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35)
마법소녀 아저씨 335화(335/671)
335. 대체 뭔 상황이야?(2)
“그 정보는 확실한가? 조사팀은 해당 마법과 일치하는 기록이 없다는 보고를 올린 상황이다.”
흠. 역시 저쪽에는 없는 정보였나.
“확실해. 얼마 전에 대련하면서 저 마법을 봤거든. 그런데, 미등록이라. 난 분명 그 녀석 사용하는 걸 봤는데 말이지.”
현석이에게 답하며, 고개를 기울여 어깨와 귀 사이에 핸드폰을 낀 채.
붕.
그대로, 망치를 휘둘렀다.
시원스레 허공을 가로지르는 망치.
그것은 내 코앞에 자리했던 보호막과 충돌했고.
무겁군.
내 망치를 받아 낸 깔때기형 보호막은, 내 힘을 역으로 되돌리며 내 공격을 막아 내려 했지만.
끼긱. 끼기기기긱.
힘겨루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 금이 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망치에 걸리는 힘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망치에 힘을 불어넣자.
팡.
풍선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망치를 붙잡아 두던 보호막 일부가 사라졌다.
역시나.
꽤 잘 짜인 마법이고, 되돌리는 힘의 양이 무지막지하지만, 마법식이 자체의 내구력 한계가 있어, 내 힘이라면 보호막을 뚫을 수 있다.
보호막의 숫자가 꽤 많아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계속 반복하면….
그리 생각하며, 휘두른 망치를 계속해서 뻗으려는 순간.
우웅.
마력의 흐름이 복잡하게 얽히는 것이 느껴졌고.
“미친.”
그와 동시에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을 믿을 수 없었기에, 욕설을 내뱉으며 빠르게 망치를 거둬들였다.
“…뭐야 저거.”
찬찬히 살핀 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내 입 밖으로 나온 말 한마디.
“무슨 일이지?”
아, 그러고 보니 통화 중이었지.
너무 놀라, 통화 중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보호막을 뚫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시험 좀 해봤는데….”
슬쩍 시선을 돌려, 내가 조금 전 타격했던 위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그 장소에는, 수없이 많은 원뿔이 생겨나 있었다.
주변에서 타격 지점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밀집한 원뿔들.
보호막이 깨짐과 동시에, 그 파편으로 새로이 생겨난, 조금 전보다 작은 대신 숫자가 대폭 늘어난 원뿔.
수많은 원뿔이 한 장소에 따개비처럼 군집한 그것은, 내게 본능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켰고.
동시에 다른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과연 저길 망치로 후려쳤다면.
저걸, 내가 뚫을 수 있을까?
잠깐의 고민.
그 고민에 답이 나오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마, 뚫을 수 있을 것이다.
내 힘은, 그만큼 강력하니까.
그렇지만, 보호막이 앞으로 몇 겹이나 있는지 모르는 데다가, 돌파하며 생길 반동 또한 무지막지할 터.
공적과의 전투를 앞에 두고 그만큼 힘을 빼도 되는 것일까?
공적 지정이 떨어진 안쪽이 걱정되긴 하지만, 내부엔 수없이 많은, 실력 있는 마법사가 있다.
그러니, 조금은 버텨 줄 터.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현석아.”
“왜 그렇지? 나올 길이 없나?”
“아니, 나올 길이라면 있어. 그나저나 너희는 저거 뚫을 수 있던?”
저 보호막이 나에게만 과하게 반응하나 싶어, 혹시나 하고 건넨 질문이었지만.
“아직 극단적인 수단까지는 사용하지 않았기에 확언할 순 없지만, 아직 돌파에 성공했다는 보고는 올라오지 않았다.”
저 말뜻은, 마법이나 초능력 등도 포함해 실험했단 의미겠지.
다만, 말하는 것을 들어 보면…. 인명 피해는 나지 않은 상황인가. 그럼, 충고 하나 던져 놓을까.
“일단 시험해 봤으면 알겠지만, 저 보호막. 힘을 반사하는 성질이 있거든? 한계치가 있긴 한데….”
그리 말하며, 발을 움직여, 보호막과 접하지 않은 벽으로 향했다.
“…그 한계치가 아득하게 높은 상황이니까 계속 뚫어 볼 거면 되돌아오는 자기 공격을 확실히 방어할 수 있는 애들 위주로 시험해 보고.”
일단 충고는 여기까지.
콩. 콩.
벽의 강도를 확인해 보고자 손가락으로 두드리자, 단순한 벽처럼 생긴 겉모습과 달리 금속 재질로 이루어진 물건인지 예상치 못한 감각이 돌아왔다.
생각보다 단단하네.
그래도 뚫는 데 큰 문제는 없겠군.
그리 견적을 낸 후, 손에 쥔 망치에 마력을 불어넣자.
철컹. 철컹.
망치는 내 의지를 따라 빠르게 드릴의 형태로 변했다.
완벽하게 변환된, 빠르게 회전하는 드릴이 붙은 망치. 그렇게 이상하리만큼 유능한 망치를 벽에 가져다 대자.
가가가가각.
드릴은 불꽃을 튀기며, 굉음과 함께 벽에 구멍을 만들기 시작했고.
“…뭘 하고 있나 이하람.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만.”
핸드폰 너머에서는, 내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현석이의 의문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뭐긴, 지하에 계속 처박혀있을 순 없으니까 밖으로 나가야지. 아, 뭐야 이거. 철판이 한 겹이 아니었네? 이거 다 부숴도 되는 거지?”
“…그냥 거기 대기하고 있어라. 이하람. 빠르게 공간 계열 초능력자를 수배하고 있으니, 이후 해당 영웅과 합류해 EU 지부로 이동한 후, 공적 대책팀과 함께 움직….”
열심히 땅을 파는 나에게 현석이가 열정을 담아 자세한 향후 계획을 말해주고 있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한 귀로 흘러들었다.
그렇게 현석이의 목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땅을 판 지 얼마나 흘렀을까.
“…듣고 있나 이하람?”
마침내 내가 자기 말을 듣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한 것일까.
현석이는 지루할 정도로 규칙적으로 이어지던 말을 멈추고, 내게 한마디 질문을 던졌으니.
나는 그 질문에 답을 하고자, 뭔가 중요해 보이는 기계 시설물을 드릴로 뚫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어디 보자.
“그러니까, 뭐 부숴 먹지 말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다가 공적 퇴치반에 합류해서 거기 명령 들으란 소리지?”
“중요한 부분이 심할 정도로 많이 빠진 것 같지만, 요약하면 그렇군.”
“그거 얼마나 걸리는데?”
펑.
어, 뭔가 터졌네.
중요한 건 아니겠지.
“뭘 걱정하는지 알고 있다. 시간을 낭비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다행히도 이번 공적 발령은 마법사들이 잔뜩 있는 제네바 지부. 그리 쉽게 무너지진 않을 거다. 관리국 상부도 같은 예상을….”
뭔가 갑자기 수다스러워진 듯한 박현석의 목소리.
그렇지만, 그 말에 큰 감정이 드러나진 않았다.
오히려 말수로만 따져보면, 조금 전 내게 향후 계획에 대해 말할 때가 더 수다스러웠을 것이다.
바뀐 것은 말수가 아니다.
“그거 아냐 현석아?”
“…갑자기 무슨 말이지?”
“넌 거짓말이나 변명을 할 때, 말이 길어지고 호흡이 어긋나거든?”
옛날에 한 번 알려줬던 것 같긴 한데….
하긴, 저런 버릇은 고치려야 고칠 수도 없는 거긴 하지.
그런 내 생각과 별개로, 내 말이 현석이에게 잘 먹혀든 것일까.
핸드폰 너머에서 현석이가 짧게 숨을 삼키는 소리를 붙잡을 수 있었다.
“그러니 변명은 집어치우고, 그 특수팀 모집이랑 돌입까지 합치면 얼마나 걸릴 것 같냐.”
그런 내 질문에, 짧은 한숨이 통신을 타고 넘어 귓가로 흘러들었고.
“상부는 짧으면 24시간. 길면 48시간까지 예상 중이다.”
늦어.
아니, 잘 생각해 보면 늦은 건 아니다.
당장 세계 규모의 공적 지정인 그레이 이터 때도 소집에 24시간가량이 걸리지 않았던가.
그보다 소규모 공적 지정인 데다가, 사실 확인도 되지 않는 정보에 저 속도라면 그리 늦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래서, 계획대로 팀이 모인다고 치고, 저 보호막을 돌파할 방법은?”
“이하람 네가 건네준 정보에 따라, 네가 선두로 나서고, 나머지는 반사되는 힘을 막는 진형을 ….”
그래, 그러면 되긴 하겠지.
그런 진형이라면 내가 반사되는 힘을 막을 필요가 없으니까, 내 힘이 소모되는 것도 훨씬 적을 테고.
그렇지만, 나는 그보다 빠르고 간편한 방법을 알고 있다.
“나머지는 그렇게 돌입하라고 해. 선두에 있는 건 꼭 내가 아니어도 되지? 난 다른 루트로 돌입하마.”
“…다른 루트?”
현석이의 목소리에, 진심어린 의문이 섞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루트는 발견할 수 없다는 듯.
“그래. 다른 루트. 그러니까 허가나 내놔.”
“무슨 허가 말이지?”
뭐긴 뭐야.
옛날에 신청했는데 아직도 통과 안 된 거 말하는 거지.
거주지 접근 허가증만 주면 뭐 하니, 만나볼 수가 없는데.
“황왕 면회 허가. 황왕의 연극을 쓸 거다.”
펑.
아, 뭔가 또 터졌네.
* * *
내가 땅을 파면서 빠져나오는 동안 여러 대화를 나누었다.
현석이는 되도록 관리국 지휘부의 계획을 따르자고 날 설득했지만.
나는 내 생각을 꺾지 않으며, 어차피 나중에 황왕 만날 거라면 지금 가는 게 옳다는 말과 함께. 황왕의 연극이라면 저 보호막은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 논쟁은, 짧지만 깊게 이어졌다.
현석이는 관리국 표준 절차를 따름으로써 얻는 이득들을 제시했고.
나는, 황왕의 힘을 빌림으로써 얻는 이득에 대해 제시했다.
그 말에 현석이는 메리트보다는 디메리트가 더 크다며 반대했지만.
결국, 내 고집을 꺾진 못했고.
나는 현석이에게 면회 허가를 받아 낸 후, 열심히 다리를 놀려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
유럽 근처, 그렇지만 지리상 아시아에 속하는 한 장소.
황왕의 거주지.
그 비밀스러운 장소에 도착한 나는, 진입을 위해 접근 허가증과 면회 허가증을 담당자에게 제시했고.
“확인되었습니다. 이하람 영웅님. 규칙은 알고 계신지요?”
담당자는 그것을 대충 훑어본 후, 그리 입을 열었다.
5등급 기밀 구역이라는 관리국 최상위 기밀에 걸맞지 않은, 너무나도 허술한 보안.
있는 것이라고는 부지를 둘러싼 녹슨 철조망과 반쯤 졸고 있는 담당자 한 명이 자리한 자그만 초소.
심지어, 이런 장소에선 흔히 볼 수 있는, 경계 근무를 서는 초병조차 보이지 않는다.
4등급 기밀 구역만 되어도, 척 본 순간 어마어마하게 경계 태세를 갖췄음을 알 수 있건만, 이 장소는 5등급은커녕, 2등급도 되지 않는 장소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라고,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하겠지.
그 생각에 쓴웃음을 지어 올리며, 담당자에게 말을 건넸다.
“규칙이라면 잘 알지. 고생하네.”
직원에게 건네기에는, 너무나도 이상한 말투.
그 말에 대해.
“이것도 일인걸요.”
직원은 특별한 반응 없이, 담담히 영웅 신분증을 되돌려주었다.
신분증을 받아든 나는 그런 직원을 빤히 바라보았고.
…역시나.
내 예상이 맞음을 확인한 후, 작별 인사를 건네지 않은 채 부지 안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녹슨 철조망 안쪽에 자리한, 황왕의 거주지. 그 장소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해 보자면, 텅 빈 장소라기보다는, 버려진 평야로 인식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무너져 내린 건물들과 마구잡이로 자라난 자연이 섞여 있는, 공허한 장소.
나는 그런 것들을 힐끔 바라본 후.
내게 내리쬐는 수많은 경계의 시선을 무시하며, 거주지 중앙을 향해 빠르게 발길을 옮겼다.
거친 자연이, 무너져 내리는 폐허가. 빠르게 내 뒤로 흘러가지만.
날 좇는 시선은 내 움직임을 계속해서 따라왔고.
그런 상황 속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너머에 자리한 작은 집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 장소와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특별할 것 없는 작은 가정집.
그렇지만 나는 그 기묘한 가정집에 당황하지 않고, 그 집 앞에서 몸을 멈춘 후.
문을 가볍게 두드렸으니.
똑. 똑.
“황왕. 있지? 이하람이다. 들어가마.”
친구 집에 놀러 가기라도 한 것처럼 가벼운 노크와 인사.
그것을 끝낸 후.
나는, 상대의 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고.
내 시야엔, 평범하게 그지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여러 신발이 놓여있는 현관 너머.
소파와 작은 반상 등의 현대식 가구들이 자리하고, 한쪽 벽면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는 텔레비전과 시간을 알려주는 전자시계가 걸려있으며.
땅바닥에는 가전제품의 콘센트가 연결된 전선이 조금 흩뿌려진.
평범한 가정집의, 흔한 거실.
그렇게 평범한 장소에는, 평범하지 않은 이가 소파에 앉아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으니.
회색빛 머리를 하고, 허리에 환도를 찬 채, 무복을 입은 존재.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을 한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고,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이하람 네 녀석. 오랜만에 만났거늘 여전히 예의가 없구나. 내 가르침은 대체 다 어디 내다 버렸느냐.”
오랜만에 보았건만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의 천마검신이.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로, 날 호통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