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30)
마법소녀 아저씨 330화(330/671)
330. 답을 찾아서(1)
거 매지카닉 영감탱이 아직도 현역이시네.
은퇴한 지 꽤 시간이 지나서 한참 약해졌을 것이라 예상해 약한 공격을 날렸건만, 봐준 거라 해도 내 첫 공격을 막을 줄이야.
그에 기뻐하며 공격 속도와 강도를 올린 덕에 매지카닉이 의무실로 실려 가는 대참사가 일어나긴 했지만, 내 잘못은 아니다.
분명 내가 평소보다 손대중을 덜 하긴 했지만, 매지카닉은 내 공격을 어떻게든 다 막아 냈으니 말이다.
나이도 있으시고, 은퇴한 탓도 있어 점차 밀리긴 했고, 최후의 순간 망치에 보호막이 뚫림으로써 승패가 결정되었지만.
내 특기가 무엇이던가.
적절하게 안 뒤질 정도로 패는 것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망치를 코앞에서 강제로 멈춘 후, 거대한 망치가 매지카닉의 시야를 가린 틈을 타, 마법소녀풍 촌경을 허리에 처먹이려 했지만.
망치도, 내 주먹도 상대의 몸에 닿지 않은 상황에서, 매지카닉이 비명을 지르며 대지에 쓰러졌다.
뭐지? 할리우드 액션? 날 나쁜 놈으로 만들려는 마법사의 악독한 계획인가?
그런 의문이, 짧은 시간 동안 내 뇌리를 감돌았지만.
그 생각은, 매지카닉이 내뱉은 말 한마디로 지워졌으니.
‘…허…허리가…. 의, 의사 좀 불러 주게….’
허리 디스크.
사람이 나이를 먹음에 따라 찾아온다는, 무시무시한 저주.
그것이 격한 운동으로 인해 터져 버린 모양이다.
나는 디스크가 터져 본 경험이 없어 뭐라 공감하진 못하겠지만, 허리가 망가져 본 적은 여러 번 있으니 아마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아무튼, 그렇게 매지카닉의 자폭으로 아쉽게 전투가 끝나고 의무실로 실려 가던 매지카닉이 ‘저주하겠다! 이하람!’ 하면서 사라진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저건 내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내가 촌경을 허리에 처박은 것도 아니고, 손이 닿기도 전에 자기 관리 실패로 자기 허리가 어긋난 것이건만, 왜 내 탓을 한단 말인가.
아무튼, 판정승으로 내가 이긴 거니, 내가 진리다.
마법사면 마법사답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라고.
그런 안쓰러운 전투 결과야 어찌 되었건, 하나 알아 낸 것이 있다.
아마, 매지카닉은 나에게 불운을 내린 상대가 아닐 것이다.
매지카닉의 허리 디스크가 갑자기 터진 것은, 어떻게 보아도 내 불운과는 거리가 머니까.
만약 매지카닉이 내게 건 마법의 메인 시전자라면, 가장 강한 불운으로 보호받아야 할 테니 저런 일이 터지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주먹을 허리에 박아 넣어 디스크가 일어났다면, 그것은 내 행동이 불운을 뛰어넘는 필연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매지카닉의 허리 디스크 문제는 내 손이 닿기 전에 일어난 일.
내 상상이지만, 만약 매지카닉이 이 범인이라면, 주먹이 허리에 박힌 순간, 그것이 물리치료의 효과를 내어 허리를 고쳐 버리지 않았을까.
물론, 지금 이 상황조차 자신이 시전자임을 들키지 않으려는 연극일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 너무 범위가 넓어지지.
솔직히 말하면, 내가 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내가 이렇게 명망있는 마법사와 얼굴을 마주하는 이유라면야.
심심하기도 하고, 스트레스 해소도 겸하는 것.
거기에 더해, 지금 내가 찾아가는 양반들은 내가 여기 온 첫날, 날 십자가에 매단 양반들이다.
즉, 나에게 원한이 있는 이들.
바꿔 말하면, 내게 뭔가를 했을 가능성이 큰 이들.
내가 좀 의무실로 보내 버려도 큰 문제가 없는 이들이란 뜻이다.
거기에 더해.
“오늘도 소란을 일으키는군. 크림슨★해머! 받아라! 어제 내가 밤새 짜낸, 새로운 결계….”
내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를 내는 한결같은 양반도 있고.
“시꺼.”
목소리에 반응하여, 땅에 처박힌 망치를 잡고 도약한 후, 망치 자루의 반동을 이용해, 그놈의 머리에 드롭킥을 날렸다.
“…비…겁.”
“너도 기습하려고 했으면서 뭔 소리야.”
오늘도 내 발아래에서 자신의 뿔테 안경이 박살 나는 매직 위버.
대체 이놈은 이 많은 뿔테 안경을 어디서 가져오는 걸까.
그리 의문을 가지며, 의원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마법사 한 놈을 오늘도 기절시켰다.
무슨 마법을 준비한 것 같기는 한데, 그것을 발현조차 하지 못하고 내 발아래에 쓰러진 대마법사.
언제쯤이면 이 녀석이 소리 지르는 것을 멈추려나 하고 생각하며, 기절한 매직 위버를 그대로 두고 그 자리를 떴다.
매직 위버에게 자기 잘못을 뉘우칠, 인생에 영원히 남을 수치를 가하고 싶지만, 리스트에 남은 마법사는 많고, 내 시간은 소중하니까.
* * *
“아,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 앞에서, 전화를 받으며 그리 말하는 관리국 직원.
반응을 보아하니, 이번에도 똑같은 결말일 것 같다.
“죄송합니다. 이하람 영웅님. 해당 교수님께서는, 현재 자리를 비우신 상황이라고 하시네요.”
쯧. 역시나.
“어디 갔는지는….”
혹시나 해 그리 되물어보았지만.
“아쉽게도, 따로 남기신 전언은 없으시다고 하시네요.”
그렇구만.
이미 한 번 연구실로 쳐들어갔을 때, 그 자리에 자기 제자들만 남기고 도망친 것을 확인했던지라, 직원에게 이 질문을 따로 한 것은 단순히 2차 확인 용도였을 뿐.
내가 직접 가지 않고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을 찾는 이가 누군지 모르게 하면 상대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한 행동이었지만.
역시 고위 마법사.
항상 서로에게 테러 하는 녀석들 답게 이 정도 낚시에는 속지 않는군.
이렇게 도망친 놈만 벌써 셋인가.
셋 다 범인으로 취급하고 두들겨 패고 싶지만, 모습이 안 보이면 나조차도 방법이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암살할 때처럼 조용히 한 놈씩 납치할 걸 그랬어.
“교수님께서 작성한 논문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 찾고 있으니, 돌아오면 연락 달라는 전언 남겨 주세요. 아, 제 이름은 남기지 마시고.”
이미 눈치채고 튄 녀석들이 이런 것에 낚일 것 같진 않지만, 본래 함정이란 것은 아무리 확률이 낮더라도 여럿 깔아 놓는 것이 중요한 법.
수많은 지뢰를 살포하는 것이 낭비라고 말하지 않듯이, 깔아둔 것 중 하나만 터지면 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이하람 영웅님. 혹시, 더 필요한 것 있으신지요?”
제네바 지부에 나에 대한 소문이 퍼졌을 테니, 눈앞의 직원도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알고 있겠지만.
눈앞에서 컴퓨터를 두드리는 직원은 너무나도 프로패셔널하게, 표정도 바꾸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행하고 있다.
이것이 아무리 말단이라지만 제네바 지부에 남아 있는 관리국 직원이 가진 자질인가.
부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제발 근무 장소를 옮겨달라는 인간들이 속출하고, 정직원도 탈주하는 제네바 지부.
이런 장소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뚝심이 필요하다는 뜻이리라.
그건 어찌 되었건.
더 필요한 거라. 흠.
그리 잠시 생각하는 사이.
등 뒤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나를 향해 날아오는 열기가 느껴졌다.
그것을 막고자 손을 등 뒤로 돌려 날아온 돌을 잡아챈 후.
폭발을 일으킨 마법사를 향해 내던졌다.
퍽.
“으갹!”
그런 행동에 관한 결과로써, 둔중한 무언가가 사람에게 박히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렸으니.
오늘도 자기가 옳다 아니다 하며 싸우던, 재수가 없는 마법사 한 명이 기절했다.
그와 싸우던 나머지 한 명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 덕에 승리를 거두었고 말이다.
이처럼, 방금 날아온 마법은 나를 향해 발사된 물건이 아니다.
내가 현재 이 장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것은 맞지만, 내가 있건 없건 마법사는 자기들끼리 싸우니까.
재수 없게도, 내가 그런 마법사들의 마법 범위에 들어갔을 뿐인 일.
정말로 운 없는 것이, 나인지, 재수 없게 내게 휘말린 마법사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내게 민폐를 끼치려다 기절한 마법사는 무시하고.
“안 놀라시네요?”
내가 없었다면 돌덩이에 얻어맞았을 직원에게 그리 말을 걸었다.
눈앞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도 반쯤 미소를 띤 채, 변하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직원에게.
“흔한 일인걸요. 그리고 이 주변은 자동 방어 마법이 걸려 있어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전 괜찮답니다.”
그렇구만.
“그거 다행이네요. 그럼, 어디 조용한 장소 없습니까? 지금 제가 어딜 가든 이런 꼬락서니라서 말이죠.”
펑.
또다시 폭발음과 동시에 날아오는 파편을 피하며 그리 질문을 던졌다.
내가 피한 파편은, 직원의 말대로 카운터 바로 앞에 생성된 푸른 장벽에 막혀 그 힘을 잃었고.
“숙소에서 머무시는 건 어떠신가요? 거기라면 마법사들도 어지간하면 싸우지 않아서 안전합니다만.”
그건 안 된다.
“그 숙소도 안전하지가 않아서 말입니다. 최고급 스위트룸의 관리기기가 이상 작동을 일으키곤, 방 내부가 습기 없는 사우나가 되는 상황이라서 말이죠.”
자고 일어났더니, 운호가 말린 오징어가 되어있더라.
일단 욕조에 물을 받은 후 거기에 던져 놓고 오긴 했는데, 원래대로 돌아왔을지 어쩔지 모르겠다.
호텔 지배인이 방을 두 개 내줘서 제자들과 각방을 써서 망정이지. 자칫 잘못했으면 제자들 피부가 크게 손상되었을 것이다.
그 덕에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지만, 아마 그건 내가 운호가 이상한 짓을 당해도 평범한 일상이라고 여겨서가 아닐까 싶다.
“아, 호텔에서 그런 문제가 발생했었군요. 항의해드릴까요?”
“아뇨, 그건 됐습니다. 제 문제니까. 그보다, 어디 좀 안전한 장소를 알려 주셨으면 하네요.”
호텔 지배인이 내가 로비에 나타날 때마다 제발 살려달라고 말할 정도의 상황인데, 나라 한들 거기다 대고 ‘하하 더 고급 서비스를 내놔.’ 할 정도로 양심 없는 인간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잠깐이라도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장소.
“음, 그럼 대련실을 잠시 빌리는 것은 어떠신….”
“거기 폭발했습니다.”
매직 위버가 폭파했지.
“…아, 그 사건의 당사자분이셨군요. 죄송합니다.”
그리 말을 내뱉으며, 처음으로 표정을 변화시키는 직원분.
자기 눈앞에 파편이 박혀도 눈 깜짝 안 하시던 분이 당황하다니.
내 인생도 참 굴곡이 많구나.
아무튼, 내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일까.
표정이 살짝 무너진 직원은 조금 전보다 열심히 컴퓨터를 두드렸고, 그렇게 답이 나오길 1분 정도 기다렸을까.
“요구 사항에도 맞고, 마침 비어있는 장소가 있긴 합니다만….”
그녀는 마침내 내 요구 사항에 맞는 장소를 찾아내었다고 전해 주었다.
뒷말이 작아지는 게 어째 영 불안하지만.
“어딥니까?”
“음. 지하 최심부에 자리한 특수 실험실입니다. 원종 물리학의 검증이나, 주변의 변수를 최대한 차단한 상황에서 실험하기 위한….”
“그럼, 사용허가를 받아 주시길.”
딱 맞는 장소를 빨리 찾아내다니, 일 잘하는 직원이야.
그리 생각하며 직원의 일 처리에 만족하던 찰나.
“죄송합니다. 이하람 영웅님. 제가 추천해드리긴 했습니다만, 차라리 다른 장소는 어떠신지요.”
직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내 선택을 재고하는 것은 어떤가 하는 제안을 해왔다.
“왜 그러시죠?”
“이 장소는, 이계의 힘이나 마법, 기타 힘들을 정화 시키고 차단하는 장소입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이계의 힘에 익숙하신 분들에게는 큰 부작용을 느끼시는 장소죠. 더욱이, 이하람 영웅님은 마법소녀이시니 어쩌면….”
흐음.
이 직원분 지식도 풍부하시네.
이계의 힘으로 이루어진 마법소녀가 이계의 힘이 없는 장소에 떨어진다.
그럼, 이후 일어질 일이야 뻔하지.
처음에는 마법 지팡이에 쌓인 힘으로 버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함을 느끼고, 점차 힘이 약해진다.
조금씩, 질식하는 것처럼.
물론, 실제 그렇게 이계의 힘이 다 차단당한다 한들 최소한의 유지에 필요한 이계의 힘은 몸 내부를 순환하니 죽는 사태까진 가지 않지만, 물 밖에 나온 수생 생물처럼 답답함과 고립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내 영웅 타입을 파악하고, 이렇게 조언해 주는 것은 직원으로서 정확한 지적.
유능하구만.
어째서 이런 사람이 로비에서 손님맞이나 하는지 모르겠어.
제네바 지부의 직원은 다 이러나.
그리 생각하며, 직원의 친절함에 보답하고자 입을 열었다.
“아, 정확하시군요. 조언 감사드립니다. 그렇지만, 그대로 사용허가를 받아 주시면 됩니다.”
“…이하람 영웅님. 다시 말씀드리기 죄송합니다만….”
진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가 담긴, 직원의 조언.
“정말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시죠.”
그렇지만, 나는 그것을 끊어냈다.
왜냐면,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런 장소라면 여러 번 들어가 봤으니까요.”
내가 그런 장소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되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