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61)
마법소녀 아저씨 361화(361/671)
361. 관리국 – 화염의 심장
더는 뜨겁지 않은 붉은 불을 주변에 흩뿌리며, 모든 힘을 소진한 불사조가 스러진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 것일까.
점차 희미해지는 불사조는 조용히 대지에 내려앉아 날개를 접고, 분명히 날카로웠던, 그렇지만 이제는 부드러워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서 어떤 전의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나는 굳었던 몸을 풀며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드디어 끝났다.
죽음엔 익숙하다지만, 이번엔 좀 너무했어.
애당초 내 본업은 저격수라 이렇게 단독으로 전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인데 말이야.
아무튼…. 복수는 해냈다, 애들아.
나로서는 이 개판인 세계를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잔뜩 수포가 잡힌 몸을, 차가운 땅에 접붙이며 고통을 줄이던 찰나.
「여의 패배는 예상치 못했거늘.」
목소리가 들린다.
이 모든 행동을 일으킨 자의 입에서 나온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러운 목소리가.
…대화라도 하겠다는 건가.
그러면 나쁘지 않지.
어쩌면, 대화를 통해 모두를 되돌릴 방법을 찾을지도.
“충격적인가? 불사조.”
「충격적이라. 딱 맞는 말이로다. 사람의 의지가, 여를 뛰어넘다니.」
의지라, 내 행동이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닌데 말이지.
“의지가 아니야. 단순한 소망이지. 나는 본디 군인. 명령에 따르는 것이 소명이지. 각성한 후부터는, 명령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소망에 따라 움직이는 유성이 되어 버렸지만.”
「자신을 낮추는 것에는 의미가 없다네. 의지가 강한 존재여. 삶을 지닌 존재로 태어나, 죽음을 겪음에도 꺾이지 않고 나아가는 것. 그것은 자랑스러운 일일지니, 자신을 찬양하여라. 그대들의 죽음으로부터 태어난 여가 보증하지.」
강렬한 말이네.
그렇지만, 내가 칭찬을 듣는다고 해도, 세계는 돌아오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다른 것.
“네가 사라지면, 세상은 어떻게 되지? 네게 홀린 광신도들은 돌아오나?”
「여가 이 세계에 넘어온 날, 세계의 순환은 여를 통하게 되었으니.」
화륵.
불사조가 갑작스레 날개를 펼친다.
수많은 불꽃이 불사조를 중심으로 퍼져 나간다.
그에 놀라 총을 들었지만.
곧, 다시 총을 내려놓았다.
그 불꽃은 뜨겁지 않았기에.
불타오르는 깃털은 자그만 열기를 품고, 몸을 스쳐 지나간다.
깃털에 닿은 장소부터, 몸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고통이 사라진다.
「여는 삶과 죽음, 재생과 파괴. 용사가 여를 쓰러트려 가치를 증명했으니, 이것은 그 상이로다.」
흰빛이 퍼져 나간다.
민들레 씨앗처럼, 불사조를 중심으로, 넓게 넓게 퍼져 나간다.
세상을 지배하던 붉은 불이 꺼지고, 그 자리에 눈처럼 쏟아지는 흰 깃털이 흩날린다.
머리에 구멍이 뚫린 소사체는, 잠든 것처럼 숨을 쉬기 시작한다.
검은 연기를 뿜어내던 화산은, 조용히 제 입을 다물기 시작한다.
「여가 세계에 자리한 후 떠난 이 없도다. 그 누가 무어라 말하던 여는 인류의 중심일지니, 믿는 자는 일어서고, 그렇지 않은 이는 안에서 잠들 뿐이로다.」
세상이, 푸르게 변해 간다.
하늘은 제빛을 되찾고.
불탄 세상엔 새로이 풀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세상 바깥의 존재는 티끌 하나 빼돌리지 못할지니, 여 선언했노라. 누구 하나 세계를 떠날 이 없으리라.」
이해하지 못할 말을 이어 나간다.
「여는 다시 잠드노라. 침략자들은 다시 방랑자를 노릴지니, 가련하도다. 불 없는 추위에 내던져진 길 잃은 아이들이여.」
그것은, 나를 쳐다보았다.
「여는 존중한다. 삶을 잇는 자들의 선택을. 창살에 가로막힌 따뜻한 억압을 거부하고, 사냥꾼이 돌아다니는 차가운 비 아래를 거닐 자유를 존중한다.」
그것이 자비로운 미소를 짓는다.
불사조는 인간이 아니기에, 조금 말이 이상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곧, 그것은 다른 표정을 내비쳤다.
「그렇지만, 기억하라. 여는 영원토록 존재하나니.」
뒤틀린 눈이, 뜨거운 열기가, 악의에 가득 찬 얼굴이, 내 앞에 다가온다.
「지친 이가, 따스함을 원하는 날. 죽음의 두려움이 다시 세상에 가득 차는 날. 여는 잔불 속에서 다시 피어날지니.」
그것은, 속삭인다.
자비로우면서도, 잔혹한 말로.
「그것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로다. 주의하라. 자유를 찾아 둥지를 떠난 아이들이여.」
그것이 사라진다.
마지막까지 흰 깃털을 흩날리며.
「불꽃은 언제까지고 그대들을 바라볼지니. 지저귐은 나를 부르노라.」
불사조의 경고가 끝나고.
「마지막 상이로다. 여의 잔재. 모든 것을 거부하는 불. 지닌 자 세상 모든 이치에서 벗어나게 되노니.」
이 거대한 악몽은, 마지막으로 하나를 남겼다.
흰색과 붉은색이 섞여, 계속해서 불타오르는 불씨.
나는 멍하니 그것을 양손으로 퍼 올렸고.
자그마한 불씨는 주변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은 채, 얌전히 손에 들려 그저 계속해서 불타오른다.
불씨를 바라보자, 이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가 뻗어나간다.
이것은, 한 세계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보물이다.
관리국 심장부에 늘어선, 존재가 용납되지 않는 그것들과 같은 보물.
그것을 이해하자, 내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은, 복구되었다.
죽은 이는 없으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1년이라는 시간뿐이다.
그 누구도 죽지 않았으니, 세상은 다시 평화로워지리라.
그렇지만, 한 가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불사조라는 존재에 대한 기억.
그 기억은, 세상 모든 사람의 뇌리에 남아 있다.
아무리 억압하고, 제어하더라도, 누군가는 다시 불사조를 부르리라.
그리고, 이것은 영원히 반복되겠지.
이것은 승리가 아니다.
불사조는 영원히 재탄생한다.
그리고, 이 삶과 죽음의 순환은 영원히 반복된다.
언젠가, 나조차 쓰러지고, 불사조가 승리할 때까지.
그렇지만, 불사조는 그걸 원하지 않기에 이것을 내게 남겼다.
불사조는 그것의 존재를 알고 있다.
“웃기지도 않네….”
불사조는 나에게 선택을 맡긴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되돌릴 수 없는 희생을 할 수 있는지.
미래가 없는, 영구한 죽음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서 있을 수 있는지.
불사조의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죽음이 두렵지 않느냐?」
그 질문이 처음과 다른 무게를 두르고, 나를 관통한다.
“….”
나는 불꽃을 품에 안은 채, 그저 걸었다.
생각할 시간은 충분하다.
불사조는 불꽃을 통해 내게 전했다.
24시간. 그것이 인류가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의 시간이라고.
그렇기에, 나는 천천히 걸었다.
되돌릴 수 없는 마지막을 찬찬히 바라보며.
푸른 풀밭과 서늘한 바람을 느끼며.
이제, 더는 느낄 수 없게 되기 전에.
사람이 만들어낸 단단한 돌바닥에, 발을 튕기며 걸었다.
익살스러운 발소리가, 고요한 도시에 울린다.
끼기기긱.
바로 옆에 자리한 자동문이 아닌, 녹슬어 잘 열리지 않는 정문을 열고 빌딩에 들어섰다.
전기가 끊긴 탓에 밤이 내려 어둠이 깔린 도시지만, 관리국만은 밝게 빛난다.
수많은 영구 기관이, 어떤 상황에서도 관리국에는 에너지를 전달하니.
그 은총의 원류로 돌아가고자, 보안을 개방해 나간다.
나는 점차 땅 아래로 파고들고, 자연물은 적어진다.
진동음이 퍼져나간다. 무거운 공기가 날 붙잡는다.
비밀번호를 입력함으로써 열리는 거대한 문의 진동이 날 뒤흔든다.
그 진동이 내게 속삭인다.
‘지금이라면 되돌릴 수 있어.’
그것은, 순수히 내 정신이 무너져서 생기는 환청은 아닐 것이다.
관리국 심장부. 여기는 마굴이다.
소원을 이뤄주는 물건이 발에 챌 정도로 굴러다니는 마굴.
그렇지만, 그것은 대가를 요구한다.
자신의 심장 정도면 애교고, 대규모 인신 공양이나, 개념을 더럽힐 것을 요구하는 것까지 있으니.
그렇지만, 지금 찾고자 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필요한 것은 세 가지.
그 안에 누운 이를 이계의 존재로 되살리는 절망의 관.
세계를 대가로 시간을 돌리는 회중시계.
이 두 보물의 연계가 제대로 작동할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불사조의 잔재가 말한다.
이것은, 작동한다고.
그렇기에.
여기 올 때까지 품 안에 꾹 품어 왔던 불씨를 삼킨다.
따뜻하지만 뜨겁지 않은 열기가 목구멍을 넘어 들어가고.
그 열기가 배 안에 자리한 순간.
“■■■■■■■■■…!!!”
모든 것이 끊겨 나간다.
자신을 메테오르라 유지하는 관점도, 안에 품었던 이계의 힘도, 내가 살아있는 삶도, 긴 여행의 종착지에서 내게 손을 흔들던 죽음도.
내가 나로서 유지되게 하는, 모든 것이 끊긴다.
그리고, 없어지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이 하나 새로이 생겨났다.
“뭐야 저 녀석들….”
하늘 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너무나도 많고 무거운 시선이었기에, 없어지고 나서야 그 개방감을 알아차리는 시선들.
모든 일의 원흉인가.
그렇지만, 이제 상관없다.
이것을 알려 줄 사람도 없고, 나는 메테오르도 아니다.
다음 대의 메테오르는, 나 대신 새로이 생겨날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자.
그렇지만, 이 상태로는 회중시계를 쓸 수 없다.
지금 사용한다 한들, 나는 포함한 모든 것이 사라질 테니.
그렇기에, 끊어짐을 참으며 관에 몸을 뉘었다.
드르르르르륵.
돌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돌 석관이 스스로 닫히고.
무수한 고통과 암흑 속에서.
고문이 끝나 눈을 떴을 때는.
모든 것이 바뀌어 있었다.
가지고 싶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자.
나 자신을 채우고 싶다.
나는, 본래 누구였지.
그렇지만, 그것을 행하진 않았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으니.
【그 무엇 없으니】
이계침식이 흘러나온다.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이계침식.
이로써 나는 세계가 되었다.
나는 회중시계를 들어 올렸다.
어째서, 내가 이걸 들어 올릴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것을 행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기억하고 있다.
세상이, 빛난다.
끼릭. 끼릭. 끼릭. 끼릭.
시곗바늘이, 미친 듯이 돌아간다.
나는, 웃는다.
어째서인진 모르겠지만.
웃는다.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음을 알았으니까.
그래, 이걸로, 모든 것이 끝난다.
잘 있어라. 애들아.
…애들이 누구였지….
아무튼…. 잘 있어라.
* * *
“그래, 이것이 모든 불사조 사태의 모든 전말일세.”
“시계는 모든 것을 돌리지 않았지. 그것이 시계 자체의 문제인지, 그것을 사용한 이름 없는 자가 시간을 되돌리지 않을 대상을 지정한 것인지는 알 수 없네.”
“시계의 효과 범위 밖에 남은 것은, 불사조를 마주하고자 고통의 길을 걸은 순례자들과 최후까지 살아남은 관리국 지휘부의 일원들.”
“과거 메테오르였던 내 근본의 증언대로 불사조는 아직도 저 너머 불의 땅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으며, 죽음으로 넘쳐 흐르는 날 다시 재탄생하여 다시 행동을 반복할 터.”
“그것을 알자, 관리국은 긴 고민을 이어 나갔지. 이 정보는, 그 어떤 이라도 알고 있어서는 안 된다.”
“불사조는 지금도 언제나 우리 옆에 속삭이고 있으며, 불사조에 대한 온전한 정보를 아는 이라면, 그 불길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간절한 소망은 꺼진 불을 다시 피어오르게 할 테니.”
“종말병을 생각하나 보군, 그래. 종말병 또한 같은 종류지. 잔혹하고, 끔찍하며, 제어가 어렵다는 점에서는 두 가지가 동등하지만. 종말병은 제어가 가능한 범주에 들어가 있다네. 마치, 누군가 그리 만든 것처럼.”
“그것이, 종말병과 불사조의 차이를 만들었지. 자신들이 세상의 검은 면을 모두 안다고 생각하는, 관리국의 윗선조차도 불사조의 존재는 알아서는 안 되니까.”
“진실과 거짓을 섞은 역정보. 불사조에 대한 너무나도 허망한 퇴치 기록. 죽음에 대한 가벼운, 존재를 폄하하는 농담. 그 모두가 그것을 제어하기 위한 장치지.”
“…땀을 많이 흘리는군. 불길이 보이나? 진실에서 눈을 돌리고자 자신이 지웠던 기억의 무거움을 알겠는가?”
“나는 그것이 다시 일어나도 상관없다네. 나는 조언자이자, 방관자이자, 탐구자. 계약에 따라 내가 움직이는 것은 세계가 확실히 멸망할 때뿐이니. 그러한 사태가 일어나면 다시 이 집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지 않겠나?”
“그렇군, 견디었나. 그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대의 죽음에 대한 관점이 변했을 수도 있지. 그렇지만, 조심하게. 자그만 불길은, 어느 순간 큰불이 될 수 있으니.”
“자. 그럼 필요한 것은 모두 얻었는가? 그럼 가게. 자네가 믿는 길을 계속 나아가게나. 곧 이하람이 올 테니, 마주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아, 그렇군. 새로운 의문이 생겼는가? 관리국이 어째서, 모든 정보를 지웠는가에 대한 의문?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종말병과 불사조. 그것으로 관리국은 확실하게 알아차렸지.”
“우리는, 인류를 지켜야만 한다. 무슨 수를 쓰든.”
“설령 기억을 지웠더라도, 그런 사태가 일어났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모든 이의 머릿속에 새겨졌지.”
“그것이, 영웅을 관리하는 관리국이 아닌. 인류를 관리하는 관리국으로 새로이 탄생한 순간일세. 참사를 봄에 두려움이 쌓여, 옛 맹세를 저버리고 선민의식을 가졌지. 이것이 그 누구도 벗지 못한 족쇄일세.”
“우리는 지옥에 떨어질 게야.”
“그것이 있다면 말이지만.”
“적어도, 그 지옥은 따뜻하겠군.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