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42)
마법소녀 아저씨 343화(342/671)
343. 엇갈림(1)
약 한 시간가량 제자들의 일주일간의 생활상을 들었지만, 대부분 별 의미가 없는 내용이었다.
다만, 그것은 정말 제자들의 일주일이 단조로워서 그런 게 아니라.
아마, 우리 백시현의 말이 너무 엉망진창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셋째 날에 전파 신호가 미세하게 잡히더라고요. 다만 그게 유의미한 데이터를 보낼 정도는 아니어서, 통신은 힘들지만요. 그걸 통해 예측한 바로는, 아마 완벽한 봉쇄가 아니라, 뭔가 거르는 조건이 있는 것 같아요. 당장 태양 빛도 멀쩡하게 봉쇄를 뚫고 들어오잖아요? 그것 때문에 다섯째 날 허가를 받아 분석해 봤는데, 태양 빛은 정상적인 태양 빛으로 확인되었죠! 재미있죠? 이거 무슨 에너지 보존 법칙에 어긋난 것 같거든요! 일단 이상한 게 그럼 시간 가속 탓에 태양 빛이 우리에게 비추는 에너지가 적어져야 할 텐데, 그런 기미는 없기도 하고. 음, 뭔가 외부적 작용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빛의 특수성 때문인가? 흥미롭네요! 이걸로 논문을 써도 될 것 같죠? 아 시간 왜곡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았냐면, 그러니까 이게 둘째 날 일인데, 스승님에 관련된 어떤 논문을 쓴 사람이랑 친분을 다졌는데, 그분 전공이 시간 계열 마법이어서. 그 마법사님이랑 넷째 날에 기기를 들고 경계선에 가서 최대한 전파를 많이 받아, 그중 시간과 관련된 것을 겨우겨우 받아내어 기기동기화를 하니까 그 결괏값이. 아 그때 촉수가 좀 이상한 행동을 보였는데, 아 촉수랑 만난 걸 이야기하지 않았었네요. 그건 둘째 날 11시경….”
쫑알쫑알쫑알.
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솔직하게 말해 처음 2분 정도는 어떻게든 집중력을 유지했지만.
그 뒤로는 대체 얘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동료들이 전문 용어를 남발해, 뭐라고 지껄이는지 도무지 알 수 없던 경험은 여럿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 녀석들은 듣는 사람을 배려해 이야기를 조정하는 반면.
백시현 이 녀석의 말은 시간선조차 앞뒤로 오락가락 하고 있으니.
첫째 날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마지막 날 이야기가 나오지 않나.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그와 연관된 다른 스토리를 꺼낸 후, 그 스토리가 끝나자마자 끊어졌던 이야기를 내뱉는다.
저걸 그대로 써서 문서화한다고 한들, 읽는 와중 아마 내가 문단을 건너뛰었나? 하고 뒤로 돌아가서 다시 확인해야 할 것이다.
아마, 곧 자기가 정상적으로 읽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겠지만 말이다. 자기가 잘못된 게 아니라, 문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이해하며.
저걸 다 기억하는 기억력과 전혀 멈추지 않고 계속 내뱉는 언어 능력은 놀랍긴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 그냥 머리에 떠오른 걸 아무 필터도 거치지 않고 내뱉는 느낌이다.
내용 자체는 상세한 편이니, 어딘가 쓸데가 있긴 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걸 자료로 쓰려면, 데이터 분석 전공이 저 말에 달라붙어, 시간순대로 내용을 정렬한 후, 어디와 연관되어있는지 재배치를 해야 할 것 같다.
그 정도로 의미불명인 말을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듣고 있던 것은 아니고, 일단 몇 번 흐름을 끊으며 이야기를 되돌려 보긴 했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어 버리니, 포기하고 멍하니 그것을 듣고 있다.
그 덕에 백시현의 대화 속에서 그리 중요한 내용은 건지지 못했고.
정말 중요한 내용은 한아빈이 그때그때 부연 설명을 해 주었으니.
“저 촉수 말인데요. 도망치던 게 아니라, 저쪽에서 스스로 다가왔어요.”
“…아! 탄트 말이죠! 저도 촉수에 대한 정보는 얻었….”
백시현의 장황한 연설은 무시하자.
“탄트는 누구야?”
“촉수 이름이요. 시현이가 붙였어요. 애칭이고, 정식 이름은 탄자나이트. …예, 무슨 말 하고 싶으신지 저도 잘 알아요.”
내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자.
아빈이는 내 표정을 보고, 다 포기했다는 듯 부처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리 입을 열었다.
“…넘어가고. 스스로 다가왔다는 건 무슨 뜻이냐.”
“말 그대로예요. 촉수 쪽에서 우릴 보고 갸우뚱거리더니, 천천히 다가와 발밑에서 까닥거리더라고요.”
“잡을 생각은?”
“했었죠. 근데 손이 닿아도 도망칠 기미는 보이지 않고 그냥 까닥거리기만 해서 이게 뭔가 했더니, 갑자기 운호가….”
“저 불렀어용?”
갑자기 들려오는, 쓸모없는 돼지의 목소리.
“아니, 안 불렀으니 잠이나 자라.”
“알겠어용.”
“…아무튼, 갑자기 통역을 해 주시더라고요. 어…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대적자? 향기? 데려가! …어, 그리고….”
한아빈이 기억을 되돌리려는 찰나.
“아? 그거요? 대적자. 냄새. 데려가 줘. 나. 가지. 뿌리. 싫다. 나쁜. 욕심쟁이. 엄마. 였어요!”
갑자기 끼여든 백시현.
“…아 그래, 고맙다.”
기억력은 확실히 뛰어난데 말이지.
“뭘요! 아, 그러고 보니 저 언어에 대해서 신기한 게 있는데, 나머지는 어린 애들이 할 법한 단어 구성이긴 한데. 대적자란 단어는….”
“그래서, 그렇게 대화가 통하니까 백시현이 데리고 다녔다고?”
“아뇨, 처음에는 제가 보살폈는데…. 그 시현이가. 있잖아요. 아무리 봐도 뭔가를 잘 돌볼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
한아빈이 그리 말하고, 살짝살짝 고개를 돌며 백시현의 자리를 보자.
내 시선도 자연스레 그리로 향했고, 아빈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더러운 침대 위에서, 음식을 먹으며 꿈틀거리는 촉수.
저게 괴물인 촉수가 아니라, 어린애나 애완동물이라고 생각하면, 참 잘 기르고 있다고 한마디 하겠지.
“…아무튼, 그래서 제가 데리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촉수가 시현이한테 더 착 달라붙더라고요.”
“그 후, 저런 관계가 되었다 이거지?”
“예.”
“흠.”
잠시 생각을 고른 후.
곧 이 건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 사람을 불렀다.
“운호야.”
“드르렁.”
내 호출에, 코골이로 답하는 운호.
“운호야?”
“5분만 더용.”
“….”
나는 그런 대답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운호에게 다가갔다.
흰 매트 위에, 몸을 둘둘 말고 잠에 빠져계시는 내 파트너. 그것을 한 손으로 붙잡아 올렸고.
“일어나라고 새꺄아아아!”
힘을 담아, 벽에 내던졌으니.
“쿠액? 꺽? 뭐죠? 어째서 사방이 빙글빙글? 꿈? 꿈인가?”
탱탱볼처럼 방 여기저기를 튕겨 다니던 운호는, 아직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괴상한 말을 내뱉으며 기나긴 비명을 남겼고.
15초 정도 지나.
탁.
나는 손을 앞으로 뻗어, 내 앞으로 날아온 운호를 잡아챘다.
“자, 정신 좀 차렸냐?”
“어 우. 어지러워용.”
정신 차렸군.
“그래서, 운호. 네 판단은 어떠냐. 너라면 척 보면 알 테니까.”
“어…. 뭐 말이죵?”
…이놈 정말 아무것도 안 들었구만.
“저기 저 촉수의 위험성에 대해 말이다. 저거 뭐 먹고 있을 텐데, 네가 가만히 놔두는 거 보면, 그리 위험한 거 아니던가, 극히 소량이겠지?”
나는 이제 막 일어난 운호를 위해 상세한 질문을 던졌고.
운호는 그에 멍하니 촉수 쪽으로 고개를 돌려 잠시 바라본 후, 곧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안 먹어용.”
…응?
“잠깐, 저거 내 적인 촉수 맞지?”
“맞는데용. 경보 마법에도 하람 님 이야기의 적이라고 울리고 말이죵.”
“그럼 뭔가 먹고 있지?”
“안 먹던데요? 뭐 먹는지까지는 제가 모르지만, 촉수가 뭔가를 먹는다는 것 정도는 인지하죵.”
아니, 너 구멍 촉수 때 인지 못하고 그냥 뒤졌었거든?
그래, 그 녀석은 워낙 특이 케이스라 그렇다고 치자.
사실 그 녀석을 제외하면, 운호는 대부분 적이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는 한눈에 알아차리긴 했으니까.
과거에 있었던 거대 촉수가 감정을 먹는다는 것도, 대면한 순간 운호가 한 방에 알아챘었고.
내게서 뭔가가 대량으로 빠져나온다는 걸 눈치챘다고 했었던가.
그렇지만, 이상한데.
“정말 아무것도 안 먹냐? 사실 뭔가를 먹는데 그 먹는다는 걸 인지 못 하게 하는 특이 케이스 아니고?”
구멍 촉수처럼.
그 녀석은, 뭔가를 먹어서 달라졌다는 사실 자체를 먹어버리니까.
“그 정도의 특이 케이스까지는 제가 상정하지 못하겠네용. 그렇지만, 제가 본 바로는 탄트 쟤는 아무것도 안 먹어요. 만난 이후로 성장하거나 어딘가로 힘을 보내는 흐름도 느낀 적 없구용. 아. 밥은 먹지만요.”
운호의 말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새로이 얻은 정보 덕에, 생각할 거리가 생겨.
운호를 침대 위에 되돌려두고, 여전히 무어라 말하는 백시현을 배경으로.
침대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성장하지 않는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 주변에 먹을 수 있는 먹이가 없기 때문이라는 가설.
그도 아니라면, 먹을 수 있지만, 뭔가의 계획을 위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둘 다 아니라면.
만약. 정말로 만약의 경우지만.
저 보라색 촉수가 우리에게 적의가 없다면?
먹을 수 있지만 적의가 없어 먹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문장이 딱딱 끊어져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가지라고 호칭했고.
다른 존재를 뿌리라고 호칭했지.
그럼, 저 가지 격 보라색 촉수가, 정말로 뿌리 격. 아마 본체인 촉수를 혐오해서 우리를 도와주고자 하는 것이라면?
나름대로 희망찬 예상이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 모든 것이 연기일 가능성.
이야기에는, 악의가 가득 차 있을 수 있으니까.
저 순진한 겉모습조차 모두 연극일 가능성이 있다.
어린아이란 편리한 인격이지.
아이인 척하면 그 존재만으로도 의심이 조금 누그러진다. 자세한 정보를 얻고자 대화를 하려 해도, 언어 구사 능력이 저게 한계라면 잘 모르겠다며 잡아뗄 수 있다.
당장 나조차도 이 외모를 사용해 비슷한 짓을 여러 번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것보다도 더욱 어린 존재로의 위장.
…이건, 정말 골치 아픈데.
정보가 너무 모자라다.
운호와 백시현, 한아빈은 촉수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지만.
저게 사실 정신 조작으로 세뇌된 결과라면?
아직도 일대 연설을 늘어놓고 있는 백시현의 저 기억 전체가 사기라면?
잠시 이 불안정한 기반에 대해 고민해 보았지만.
곧, 내 마음속에선 결론이 내렸다.
저 촉수는 내버려 둔다.
그렇지만, 신뢰하지 않는다.
이 생각은, 제자들에게도 건네지 않고, 나 홀로 품을 것이다.
절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만일의 순간. 촉수가 제 본모습을 드러낸다면.
곧바로 행동할 수 있도록.
그리 생각을 끝마친 후.
감각을 열었다.
조그만 힘의 흐름도 놓치지 않도록.
주 대상은, 밥을 다 먹었는지, 백시현의 리듬 어린 헛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침대 위에서 춤을 추는 촉수.
운호의 말대로, 촉수가 가진 힘은 자연스러운 생물 활동 이내에서만 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어느 순간, 흐름이 바뀔지 모르니.
그렇게, 의심의 기반을 쌓은 후.
아직도 이야기를 늘어놓는 백시현의 말을 잘라 내었다.
“시현아. 네 일주일간의 연구 기록은 그만하면 충분하고, 너 아까 식당에서 이렇게 말했었지? 그 촉수가 내 공적 퇴치에 도움이 될 거라고.”
“예! 말했었습니다!”
내 명령과 동시에, 기나긴 말을 끝내고 곧바로 그리 대답하는 백시현.
“그럼, 그 의견을 뒷받침하는 뭔가 더 있나? 촉수의 말 말고. 다른 거. 아, 맞다. 회의록 있다고 했던가?”
“넵! 당연히 준비해 뒀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백시현은 그 말만을 남긴 채, 쏜살같이 방구석으로 내달렸고.
운호는 내 뒤쪽 침대에서 퍼질러 자고 있으며, 한아빈은 내 뒤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으니.
내 시야에 남은 것은. 실컷 춤을 추다가, 갑자기 바뀐 상황을 못 따라가겠는지, 물음표 형태로 몸을 꼰 보라색 촉수 한 마리.
내가 그것과 눈을 마주치자.
촉수는 물음표 형태에서 벗어나, 몸을 진동시키더니.
빠르게 제 몸에 이불을 감았다.
마치, 두려움에 빠진 야생동물이 구멍으로 도망쳐 몸을 숨기듯이.
그렇지만, 그 행동엔 큰 의미가 없었으니.
…몸통이랑 꼬리 다 보이잖냐.
이불로 가려진 것은, 아마 머리통으로 추정되는 부위뿐.
나머지 몸통이나 꼬리 부분은, 가려지지 않은 채 밖에서 경련하고 있다.
…대체, 저건 뭘까.
그리 내가 고민에 잠긴 사이.
“스승님! 이거에요! 마법사 의회 회의록 요약본! 스승님께 드리려고 미리 정리해 두었죠!”
시현이는 A4 넉 장으로 이루어진 종이를 들고, 침대로 돌아왔다.
바닥이 울릴 만큼 쿵쿵거리던 백시현은, 내 앞에 도착하자 양손으로 공손히 A4 용지를 내밀었고.
내가 그것을 받아든 순간, 천천히 제 침대로 돌아갔다.
“응? 탄트야 왜 그러니?”
그 후, 제 침대에서 벌벌 떨고 있는 촉수를 발견했는지, 그리 부드럽게 말을 걸었지만.
…난 아무 잘못 없다.
내가 쟬 위협한 것도 아니고,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날 보자마자 벌벌 떠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그리 생각하며, 촉수와 백시현에게서 눈을 떼고.
손에 들린 회의록을 바라보았다.
그 용지는, 백시현이 정리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깔끔하게 정리된 회의록이 있었고.
나는 너무나도 읽기 편한 그것을 단숨에 읽어내려 간 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촉수가 먹는 것이 무언지 대략 밝혀진 상황. 예상과 다르게, 그리 복잡한 것은 아니었음.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재 제네바 지부는 해당 먹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장소.’
‘그렇지만, 먹이의 증식을 피하려면, 정보 통제와 군중 제어는 필수 불가결. 되도록 일상을 위장토록 한다.’
‘공적 개체의 특성을 확인한 결과, 소형 촉수의 포획이 중요시된다.’
‘해당 공적의 퇴치를 위한 계획이 입안되어있지만, 해당 계획을 아는 인원은 적을수록 좋으며, 이에 계획 관련자는 타인과 접촉을 최소화….’
‘소형 촉수의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나, 소형 촉수는 인간에게 적대적이지 않을 뿐이지. 인간에게 우호적인 것도 아님. 포획된 촉수 대부분이 비협조적이고,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음. 반나절이면 사망하여 소멸한다. 때문에, 우호적 성향을 보이는 촉수의 포획을 최우선으로.’
‘소형 촉수 포획을 위해, 계획 일부를 믿을 만한 이에게 전달한다. 단, 그들은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이들로 한정되며, 이로써 공적에 대한 정보가 아는 이들이 대폭 늘어나기에 위험성이 커지지만, 아직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라 판단. 해당 작전을….’
꽤 흥미로운 내용들이구만.
이것만 보면 대충 알긴 하겠는데.
“시현아, 이 계획에 관한 자료나, 촉수가 뭘 먹는지에 대한 자료는 없더냐?”
“예! 그건 못 찾았어요. 회의록에 적힌 것처럼, 그 정보가 넓게 퍼지면 뭔가 문제가 생기는지.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회의 중에도 아예 언급 안 하고, 인트라넷에도 기록해 두지 않았어요!”
적에 대한 정보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계열인가.
그런 정보 오염 계열의 적이라면 몇 번 본 적 있으니 그리 특이한 경우는 아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맞춰 보면 몇몇 마법사들이 왜 그리 행동했는지도 이해되고.
그렇지만, 하나 의문이 있었으니.
“시현아.”
“네?”
그렇게 내 말에 반응하는 시현이는 빵 조각을 든 채, 촉수의 키만큼의 높이에서 손을 오르내리며 촉수와 놀고 있었으니.
“촉수, 둘째 날에 만났다고 했지?”
“예!”
“근데 여기 보고서에는 수명이 반나절이라고 적혀있구나.”
“그건 저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아마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 아닐까요?”
그냥 들어보면 멍청한 말이긴 하지만.
의외로 설득력이 있어.
저 촉수는 나와 정면으로 마주쳤을 때 빼면 늘 행복해 보이니 말이다.
아무튼, 이상하게 긴 수명은 그렇다고 치고.
의회 애들이 찾는, 우호적인 촉수가, 수명도 긴 상태로 우리 손에 있군.
그리고, 그게 마법사들이 계획해 둔 공적 퇴치법의 중추라.
…대화해 볼 가치가 있겠어.
“시현아, 혹시 의원 애들 어디 있는지 아냐?”
“아뇨, 그 정보도 통제되어 있어서 잘 모르겠어요. 다만 아예 없는 사람처럼 지내는 건 힘든지, 종종 기록이 잡히긴 하는데….”
좋아. 우리 Dr. 백시현님은 만능이시구나.
“그럼, 단서 찾으면 바로 말 좀 해다오.”
“네!”
백시현은 그리 크게 외침과 동시에, 다시 노트북에 빠져들었고.
나는 빈 침대에 몸을 누이며.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퍼즐 조각이 착착 모여 간다.
이제, 의원급 마법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만 하면 될 것이다.
아마, 그들이 이 빈 퍼즐의 조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우호적인 촉수를 원하고.
나는 공적을 퇴치할 정보를 원하니.
그것이 모여 퍼즐을 완성함으로써, 우리는 공적을 퇴치할 것이다.
언제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