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38)
마법소녀 아저씨 338화(338/671)
338. 『얼굴 없는 왕』
“관리국 지휘부는, 지금 내 앞에서 돌입 작전을 구상하고 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떤 교류조차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황왕은.
이제는 그랬었다곤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이지를 가진 시선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며 그리 입을 열었다.
평소에도 이리 행동하면 좋을 텐데,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얼굴 없는 왕 형태로 고정되니 방법이 없다.
전담 인원인 메테오르 또한 기본적으로는 여기 거주하고 있지만, 여기저기 파견 나간다고 자주 자리를 비우니 어쩔 수 없는 일.
더욱이, 이번에 메테오르가 자리를 비운 이유는 아마 높은 확률로 내 탓일 테니 하는 수 없지.
“그건 나도 알고 있으니까 긴 이야기는 관두자. 어차피 내가 여기 와서 너랑 투닥거린 이상, 내가 거기 안 갈 거라는 건 잘 알잖냐.”
뭐든지 아는 것처럼 구시는 분이 왜 이러실까.
“사람의 의견은 대화로 바뀐다. 우리는 불가능한 설득이라 한들, 그것에 의미가 없다곤 생각하지 않지.”
그러신가요.
황왕 본인도 날 설득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으니, 이야기는 끝났네.
“그래서,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만 말해. 급한 건 너도 잘 알잖냐.”
당연히 되겠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그리 질문을 던지자.
“전송 자체는 가능하다. 지금도 우리는 제네바 지부에 배치된 나와 소통을 할 수 있으니.”
그럼 이야기는 끝났네.
“그럼, 전송시켜 줘. 마음의 준비는 다 되었으니 빨리.”
간만에 황왕을 만났으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지금은 공적 퇴치가 최우선.
그렇기에 그리 급히 다그치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연결 자체는 이어지지만, 내부의 상황 탓에 전송에 평소보다 강한 과부하가 걸릴 것이기에, 이하람 너의 안전을 보장치 못한다.”
황왕은 걱정하는 낌새가 전혀 담기지 않은 순수한 정보를 내뱉었다.
마치, ‘이렇게 말해도 어차피 넌 갈 것 아닌가?’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렇기에.
나는 실제로 내게 묻지 않은 질문임에도, 단 하나뿐인 답을 되돌렸다.
“별 상관없어. 까고 말해서 천마검신이랑 성녀도 본 마당인데, 뭐 더 큰 게 오겠냐.”
이보다 큰 게 나온다면 그게 더 웃긴 상황이지.
이미 최악의 두 명이 나왔는데, 그보다 더 안 좋아진다고?
내 운이 그 정도로 나쁘진 않겠지.
“그렇군. 그럼. 그 장소에 가만히 서 있도록. 무대를 전개하겠다.”
언제나 무덤덤한 황왕은 그렇게 내 말에 답함으로써.
전송을 시작했다.
무대를 전개한다고 말했지만, 거창한 무언가가 행해진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반투명해지기 시작하고.
내 안에, 어떠한 문장들이 쏟아져 내릴 뿐.
배우로서, 지켜야 할, 의미 없는 대본이.
그것에 따르고 싶다는 욕망이 쏟아지지만.
지금은 아직 그 의미조차 해석할 수 없는, 문장조차 아닌 글자기에.
마음을 가다듬으며, 이어질 문장을 대비했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있자.
“이번에도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군.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이럴 때는 슬플 따름이야.”
뜻밖에도 황왕은 감정은 담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정말로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그런 어투를 내뱉는 황왕.
비록 표정은 전혀 바뀌지 않지만, 그 말에는 진심이 담겨있음을 잘 알고 있으니.
그것이라면, 잘 알고 있다.
관여하지 못한다.
그것이 황왕의 본질이다.
황왕은 무대를 만들 수 있지만, 무대는 어디까지나 무대.
황왕은 그것을 자신은 과거에 살고 있다고 자주 표현한다.
죽은 이조차도, 몇 가지 문제를 제외한다면 온전히 뽑아낼 수 있는 황왕의 연극.
그 강력한 힘에는 몇몇 문제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 문제조차도 대부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
강령술처럼 소환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들은 제어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들은 본디 영웅. 무작위로 소환된다고 해도 대부분은 눈앞의 적을 퇴치함에 주력한다.
연이 있는 죽은 이를 바라보면, 무대의 배우로서 동화되고,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그렇지만, 이 또한 황왕의 연극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면, 설령 공명한다고 해도 그 악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은 여전히 위험하긴 하지만, 능력의 유용성을 따지면, 취급 주의로 끝날 수 있는 범위.
이리 따져보면 운용 자체엔 큰 문제가 없건만, 황왕이 전선에 잘 나서지 않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과거에 존재하는 배우를 부르는, 황왕의 무대.
그들은 현재에 간섭할 수 없다.
조금 전까지, 그 과거와 손을 맞부딪히고, 다치기까지 한 내가 이리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배우가 현재에 남긴 행동은. 세계에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내가 뚫고 나온 황왕의 집.
분명 성녀가 벽을 부수고, 지반을 박살 냈지만.
그쪽으로 시선을 향해 보면, 집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부서지지 않은 채 멀쩡히 서 있다.
박살 난 땅에 새겨졌던 실금은, 어느새 모두 사라져있다.
그런 것이다.
배우는, 배우일 뿐. 그들이 연극에서 행한 것은, 관객이자 배우로서 우리가 바라보았기에 기억에 남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그들은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무대가 끝난 후, 죽은 이는 살아나며, 무너진 도시는 복구되고, 퇴치된 적은 자신이 어째서 살아있는가를 혼란스러워 한다.
무대 위의 배우가 관객에게 흉기를 휘두르면 상해 사건이 일어나듯.
간단한 서류 작업이나, 데이터 입력 작업 등, 누가 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할 소소한 부분에서는 현실에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저런 거대한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 복원된다.
그리고, 복원된 현실과 무대의 영향으로 우리가 기억하는 현실의 차이만큼, 거기에 말려든 이들은, 배우에 가까워진다.
그것이, 황왕의 본질.
영웅들이 쌓아온 과거 모든 것이 자신의 힘이기에.
그 누구보다도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고.
그 누구보다도 유용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절대 앞에 나서, 현재를 바꿀 수 없는 존재.
얼굴 없는 왕.
황왕은 전면으로 나서지 못한다.
괴인으로서, 인류의 적으로서 따져본다면.
모든 이의 마음속의 씨앗을 싹틔워 배우가 되면 그조차도 황왕의 승리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페널티지만.
영웅으로서, 세계를 지키는 이로서는.
메리트보다, 디메리트가 큰 능력.
그것을 알고 있는 나는.
“걱정 말고, 네 할 일이나 잘해. 우리는 전투, 너는 관리국의 유지. 그거면 되는 거잖아. 각자 자기가 잘하는 일이 있는 거지.”
그리 말을 내뱉었다.
알고 있다.
사실, 황왕이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말소되었다지만, 본디 O급에 거론되었던 괴인.
그의 장기는, 세계를 멸하는 것.
그렇기에, 그의 소거를 주장하는 이 또한 많았지만.
결국, 우리는 그를 받아들였다.
우리와 그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S급. 세계를 멸할 힘을 가진 존재들.
그런 힘을 가진 우리가, 세계를 멸하지 않는 이유는.
단지, 우리가 그리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황왕이 우리와 무엇이 다른 걸까.
물론, 황왕의 힘은 좀 더 파괴적이고 질척한 어둠에 속해있긴 하지만.
그 힘의 위험성만을 바라보고, 혹시나 있을 미래를 위해 그 싹을 잘라 내지 않았기에.
그것을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이 동의했기에.
황왕은 영웅의 자리에 올라있다.
비록 황왕이 빛을 볼 일은 없겠지만.
그리 생각하며, 쓴웃음을 띄웠다.
내 생각이, 결사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떠올렸으니.
관리국도 괴인에 대해 이 정도의 관용을 보여 주면 좋을 텐데 말이지.
그리 생각하며, 반대편이 비춰 보이는 내 손을 바라보았다.
곧 사라지는군.
그와 동시에.
머리에 내리박히던 대본이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으니.
‘주연이 목을 맴으로써 연극은 시작되나니.’
아 제길.
하필 이건가.
이를 악물며, 무절제한 자살 충동을 참아 내었다.
좀 더, 활기차고 피가 덜한 연극도 있을 텐데.
‘목이 맨 주연의 첫 대사로 무대의 막이 올라갈지어다.’
헛소리 마.
‘늘어난 긴 혀는 자신의 절망을 내뱉고, 주연은 자신의 목을 매는 밧줄을 긁으려 노력하니.’
막대한 자살 충동과 함께.
목에 통증이 걸린다.
존재치 않은 밧줄이, 목에 걸리는 감촉.
그렇지만, 손을 뻗어선 안 된다.
손이 목 가까이 간 순간, 난 나조차도 모르게 경동맥을 뜯어낼 테니.
‘피로써 장식된 무대에서, 주연은 언제까지고 조연을 바라본다. 하늘에 선, 이로서.’
시끄러워.
그렇게, 대본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내 몸이 거의 투명해져, 다른 무대로 날려 보내지려는 순간.
“우린, 곧 다시 보게 될 거라네. 이하람.”
황왕은 떠나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언제든 의견을 거의 표출하지 않는 황왕답지 않게.
빤히 나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목을 울리는 황왕.
“무슨 소리지?”
나는 그에 무언가가 있음을 느끼며.
온 힘을 쥐어짜 질문을 던졌다.
“본디, 그대가 우리를 찾아올 것은 조금 더 뒤에 예정되어 있었다.”
황왕은 대본을 읊듯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그렇지만, 그 안에 내가 들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느껴지는 무언가를 담아 말을 이어갔다.
“그대는 제자들을 이끌고 메테오르를 소개해 준 후, 내 거주지 밖에 그들을 남겨둔 채 세계의 뒤틀림인 우리와 홀로 마주했겠지.”
예상이 아닌, 확정된 미래라는 듯.
너무나도 담담하게 무언가를 읊는 황왕.
“그것이 본디 이어질 미래였다. 그렇지만, 무언가가 바뀌었지.”
그 말을 끝마친 순간.
나를 바라보던 수없이 많은 시선이 강렬하게 바뀌었다.
보안용 카메라처럼, 그저 나를 바라보는 것 같던 시선에서.
차갑게 식힌 송곳으로 내 안을 꿰뚫듯이.
“사상을 기록함으로써, 세계를 써 내려가는, 과거에서 살아가는, 현실에 존재치 않는 우리는, 미래 또한 써 내려간다. 대본을 써 내리듯.”
그 말과 동시에, 수많은 시선의 주인이. 내 앞에 내려섰다.
단순한 배우가 아닌, 황왕과 온전히 합쳐진 이들.
연극이 끝나고 역할을 마친 인물들은, 무대에서 내려온다면. 누구든 될 수 있는 배우가 된다.
배우는, 본디 자신의 얼굴이 가진 이가 다른 이를 흉내 내는 것이니.
그렇지만, 자신의 역할만을 내면에 가진 배우가 역할을 내던지고 무대에서 내려온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거기에 남은 것은, 형언할 수 없는.
황왕의 본질뿐.
자신의 존재를 찾아 헤매는 괴인은, 타인을 집어삼키는 뒤틀림이지만.
그중, 극소수.
폭주하지 않는 이가 존재한다.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거짓됨을 앎에도 사라지지 않고 세계를 위해 남기를 자처한 이들.
그들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타인에게 씨앗을 심는, 세계를 오염시키는 맹독과 마찬가지이기에.
그들은, 세계에 남는 대가로 자신을 버렸다.
황왕이라는, 하나이자 모두인 존재가 됨으로써.
황왕이, 단순히 무대를 여는 자가 아닌.
영웅으로 남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무대에 서지 않고, 현재에 영향을 끼치는 옛 영웅의 군체.
그들 중 하나가 입을 열었으니.
“그렇지만, 대본엔 잉크가 뿌려지고, 뜯겨나간다. 흔히 있는 일. 미래는 과거에 기반하지만, 과거만으로는 미래를 알 수 없다.”
하나이자 여럿인 그들이 나를 바라본다.
친애이자, 적의이자, 의문이자, 확신을 담은 눈길로.
“그렇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는 법. 아무것도 하지 못하기에, 얇디얇은 우리 대본의 다음 장은 그대가 나를 찾아와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목소리가 이어진다.
마치, 작별 인사처럼.
“그 질문은, 우리는 답을 돌려줄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렇지만, 그 질문은 모든 질서를 무너트릴지도 모르는 질문.”
“그에, 너를 흡수할 생각을 하였다.”
“그에, 너를 이해할 생각을 하였다.”
“그에, 거짓을 말할 생각을 하였다.”
“그에, 진실을 전할 생각을 하였다.”
그 모두가 진실이라는 듯 입을 연다.
마치, 오페라의 합창처럼. 하나의 박자로.
“그렇지만, 우리가 써 내려간 미래의 대본은, 통째로 뜯겨나갔다. 다름 아닌, 너의 손에.”
무어라 말해야 할지 알 수 없다.
대체, 황왕은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그러니, 지나간 미래만큼 유예를 주겠다.”
황왕이, 나를 바라본다.
“나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이하람인지.”
“…크림슨★해머인지.”
“…블랙 머라우더인지.”
“…혹은, 타인과 자신의 사이에 서 있는 이일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난, 황왕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