로써, 같은 것을 한아빈에게 보여주었다.
“…그게 되나요?”
“손가락 컨트롤로!”
“낚아챌 때 앞면 뒷면을 고를 수 있지.”
이걸로 병사들 담배랑 술 많이 털어먹었는데, 어느 순간 눈치채더라.
“아무튼, 사람이 손으로 하다 보면, 의도치 않아도 무의식적 행동이 결과가 반영되니 말이다. 이거 확률 간섭이다 하고 한쪽에 치우친다든가, 그런 지독한 상황에 처할 리 없다고 현실 부정하며 5:5 맞춰 버리든가. 그래서 저런 기계가 필요한 거지.”
물론, 저것도 간이식인지라, 실제로는 기계가 놓이는 위치나 주변 상황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좀 더 정밀한 관측기구가 관리국 내부에 존재하긴 하지만….
아무리 간이라 하더라도, 검사기가 나를 향해 동전을 발사할 때부터 이미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확정.
그렇게 내가 설명을 마치자.
“그럼, 지금 선배님에게 뭔가 걸렸단 의미신가요? 가령…. 불운의 저주라던가?”
자기가 말하면서도, 그런 게 있긴 한가? 싶다는 어투를 질문에 담은 한아빈.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세계가 이계와 슈퍼 파워가 난무하는 막장 상황이라지만, 행운에 관여하는 기술은 본 적이 없을 테니 말이다.
인과나 확률이 관여한 기술은 그 난이도가 어처구니없으니까.
단순히 한 사람을 향해, 무언가 나쁜 일을 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염동력으로 돌을 집어 던진다든가, 총알을 갈긴다든가.
그렇지만, 불운해진다. 라는 것은 너무나도 그 명제가 불분명하고 난해한 범위.
불운은 무엇으로 판단하고, 주변 환경이 어찌 될 줄 알며, 주변 환경이 어떻게 작용해야 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을 것인가.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지만.
“그래, 행운이나 불운을 건드리는 기술이 존재하긴 하거든.”
그런 것이 실존한다는 것 자체는, 이미 증명되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마법.
가령, 멕베스의 S급 기술. 광야의 세 마녀라거나.
내 이상하리만큼 특수한 탈것 문제라거나.
…농담이 아니고, 행운, 불운의 실존 증명이 저것 덕분에 성공했다.
물론, 나 말고도 그렇게 운명이 뒤틀린 영웅이야 이미 논문까지 나올 정도로 흔한 사례기에 그런 존재 증명이 나 혼자 덕분은 아니지만, 적어도 멕베스의 S급 기술은 내 차량 문제에 영감을 얻어서 만들어진 기술.
웃기지도 않지만.
바꿔 말하면, 이 현상 또한 그런 대마법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사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매직 위버지만, 그 녀석이 이런 대마법을 펼쳤다면 진작 자기 자랑을 늘어놓았을 테니 일단은 후순위.
그다음은 실제로 그런 마법의 사용이 가능한 멕베스이긴 한데, 멕베스가 조건을 채웠을 것 같지도 않고, 굳이 멕베스가 이런 짓을 내게 하는 이유도 모르겠으니 논외.
그럼 남은 것은, 이계의 적이나 다른 마법사들.
“그러니까, 이거 시전하고 있는 놈 찾아와라. 제자들아.”
그런 해답에 도달한 나는, 그런 수상쩍은 이들을 찾아오라고 제자들에게 명령을 내렸으니.
이것이, 한아빈의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다.
“또 질문이 있습니다. 선배님.”
그렇지만, 한아빈은 내 답에 만족하지 못한 듯, 또다시 입을 열었고.
“왜, 뭐가 문제야.”
“선배님이 직접 찾으러 가시는 게 좀 더 효율적이지 않나요? 저희는 효과 범위 밖인 것 같으니 마력을 쫓는 것도 불가능할 거고, 선배님만큼 마법사들 얼굴도 모르니까요.”
오늘 하루, 계속해서 타당한 말만을 입에 담는 한아빈.
자기 본능대로 사는 백시현과 달리, 이성을 가진 채 의문을 던지는 한아빈의 존재는 고맙기 그지없다.
“아빈아. 굉장히 상식적인 의견 고맙다. 그렇지만 말이다….”
평소와 같은 상황이라면. 말이지.
“지금 이 상황은 한아빈 네가 모르는, 비상식적인 영역의 문제거든. 그건 상식으로 생각해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답이란다.”
인과율 자체를 건드려, 무엇이 일어나는 확률을 조작한다.
이것의 가장 무서운 점은, 너무나도 그 효과가 광범위하기에, 당하는 사람조차 그 내용을 알아차릴 수 없다.
내가 불운하긴 하지만, 이 불운이 언제까지 이어지는가.
실제 불운을 겪지만, 이것이 마법의 효과인가? 그럼 어떤 행동에 적용되는가? 얼마만큼 적용되는 거지? 강도는 점차 강해지나?
그런 의문이 쌓여갈 뿐.
그리고, 또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아빈이 너는 지휘부 지망이지? 그럼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에 대해, 비상식적인 답을 내는 경험도 필요하지. 가령, 내가 이 마법의 시전자를 찾지 못하도록 하는 불운이 이 마법의 본질이라면?”
그렇다면, 내가 무엇을 하던 헛짓거리가 된다.
물론, 그만큼 강한 왜곡이 일어날 리는 없고, 내가 식당에서 포크를 잡아챘듯이, 단순한 행운, 불운만으로는 억제하는 한계 자체가 확실히 존재하지만.
“그렇다면, 나는 최대한 무언가가 일어날 확률을 통제하고, 효과 범위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지.”
실제로 인과, 확률 조작 계열의 대처법은, 개인 단위일 경우 타인이 해결해주는 것이 베스트.
이것은 수많은 전장을 겪음으로써 얻은 경험.
“음…. 그래도 상식적인 범위에서 생각해 보면, 저희가 마법의 시전자를 찾아내는 것 또한 선배님에게 행운의 영역 아닌가요?”
그래, 저것 또한 하나의 문제.
타인이 무엇을 행함으로써, 내게 행운이 돌아온다면 그것이 막히는가.
그렇지만, 저것은 반박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이런 기술의 주체는 당사자가 행하는 행동을 기반으로 움직인단다 아빈아.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이 아무런 상해를 입지 않아야, 내가 불행해진다는 초월적인 답에 도달함으로써, 그 사람은 사실상의 불사신이 된다는 결론이 나거든.”
물론, 한계는 있기 마련이지만.
“그리고, 이 아침 대참사 중, 명백하게 피해를 본 것은 나 하나뿐이다. 이건 아마 나 자신으로 한정된 불운. 타인의 인과율에는 간섭하지 않아.”
실제로, 날 불행하게 만들려면 제자들과 운호에게도 피해가 가면 된다.
아마, 나는 나 자신이 다치는 것보다는 그것이 더 불운하다고 느끼는 계열의 인간이니까.
그렇지만, 제자들은 그런 피해를 일절 겪지 않았다.
“그러니까, 다녀와라. 제자들아. 이만한 마법이면 거대한 촉매든 막대한 마력이든 뭔가 하고 있을 거다. 대놓고 수상한 놈 두들겨 패면서 심문해.”
물론, 이만한 대마법을 펴는 이가 그렇게 눈에 띄는 증거를 남길 리 없으니, 어느 숨겨진 장소에 거대한 마법진을 그리고, 마력 또한 외부로 새 나가지 않도록 했겠지만.
그런 왜곡 또한, 행동에서 수상쩍음이 드러나기 마련.
그런 내 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한 것일까.
“알겠습니다! 스승님! 다녀올게요!”
쾅.
곧바로 실험실 문을 박차고 달려 나가는 백시현.
나는 그런 제자의 등을 바라보며 한껏 미소를 지어주었고.
“아빈이 너는?”
그 뒤, 남은 제자 한 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음. 저도 갈 거긴 한데요.”
탁탁.
이제 움직이기 위해서일까.
신발 뒤창을 땅에 탁탁거리며 신발을 다시 자기 발에 맞추는 한아빈.
“그럼, 그동안 선배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녀는, 그런 질문을 던져왔고.
“나? 나야 뻔하지.”
나는, 새로이 생겨난 목적을 입에 담았다.
“수상한 놈들 한 놈씩 줘 패러 간다.”
못 만나겠다는 놈?
그놈이 범인이야.
자, 일단 매직 위버부터. 두들겨 패러 가볼까.
후순위?
내 직감은 그놈이 범인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