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36)
마법소녀 아저씨 336화(336/671)
336. 지정 말소 – 『황왕』(1)
그의 등장에. 이를 악물었다.
정신 차려라. 이하람.
저건 천마검신이지만, 천마검신이 아닌 존재야.
저 현상이 진심으로 내 스승이라는 마음이 내면에 정착하면, 나도 천천히 연극의 출연자가 되고 만다.
실제론 그런 현상이 일어나기 전에, 황왕이 발동을 멈추겠지만.
그리한다 한들, 이미 상대를 만남으로써 연극을 겪은 이의 마음엔 씨앗이 심어진다.
이미 사라진 이를, 거짓된 그림자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씨앗.
황왕이 연극의 발동을 억제함으로써, 그 씨앗에 양분을 주는 것은 멈출 수 있지만. 한 번 심어진 씨앗은, 마음에 싹을 틔울 수 있으니까.
그것이, 황왕이 다른 이들과 멀리 떨어져 지내는 이유 중 하나.
O급 괴수, 생사를 초월한 불사조의 이계침식과 섞이며 생겨난. 이레귤러성 존재, 황왕의 힘.
“왜 그러느냐. 하람이 네 녀석. 오늘따라 얌전하구나.”
그 힘에서 생겨난, 내 스승이면서, 스승이 아닌 존재가.
과거의 기억과 똑 닮은 그 시절의 천마검신.
그런 그에게 해줄 일은 하나뿐.
“…죄송합니다. 할아비.”
서툴긴 하지만, 말에 나를 걱정하는 감정을 담은, 내 옛 스승의 그림자에게 보여 주고자.
쿵.
힘을 풀어헤쳤다.
과거와 비교해, 극도로 강해진 힘을.
모든 것을 파괴할 힘이 주변으로 퍼져나가지만.
지금 우리 사이에 자리한 거실은, 마치 산들바람이라도 불어온 것처럼 커튼이 살짝 흔들릴 뿐, 그 형태를 유지하며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
천마검신은, 내 힘을 보고 턱을 부여잡더니 빤히 나를 바라보았고.
“….”
나 또한,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천마검신이라면, 알아차려 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에.
내 힘만이 사방으로 뿜어지는, 짧은 침묵이 지나고.
“시공간이 흐트러진 게냐?”
침묵을 깨는 천마검신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부정의 의미를 내비침과 동시에 천마검신은 칼을 뽑아 들어, 허공을 베었으니.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은빛 직선이 허공에 새겨졌다.
그렇지만, 천마검신이 보기에는 다른 것일까.
“가벼운 검이로다. 그 무엇도 담겨있지 않으니. 검이란 휘두른 세월로 완성되는 법이거늘.”
옛날에는 수도 없이 많이 들었던.
과거의 나는 이해하지 못했던 말이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게 말입니다. 요즘 애들은 그런 건 모르고 겉모습에만 치중하니 영 글렀지 뭡니까. 지안평 녀석도 여기 와서 한 소리를 들었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그렇기에 나는, 전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스승의 그림자는,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알아차린 것 같았으니.
“쯔쯔. 네 녀석도 아직 멀었다. 네 녀석이 흩뿌리는 기만 봐도 알겠구나. 잡생각이 너무 많아. 그 길이 옳든, 그르든. 고민하지 말고 앞으로 발이나 내딛거라. 그것이 잘못되었다면, 그때 다시 돌아오면 될 뿐이다. 자신이 행할 일이 불러올 결과가 두려워, 앞으로 걸어 나가지 못한다면 어찌 유아독존의 이름을 담은 천마의 제자라 할 수 있겠느냐.”
이 나이가 돼서도 호통을 들을 줄 몰랐는데.
…나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한마디쯤 해볼까.
“그러기에는 저도 짊어진 게 너무 많아서 말이죠.”
“욘석아. 짊어질 것은 제 품에 품을 정도면 충분하다. 더 짊어지려 한들 한 걸음도 더 내딛지 못하고 무게에 짓눌릴 뿐이야.”
그리 말한 후, 껄껄 웃으며, 검을 집어넣는 천마검신.
…말씀드리고 싶다.
정확히 어느 시점인지는 모르지만, 저 천마검신은, 이후 자신이 어떤 일을 행했는지 모르고 계신다.
그리 말씀하시는, 스승께서는 자신이 짊어지지 못할 짐을 짊어진 대가를 치르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렇지만, 그것은 필요 없는 일.
이제 내가 스승의 편린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힘을 거둬들이고, 서서히 무대 뒤로 사라지는 것을 배웅할 뿐이다.
“흠. 점차 모든 것이 희미해져 가는군. 사라질 때인가.”
그리 말하며, 고개를 들고 허공을 바라보는 천마검신.
나는 그에 입을 다물며, 반투명해진 그를 바라보았다.
“옛날에 한 사람이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지, 나비가 나의 꿈을 꾸는지 알 수 없다고 이야기했었지. 그렇지만, 스스로 꿈임을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리란 생각은 못 한 것 같구나.”
“…그렇군요.”
거짓과 진짜.
그 경계는 어디에 있을까.
지겨운 내용이지만, 이 현상을 보고 있다면, 그리 생각하게 된다.
“어떠냐, 하람아. 이것은 꿈이더냐? 꿈이라면 기억은 남겠구나.”
“…글쎄요. 영원한 꿈에서 깬 이를 본 적이 없는지라.”
메테오르가 있긴 하지만, 그 녀석은 예외로 취급하고.
“허, 너도 꽤 말솜씨가 좋아졌구나. 나이 탓인지 원. 아무튼….”
스륵.
이제, 천마검신은 그 존재조차 허공에 녹아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가 남긴 마지막 가치는.
‘…만나 즐거웠다. 하람아.’
환청인지, 정말 말한 건지 구분할 수도 없는.
자그마한, 말.
이것으로, 한 배우가 모습을 감추었다.
이제, 좀 말이 통하는 배우가 나타나 주면 좋으련만.
그리 생각하고, 새로이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아니. 제발. 미친 황왕 새끼야.”
새로이 나타난 배우를 보고, 나는 쌍욕을 퍼부을 수밖에 없었으니.
황왕이 의도적으로 배우를 배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구성이라면 그의 의도가 아니라고 한들 쌍욕을 퍼부을 수밖에 없다.
“어라. 무슨 일이죠. 하람 꼬마가 나쁜 말을 하고 있네요.”
거실에 울려 퍼지는 여성의 목소리.
아무리 봐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그녀건만,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에는 힘이 깃들어있다.
마치, 수십 년 동안 타인을 바라보기라도 한 듯, 연륜이 느껴지는. 깊이 있는 무게감이 잠든 목소리.
“…하아.”
너무나도 오랜만에 그 목소리를 들으니, 내가 내뱉을 수 있는 것은 한숨밖에 없었고.
그런 내 행동에, 절대 수녀복이라고 말할 수 없는, 몸의 형상이 드러나는 판타지풍 검정 수녀복을 입고, 베일조차 두르지 않은 그녀는.
플라티나 블론드 색의 긴 머리카락을 허공에 흩뿌리며, 붉은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음? 뭔가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 행동이네요. 종교에 투신이라도 한 건가요? 제가 익히 말했듯이. 신앙을 가지는 것은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행동입니다. 그 시간에 자기 수양이라도 하고 감정을 담아 하늘에 주먹질하는 게 더 생존에 유리하니까요. 그렇지만, 종교로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면야. 그 마음을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저 또라이 같은 발언도 오랜만이네.
아무리 봐도 성직에 투신한 듯 수녀복을 차려입은 여성이 저렇게 입을 털어대니 충격받은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었지.
“그래서, 신앙을 가지신 거라면, 함께 기도라도 해드릴까요? 제가 믿는 것은 하늘에 선 이가 아닌 저 자신이기에 대신 기도를 해드릴 순 없겠지만, 손을 맞잡는 것 정도는 함께해 드릴 수…. 어라? 연결이 끊겼네요.”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시던 그녀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더니, 곧 입을 열었다.
“신성력 패스가 끊길 리는 없으니, 제가 복제된 가짜라거나, 강령술이라도 일어난 모양이군요. 그래서, 정답은 어느 쪽인가요? 하람 꼬마.”
아니 뭐야, 이 미친 성직자는 어떻게 벌써 알아차린 건데?
배우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려 주면 인격 붕괴나, 폭주의 위험이 있어 입에 담으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지만, 저렇게 혼자 알아내고 물어보는 거면…. …괜찮…겠지?
“원본의 그림자 비슷한 거다. 그 이상은 알려고 하지 마.”
“흠. 그렇군요. 적어도 이계 쌍놈들이 절 복제한 것은 아닌 모양이군요. 어디 보자. 스스로 잘려나간 존재임을 인지하고 원하면 무로 돌아가는 방식인가요? 꽤 재미있네요. 이런 힘이 있다면, 죽어가는 이에게 평화로운 안식을 취하게 하는 용도로 꽤 괜찮겠는데 말이죠.”
…뭔데 저렇게 상황 파악이 빠른 거지? 이세계에서 겪은 짬이 있어서 그런가?
하긴, 귀환자로서 이세계에서 수십 년 동안 성녀로 살다가 돌아왔던 양반이니, 나보다도 경험치가 많긴 하겠지만….
고찰은 관두자.
어차피 귀환자 중에서도 저 사람은 규격 외야.
“알아차리셨으면 빨리 가슈. 어차피 댁은 미련이고 뭐고 그런 것도 없잖아.”
훠이 훠이.
그런 의미를 담아 손을 흔들자.
“흐음.”
우리의 옛 귀환자.
한때, 성녀라는 영웅명을 받았던 그녀는 흥미롭다는 듯 목을 울리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고.
그에 불길함을 느끼며, 긴장을 놓지 않고 있자.
“하람 꼬마도 꽤 괜찮게 자랐나 봐요? 질질 짜던 게 어제 일 같은데.”
“하, 그게 대체 언제적 일인데.”
“저한테는 얼마 되지도 않은 일이죠. 뭐, 사라지는 건 별 상관없는데. 얼굴 본 김에….”
씨익.
불길한 미소가 성녀의 얼굴에 떠오르고.
“…실력 좀 보죠.”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서 들려왔다.
빨라.
빠르게 내 뒤를 잡은 그녀에게 대처하려는 순간.
쿵.
천지를 뒤흔드는 발디딤.
그로써 지면에 반쯤 금이 가며 내 자세가 흐트러졌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옷이 펄럭이는 것이 시야에 잡혔다.
주먹의 궤도가. 보이지 않아.
이래선 그녀가 손을 어디로 뻗는지 알 수 없다.
…시각적으로는, 말이지.
옛날의 나였다면 당했겠군.
철컹.
곧바로 양손에 건틀렛을 소환한 후.
양손을 겹쳐 이마를 가로막았다.
쿵.
양손에서 묵직한 무게감과 동시에.
“호오.”
그녀의 흥미로운 듯한 목소리가 울린 후.
“그럼 속도를 높이죠.”
팡.
공기를 부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시야가 흔들렸다.
이게 뭔.
그리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 시야로 보여 왔기에.
오른손 장법.
그녀는 내게 양손을 뻗었었다.
이마를 노리는 왼 주먹과.
왼손에 딱 달라붙어, 움직임을 인지하지 못했던 오른손 손바닥 치기.
그것에 얻어맞은 나는 마력으로 접합시킨 땅과 함께 밀려나, 집의 벽을 부수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제길.
체공 시간은, 길지 않다.
그렇지만, 곧바로 자세를 바로잡지 않으면….
그리 생각하고, 곧바로 낙법을 취하며 땅에 쓰러지려는 순간.
“뻔히 보이는 낙법은 표적이라고 알려드렸던 것 같은데요. 얼마나 시간이 오래 흘렀길래 잊어버렸을까.”
불길한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웃는 얼굴이 거꾸로 된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것을 본 내 머릿속을 지배한 생각은 하나뿐이었으니.
…미친 진짜 뭐야.
성녀 이 인간 이렇게 강했었나?
비록 내가 지금 리미터를 안 푼 상황이라지만.
내가 이 인간 이동하는 것도 인지 못 했다고?
그런 생각도 잠시.
팡. 팡.
곧바로, 땅 위에서 자세를 잡은 그녀가 왼손으로 내 팔을 붙잡은 후, 오른손 잽을 연속으로 날렸다.
“자, 계속 그러면 허공에 나풀거릴 뿐이지요.”
그 말대로.
그녀는 내 몸 여기저기에 빠른 잽을 찔러넣고 있다.
당연히 얻어맞는 반동으로 어딘가 날아가야 하겠지만, 내 손목을 휘감은 손이 그것을 방해한다.
의도적으로 고통을 주기 위해서인지, 날아가려는 몸이 딱 멈출 만큼만 상쇄하는 힘의 컨트롤.
그 덕에 나는 성녀가 말한 것처럼 연마냥 허공에서 나풀거렸고.
그 고통 덕일까.
그녀가 내게 알려 주었던 수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체술, 마음가짐, 육체 강화, 그리고…. 그 뻔뻔한 성격까지.
스승이라고 하기엔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선생님이라는 호칭 정도는 붙여 줄 수 있으리라.
당시에는 이렇게 강한지 몰랐는데.
같은 경지에 오르고 나니 알겠다.
이 양반도, 괴물이야.
비록 등록제가 생기기 전 각성자라 등록 번호가 없지만.
일단 관리국 데이터베이스 상에는 01-013-O로 남아있는 그녀.
아직 각성자들의 실력이 채 여물기 전, 지구를 지켰던 귀환자 중 한 명.
기수 자체는 나와 같지만.
우리가 옛 영웅이라면.
이들은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전선에 서 있던 과거의 영웅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럼, 내가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천마검신은, 웃음으로 떠나보냈다.
그럼, 내가 나보다 과거의 인물에게 줄 것이라면.
하나뿐이지 않은가.
팡.
충격파가 몸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흠?”
그녀는, 그에 고개를 흔들었고.
그럼에도 그녀의 잽은 멈추지 않았지만.
이젠, 안 닿아.
팡. 팡. 팡. 팡.
“아하.”
손이 맞닿으며 생기는 충격파가, 계속해서 울려 퍼진다.
손과 손이 맞닿는다.
과거의 그녀가 내지르는 잽이.
현재의 내가 받아 내는 주먹이.
그렇게 서로에게 내지르던 직선은.
어느 순간 각자에게 빈틈을 내밀었고.
나와 그녀는 다른 선택을 했다.
나는, 내 손목을 붙잡은 그녀의 손을 후려쳤고.
그녀는, 내 몸을 후려쳤다.
구속이 사라진다.
그리고, 몸에 통증과 힘이 실린다.
쿵.
손목을 붙잡은 손이라는 고정대가 사라짐에 따라, 나는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지면에 내려섰고.
그런 나를, 그녀는 후려쳐진 손을 흔들며 빤히 바라보았다.
“과연, 그게 하람 꼬마의 진심을 담은 힘인가요.”
씨익.
그녀가 웃는다.
나 또한, 그녀에게 웃음을 내비쳤다.
그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
이제, 서로에게 가진 힘을 보일 뿐.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향해 웃으며, 서로를 향해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