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50)
마법소녀 아저씨 345화(350/671)
345. 엇갈림(3)
거주지인 Dr. 백시현의 연구소에 한아빈과 운호 그리고 촉수를 놔 둔 채, 백시현과 함께 의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로 내달렸다.
모두 함께 가지 않는 이유라면 여럿 있지만.
일단, 내가 마법사 의회를 아직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가장 믿음직스러우며, 정보 처리가 뛰어난 백시현을 대동하고.
긴급한 순간 대처가 늦어지는 한아빈과 우리의 조커 카드인 촉수를 운호에게 맡겼다.
운호라면, 만일의 상황에서도 그 둘을 데리고 도망쳐 주겠지.
그리 생각한 후, 백시현을 바라보았다.
지금도 싱글벙글 웃으며, 내 옆을 따라 성큼성큼 걷는 백시현.
…사실 믿음직스러운진 모르겠다.
내가 아까 그리 설명하고, 꼭 기억해야 할 수칙 몇 가지를 당부했음에도, 여전히 싱글벙글한 표정이니.
그렇지만, 내 머리가 돌대가리임이 확정된 이상.
나 대신 정보를 취합해 줄 이는 꼭 필요했고, 이 멤버 중 그것이 가능한 이는 백시현뿐.
그렇게, 불안을 안고 제네바 지부를 내달렸다.
그러길 10분 정도 지났을까.
“여기냐?”
“예! 9호 부속 건물 4층 403번 방. 맞아요!”
흠.
너무나도 평범한 방이긴 하지만.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기라고 다들 말하니까.
그리 생각하고, 뒷문을 강하게 열어젖혔다.
쾅.
“실례하마.”
당당하게, 꿀릴 거 없다는 듯,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잘못된 장소라면, 어쩔 수 없는 일.
그렇지만,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닌 것 같다.
방 안은 어두우면서도 빛이 존재하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장소.
우리가 서 있는 뒤쪽은, 약간 어둡긴 하지만 무언가를 분간하기에 충분한 빛이 내리쬐고 있다.
그렇지만, 앞쪽.
우리가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무언가를 말하다가, 갑자기 침묵을 이어가는 이들이 앉아있는 장소.
거기엔, 방 앞쪽 전체를 감싼, 그림자에 휩싸인 이들이 앉아있다.
여러 명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림자에 인식 저해의 효과라도 있는지, 정확히 몇 명인지, 누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크림슨★해머.”
그런 이들 중 누군가가, 내 영웅명을 외쳤으니.
“그래. 그래. 이 사단이 일어나게 만든 원흉인 크림슨 해머시다. 잘들 지냈나?”
나는 그에 화내지 않고, 담담히 손을 흔들어주었다.
“뭐 하러 온 거냐.”
조금 전과는 다른, 누구인지 알 수 없게 크게 왜곡된 목소리.
“왜긴 왜야. 공적 퇴치하러 왔지.”
“필요 없다. 우린 너 없이도 충분히 공적을….”
“너희 계획에 필요한 거. 우리한테 있는데?”
그들이 무어라 시끄럽게 떠들기 전, 내가 내던진 말 하나.
내 말을 받아든 그들 사이에 당황함이 섞인 기류가 흐르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곧 그 감정은, 그들 모두에게서 사라져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아, 그래, 비밀이었지. 뭐라더라? 퍼지면 안 되는 정보? 그래. 그랬지. 그러니까. 뭐라고 언급은 안 하겠는데. 너희가 필요한 거. 우리한테 있다. 이건 이해할 수 있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슨 짓을 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는 내 손에 있으니.
저들은 우리가 어디까지 정보를 가졌는지 모른다.
그런, 블러핑.
그것이 통한 것일까.
그림자 사이에서 속삭이는 빈도가 늘었다.
무어라 말하는지 나조차도 알 수 없지만, 빠르고, 높은 목소리로.
그러기를 2~3분가량.
의회의 총의가 결정된 것일까.
“무엇을, 원하지?”
누군가가 내게 그런 질문을 던졌고, 나는 그것이 바보 같은 질문이라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원하는 거? 뻔하잖냐. 공적 퇴치지. 이게 무슨 거래도 아니고, 다 같이 공적 때려잡아야지. 아, 물론 요구 사항은 있지. 대체 너희가 왜 그걸 원하고, 공적이 무엇을 먹는가에 대한 정보 정도는 공유해 줘야 하지 않겠냐?”
이것은, 당연한 말.
공적이라 하면, 모두가 힘을 모아 퇴치해야 할 대상.
작전과 관계없는 이들이면 모를까.
명확한 관계가 있고, 함께 싸워야 할 이들에게 정보를 숨긴다?
그것들을 어떻게 믿고 싸워.
그런 내 한마디.
그 말의 내용이 너무나도 합당하기 때문일까.
“…그도 그렇군.”
그들은, 너무나도 선선히 그리 말하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선… 먹는 것인가.”
여전히 그림자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조금은 부드러운 어투.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
그렇기에, 그 잠깐의 뜸 들임조차 견딜 수가 없어, 내 심장이 크게 뛰었고.
마침내, 그는 입을 열었다.
“소망이다. 소망을 먹지.”
담담하게, 이게 진실이라는 듯 내뱉는 말.
그 말에.
“…뭐?”
나는,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단어에 얼빠진 목소리를 내뱉었다.
“잠깐, 소망이라고? 대체 그걸 어떻게….”
아무리 내가 돌머리라지만, 내가 예상한 거랑 크게 다른데?
대체 소망이 이 현상이랑 무슨 연관이.
“그것을 알아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기엔 너무나도 길군. 그렇지만, 확실하다. 그것은 소망을 먹는 촉수.”
단언하듯이 나오는 정보.
이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백시현을 슬쩍 바라보자.
백시현 또한 정확히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을 뿐.
쯧.
역시, 아무리 Dr. 백시현이라고 해도 마법사 의회와 개인 사이의 정보 격차는 어쩔 수 없는 건가.
“그래, 그럼 그건 믿도록 하지. 사실 그걸 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그럼 다음 질문인데.”
그 말과 동시에 나는 한 발짝 앞으로 내디뎠고.
“대체 우리가 가진, 그것이 왜 공적의 퇴치에 필요하지? 그걸 이야기해 줄 수 있나?”
또 다른 질문을 내던졌다.
“…계획을 알려 주기 위해서는, 그것이 필요하다.”
잠깐의 침묵을 두고 돌아온 답.
“그걸 어떻게 믿고, 너희가 공적에게 회유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건 충분히 알 텐데? 깔 거면 밑천까지 다 까시든가.”
“먹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그리 생각하시는 멍청이가 의원이랍시고 앉아계시면 다들 때려치우셔야죠?”
“….”
침묵이 흐른다.
그런 그들을 압박하고자, 나는 한 걸음 더 내디뎠고.
“너희가 나 싫어하는 건 잘 아는데, 공적이야 공적. 까고 말해서 이런 시간 낭비도 정말 짜증 나거든?”
그리 내가 성을 내자.
“…너희들이 포획한 그것은, 공적의 본체와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마지못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문장이 끊겼기에 그리 다그쳤고.
그들은 계속 입을 열었지만.
“그것을 역이용해서, 공적의 본체 위치를 역추적하고, 적이 먹는 소망의 발현을 통해….”
갑자기, 목소리가 작아졌다.
쯧. 그림자 마법에 문제라도 생겼나.
그리 생각하고, 그들의 말을 듣고자 한 걸음 앞으로 내딛자.
“….”
마력의 흐름과 진동. 그것이 내 발아래에 자리한 것을 인지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척,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시현아. 홍차 한 잔.”
미리 정해 준, 절대 내가 말할 리 없는 문장을 제자에게 내뱉었고.
그런 내 말이 귓가에 들어간 순간, 백시현은 곧바로 바닥을 향해 번개를 내리쳤다.
어떤 의문도, 어떤 질문도 되돌리지 않고.
조그만 결단의 시간조차 없이.
그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듯.
정말, 백시현과 둘이서만 와서 정말, 다행이다.
한아빈이라면, 이런 극단적인 행동은 못 하겠지.
운호라 한들 반응이 늦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내 충실한 제자가 내리친 번개는.
중요한 시간을 벌어 주었으니.
파직.
백시현이 제 한 손을 불살라가며 내리친 막대한 전기 마법은 우리가 서 있던 바닥을 폭파했고.
갈라진 틈 사이로 매연과 스파크, 그리고, 기계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섬세하게 움직이는, 거대한 기계.
“…쯧.”
그것을 우리가 발견한 순간. 나와 대화를 나누던 의원들은 혀를 찼으니.
아마, 그들도 내가 움직일 거라 예상했지, 제자가 갑자기 움직일 것이라고는 예상 못 했으리라.
당장 저들의 시선은 내게 집중되어 있었지, 명성도 없는 내 제자, 백시현에게 집중되어 있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벌어 낸 찰나의 빈틈.
그것이 끝남과 동시에, 막대한 마력이 발아래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장 난 기계로도, 기능은 발동시킬 수 있다는 듯.
그렇지만, 나는 백시현의 팔을 대가로 그 발현을 예측하고 늦출 수 있게 되었으니.
곧바로 백시현에게 팔을 뻗어, 그녀를 뒤로 밀치고, 나는 의원들을 때려잡으러 정면으로 도약하려는 순간.
불길함이 내달렸다.
정면으로 달리면, 무언가가 크게 뒤틀릴 것이라는 불길함.
시야엔 아무것도 없다.
마력의 흐름도 없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방해되는 요소는, 아무것도 없다.
그 찰나.
불길함이라는 직감이 머리에 내달렸고.
그에 나는, 선택했다.
백시현을 붙잡고, 함께 뒤로 도약할 것을.
그렇게 백시현을 밀치려던 팔을 휘감아 백시현을 붙잡은 후, 뒤로 도약한 순간.
한순간의 섬광이 내가 본래 있던 자리에 내리쳤다.
무슨 마법인지는, 모르겠다.
섬광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유리창처럼 깨져나간 공간과 수많은 빛의 쇠사슬.
그리고, 의미 불명의 태블릿 하나.
동시에, 의원들을 살핌으로써.
내 직감이 옳았음을 깨달았으니.
이젠, 지겹기까지 한 깔때기형 보호막.
매직 위버가 만들어 낸. 자신작.
그것이 다섯 개 허공에 떠올라 있었다.
…이거, 정면으로 도약했다면 망했겠어.
무기를 들고 힘 싸움을 했다면 모를까, 급박한 상황에서 아무런 힘을 담지 않고 정면으로 도약했다면, 분명 저 보호막에 말려들었으리라.
내가 인지조차 하지 못할 정도의 은밀한 마법 발동.
이로써 확정되었다.
이 녀석들은, 처음부터 날 붙잡을 트랩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화기애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덕담을 나누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험악해졌고.
“쯧. 얌전히 잡혀 주었으면,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렀을 텐데.”
의원 사이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매직 위버.”
“예 접니다. 세기의 천재.”
그림자에 가려졌던 그는 뿔테안경을 치켜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그에게 분노를 쏘아 내었다.
“배신이냐? 아니면, 정신 조작이냐?”
의미 없는 질문이다.
이 상황에서, 배신이나 정신 조작이냐가 무엇이 중요한가.
이 상황만 보더라도, 마법사 의회가 내 적이 된 것임은 분명한데.
“둘 다 아니다! 크림슨★해머.”
그렇지만, 매직 위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평소처럼 소리를 높이며 이야기를 늘어놓았으니.
“이게 우리가 짜 올린, 공적을 퇴치할 완벽한 계획의 일부. 아니, 조금 다릅니다! 이건! 그대가 나타남으로써, 수정된 계획!”
과장된 어투의 매직 위버의 말을 듣고 있긴 하지만, 그 와중에도 주변에 대한 감시의 끈은 놓지 않았다.
또 다른 공격이 우리에게 내리칠지 알 수 없기에.
그렇지만, 그런 징후는 느낄 수 없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는, 공격하지 않겠다는 의미인가?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지?
내가 말을 꺼내는 순간, 그런 방심을 노리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대로 도망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그렇지만. 정보가 부족하다.
무언가를 알아내야 해.
“공적 퇴치를 위해, 그 공적의 대적자를 공격한다니. 퍽 대단한 계획이네.”
그렇기에, 나는 빈정거림을 매직 위버에게 내던졌고.
“본디, 앞을 걸어가는 천재들의 생각은, 범재는 이해하지 못하는 법.”
“하, 단체로 이계의 존재에게 정신 조작당하는 녀석들이 천재는 개뿔. 정신 좀 차려라. 이것들아. 뭔가 이상한 거 못 느끼냐? 정말 너희들의 계획이 그리 완벽하다면, 내가 붙잡혀야 할 이유라도 좀 알려 주든가.”
그 이유가 타당하다면, 1초 정도 고민하긴 해주마.
물론, 날 붙잡는다는 계획인 이상, 제정신인 계획은 아닐 게 뻔하니. 공적에게 정신 지배당한 불쌍한 피해자로 낙인찍고, 머리 강타를 날려 정신 교정 혹은 사건 종료까지 잠자게 해주는 판결을 내리는 것이 합당.
그렇게, 내 이계와도 같은 관대함을 뽐내며 질문을 내던졌지만.
“말할 수 없습니다.”
매직 위버와 의원들은 차디찬 냉기를 뿜으며 그리 답했으니.
…그 괴현상이군.
확인되었다. 의회 애들도 공적의 영향을 받았어.
“지랄, 말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 거겠지.”
“이유는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말할 수 없을 뿐.”
염병하네 진짜.
이 이상 무슨 대화를 나누더라도, 결과는 똑같겠지.
그렇기에, 도망칠 준비를 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저들 모두와 싸우는 것은 나라고 한들 힘들다.
생사불문이어도 상관없다든가, 백시현이 없다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저들은 아직 세계에 필요한 영웅들.
그들에게 장애를 남기지 않고 무력화시키는 것은. 나에게도 힘든 일.
저들의 모습을 감추는 그림자 탓에, 몇 명이나 있는지도 모르고, 매직 위버 이외의 구성원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른다.
구성원이 다 보이면 모를까. 멕베스가 끼어있다면, 내가 패배하겠지.
그렇기에, 손을 재생시키는 백시현을 들춰 메고.
암막 커튼으로 가려져 희미한 빛을 뿜는 창문으로 발차기를 내질렀다.
“하, 그 유리창은 물리적으로 극도로 강화된 상태…!”
그런 자신만만한 매직 위버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저런 말은 수없이 들었지만, 난 단 한 번도 무언가를 부수는 것을 실패한 적이 없기에.
그렇게, 앞으로 쭉 뻗은 오른발이 유리창에 닿자.
무겁긴 하군.
유리창을 두들겼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충격이 내 발에 내달렸다.
그렇지만.
“빠샤!”
기합을 넣고, 마력을 밀어내자.
기기기기기긱.
도저히 유리가 깨졌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소리와 함께, 유리창이 금이 간 형태로 무너져 내렸으니.
그렇게 조각으로 변해 흩어진 유리는, 투명한 사슬로 변해 나를 붙잡으려 하였지만.
내가 건물 밖으로 날아가는 속도가 사슬보다도 빨랐고.
그 모든 구속에서 벗어난 나는, 햇볕이 내리쬐는 건물 밖에서 자유 낙하를 시작했다.
그렇게 바람을 느끼는 와중, 우리가 튀어나온 깨진 유리창 너머에서 매직 위버가 나를 빤히 바라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럼, 너그들은 그 계획이니 뭐니 하는 것이나 고치며 골방에 처박혀 있어라. 우린 우리대로 알아서 할 테니까.”
나는 마법사들에게 그리 선언하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런 내게, 매직 위버는 입을 달싹이기 시작했다.
떨어진 거리 탓에 들리지 않는 목소리. 아마, 혼잣말.
그렇지만, 내 독순술은 그의 말을 잡아내었다.
‘기껏 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외부를 추가로 격리했더니만.’
‘당신은 돌아와선 안 되었습니다. 이하람.’
…저건 무슨 소리야.
이해할 수 없는 말.
그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건만, 그들은 깨진 유리창 저편으로 모습을 감추었고.
우리는 자유 낙하 시간을 끝내며, 교정에 착지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수많은, 의문만을 가진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