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43)
마법소녀 아저씨 342화(343/671)
342. 비일상 속으로(2)
씨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발.
눈앞에서 흔들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촉수를 본 순간, 마음속으로 거하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곧바로 촉수를 잡아채려 했지만.
“쉿! 스승님. 조용. 들키겠어요!”
백시현은 그런 내 행동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내가 반응할 타이밍에 맞춰, 속삭이는 듯하면서도 소리친다고 느껴지는 괴상한 발성법을 선보이며 내 행동을 가로막았다.
“백시현, 네가 보여준 그 녀석은 공적이고 퇴치해야 할 대상….”
그에, 나는 저런 특기가 없어 그저 목소리를 낮추며 그리 따졌지만.
“마법사들 반응한단 말이에요!”
백시현은 그리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라는 듯 살짝 고개를 돌렸고.
내가 그에 맞춰 고개를 돌리자, 몇몇 시선이 이쪽을 향해 쏟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시선의 숫자는 적었지만.
두 가지 분류로 나뉜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
하나는, 단순히 무슨 일인가 하고 궁금증을 표하는 듯한 시선.
또 다른 하나는, 여기 온 이후 종종 느꼈던, 냉기 서린 거부감이 담긴 시선.
쯧. 하는 수 없군.
그에, 아무 일 없다는 듯 위장하며 조용히 식어 버린 맥앤치즈를 퍼 올렸으니.
“그래서, 이게 대체 뭔 상황인지 말해 줄 수 있지?”
“예! 다 준비해 뒀죠!”
백시현이 당당하게 외쳤지만.
…얘가 당당하면 꼭 뭔가 문제가 생기던데.
그리 생각하며, 자신들은 관계없다는 듯, 창문 밖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우는 운호와 한아빈에게 고개를 돌려 질문을 던졌다.
“저거, 믿어도 되냐?”
“…아마…도요?”
“…괜찮지 않을까요. 포요.”
그냥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다는 듯, 대충대충 흘러나오는 말.
얘들은 대체 뭔 일을 겪었길래, 이렇게 혼이 나간 거야.
뭔가 말도 하기 싫다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뭔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말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느껴지던 마법사들과 달리.
저 둘은 다 알고 있지만, 말하기에 너무 지쳐서 그렇다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기에.
괜찮겠지.
머리를 긁으며, 일단, 이 상황은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아빈이는 그렇다고 쳐도, 운호도 저 촉수에 대해 적대감을 내비치지 않고 가만히 놔두고 있는 걸 보면, 뭔가 이유가 있는 것 같긴 하니까.
“어디 이야기할 만한 장소 있냐?”
“예! 지금 저희가 약탈한 연구실이 하나 있어요!”
…약탈?
뭔가 이상한 단어가 들렸는데.
그에 백시현을 무시하고.
“약탈은 뭔 말이냐.”
남은 둘에게 물어보았지만.
“…전 아무것도 몰라요.”
“…전 아무것도 못 봤어요. 포요.”
둘은 창문 너머의 존재치 않은 먼 산을 바라보며 그리 말해 왔다.
대체 이 녀석들,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짓을 한 거지.
그것도 포함해서 물어봐야겠네.
“그럼, 거기로 가자.”
백시현이 연구실이라고 하긴 했지만, 거기로 가자는 걸 보니 거기서 지금 사는 것 같으니.
내가 그렇게 이동하기 위해, 그릇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잠시만요. 먹을 것 받아 올게요!”
“아, 시현아. 나도 같이 갈게.”
제자 둘은 쏜살같이 카운터로 달려갔고.
“포요?”
식탁에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는 나와, 순식간에 한아빈에게서 떨어져 정신을 못 차리는 운호만이 남아있었으니.
나는 남은 손으로 운호를 들어다 어깨에 앉힌 후.
다 식어 버린 맥앤치즈를 쓰레기통에 버리며, 운호에게 물었다.
“대체 뭔 일이 있던 거냐.”
“우웅. 말하자면 긴데요…. 적이 나타났고! 와장창! 촉수가!”
물은 내가 잘못이지.
* * *
하루 한 번 식사를 받아 오는지, 양손 가득 찬 일회용 용기에 한 아름 음식을 담은 제자 둘의 안내에 따라, 건물을 가로질렀다.
도착한 장소는, 주변과 비교해도 평범하게 그지없는 연구실이었다.
조금 특이한 점이 하나 있긴 했지만 말이다.
갈아 끼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명패함에 넣어진 플라스틱 명패.
본래 그 명패에는 무슨무슨 박사의 어쩌고저쩌고 연구실이라고 적혀있을 테지만.
해당 박사의 이름이 적혀있어야 할 부분 위에는, 녹색 박스테이프가 붙여진 뒤 매직으로 백시현이란 이름이 적혀있었다.
하도 글씨가 날림이라 인지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Dr. 백시현의 연구실이라 적혀있는 플라스틱 명패.
“…시현아 박사 학위 있었냐?”
“없어요!”
그럼 앞에도 고치지 그랬어. 굳이 Dr를 남겨놓은 이유를 모르겠네.
아무튼, 큰 문제는 아니었기에.
손이 비어있는 내가 문을 열고 연구실 안쪽으로 들어섰고.
내 예상과 달리, 안쪽 연구실은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장소가 되어있었다.
벽과 천장 정도는 그래도 부서진 데 없이 멀쩡했지만, 각종 실험 도구와 연구 결과물로 보이는 종이 뭉치는 한쪽 구석에 대충 몰아진 채 쌓여있고, 중앙에는 접이식 침대 여덟 개가 두 개씩 하나로 맞붙어 큰 침대 넷을 형성하고 있었으니.
그 침대 중, 과자 부스러기와 음식물 찌꺼기, 그리고 여러 종잇조각으로 유독 더러워 보이는 침대 머리맡에는, 지금도 전원이 켜져 깜빡이는 노트북 하나가 놓여있었다.
또 방 한구석에는 지지지직거리는 소리만을 울리는 라디오와, 검은 바탕에 Out of Range라는 흰 글자만을 뱉어내는 텔레비전.
그리고, 제 몸집보다 큰, 이상한 안테나가 덕지덕지 매달린 핸드폰 하나가 충전대로 보이는 무언가에 얹혀있는 걸 볼 수 있었는데.
“…뭐냐 저거?”
“…시현이가 고물을 주워 와서 뚝딱뚝딱 만든 거예요. 외부 신호 연결 기록기라던데요?”
정신이 아찔해지는구만.
그런데, 암만 봐도 아빈이 말이랑 달리 고물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특히, 텔레비전 한구석에는.
Dr. ■■■■의 개인소유물. 주소 ■■■■로 반송 바람.
라고 적혀있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개인정보에 해당되는 글자에 매직이 찍찍 그어진 탓에 원주인의 이름과 주소를 알 수 없긴 했지만.
그것을 보고, 잠시 방 밖으로 나가 테이프를 조금 땐 뒤, 명패 안쪽에 적힌 이름과 꼬리표에 붙어있는 이름을 비교해 본 결과.
이 연구실의 주인과 텔레비전의 주인은 아마도 전혀 다른 사람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고물?”
내가 꼬리표를 든 채, 그렇게 반응하자.
“…시현이가 들고 올 땐 고물이라고 주장했어요.”
아빈이는 또다시 자기와 관계없다는 듯, 먼 산을 바라보며 그리 답했다.
식당에는 창문이라도 있었지, 여긴 창문도 없는데 말이지.
당사자인 시현이는 돌아오자마자 음식을 정리하겠다며, 연구실과 연결된 작은 방에 들어가 뭔가를 하고 있으니, 따로 물어볼 사람도 없다.
운호 또한 전혀 모르겠다는 듯, 자기 침대와 융합하여 뒹굴거리고 있을 뿐이고.
…다른 연구실에서 훔쳐 왔거나, 때려눕히고 가져온 것 같은데.
잠시 그런 의심이 머릿속에 흘러갔지만, 곧, 그와 관련된 생각을 머리에서 지웠다.
안 들키면, 문제 없는 거 아닐까?
진리는 힘 있는 자의 손에 있는 법.
마법사가 힘으로 패해 무언가를 잃었으니, 이것은 이제 우리 것이다.
마법사들의 사고방식이 재산이나 대상의 필요 최소한의 인권까지 간섭하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그 녀석들도 예산 가지고 싸우는 것을 보면, 이것도 긴급 상황을 위한 연구 물품 분배. 즉 예산 분배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 중 유일하게 꺼림칙한 것은 물질적인 증거뿐.
그렇기에, 텔레비전에 꼬리표를 뗀 후, 망치에서 뿜어지는 애프터버너 불꽃으로 그걸 불태워 버렸다.
“…전 아무것도 못 봤어요.”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나. 아빈아. 아무 일도 없었단다.”
아무렴, 아무 일도 없었지.
우리는 텅 빈 연구실에 남아있던 자재를 활용한 것뿐이다.
긴급 피난 중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불법성 행위 몇가지가 면책되듯이,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는 거다.
“일단 미리 묻는 건데, 이 연구실은 어떻게 얻었냐?”
“…호텔에서 나온 후, 로비에서 빈둥거리던 시현이가 갑자기 뭔가 신내림이라도 받은 것처럼 이 장소가 가장 전파가 잘 든다고 말한 다음, 힘 있는 사람이 곧 진리라면서 안에 있던 사람들을 밖으로 내던졌어요.”
“….”
난 못 들은 거다.
그리 생각하며, 다시 문밖으로 나가. 명패의 이름 부분을 부순 후.
그 자리에 녹색 테이프를 이어붙여 두었다.
이걸로 증거는 말소되었다.
이 방은 본래부터 Dr. 백시현의 연구실이었다.
마법학 박사 학위 받으신 중요하신 마법사의 연구실이지.
아무렴. 명패에 적힌 의원급 옛 영웅이 무슨 상관이야. Dr. 백시현 님이 필요하시다는데.
본래 Dr. 백시현의 연구실이었으니, 여기 있던 물품들은 모두 Dr. 백시현의 소유다.
아무 문제 없다.
이어, 침대 프레임에 이 방과는 전혀 다른 방 번호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지만.
그 일렬번호도 망치를 소환해 그라인더로 갈아 깔끔하게 만든 후.
이 방에 그 어떤 문제도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렇게 대충 우리 팀의 원죄가 내 땀에 의해 사라졌음을 확인하고.
마음을 놓은 순간.
덜컹.
연구실 한구석에 있던 문이 열리고.
“웅웅. 음음음..”
입에 튀긴 뭔가를 문 채, 양손에 음식을 든 백시현이 나타났다.
아무리 봐도 예의 없어 보이는 행동이었지만.
한아빈은 익숙해졌거나 포기했는지, 백시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 몫과 운호 몫의 음식을 들고 돌아왔고.
그렇게 음식을 건네준 백시현은, 더러운 침대 위에 양반다리로 앉아, 자기 음식을 퍼먹기 시작했다.
그 덕에 소스가 침대 사방으로 튀지만, 별 신경 안 쓴다는 듯.
그런 와중, 어디선가 튀어나온 촉수가 백시현의 음식을 뱀처럼 콕콕 쑤시고 있고. 백시현은 노트북을 끌어당겨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으니.
한 폭의 초현실이란 것이 이런 것일까.
이쯤 되니, 나도 있지도 않은 먼 산을 찾아 시야를 돌리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눈을 돌릴 수는 없는 법.
“시현아.”
그렇기에, 부드럽게 시현이에게 말을 건넸고.
“읍읍? 으븝으븝!”
음식을 입안 가득 담은 백시현은 내 말에 어떻게든 답하겠다는 듯, 괴상한 괴성을 내뱉었다.
“….”
그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아빈이를 바라며 쟤 좀 어떻게 해보라는 의미를 담은,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내뿜었지만.
아빈이는 지쳤다는 듯 멍하니 시현이를 바라본 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다시 자기 음식에 고개를 박았다.
하는 수 없지.
“시현아. 일단 다 먹고 이야기하자.”
“누웨.”
괴상한 말을 내뱉은 백시현은 긍정의 의미를 담은 듯한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고.
3분 정도가 지났을까.
시현이는 음식을 다 해치운 후. 약간의 음식이 남은 그릇을 침대 가장자리에 밀어두었고.
작은 촉수는 백시현에게서 벗어나 그릇을 따라 이동한 후, 그 남은 음식을 콕콕 찌르기 시작했다.
…머리 아프다.
쟨 뭔데 음식을 먹고 있어. 입도 없는데 어떻게 먹는….
아, 아니다 어차피 쟤들은 뭔가 개념적인 것도 먹는 애들인데 알아서 잘 처먹겠지.
아무튼, 이제 이야기할 준비가 된 것 같으니.
가장 먼저 물어볼 건.
“시현아.”
“네!”
활기차구만.
난 죽겠는데 말이다.
“일단, 여러 묻고 싶은 게 있지만, 우선 이것부터 물어보자.”
“뭐든지 물어보세요! 스승님!”
“저 촉수. 뭐냐. 공적이지?”
지금도 내 머릿속에서 삐용삐용 경보가 울린다고.
“네! 스승님 이야기의 적입니다!”
아니,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물어보는 질문이 아니잖니….
“그런데 왜, 내 이야기의 적을 네가 데리고 있니?”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아니, 척 봐도 저 단말 자체는 위험성이 적어 보이긴 하는데.
그러다가 뒤통수 맞을 뻔한 일이 하나둘도 아닌데 어째서.
“일단, 운호가 저 촉수와 대화가 통해서, 그걸로 이야기를 나눈 게 있고요. 또 마법사 의회 회의록을 해킹해서 본 결과, 이것이 나중에 스승님이 오셨을 때 퇴치할 단서가 될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응. 응…. …뭐? 뭔가 충격적인 정보가 잔뜩 흘러나왔는데?
“운호랑 이야기가 통해?”
“아, 그렇더라구용. 정신적으로 어린지 사용하는 단어 폭도 좁고, 어법도 이해하기 힘들긴 한데, 어쨌건 이야기가 통해요.”
등 뒤에서 그리 들려오는, 쩝쩝거림이 섞인 우리 돼지의 목소리.
저 미친 돼지 패럿 새끼가 그걸 이제야 말해?
아니, 그래 그건 넘기자.
“…회의록?”
“아, 참고로 지금 촉수는 이하람 님 보고 무서워. 맛있어. 무서워. 하고 말하고 있….”
“닥쳐 쓸모없는 운호 놈아.”
넌 나중에 잔뜩 심문해 줄 거니 가만히 있어.
“예! 통신이 안 통하긴 하는데, 내부 인트라넷은 아직 작동하더라고요! 잔뜩 보안을 걸어두긴 했는데. 별거 아니었어요! 마법사 여러분은 너무 IT를 우습게 보시네요!”
…미치겠네 진짜.
“일단 그건 나중에 보자. 아무튼, 현재 그 촉수는 해가 없고, 그 녀석이 살아있는 게 내 적인 본체를 퇴치하는 데 도움이 된단 말이지?”
“네!”
“그럼 어디, 자세한 걸 들어볼까.”
그렇게, 나는.
좁은 연구실에서 제자들이 겪은 일주일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