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45)
마법소녀 아저씨 346화(345/671)
346. 간단한 것이지. 친애하는 동료여.
마법사 의회의 행동은 의문스럽지만, 그것에 대해 길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확실한 정보인지도 판별할 수 없는 정보를 얻은 대가로, 우리가 가진 손 패 한 장을 내보이고 말았으니.
그 손 패를 지키고자, 우리의 현재 거주지를 향해 내달렸다.
조금 안일하긴 했어.
멀쩡한 척하면서, 나를 끌어들인 후, 함정에 빠트릴 줄이야.
정신 조작 계열은 보통 조작한 애들을 그대로 전투용 장깃말로 사용하는 게 대부분이지, 이렇게 함정을 파거나 하는 귀찮은 일은 어지간하면 하지 않으니 말이다.
의원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공적 퇴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진심 어린 말을 계속 내뱉는 것으로 보아, 아마 미세하게 생각을 유도하고 있거나, 잘못된 정보를 진실이라 믿게 하는.
미세한 정신 조작 계열인가.
대상의 인격 전체를 조정하는 것은 아니기에, 조정할 수 있는 범위 문제도 있고, 예상 밖의 사태도 자주 일어나지만.
제대로 터진다면, 한 단체를 멸망시키기에는 충분한 방법이지.
일단 지금 겪은 바로는 저런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정말, 저들이 정신 조작에 걸린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
의원급들이라 하면, 최저 B급 상위, 평균적으로는 A급 중위 이상의 마법사들.
그들 전원이, 자신의 행동이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다고?
단 한 명도?
그것도, 그런 쪽과 관련해서는 전문가인 마법사들이?
물론, 그런 불가능을 현실에 실현하는 것이 공적이며, 이계의 적이니.
의원급 마법사조차도, 자신의 행동이 뒤틀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럴 것이라고, 9할 9푼 9리 정도는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우려고 해도 도저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만약, 마법사들의 말이 모두 진실이라면, 내 행동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
그 작은 생각을 도저히 머릿속에서 털어 버리지 못했고.
그 가능성을 머리에 담은 채.
나는, 발길을 옮겼다.
* * *
곧바로 마법사 의회의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우리는 아무런 방해 없이 Dr. 백시현의 연구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마주친 마법사들 대부분이 우릴 보고 놀라긴 했으나.
대부분은 내가 왜 여기 있냐는 것에 놀라는 반응이거나.
손에 거멓게 탄 백시현을 보고 놀라거나.
빠르게 질주하는 우리에게 치일 뻔해서 놀라는 것일 뿐.
나에 대한 정보를 의회가 퍼트렸다는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돌아왔고, 날 잡아야 한다는 내용조차 비밀이라는 듯.
그렇게까지 비밀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그리 생각했지만.
이 비밀스러운 탐정 놀이는 이제 지긋지긋해.
나 대신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
그리 생각하며.
손이 아직 재생되지 않은 백시현을 대신해 연구실의 문을 열었다.
쾅.
빠르고, 강하게.
내 감각을 통해 방 안에 아무도 없음을 알아차렸기에.
이것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촉수를 포함한 셋이 어떤 이유가 있어, 다 함께 연구실을 나섰다.
혹은, 의회가 보낸 특수팀이 내부를 장악한 후, 기척을 지우고 있다.
그렇게 문을 열고, 곧바로 내부로 돌입한 결과.
적어도, 두 번째 예상은 빗나갔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깨끗하네.”
습격을 당했거나, 누군가 외부인이 들어온 낌새는 느낄 수 없었다.
방 안은 우리가 방을 나섰던 그 상태 그대로 더럽게 흐트러져 있긴 했지만, 다른 이가 난장판을 피운 것 같은 이질감은 느낄 수 없었고.
달라진 점이라고는, 방에 있어야 할 셋이 없어졌을 뿐.
“밥이라도 가지러 간 건가.”
벅벅.
긴장이 풀려, 갑자기 가려워진 배를 긁었다.
평소라면 핸드폰으로 연락이라도 하겠지만, 그조차도 안 터지니 원.
그리 생각하고, 침대 위에 앉으려는 순간.
“음? 스승님?”
“왜 그러냐.”
팔이 복원되기 시작했는지, 탄 피부 아래 울긋불긋한 피부가 조금씩 돋아나기 시작한 백시현이 날 불렀고, 나는 자연스레 그녀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런 그녀는, 멀쩡한 반대쪽 손에 작은 쪽지를 들고 있었으니.
“다들 유괴당한 것 같아요!”
“…뭐?”
“쪽지에 적혀있어요!”
어처구니가 없어진 내가 잠시 행동을 멈춘 사이.
백시현은 후다닥 걸어와 내게 쪽지를 건넸고.
나는 흰 종이 위에 프린터로 뽑은 것처럼 정갈하게 쓰인 글자를 읽어 내렸다.
‘일행은 현재 나와 함께 있다. 기록 보관소 지하 3층 2번 창고로 남은 이들과 함께 오길 바란다.’
참으로 정중한 문체를 가진 문장이 적힌 쪽지 한 장.
그것은 어떻게 읽어도 유괴당했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 문장이었고.
“운호 이 새끼는 뭐 한거야아아!”
나는 분노가 솟아오른 절규를 내지르며, 쪽지를 허공에 내던졌다.
아마, 쪽지를 찢지 않은 것이 내 마지막 남은 이성이리라.
* * *
어째 오늘 온종일 달리기만 하네.
본관에서 2호 연구동으로, 9호 부속 건물로, 다시 2호 연구동으로, 거기서 다시 대체 그놈의 기록 보관소는 어디 있나 묻기 위해 본관으로.
그렇게 기록 보관소에 도착했건만, 건물에 지하가 없어, 주변에 있는 마법사를 두들겨 패며 심문한 결과.
여기는 도서관을 겸한 ‘신’ 기록 보관소. 지하가 있는 것은 ‘구’ 기록 보관소로, 명칭이 보존 기록관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거기에 덤으로, 신 기록 보관소와 구 기록 보관소는 정 반대편에 있다는 사실까지 친절히 알려 주셨으니.
“염병할 유괴범 새끼가아아아!”
나는 그리 절규를 내지르며, 제네바 지부의 부지를 가로질렀고.
그렇게, 부지 전체를 한바탕 뒤집어엎으며 도착한 구 기록 보관소이자, 현 보존 기록관.
그 장소는, 어딜 어떻게 봐도 구식이라고 느껴질 법한 디자인이었으니.
무언가 눈에 띄는 디자인 없이, 그냥 네모난 형태의 건물.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벽은 제대로 손질조차 하지 않는지 빼곡히 자라난 담쟁이덩굴이 뒤덮고 있고, 쇠창살로 가로막힌 창문은 빛 하나 새어 나오지 않는 두꺼운 커튼이 뒤덮고 있다.
그러잖아도 우중충한 디자인이건만, 거기에 배수관이나 창문 쇠창살에 녹까지 끼었고, 현관의 페인트가 바랜 것을 보고 있자니.
“…이거 딱 공포 영화 인트로 분위긴데.”
물론, 그렇다기에는 아직 해가 하늘에 떠 있고.
당장 뒤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여기저기 마법사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이 주변으로 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발견할 수 없다.
혹시나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건물 앞에 도착한 후 잠시 건물을 보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이 주변으로는 오지 않고, 그 누구도 저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마치, 저기만 세상과 동떨어진 것처럼….
까지는 과장이고, 아까 청소부로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끼익거리는 정문을 열고 나온 것을 보아하니.
그냥 오고 갈 이유가 없는 건물이기에 그런 것이리라.
비쥬얼은 섬뜩하기 그지없는 건물이지만, 아무튼.
그렇게, 낡디낡은.
백시현과 나는 들어가자마자 곰팡내가 풍겨오는 건물로 진입했고.
마치 관람이라도 하듯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백시현과 달리, 나는 온 신경을 집중하며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 1층.
지하 2층. 그리고, 지하 3층.
복도 끝에 자리한. 2번 창고까지.
그 누구도 이 건물 내부에서 오고 가는 것을 느낄 수 없었고.
무언가 함정 같은 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우리는 유괴범이 지정한 장소까지 올 수 있었다.
그렇게 문 앞에 도착한 나는 잠시 감각을 동원해 창고 내부를 살폈지만.
뭔가가 내 감각을 방해한 탓에,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안쪽에 네다섯 정도의 반응이 있고, 그들이 떠들고 있다는 사실 뿐이었으니.
하는 수 없지.
돌입하기로 마음먹고, 백시현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만일의 경우, 날 버리고 나머지라도 도망칠 것.
타 버린 피부가 새로 돋아나긴 했지만, 안쪽은 아직 만신창이일 테니 싸우려고 하지 말 것.
만약 내가 붙잡혔고, 내일까지 연락이 없으면, 날 구하려 하지 말고 어떻게든 외부와 통신을 연결해 내부의 상태를 관리국에 알릴 것.
그런 내 명령에, 백시현은 토 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고.
나 또한, 백시현이라면 내 말을 철석같이 믿고 그리 행하리라 믿으며.
“후우.”
마음을 가다듬은 후.
쾅.
그대로, 무거운 철문을 걷어찼다.
그렇게 뜯겨나간 철문이 일으킨 먼지가 주변 시야를 가리고.
“의회 새끼들아, 무인 애들도 제자는 안 건든다! 유괴라니 너희가 사람이냐!”
크게 포효를 외치며, 내가 왔음을 알렸건만.
창고 내부는, 예상과 달리 전구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고.
그 어떤 움직임도 일어나지 않은 채, 내 크나큰 목소리만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으니.
…뭐야 씨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내가 당황하는 사이.
서서히 시야를 가리던 먼지가 가라앉았고.
곧, 더더욱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할 수 있었다.
구석에 자리한 몇 개의 침대와 책상.
그리고, 중앙에 자리한 식탁 하나.
그 식탁 주변에 옹기종기 둘러앉은, 네 명의 존재들.
그들은 각자 찻잔을 손에 든 채, 쿠키를 뜯고 있었으니.
그들 중 둘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빨리 오셨네용?”
태평스레, 입을 여는 운호와.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 입에서 스콘 가루를 떨어트리는 한아빈.
그렇게 의미불명의 상황 속에서.
식탁에 자리한 남은 두 명 중. 표정이 없는 촉수는 그저 신난다는 듯, 말단을 좌우로 흔들며 찻잔에 넣다 뺐다 하며 기뻐하고 있었고.
남은 한 명.
이 사태를 일으킨. 유괴범 당사자께서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날 빤히 바라보았다.
이런 예상 밖의 사태에, 요 며칠 동안 너무 많은 사용량으로 과부하가 걸린 내 머리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몸과 함께 굳어 버렸고.
“아, 과자 먹어도 되나요?”
문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내부를 확인하던 백시현은 그런 나를 지나쳐 식탁에 앉았으니.
“마음껏 먹어도 된다네.”
이 티타임의 주최자.
멕베스는 손자를 맞이한 할아버지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백시현을 반겼다.
* * *
결국, 나도 모든 생각을 포기한 채 티타임에 참여했고.
티타임이 끝나자, 제자들과 운호. 그리고 촉수는 탁자를 떠났지만.
뇌에 너무 많은 과부하가 걸려, 귀에서 담배 연기가 뿜어내고 있을지도 모르는 나와 잘난 척 파이프 담배를 빨아들이는 멕베스만이 탁자에 남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
“드디어 입을 여는군. 첫말은 뭐지?”
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담담히 그리 말하는 멕베스.
나는 그 말에.
“씨발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한껏 비명을 내지르며 분노를 표출했으나.
“그대의 머리가 복잡할 것 같아, 정리해 주고자 티타임에 초대했네. 무언가 문제라도 있던가?”
멕베스는 그 분노에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담배 연기를 뿜었고.
“댁 눈에는 이게 티타임 초대장으로 보여?”
결국, 나는 쪽지를 멕베스의 머리로 내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한 손으로 잡아챈 멕베스는 눈으로 천천히 쪽지를 음미한 후 입을 열었으니.
“다시 보아도 정중한 문체로군.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니 정중하다고 다 되는… 아니다. 그냥 말을 말자.”
나도 지쳤어.
보통 내가 한 소리를 듣는 역할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결국, 나는 그리 생각하며 지친 마음을 풀고자 품속에서 꺼낸 금속 막대를 입에 물고.
이어 보온병을 꺼내, 내 몫으로 나온 홍차에 수상쩍은 액체 X를 타 한 번에 들이킨 후.
“그냥 빨리 설명이나 들어가쇼. 나 죽겠어.”
푹 퍼져, 멕베스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흠. 그 전에 현 상황에 대한 그대의 추측을 듣고 싶네만.”
“제발. 그냥 말해 주세요. 멕베스 사령관. 나 여기서 질답했다간 진짜 머리 터질 것 같아.”
어째 애원 조가 되었지만.
무슨 상관일까.
“흠. 그래도, 그대가 아는 정보를 내가 모른다면, 설명이 복잡해지지 않겠는가. 그러니, 의원들에게 무엇을 들었고, 발로 뛰며 무엇을 알아냈는지….”
“살려 주세요. 멕베스 사… 선생님.”
아니 진짜로.
이제 농담 따먹기도 못하겠어.
“…선생님이라. 오랜만에 듣는 울림이로군.”
어째 기분이 좋아지신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교직을 지망했다고 들었던 것도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럼.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나아가도록 하지. 촉수가 무엇을 먹는가는 들었나?”
“소망이라던데요. 영 안 믿기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의회 녀석들의 가짜 정보지 뭐.
그리 생각했건만.
“맞네. 소망이지. 인간 한 명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그것을 먹는다는 것은 확정되었네.”
“…아니야아아아아.”
멕베스조차 소망이라고 단언하니,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비명뿐.
“왜 그리 생각하지?”
“교수님 말대로 소망이라면, 진작 다 처먹고 제네바 지부 날렸겠죠. 아, 안 먹고 있나? 운호가 그러던데.”
어째 질답이 된 것 같지만.
아무래도 좋다.
정보를 내놔.
“아니, 지금도 열심히 먹고 있지. 덕분에 의회 녀석들이 그리 정보 통제를 하는 이유기도 하고.”
…앵?
뭐야. 대체 뭔데?
“아니, 잠깐. 먹고 있다고요? 그럼 지금 본체 얼마나 센 거야?”
“음. 위치만 확정할 수 있다면 그대의 제자. 아, 그래 한아빈이라고 했던가. 그녀도 정면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겠지.”
“…?”
아마 내가 촉수라면, 물음표 형태로 몸이 굽어지지 않았을까.
“백시현이 아니라, 한아빈요?”
“그래. 치유계 기반의 분홍빛 마법소녀. 그녀를 말하는 것이라네.”
…더럽게 약한데?
“아니, 소망이라는 광범위한 걸 먹고, 대량으로 힘을 키우고 있는데 그 정도라고요?”
멕베스 당신도 정신 지배 처맞았수? 아니면, 치매라도 오셨나?
그리 빈정거려 주고 싶지만.
그런 말을 내뱉을 기력이 눈꼽만큼도 남지 않았다.
“흠. 왜 소망을 먹는 것으로 본체의 힘을 기른다고 생각하지?”
이놈의 질답.
“내 이야기의 적인 촉수들이 여태것 모두 그랬으니까.”
“일반화의 오류로군. 지금껏 그랬다 한들, 앞으로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네.”
“…그럼 어디 딴 데 쓸 데 있나?”
도저히 모르겠는데.
소망을 먹고, 그걸 가지고 개개인에 대한 프로필 작성이라도 하시나.
“소망이란, 이루고 싶은 일. 그것을 받는 존재들은 다양하다네. 예로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를 보면. 신, 죽은 자, 과거의 자신, 유물, 미래의 존재, 초자연적인 존재들. 그리고, 그들은 공통적으로 소망이라는 인자를 통해. 그것을 실현해 내지.”
뭔 소리야.
“간단히 좀 부탁드립니다. 지금 머리가 안 돌아가요.”
어째 담배도 안 피우는데, 입에서 연기가 뿜어지는 느낌이다.
입에 금속 막대를 물고 있긴 하지만, 이건 담배가 아니지.
“간단히 말해, 소망을 이뤄 주는 촉수란 말일세. 타인의 소망을 먹고, 그것을 씨앗 삼아 열매를 피우지.”
“…좋은 거 아닌가.”
진짜라면 말이지.
그런 내 혼잣말에, 멕베스는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소망을 이루어 주는 설화.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그래 램프의 마신이 있겠군. 그것은 특정한 개인을 주인으로 섬기며. 그들이 속한 지니라는 종족은 지적 능력이 있는 생명체지. 그렇기에 소망이 애매하더라도, 그자가 원하는 소망을 파악해 정확히 이뤄 주지.”
“…좋은 거네.”
역시 소망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반대 예시를 볼까. 이건 영국 소설에서 시작된 이야기네만. 원숭이 손. 이것 또한 소망을 이뤄 준다는 아이덴티티는 똑같지. 그렇지만, 이 존재는 주인이 가진 소망을 올바르게 이뤄 주지 않는다네. 뒤틀린 방식으로 소망을 이뤄 주지. 돈을 받고 싶다는 소망에는, 지인을 죽여 보험금을 받는 식으로 말일세.”
…대충 이해되긴 하는데.
“그럼, 그 촉수도 그런 종륜가? 소망을 왜곡시켜서 실행하는?”
그럼 대충 이야기를 알겠는데.
“아닐세. 촉수는 소망을 먹고. 정확히 해당 소망을 이뤄 주지.”
“그럼 문제가 뭐죠?”
점차, 내 안에 신뢰감이 쌓인다.
의원과 달리. 말하는 이가 멕베스이기 때문일까.
그런 멕베스는, 살짝 비릿한 웃음을 지어 올리며 입을 열었으니.
“우선, 주인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먹는 소망을 모두 이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지만, 이 촉수는 그만한 힘이 없다네. 그러니, 몇몇 소망만을 이뤄 주고, 나머지는 그 소망을 이뤄 주기 위한 먹이로 삼지. 즉, 소망의 취사선택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일세.”
“…큰 문제 아닌 것 같은데.”
그냥 구석에 처박아 버리면 끝 아닌가?
그런 내 생각과 동시에.
“
‘니들 내가 없는 동안’, ‘공적 지정급’, ‘여기 참여한 놈들 학회 본부만 터지길.
’”
갑자기, 멕베스는 전혀 자신의 어투와 어울리지 않는 문장을 내뱉었다.
…그런데 어째 뭔가 익숙한 문장들인데.
“어째 익숙하지 않나? 분명 그대가 내뱉은 문장이로군.”
아, 기억났다.
분명 그날 추방한다고 마법사들이 모여…있던….
잠깐만.
뭔가 이상한데?
…나 없는 동안?
…공적 지정?
…학회 본부만?
…어?
“알아차린 모양이군.”
“…교수님 전 모르겠습니다.”
난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