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64)
마법소녀 아저씨 364화(364/671)
364. 기출 변형.
정신을 잃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던 것 같다.
달라진 점이라고는, 내가 풀밭에 드러누웠다는 점 하나뿐.
곧바로 품 안에서 꺼낸 핸드폰도 대련으로부터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을 알려주었다.
아마 날 그냥 놔뒀으면 흙바닥에서 나뒹굴고 있었을 테니, 내가 정신을 잃은 사이 잔디 위로 옮긴 모양이다.
우선 확인하는 것은 몸 상태.
약간 흙먼지가 묻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다.
총알에 직격당한 이마는, 조금 욱신거리긴 하지만 큰 문제는 없는 수준.
…그나저나 날 기절시키다니 얼마나 비싼 총알을 쓴 걸까.
어지간히 강화된 총알이 아니라면 씨알도 안 먹힐 텐데.
그건 메테오르 사정이니 넘어가고.
우려했던 페인트 탄의 붉은 페인트도 깔끔하게 몸에서 사라졌다.
메테오르는 유성이라 지워지지 않을 거라 했었지만, 이리 깔끔하게 사라진 것을 보니, 화학적이든 마법적이든 뭔가 처리가 되어 시간이 지나면 증발하는 재질인 모양.
누군가 그사이 내 옷을 벗기고 씻었을, 약간의 비참하고 절망적인 가능성이 머리에 떠오르지만, 옷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것을 보아하니 그럴 가능성은 없다.
자 그럼. 내 몸은 큰 문제 없고.
다음은 주변 상태.
우선, 내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공터가 곧바로 눈에 들어온다.
전투하기 전엔 사용하기 편하도록 땅이 잘 다져진 공터였지만, 지금 내 눈앞에 비치는 것은, 땅도 죄다 뒤집힌 데다가 폭격이라도 맞은 듯 여기저기 자그마한 크레이터가 생긴, 좀 많이 넓어진 전쟁터 한복판. 애꿎은 가로수는 뿌리가 반쯤 드러나 60도 각도로 기울어져 있고, 땅바닥엔 여기저기 플라스틱 조각이나 금속 조각이 흩뿌려진 끔찍한 환경.
…흠.
내 분노가 담긴 충격파가 주변을 날려 버리며 저 꼴이 된 모양인데, 나중에 저걸 빌미로 청구서가 날아오거나 하진 않겠지.
후일 이 건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메테오르가 폭발물을 써서 저리되었다고 우겨야겠다.
일단, 저거 말고는 주변 환경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음을 확인했기에, 계속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부터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섞여 들려오는 저편.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 여성 셋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흘러 들어온다.
“저격 중점 영웅이신데, 근접 전투도 그렇게 잘하실 줄 몰랐어요.”
“이래저래 전쟁터에서 구르다 보면 돌발 상황을 흔히 겪을 수 있으니까.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연스레 몸에 익게 되는 전투 방식이지.”
“권총 두 개 들고 싸우시는 모습은 각이 잡히셨던데요!”
“그건 단순한 허세지. 내가 권총을 들고 근접전을 해야 할 만큼 몰려있는 상황에서 잡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면, 상대 또한 내 약점이 근접전임을 알아차릴 테니, 무술처럼 절도 있는 동작을 내보여, 난 아직 몰리지 않았고 이 상황에서도 싸울 수 있다고 어필하는 거란다.”
“그럼…. 심리전이라는 뜻인가요?”
“그래. 내 전투를 봤다면 알겠지만, 난 너네 스승처럼 압도적인 강함이 없거든. 사용할 수 있는 건 모두 사용한다. 그것이 내가 가진 기본적인 전투방식이지.”
“…거대 괴수나, 이성 없는 존재에게도 그게 먹히나요?”
“거대 괴수는 좀 힘들겠지. 그들은 제 육체를 기반으로 주변을 평등하게 쓸어버리니 말이다. 압도적인 육체 성능을 가진 그들이 자기들보다 작은 이를 주목하는 것은, 너희 스승처럼 크기의 한계를 돌파한 존재는 되어야 가능하니까. 그렇지만, 일반적인 괴수나 괴물에게는 이런 심리전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란다.”
“돌격을 통한! 압도적인 우위! 난 너보다 강하다!”
“…그 또한 심리전이라고 할 수 있겠지. 아무튼, 그들 또한 지성이 있고, 나름의 행동 방식이 있지. 그런 의미에서 인간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들과의 전투 또한 심리적 영향이 확실히 적용된다.”
“그렇군요. 저희 스승님께서는 그런 방식은….”
“…그 녀석은, 거기 서 있다는 존재 자체로 심리전을 거는 케이스니까. 나는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나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여길 지나가고 싶다면 날 죽여라. 난 너보다 강하다. 그런 의미에서, 하람이 녀석은 자기 나름대로 심리전을 위한 전투 방식과 성격을 구축했지만, 그것은 압도적인 힘을 기반으로 한 것, 그것을 타인에게 알려 주긴 힘들겠지.”
“결국 압도적인 힘이 중요하단 소리네요!”
“…부정하진 않으마.”
그리, 끊어지지 않고 계속 들려오는 대화 소리.
…즐거워 보이네.
내가 일어난 것도 모를 만큼.
나와 떨어진 자리에서 담소를 나누는 것은, 아마 나를 배려하기 위함일 것이다.
정신을 잃은 내가 대화 소리에 깨어나지 않도록.
그렇지만, 내가 일어난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대화에 푹 빠진 점엔 조금 슬픔이 몰려오는군.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등 뒤에 자리한, 또 다른 지성체를 바라보았다.
내가 쓰러져 있을 때는 머리맡에 있었고, 지금은 등 뒤에 있는 이.
말단 촉수.
그것은 내가 깨어나기 전까지는 고개를 굽힌 것처럼 허리를 꺾어 빤히 날 내려다보고 있었고, 지금은 내가 깨어나서 기쁘다는 듯, 느린 박자에 맞춰 좌우로 몸을 흔들고 있다.
적의나, 이상한 행동은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그것의 행동.
내게 우호적인 촉수라.
그런 것이 존재하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아직도 이것에 대한 의심의 뿌리를 뽑아내진 못했지만.
지금만큼은 이 작은 촉수가 그 무엇보다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제자란 것들은 제 스승을 욕보인 원수와 웃으며 떠들고 있는 와중에.
한때 적이었던 촉수만이 남아 쓰러진 이의 머리맡을 지키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을까.
이게 다 메테오르 탓이다.
정정당당한 대련에서 그런 꼼수나 잔뜩 쓰다니.
메테오르가 전투법이야 알고 있지만, 이번 대련은 공정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보면….
그, 클레이모어라던가….
거, 특수탄이라던가….
…뭔가 정확히 표현하긴 힘들지만, 아무튼 공정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촉수에게 고맙다는 인사로 살짝 쓰다듬어 준 후.
“야, 다시 떠.”
곧바로 망치를 들고, 메테오르의 등 뒤에 내려섰다.
“힉!”
“스승님! 일어나셨네요!”
그렇게, 제자 둘이 놀라는 목소리는 내뱉는 와중.
“응. 내가 이겼어~.”
메테오르는 내가 일어난 것을 알아차린 것일까.
당황이라고는 조금도 느낄 수 없는 목소리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그리 얄미운 말을 내뱉었으니.
그것이 내 속을 긁어나갔다.
“야, 그래. 내가 리미터도 조금 풀고 이것저것 잘못하긴 했는데, 진짜 다시 뜨자고. 나도 최대한 억제할 테니, 제대로 총이랑 망치만 써서.”
솔직히 조금 전 대련에서 나는 그냥 큰 사격 표적이었잖냐. 그러니까 애들 보게 좀 제대로….
그런 의미에서 내뱉은 말이건만.
“미안. 내가 누구한테 당해서 몸이 정상이 아니거든.”
메테오르는 그제야 웃으며 나를 향해 몸을 돌렸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팔을 내밀었다.
그 자리에서 처리한 것인지, 주변에서 주운 금속 파이프로 덧댄, 부서진 오른팔.
“누구 씨가, 내 팔을 부러트려 버려서 대련을 못 하겠네. 이거 어쩌지?”
“….”
분노가, 살짝 솟아오른다.
“그럼 나도 오른팔 뽀갤 테니….”
“옆구리가 아프네….”
“….”
하 그래. 알겠다.
“치유계 영웅 급파 비용 내가 낼 테니….”
“하람아. 이것 좀 봐라. 총 총열이 기울어졌지 뭐냐. 아무래도 어디 잘못 부딪힌 모양인데.”
갑작스레 눈앞에 들이닥친, 기나긴 작대기 저격총.
말을 듣고 보니, 총이 살짝 뒤틀린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 0.5도쯤.
“…내가 망치 안 쓰고 주먹만….”
“미안, 간식 시간이라 가 봐야 할 것 같아. 요즘 단 게 땡겨서….”
“이 씨발 새끼야! 다시 붙자고!”
곧바로, 주먹을 갈겼다.
목표는 왼팔.
아예 메테오르 놈의 양팔을 부숴서 온종일 고생하게 만들어 주마.
그리 생각했건만.
“성격 좀 죽이라고 했을 텐데.”
싸한 목소리와 함께.
푸슝.
압축 공기가 해방되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이번엔 심장 한복판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
그에 주먹을 멈추고 멍하니 시선을 내리자.
가슴팍에 작은 다트가 박혀있었으니.
발사된 장소는 메테오르의 오른팔.
거기에 덧댄 부목 파이프에서 발사된 물건.
“이걸로 2승이다.”
“…씨…발.”
그리고, 난 또다시 정신을 잃었다.
마지막으로 시선에 보인 것은, 아빈이의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
* * *
“씨발.”
눈을 뜨니 예상치 못한 장소였다.
소파가 놓인, 마력이 휘몰아치는 공간.
즉, 내 유사품이 잔뜩 나오는 장소.
세 번째를 물리쳤으니 곧 모습을 보일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하필 이 타이밍에 나올 줄이야.
어차피 이번에도 자기들 하고 싶은 말만 떠들고 떠날 것 같아, 곧바로 상대를 찾았지만.
내 유사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그에 나는 ‘곧 나오겠지.’ 같은 생각을 하며 평소와 같은 안락한 소파에 몸을 던졌다.
내 몸을 푹 감싸는, 안락한 소파.
그 감촉을 즐긴 지 1분가량 지났을까.
지직. 지지지직.
뭔가 노이즈 같은 소리와 함께.
내 시선의 반대편에, 한 의자가 나타났다.
잡다한 금속 조각들과 금속 파이프가 억지로 용접되어 만들어진, 앞뒤로 흔들리는 안락의자.
그 위에는, 나와 똑 닮은 존재가 편히 앉아, 손깍지를 낀 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엔 늦게 나왔네.”
그에 내가 입을 열자.
“세 번째를 넘은 녀석은 희귀하다는 문제가 있어, 잠시 누가 나올지 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런 그녀는, 뭔가 딱딱한 말투로 내게 대답했다.
처음 겪는 반응이구만.
내 유사품을 여럿 보았지만, 몇 번 보다 보니 각자 개성이 있다는 것을 알겠다.
“우리. 처음인가?”
그렇기에, 그녀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고.
거기서부터 변화가 시작되었다.
나와 똑 닮은 모습은, 빠르게 씻겨 나간다.
처음부터 그런 존재였다고 말하는 것처럼, 빠르게 변하는 외형.
금속 의자에 앉은 그녀의 외모는, 트윈테일이 아닌 검은 단발머리.
머리에 베레모를 쓰고. 검은 핀으로 머리를 정리했다.
눈 색만은 여전히 붉은색이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으니.
“…옷 꼬락서니가 그게 뭐야.”
옷의 디자인 자체는 확실히 마법소녀 복장이다. 프릴이 달리고, 스커트가 있고, 의미 불명의 장식이 있는.
아무튼, 디자인 자체는 마법소녀 복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 색상.
국방색 기반에, 위장 무늬.
저건 대체 뭘까?
마법소녀 군바리?
하도 어처구니가 없는 디자인에 내가 당황하여 고개를 기울인 사이.
“난 메테오르다.”
상대는 내 예상을 뛰어넘는, 더더욱 어처구니없는 말을 내뱉었으니.
“…엉?”
“우리 세계에도 불사조가 있었지. 그렇지만, 최후의 생존자는 둘이었다. 나와 메테오르. 그렇기에 내가 다음 대의 메테오르가 볼 예정이던 영상 기록 매체를 빼앗아 시청했고, 둘은 융합했지. 메테오르도, 마법소녀도 아닌 존재로.”
이건 또 뭐야 씨발.
아니 잠깐, 그보다 그거 엄한 사람이 봐도 적용되는 거였어?
“본래는 불가능하지. 그렇지만, 내가 강제로 개입했다. 그것이 가장 최선의 해결책이라 생각했기에.”
…미친 소리시네.
그렇게 내가 얼이 빠져, 턱을 괴고 입을 딱 벌린 사이.
“내가 어떤 존재인지는 중요치 않다. 나는 그저 정보를 알리기 위해 나왔을 뿐. 빠르게 끝내도록 하지. 시간은 넉넉하지만,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것이니.”
그녀는 내 당황에도 불구하고, 무감정한 표정을 유지하며, 계속 입을 열었다.
“세 번째가 쓰러졌으니, 이제 남은 것은 네 번째와 마지막. 그렇지만, 그 전에 너는 그를 보러 가겠지.”
“…뭔 소리야.”
여전히 모르겠네.
“속한 세계의 이레귤러. 네가 택한 여정의 다음. 인연이 있는 자들을 이끌며 그자를 보고 이야기함에 따라 너는 다른 길을 걸을 것이다.”
내가 무어라 말하든 상관없다는 듯, 그것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우리가 가지 못한 길을 걸은 너의 세계에서, 네 번째는, 종막과 함께 올 것이다.”
그녀가 일어나 내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그건 끝이 아니다. 그걸 넘는다고 해도 마지막이 있지.”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이제부터는, 너의 길이다. 우리 또한 모르는 너의 길. 너보다 강대한 이도, 약한 이도 걸은 적 없는 길.”
그녀가 나와 눈을 맞춘다.
그녀의 공허한 눈이 나를 바라본다.
“네 번째와 마지막은, 모두 온전히 너의 선택에 달려 있을 것이다.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 그 선택에.”
그녀의 눈 안에서 빛나는 별빛.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런 생각도 잠시.
“이번 일의 보상이다. 네가 닿은 끝의 편린은 허상이다. 쫓지 말라. 끝은 끝에 있기에 끝인 법이니. 거기에 닿은 순간, 모든 끝이 시작된다. 그것이, 우리가 걸어온 길이자, 수많은 시체에 쌓은 답이다. 너는 이것을 알 자격이 있다.”
“잠깐, 그게 무슨….”
마지막 말에 놀라 의자에서 일어선 사이.
모든 것은 검게 변했고.
나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