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60)
마법소녀 아저씨 360화(360/671)
360. 그대는 혹시 별하늘에 반짝이는 운석은 사람의 소망을 품고 찰나 동안 빛나기에 아름답다는 사실을 아는가 14권(4)
오늘도 나는 홀로 남아 이 거지같은 세계를 걷는다.
제 몸을 불사르는 검은 불꽃을 품은 염룡이 제 몸을 불사른 대가로 본디 사파이어 빛 바다와 같은 하늘을 불태운, 검게 물든 하늘이 다시 푸르게 빛나길 매일 잠자기 전 기도해 보지만, 그 색은 변하지 않고.
매일 아침 눈을 떠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어두운 검은 기운이 내 몸을 잠식하는 것을 새로이 느낄 뿐이다.
따뜻한 아버지, 어머니 태양이라도 있으면 좀 긍지를 가지고 살아가겠건만, 은혜 깊은 천체를 대체한 것은. 비록 태양과 같은 빛으로 위장했건만, 제 안에 숨긴 검은 악의를 감출 수 없는 붉은 구만이 하늘 아래 자리한 모든 것을 달군다.
세상이 이렇게 되어 버린 지 얼마나 흘렀을까.
문명의 이기를 한 손에 담은, 인류 역사의 총합체인 핸드폰조차도 전기가 끊어졌으니 아무런 가치가 없어 지금은 그저 과거의 향수를 되살리는 노스텔지어일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의 날짜를 모른다.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벅찬 나에게, 인류의 또 다른 발명품인, 세계를 흘러가게 할 하루라는 개념은 너무나도 무거우니.
그래도, 내가 이런 철학적이며 심오한 생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아직 인간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제 내가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인간은 아닐까.
그런 생각에 키득키득 웃고, 세상이 지금보다는 좀 괜찮았던 시절 읽었던 소설들의 내용을 떠올렸지만.
아득바득 살아남아, 어쩌면 마지막 인류로서 광오한 불의 폐허에 서 있는 나로서는 그것이 한낱 허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창작물 속 최후의 인간은, 사명과 힘을 지니고 인류를 구원하지만.
나는 운이 좋아 살아남은 한낱 청소년일 뿐.
글의 주인공들처럼, 현실에 존재하는 각성자들처럼 매일 각성하길 바라며 잠들지만, 돌아오는 것은 암흑을 담은 하늘과 악의를 담은 태양.
그리고, 인간으로서 주체성을 잃어버려 사람이라 해야 할지 모를, 그저 태양을 찬양하는 붉은 불의 신도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견디지 못하는 굶주림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폐허를 거닌다.
사람에게 불을 옮기려는 병자들을 피해, 먹을 것을 구하고자 노력한다.
다행히도, 물이라면 충분히 있다.
주변을 지나는 강도 있으며, 그 수질 또한 나쁘지 않으니.
식량 또한, 발품을 팔면 충분한 양을 구할 수 있다.
불을 신앙하는 비인간들은, 무언가를 먹고 마시는 게 필요하지 않는지,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아직 유통 기한이 남은 물건들을 잔뜩 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까진 다른 생존자나, 비인간들과 접하는 위험이 있었다지만.
지금은 그런 위험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생존자를 본 것도 까마득한 옛날이고, 비인간들은 얼마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사람을 찾아다니는지 도시를 달려 다녔지만, 지금은 대놓고 그들의 눈에 띄지 않는 한, 거짓된 붉은 태양을 바라보며 기도하기 바쁘니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무의미한 삶을 하루하루 살아간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알 수 없다.
새로운 삶의 밀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일까. 과거 세상의 삶은 안개 낀 것처럼 흐려 읽을 수 없고.
내가 가졌던 인간관계조차 떠올리기 힘들 지경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고독한 늑대.
…조금 멋지다고 생각한 나는, 정말 바보 같지.
살아남아야 할 사람이라면, 나 말고도 잔뜩 있었을 텐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
생존 소설에서 나온 것처럼, 생존자끼리의 전투나, 비인간에게 습격당하는 사람을 구하거나, 불을 신앙하는 비인간들을 적극적으로 처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조금 멋있게 말하면, 사람의 피를 손에 묻히면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기 때문. 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진솔하게 말해 보자면, 그저 내가 겁쟁이이기 때문이다.
난폭한 생존자를 만나면 가진 것을 모두 바친다.
습격당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상황에서 빠르고 조용히 도망친다.
비인간은, 애당초 접하지 않는다.
그렇게, 살아남았다.
그 가늘고 역겨운 삶도 곧 끝날 것 같지만.
“여기도 꽝이네.”
미래에 대한 절망을 담은 쓴웃음을 지어 올리며, 먼지 낀 것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깔끔한 동네 마트를 둘러보았다.
한번 생존자들이 쓸고 지나간 것인지, 남은 것은 부피가 크고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물건들뿐.
요 근래 계속 겪었던 일.
한때 풍족했던 식량도, 이제 점차 바닥을 보이고 있다.
이럴 때마다, 매번 거주지를 옮기고 있지만, 이젠 거주지를 옮겨도 계속 똑같은 현상을 겪으니….
아예 멀리 나가 봐야 하나.
그리 생각하고, 일단 오늘 배를 채울 분량을 채우고 떠나려는 순간.
…뭐지.
책 한 권이 시선에 들어왔다.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책 한 권.
만화풍의 총천연색의 원색 그림으로 표지가 장식된 그 책은, 지금 막 포장을 뜯기라도 한 것처럼, 이 폐허에서 깔끔한 빛을 발하고 있다.
그 이체에, 흥미가 생겼다.
서바이벌을 시작하고, 긴 시간 살아있던 것만을 생각했건만, 이제 와 이런 것에 다시 눈독 들일 줄이야.
그리 생각하고, 식량을 품에 안은 손으로 책을 들어 올렸다.
표지에는, 애니메이션 풍으로 그려진, 총을 든 남성 하나가 이쪽을 바라보며 서 있다.
‘그대는 혹시 별하늘에 반짝이는 운석은 사람의 소망을 품고 찰나 동안 빛나기에 아름답다는 사실을 아는가.’
라는 기나긴 제목을 가진 책.
“…1권도 아니네.”
14권이라.
이런 엉망진창인 제목을 가진 책이 이렇게 길게 나오다니.
매니아층이라도 두터웠던 걸까.
너무나도 애매한 권수에 내다 버릴 생각을 가졌지만.
곧 이것도 인연이라 생각해, 책을 품고 거리를 걸었다.
한 번쯤 읽어 본다고 해서 문제가 생길 리는 없으니까.
* * *
책을 읽어 나간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거기엔, 처절한 사람이 적혀있다.
화려한 힘을 가진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면, 아무런 능력도 없이, 긴 총 하나를 들고 싸워 나가는 한 명의 각성자에 대한 이야기.
그렇지만, 그 각성자의 비극에는 제대로 이입되지 않는다.
책 안에서 그가 다치는 것은 너무나도 우습게 그려져 있으며, 책 안에서 그가 받는 대우는 텔레비전 화면 너머, 개그 프로그램에서 연기자들이 연기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이 책에서 묘사된 그의 인생은, 한 편의 싸구려 농담처럼 느껴진다.
그 이상한 서술 방식은, 책이 무슨 이야기를 보여 주고자 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든다.
괴상한 서술 방식, 이입할 수 없는 주인공, 설정 붕괴라도 마구 일어난 것처럼 휙휙 바뀌는 주인공의 성격과 말투.
14권이나 된 탓일까.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마저도 부족하다.
누군가는 대화 한 번, 이름 한 번 내비치고 그대로 사라지고.
누군가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힘을 휘두른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을 읽어 나간다.
책이 날 붙잡은 것처럼 뗄 수 없게 만드니까.
그렇게, 순식간에 읽어 나가던 책.
기껏해야 10-20페이지 정도가 남았을까.
그 마지막 순간.
“…여기서 죽는다고?”
주인공이 죽었다.
그것도, 매우 비참하고 비겁하게.
함께 싸워 온 동료.
키라링★매지컬★비스트.
썬더포스.
DR. 닥터.
죽음을 노래하는 자. 스컬리.
등을 버리고.
주인공 유성은, 최후의 순간. 동료들이 얼음을 두른 빙조의 발톱에 쓰러지는 것을 뒤돌아보지도 않고 발을 놀려 도망쳤다.
그렇지만, 그 상황이 굉장히 기묘하다.
죽어 가는 동료들은, 주인공만큼은 도망치게 하겠다는 듯 길을 열었고.
그들 또한, 주인공에게 마지막을 부탁한다고 이야기를 던졌다.
주인공 또한, 전의를 다지는 혼잣말을 한 것이 바로 조금 전 페이지.
그렇지만, 그는 도망쳤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총까지도 내던져 버린 채.
그렇게, 모든 희생을 떠안고 복수해야 할 주인공은.
적인 빙조의 발톱도 아니고, 단순한 얼음 폭풍에 휘말려 얼어 죽었다.
“이게 뭐야.”
어처구니가 없다.
정말, 이렇게 죽는다고?
혹시 이번 권에서 언급되지 않은 능력인가? 전 편 독자들은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고?
그래, 이렇게 끝낼 리 없다.
아직 페이지가 남아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고, 다음 페이지를 넘긴 순간.
거기엔, 이리 쓰여 있었으니.
【다음 유성은, 너다.】
….
세상이 뒤바뀐다.
믿어왔던 모든 것이 무너진다.
입에서 구토가 흘러나온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내가 떠오른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나는 내가 토해 낸 구토 한복판에서, 멍하니 서 있었으니.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 후.
“…총부터 구해야겠어.”
그리 중얼거리며, 허공에 떠오른 불사조의 광구를 힐끗 바라본 후.
그 자리를 떠났다.
* * *
그 뒤의 이야기는 중요치 않다.
나는 빠르게 새로 태어난 위치를 확인한 후.
가장 가까이 있는 관리국에 숨어들어 저격총을 훔치고. 그저 내달렸다.
이 몸뚱어리의 과거는 중요치 않다.
이 새로운 몸의 주인은, 애초에 새로이 태어나는 메테오르로서 배정된, 갑자기 허공에서 생겨난 누군가.
이 특수한 능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관리국은 이 몸의 주인은 현세에 존재했던 적이 없었던 인간임을 확실시하였다.
그저 새로이 메테오르로 태어날 운명을 가지고, 몇 개월간의 짧은 삶으로 태어난 존재.
누군가는, 그것이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라고 하였고.
누군가는, 내 능력에 의해 본래는 존재했던 인간의 과거가 그 누구도 모르게 말살되었다고 하였다.
그 과정에서 긴 고민이 있었다.
나 자신의 존재 증명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처음의 메테오르는 나와 매우 다른 존재였을 것이다.
실제 나 자신의 기억을 통해, 초대 메테오르와 비교해 보아도.
나는 그와 외모는 물론이고, 말투나 사고방식, 생각마저 다르다.
그렇기에, 나는 이 현상이 일어날 때마다 긴 고민을 하였지만.
지금은, 그리 고민하지 않는다.
나는 나이고, 메테오르로 존재한다.
칼라베라가 증명해 준, 같은 영혼이라는 보증은 그리 중요치 않다.
내 삶은, 잠시 빛나는 짧은 유성과도 같으니까.
초대 메테오르는, 저격수로서 메테오르라는 이름을 붙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 의미는 다르다.
한순간 빛나기 위해 태어나는 영웅. 메테오르.
내가 몇 대째일지는, 중요치 않다.
나는 그저 영웅 메테오르로서 존재할 뿐.
기억, 과거, 행동, 의식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
손에 든 총 하나만이, 내가 메테오르임을 증명한다.
그렇기에, 나는 불타는 평원을 넘어.
내 동지들의 시체를 넘어.
불길에 지배당한, 아는 얼굴을 가진 이들의 머리에 총알을 박고.
해내지 못했던 일을 행한다.
춤을 추는 불꽃을 피한다.
뇌신보다 느린 불꽃이다.
날아드는 발톱을 총을 희생해 튕겨낸다.
이하람보다 약한 일격이다.
나는, 메테오르.
날 바쳐서, 인류를 앞으로 이어 나가게 할.
짧게 빛나는 소망.
이번 대의 메테오르도, 불사조의 불길에.
그저 스러졌다.
* * *
시간이 지난 후.
또다시 불사조와 마주한다.
이것이 몇 번째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이 존재와의 전투 한 번으로, 십여 명이 넘는 메테오르가 죽었으리라.
그래도 나는 총 한 자루를 들고, 여기 다시 온다.
꺾이지 않고, 빛을 발하기 위해.
「죽음이 두렵지 않느냐?」
그것이 묻는다.
나는 그에, 마음속으로 답한다.
죽음은, 두렵다.
과거 수많은 메테오르의 기억 속에, 그들은 영원한 공허에 잠겨 긴 시간 동안 침묵한다.
공허의 시간은 각자 다르다.
하루인 사람도 있고, 수백 년을 겪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그것을 지나 푸른 바다에 이른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바다에서.
그들은, 새로이 죽음을 선택한다.
눈앞에 보이는 푸른 바다에 뛰어들어, 그대로 숨을 참고, 죽는다.
그리고, 새로이 모든 게 시작된다.
그 과정은, 기나긴 고통과 후회로 점철되어 있지만.
그 누구도, 그 행동을 고민할지언정 거부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팅.
손에 쥔 저격총이, 불사조의 발길질에 튕겨나간다.
무기는 없다.
그것을 알아차린 불사조가, 내게 달려든다.
그리고, 나는 입을 연다.
“무서움을, 무섭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아나?”
불사조는 그에 답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상관없다.
이제, 모든 게 끝날 테니.
그 자리에 그대로 몸을 눕히고, 자세를 잡았다.
스륵.
손으로 땅을 훑자, 검은 총 한 자루가 손에 잡힌다.
이 자리에 도달했던, 최초의 메테오르가 남긴 총 하나.
그것을 주워 들고, 내게 달려드는 적의 미간을 조준한다.
“무서움을 유발하는 존재를 농담거리로 만드는 거다. 그 어떤 위대한 통치자건, 거대한 신앙을 가진 자건, 잊힐 수 없는 위업이건.”
천천히 손가락을 당긴다.
“모두가 그것을 보고 농담거리로 삼을 만큼 떨어져 버리면, 한번 그게 기억에 박힌 이상, 대상에 대한 공포 대신 웃음을 생각하기 마련이지.”
탕.
화약 냄새가 연기와 함께 솟구치고.
총과 맞닿은 내 몸에, 약간의 충격이 닥친다.
“그리고, 내 죽음은 언젠가부터 3류 코미디처럼 소비되거든.”
총알이 날아들어 생긴 구멍부터, 불길이 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