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31)
마법소녀 아저씨 331화(331/671)
331. 답을 찾아서(2)
우우웅.
빠르게 이동하며, 깊은 지하로 파고드는 엘리베이터의 기계음.
그것이 내 감각에 파고들지만, 나는 담담히 그것들을 받아들였다.
“…조용하구만.”
다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내 몸을 감싸는 것은, 저 두 가지 감각뿐.
굳이 따져 보면, 금속 케이블이 긁히는 소리나, 공기가 울리는 소리도 있겠지만.
그런 사소한 감각은, 일단 뒤로 미뤄 두자.
이토록 고요함에 빠져 마음이 편안한 것은 오랜만이니까.
아니, 생각해보면 그리 오랜만인 상황은 아니다.
어떤 자극도 내 주변에 존재하지 않는 감각은 이계에서도 겪었으니까.
그렇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항시 신경을 곤두세우던 이계와.
수많은 마법사가 자리한, 관리국 제네바 지부.
당연히, 후자는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장소.
그런 장소에서 자극이 적어진다는 것은, 내게 있어 축복이다.
극도로 강화된 몸은, 존재 그 자체로 저주라 말할 수 있으니까.
느끼지 못하거나, 과도하게 느낀다.
그 중간값이 존재하지 않는, 미쳐 버린 몸뚱어리.
그나마 촉각 계열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일까.
아니, 어쩌면 단순히 그쪽을 극도로 많이 사용하여 단련되었기에, 미쳐 버린 몸뚱어리로도 그것을 분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내가 인지하는 세계는, 과거의 내가 마주한 세계와 많이 다르다.
눈은, 근접한 세계의 그림자를 볼 수 있다.
집중하면, 선명하게.
집중하지 않더라도, 흐릿하게 환영처럼 스쳐 지나가곤 한다.
세계의 균열, 마법의 균열, 현실의 뒤틀림마저 찾을 수 있는 시각.
그것이, 좋은 것일까.
장점이 있긴 하지만, 단점이 더 많지 않을까.
필요할 때 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지도 않을 때도 그런 세계가 보인다면, 그것은.
후각도, 마찬가지다.
차단해 두면, 비염에 걸린 것처럼 제대로 느끼지 못하지만.
켜 버린다면, 어떤 향기로움도 내게는 악취와 똑같다.
과유불급, 그것을 증명하는 감각.
꽃의 향기는 썩어 버린 단내가 되어 돌아오고.
사람의 향취는, 무덤에 누운 시체가 되어 돌아온다.
언젠가, 제자에게 난지도의 악취는 견딜 만하다고 했던가.
그건, 틀렸다.
나는 그것을 평범한 향기와 악취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할 뿐이다.
물론, 감각이 차단된 상태에서는 강한 자극만을 느낄 수 있기에 조금 이야기가 다르지만.
필요에 따라 감각을 켜 버리면, 내게 있어 세계는 무엇이든 부패하는, 죽어 버린 세계가 될 뿐.
내가 그런 넘쳐나는 부패를 탄내나 기름내라고 구분해 말하는 것은, 그 냄새가 어떤 냄새인지,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나를 괴롭히는 것은, 청각이다.
범위 내 모든 것을 담는 귀.
사람의 소리도, 벌레의 소리도, 일반 사람은 귀에 담을 수 없는 붕괴의 징조도.
내 귀는, 모든 것을 담고.
차별 없이 뇌로 그것을 이끌어 온다.
차단조차 할 수 없는 감각.
물론, 차단 자체는 가능하다.
그렇지만, 다른 감각과 달리, 청각은 끈 순간 심각한 문제를 유발한다.
시각은 꺼 두어도 기본적으로 일반인보다 조금 덜한 수준이며.
후각은 꺼 두어도 일상생활에 큰 문제는 없다.
그렇지만, 청각은 꺼 버린 순간, 큰 문제를 유발하니.
기본적으로 주변 상황을 판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촉감과 청각.
그리고, 내게 누군가가 말을 걸거나 할 때도, 청각이 없다면 그에 반응할 수 없게 된다.
거기에 더해, 청각은 꺼 버리면 가청 영역이 극도로 줄어들기 때문에, 둔해지는 타 감각과 달리, 특정한 영역의 소리만 인식하게 되니, 사실상 귀가 먹어버린 것과 마찬가지.
그렇기에 나는 그저, 귓가에 흘러드는 소리를 끝없이 감내하며 살고 있을 뿐이다.
필요할 때는, 이미 미쳐 버린 감각을 더욱 폭주시켜 범위를 넓히는, 내 정신을 갉아먹는 일을 하며 말이다.
한때는 이것으로 인해, 미쳐 버릴 뻔한 적도 있었다.
제발 감각을 멈춰 달라고, 손가락을 귓구멍에 쑤셔 넣으며.
그저, 내 힘을 원망한 적도 있었다.
왜 나는 이렇게 되었느냐고.
어째서 나는 강해지는 것이, 나 자신을 무너트리는 결과로 돌아오냐고.
뭐, 이젠 옛날이야기다.
지금의 나는, 저런 경험을 하는 와중에도, 약간의 스트레스를 제외하면 평범하게 견뎌 낼 수 있으니까.
다만, 나 스스로 일어선 것은 아니다.
내가 다시 서기까진, 여러 동료의 지원이 있었으니까.
천하일검의 무한에서 한 점으로.
뇌신의 전기 신호.
옥시모론의 뇌 조정.
프로히비션의 정신 간섭.
멕베스의 마법식.
라이브러리안의 알고리즘화.
그 외에도, 수많은 도움이 있었다.
그런 것이 모여, 망상증을 기반으로 한, 극도로 강화된 선택적 지각 능력이 내 머리에 자리하고 있다.
정신병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머리 한구석에 그런 프로토콜이 박혀 있을 뿐인 이야기.
그리고, 그 선택적 지각 능력은 적어도 내 감각이 어느 정도 꼭 필요한 내면에 담을 수 있도록 인도해주었고, 수많은 노이즈를 거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완전한 선택적 지각 능력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
완전한 선택적 지각 능력은, 미쳤다는 말과 동의어. 그것에 도달한 순간 나는 나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내가 필요한 정보 외에는 인지조차 거부한다는 의미.
조금 악의적으로 말하자면, 내 동료들은 강제로 내게 약한 정신병을 부여해 감각을 조절해 주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물론, 실제 그렇다고 해도 내 고마움이 어디 가진 않겠지만.
그런 지원이 있는 덕에.
자칫 잘못하면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서 평생 지낼 뻔한 내가.
약간의 스트레스를 대가로, 다시 빛 아랠 거닐 수 있게 되지 않았던가.
그리 생각을 끝마침과 동시에.
띵.
엘리베이터 도착 음이 들리고, 문이 열렸다.
파직, 파직.
그와 동시에 퍼져 나가는, 구식 광원 기기의 노이즈음.
어째서 이런 장소에, 저렇게 소리를 낼 만큼 정비가 덜된 전등이 매달려있는지 조금 의문이 들지만, 아마 예산 절감 때문이겠지.
어차피 이 장소에서 중요한 것은, 저 안쪽에 자리한 실험실이지.
그 실험실로 가는 도중에 잠깐 지나가는 복도가 아니니까.
그리 생각하며, 전등으로 밝혀진 복도를 나아갔다.
복도 좌우에 문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정비실이나 비상구라는 문구가 적힌, 관계자 이외엔 사용할 일 없는 일직선 복도.
오로지, 저 너머에 자리한 실험실만을 위해 지어진 복도는 존재할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짧았고.
복도 끝에 자리한, 금속 문 앞에서 나는 단말기를 이용해 인증을 끝마친 후, 큰 금속음이 울리는 문을 지나쳐, 실험실 안쪽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어둠에 잠긴 실험실.
잠시 멍하니 그 안쪽에 들어옴을 자각한 순간.
쿵.
등 뒤편에서, 들여보내야 할 이를 모두 들여보낸 후 제 역할에 따라 입구를 봉쇄한 금속 문의 소리를 들은 후.
그 어떤 자극도 없는 허무를 느끼며, 벽 근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 근처에 있을 텐데.
어떤 빛도 없는 어둠 속에서, 스위치를 찾고자 더듬거리는 행위.
밤눈도 밝은 나는 본디 이런 상황에서도 쉽게 스위치를 찾을 수 있지만.
여기는, 완전히 외부와 차단된 폐쇄 실험실.
아무리 밤눈이 밝다지만, 어떤 빛도 없는 장소에서 무언가를 보는 것은 나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고.
2~3초가량 더 벽을 더듬으며, 빨리 안 나오면 망치라도 소환해야 하나 생각한 순간.
찾았다.
손끝에 오돌토돌한 요철이 닿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고.
손가락을 움직여, 아래로 내려진 스위치를 들어 올렸다.
탁.
스위치가 켜지는 소리와 함께, 방 안이 밝아졌다.
그제야 나는 방 전체를 시야에 담을 수 있게 되었으니.
벽도, 천장도, 바닥도 진한 회색으로 통일된, 집 거실만 한 공간.
그리 큰 장소는 아니기에, 중앙으로 향해 몸을 누이고자 발걸음을 옮겼지만.
기묘한 위화감이 곧 내 몸을 감싸 안았다.
어떤 자극도 돌아오지 않는다.
새로이 생겨난 자극은, 방 안을 밝히는 광원 기기의 빛뿐.
내가 발걸음을 옮기며 생겨나는 발소리도 돌아오지 않으며.
바닥을 걸음으로써 내 다리를 타고 당연히 올라와야 할 반작용도, 돌아오지 않는다.
이 장소에 존재하는 소리는, 내 몸에서 울리는 소리뿐.
근육의 소리. 심장의 소리. 혈관의 소리.
나 자신만이, 유일한 자극의 근원이 되는 방 안쪽.
한때 이런 종류의 방에 함께 있어 보았던 라이브러리안은 이 또한, 하나의 고문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기에, 항상 외부의 자극으로 자신이 존재함을 재정의한다고.
그런데, 이 장소는 그런 것이 없고, 아무것도 없는 허무는 인간의 정신에 작용하는 맹독이라고.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나조차도 이런 장소에 오랜 시간 있다면,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그렇지만, 잠깐은, 괜찮다.
그리 생각하며, 이 장소에서 유일하게 외부와 연결되는 통로.
긴급 상황에서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될 테니, 남아 있는 외부와의 연결 방법.
충전을 겸해 유선으로 통신을 연결하는 케이블을 꺼내, 핸드폰에 꽂은 후. 방의 중앙에 몸을 던졌다.
손으로 훑어보면 딱딱한 재질이라 인식하건만, 막상 몸을 던져도 어떤 반작용도 돌아오지 않는, 기묘한 재질의 바닥.
그런 무자극의 방에서, 나는 눈을 감았다.
과거, 영웅이 아니었던 시절 느꼈던 한때의 평안을 되찾고자.
여기는 나에게 쏟아지는 어떤 정보도 없다.
평소에 피부를 타고 공기처럼 느껴지는 이계의 힘도 없다.
그 덕에, 약간 숨이 막힌 듯한 기분이 들고.
모든 감각이, 사이에 얇은 막이라도 생긴 것처럼 둔하게 느껴지니.
다른 영웅들이라면 크게 당황하겠지.
마법사라면 내면의 힘을 쥐어짜 마법을 발현해도, 주변의 이계의 힘이 존재치 않기 때문에, 아무런 호응이 없어, 순수하게 자신의 내면에 있는 마력에 의존해야 한다.
무인은 항시 단전에 흘러들던 이계의 힘이 느껴지지 않아 숨이 막힌 것처럼 느낀 후, 제 몸이 조금씩 약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초능력자는, 뭐 케이스 바이 케이스.
뇌신 같은 경우는 평소엔 멀쩡하다가, 뇌신 강림 같은 이계의 힘 그 자체가 된 경우 불편함을 느낄 것이고.
무한성주 같은 경우는, 평범하게 자기 힘을 사용할 수 있을 테지.
그 양반의 힘의 근원은 자신이 창조한 유사 이계니까.
변신 계열은, 이것도 어떤 방식이냐에 따라.
라이브러리안처럼 자기 발전 기술이 있는 경우는 소환만 성공하면 별 차이 없을 테고.
현석이처럼, 항상 주변 이계의 힘에 의존하는 경우는 극도로 약해질 것이다.
가장 최악은, 아까 직원이 말해 준 것처럼 마법소녀의 경우인가.
몸 그 자체가 마법으로 이루어진.
마력이 물질화가 된 생명체.
마력의 흐름을 연마하지 않은 이라면, 빠르게 제 몸이 증발하는 것을 느낄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호흡 곤란과 유사한 상황에 빠진 후, 제 가장 근본적인 육체를 이루는 힘을 제외하면 모두 바닥내며 쓰러진다.
물론, 당연히 그냥 변신을 해제하면 되는 이야기긴 하지만.
그렇다면, 나처럼 변신을 풀지 못하는 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분명, 나에게 있어 극도로 치명적인 장소여야 하건만.
나에겐, 어떤 문제도 없다.
마력 그 자체가, 현실에 존재하는 물질이 되어 버린 몸뚱이.
그렇기에, 내게서 이계의 힘을 앗아간다 한들, 약간 약해지긴 하지만 막대한 신체는 그대로 남는다.
지금은 이 장소에 적용되어있는 기반 기술을 사용해, 나를 구속하고자 했던 옛 정부의 억압조차 무시하고 벽을 부수며 나올 수 있는 몸.
“내 몸은 그런 거니까 말이지.”
벽이 부딪혀, 메아리가 돌아오지 않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런 실험이라면, 여러 번 해보았다.
이 기술은, 관리국이 영웅에게 대항하고자 개발한 기술.
빌런을 감옥에 가두기 위해서는, 그자가 가진 힘을 빼앗아야 한다.
힘을 박탈하지 않는다면, 천재지변이나 마찬가지인 이들을 구속할 방법은 극단적인 약물 투여나, 정신 조작 정도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우리에게 족쇄를 채우고자.
그런 기술의 개발에도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는, 영웅.
전선의 가장 앞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인류를 지키는 이.
그런 영웅이, 타락했을 때.
그 반대편에 선, 평범한 이가 힘을 가진 이에 대항할 수단은 언제든 존재해야 한다.
설령 그 기술이.
우리를 죽이게 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