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44)
마법소녀 아저씨 344화(344/671)
344. 엇갈림(2)
그 후, 별달리 특별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가만히 있는 것은 내 성미에 맞지 않아.
건물을 돌아다니며 마주치는 마법사를 심문하거나.
시야에 들어온 촉수를 포획하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특별한 성과를 얻진 못했다.
이야기를 나눈 마법사들 대부분은 평범한 민간인이었고.
촉수는 기이하리만큼 도주 능력이 뛰어나긴 했지만, 몇 번은 포획에 성공했다.
다만, 회의록에서 얻은 정보대로 붙잡은 촉수는 짧은 경련 후 죽은 것처럼 제 행동을 멈추더니, 보랏빛 연기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문서의 내용과 달리, 반나절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 조금 수상쩍었지만, 우리 제자들이 잡은 촉수가 특이한 개체라는 점은 또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그리고, 그와 별개로 한 가지 더 수상쩍은 점이 생겼는데.
평범한 마법사들도, 어지간한 질문에는 평범히 대답하지만.
“그럼 따로 수상한 일은 없으시단 거군요. 잠은 어디서 주무시나요?”
같은, 개인적인 질문이나.
“인터넷이 없어 연구가 힘드신 것 같은데, 잠깐 도와드릴까요?”
“아 감사합니다.”
“이 책, 어디로 들고 가면 되죠?”
해당 집단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그 순간, 갑자기 냉랭한 얼굴을 내비친다.
그런 상태에 들어가면, 이제 대화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물러날 뿐.
그리고, 저 현상에 대해 한 가지 더 이상한 점은.
그리 냉랭해진 이후, 잠깐만 떨어졌다가 다시 만나면 평범하게 웃으며 대화한다는 점.
아까 대량의 책더미를 함께 옮겨 줬던 마법사는 그 냉랭한 얼굴을 하곤 홀로 연구실에 들어간 후.
10초도 되지 않아 다시 나온 후 웃는 얼굴로 커피 한 잔을 사 주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또 ‘얼굴이 밝으신데, 좋은 일 있으신가요?’ 같은, 분명히 개인적인 질문에는 평범히 답을 돌려준다.
뭔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개인 혹은 집단에 관련된 질문을 하면 그렇게 되는 것 같은데.
이 현상을 다수의 사람에게 실험하며 확인한 결과. 사실상, 이 안에 있는 거의 모든 인원이 그리 행동한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이건, 제자들도 내게 언급하지 않았고, 회의록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이상 현상.
처음에는 우연히도 내가 말을 건 마법사들이 전원 회의록에서 언급된, 계획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기에는 너무 많은 인원이 반응하고 있다.
다들 모르고 있는 건가?
그럴 리 없다.
평범히 대화하기만 해도 곧바로 알아차리는, 너무나도 발현하는 조건이 쉬운 이상 현상인데.
그렇기에, 곰곰이 고민하며 건물을 돌아다니다 보니, 섬광과 같은 깨달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반응이 아니라, 현상인가?
저런 말을 들으면, 차갑게 반응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저런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 전제라면?
제네바 지부에 존재하는 모든 이가, 타인 혹은 타 집단과 깊게 관여하면 안 된다는, 거대한 암시가 모두에게 걸린 상황이라면?
그리고, 어찌 된 일인지. 나는 그런 인식이 없어, 사람들의 사상에 깔린 크나큰 금기를 저지른 이, 혹은 게임에서 존재하지 않은 선택지를 고르면 오류가 나는 것처럼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그 생각이 떠오르자, 빠르게 내가 여기서 겪었던 일들을 돌아보았다.
그 누구도, 나를 아는 이조차도.
나에 대해 질문한 적이 없다.
심지어 제자들조차도.
그동안 어디 갔다 오셨냐며, 질문하지 않았다.
공적 지정이 일어난 상황에서, 내가 빠져 버렸음에도 말이다.
물론, 나도 황왕이 엮인, 내가 겪은 일은 금지된 영역의 정보이기에 내 쪽에서 입을 열지 않은 것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질문받으면 얼렁뚱땅 넘기기라도 했을 텐데.
그런 말조차 한 기억이 없다.
…뭔가, 일어나고 있어.
그리 생각하며, 빠르게 제자들을 향해 내달렸다.
이 현상을 확인하고자.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외부에서 들어온 자.
이런 질문을 내던질 수 있는 것은 나뿐.
그렇다면, 이 제약이 걸린 것은, 내가 모르는 일주일 사이.
구멍 촉수가 세계를 루프 시킨 것처럼, 간부가 가진 특수 능력인가?
아니면, 무언가 섭취를 통해 일어난 부수적인 현상?
전자는 내가 알 수 없으니, 후자를 가정하고 유추해 보면.
무언가를 먹었다고 가정했을 때.
무언가를 먹었다고 해도, 우리가 데리고 있는 작은 촉수가 먹은 것은 아니다.
내 인식에도 작은 촉수 사이에서 힘 교환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으니까.
이것은, 내가 본 단말 격 촉수도 마찬가지.
옥상처럼 시야가 확보된 장소에서 소형 촉수가 포획되는 장면을 관찰하기도 했지만, 포획된 촉수의 힘이 불어나거나 밖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은 없었다.
만약, 무언가를 섭취함으로써 해당 현상이 일어난다는 예상이 옳다면.
내 적은 운호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무언가를 ‘뿌리’가 먹고 있을 것이다.
매우 적은 양을, 일정하게.
그럼 뭘 먹고 있는 거지?
곧바로 유추할 수 있는 종류는.
사회성? 관계? 상호 작용?
모두 말이 되는 것이긴 한데.
…저걸, 없애는 것이 가능한가?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기본적인 힘을?
당장, 감정이라는 인간이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을 먹던 촉수는, 내려온 순간 도시 하나를 파멸시켰다.
그렇다면, 저런 당연한 걸 먹은 촉수가, 일주일 동안 아무 반응도 없는 이유는 대체 뭐지?
내가 뭔가를 먹는다는 유추가 틀린 것인가?
이것은 대상이 먹는 게 아니라, 루프와 같은 단순한 특수 능력?
그 특수 능력은 무엇을 먹기 위해?
그렇게,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을 내 안에 내던지는 사이.
나는 Dr. 백시현의 연구실에 도착했고.
곧바로 문을 열며 질문을 던졌다.
“백시현! 네가 가진 부끄러운 기억 하나 말해 봐라!”
이거면 충분히 개인적인 질문이지.
어차피 답이 돌아오진 않을 테니, 막 던져 보자.
그리 생각하고 막 내던진 질문이었지만.
“예! 영웅이 되기 전에 감명 깊게 본 스승님의 전투 영상을 따라 한다고 망치 휘두르다가 제 몸을 때렸고, 그걸 의사 선생님에게 말씀드렸을 때 정말 창피했습니다!”
시현이는 전혀 부끄럽지 않다는 투로 위풍당당하게 그리 말했고.
“…뭐 하세요?”
“…하람 님, 스트레스가 많으시군요. 푹 쉬세요.”
나는 한아빈과 운호의 싸늘한 눈길을 받게 되었으니.
…이게. 아닌데.
* * *
이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한아빈과 운호에게 살짝 질문을 바꿔 같은 실험을 해보았지만.
결과는….
그저, 이하람의 인생이라 적힌 책 한 페이지에 부끄러운 기억이 추가되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한바탕 내 이론이 망가진 경험이 있던 후.
나는 이 방에 남은 유일하게 쪽팔리지 않은 존재와 말을 나누었으니.
“…하긴 내가 뭐 제대로 맞춘 적이 있긴 했나.”
“…?”
촉수는 이제 내가 무섭지 않다는 듯, 침대 위에서 꿈틀거리며 내 말을 받았다.
“아니, 내가 생각한 게 있는데, 정면으로 반박되니까 좀 그렇다고.”
“…??”
어째 대화가 통하는 느낌이네.
이게 애완동물을 키우는 느낌인가. 운호도 분류상 애완동물이라는 범주에 들어가긴 할 텐데, 그건 스트레스 유발 존재니.
“대체 너희 뭘 먹는 거냐. 그 정도는 알려 주지 그래.”
“…!!”
“밥 먹는데요 하람 님.”
그거 완벽한 대답이구만.
그래, 생각해 보니까 우리 시점에서야 저 녀석들이 실존하지 않는 개념을 먹는다고 하지, 저 녀석들 처지에서는 저게 그냥 밥이구나.
이계 생물학은 참으로 신비로워.
그나저나, 촉수랑 이렇게 대화하는 건 처음인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지친 심신이라도 치유하는 겸, 이야기 좀 해볼까.
당연히, 의심은 거두지 않고 있다.
지금도 감각을 모두 켜고, 뭔가 변하는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와중이니.
“그 뿌리란 녀석은 어디 있냐.”
“…
┓
.”
침대 외곽으로 나와, 땅 아래를 가리키는 촉수.
“아래에 있데요.”
운호가 부연 설명을 해 주지만, 나도 저 정도는 해석 없이 이해할 수 있다.
아래라.
굉장히 추상적이구만.
“지금 안내할 수 있나?”
“…!!”
빙빙. 단말을 회전시키는 촉수.
“준비. 안 돼. 라는 데요.”
준비라.
과연 그건 뿌리가 준비가 안 되었단 의미일까, 우리가 준비가 안 되었단 의미일까.
어휘가 모자라니, 답하기 어려운 질문엔 모른 척할 수 있다는 내 걱정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군.
“너희 친구들 봤는데, 순식간에 죽거나 사라지던데, 대체 너랑 뭐가 다른 거냐.”
“…?”
“무슨? 소리? 래요.”
‘질문이 너무 어렵다.’라.
제기랄. 정말 이 녀석 의도에 말려드는 느낌인데.
“네 친구. 다른 가지. 사라진다고.”
하는 수 없이, 나도 최대한 문장을 단축해 내던진 질문.
질문이 애매해지지만, 할 수 없지.
“…! !! !
┃┗┓┏┛
…!
━ ┛
!”
갑자기 발광을 시작했는데?
내가 뭐 잘못 말했나?
“…어, 잠깐만요. 그러니까. 뿌리. 욕심. 나쁜 짓. 친구. 아님. 열매. 나쁜 냄새. 손톱 물어뜯기? 마지막 단어는 저게 맞나?”
뭔 소리야.
“그러니까. 친구들 가지 아니라고?”
“…!”
절레절레.
“가지. 맞음. 이라는데용?”
“그럼, 가지. 뿌리. 친구. 나쁜 짓. 함께?”
어째 내 어투도 촉수랑 똑같아지는 느낌인데.
어린이집 선생님이 이런 느낌인가?
“…!”
또다시 붕붕 휘둘리는 촉수의 단말.
“아니래용.”
흠. 일단, 그럼 작은 촉수는 다 가지라고 생각하는 게 맞단 의미인데.
결국, 그 비협조적인 가지들 또한 뿌리에 반발하고 있다는 의미다.
자신이 죽는 상황에서도.
일단, 이 촉수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쌓아 올려진 가정이지만.
특별히 큰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일단 마법사들 계획대로 이 작은 촉수에 맞춰 주기로 했으니.
이게 아마 마지막 질문이려나.
“가지. 도망침. 우리. 아닌 사람. 이유?”
“…
∼
.”
흐물거리며, 침대 위에 쭉 뻗는 촉수.
저건 또 뭐야.
“대적자. 아님. 술래잡기. 아마 마지막은 도망친단 의미겠죠?”
잠깐.
그러니까. 이 녀석이 우리한테 달라붙은 이유가 내가 대적자라서 그런 거라고?
나머지는, 대적자가 아니라서 비협조적인 거고?
아니 잠깐.
분명, 나 촉수 몇 번 잡았는데 그 녀석들 그냥 죽던데?
그건, 어째서지?
새로이 정보는 얻었건만.
의문은 더욱더 깊어지기만 할 뿐.
돌겠네.
빨리 의회 애들 만나야겠어.
얻는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적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유일한,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정보원은 애새끼라 제대로 말도 못 하고.
구멍 촉수 놈도 그렇고, 왜 이번에 나온 새로운 촉수도 비밀주의인가.
화끈하게, 그레이 이터처럼 그냥 망치질로 싸우면 안 되나?
대적자인 내가 힘 싸움 전문이잖아.
그럼 너희들도 힘 싸움을 해야지, 왜 탐정 놀이를 시키….
그 와중,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 직감.
아까, 밥이라는 단어의 인식이 다르지 않았던가?
저 촉수에게는 그냥 먹는 것이니 밥이란 단어. 그렇지만, 우리가 생각한 밥은 그냥 평범한 음식.
이처럼, 저 녀석이 인지하는 단어와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의 인식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곧바로, 제 혼자 꿈틀거리며, 뭔가 노는 듯한 촉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네가 말하는 대적자가, 내가 맞냐?”
“…?”
질문을 이해 못 하겠다는 듯, 몸을 빙빙 마는 촉수.
“대적자. 나?”
그에 아예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질문을 던졌으니.
혹시, 대적자라는 단어가 백시현을 가리키는 것이라면.
촉수와 나 사이에, 사용하는 단어에 그러한 괴리가 있다면.
처음부터 이 촉수가, 우리를 도우려는 게 아니라.
적의 적인, 백시현을 도우려는 것이라면.
그런 직감으로 내뱉은 질문이지만.
“…!!”
촉수는 그게 옳다는 듯, 촉수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어랍쇼?
“대적자 맞다는데용? 왜 질문이 그러시지. 당연히 대적자는 하람 님이시죵.”
이번에도 내 추리는 아득한 현실을 뛰어넘어, 그릭스가 살고 계시는 이계 심부, 언젠가 올 바다에 처박혀 버렸으니.
이제 다 끝이야.
나는 나 자신의 쓸모없음을 비관하며, 침대에 머리를 박았다.
그냥 망치나 휘두르고 싶다.
지능 플레이하기 싫어.
그렇게 내가 백시현의 침대 매트리스에 스며든 각종 음식물의 냄새를 탐구하는 사이.
무언가가 내 머리를 툭툭 두드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탄트가 힘내래용.”
그 알 수 없는 감촉에 대한 운호의 해설을 들으며.
나 자신을 더욱 비관하게 되었다.
세상에, 이젠 적에게까지 위로받는 처지가 되었구나.
그에 더더욱 매트리스에 얼굴을 찍어누르는 찰나.
“스승님! 의원 위치 찾았어요!”
백시현의 큰 외침이 들려와.
“어디냐!”
곧바로 침대에 처박았던 고개를 들어 올리며, 기분을 전환했다.
이제 곧 내가 가진 모든 의문이 풀릴 것이기에.
내 머리가 안 좋으면 뭐 어때.
더 똑똑한 분들이 알아서 해주시겠지.
세상은 본래 그렇게 상부상조하며 굴러가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