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65)
마법소녀 아저씨 365화(365/671)
365. 즐거운 여행길.
덜컹.
큰 돌이라도 밟았는지, 차체가 흔들리는 감각이 몸으로 전달돼 온다.
꽤 큰 흔들림이 자동차 전체에 전해지지만, 그 흔들림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일이 초 가량의 흔들림이 지나 불규칙한 덜컹거림이 사라지면, 엔진이 만든 규칙적인 진동이 불쾌하게 몸을 울리는 여행길.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
달리는 내내 이런 상황은 몇 번이고 반복되고 있으니까.
지금 운전대를 잡고 있는 메테오르도 처음 몇 번은 미안하다고 말해왔지만, 지금은 뒷좌석을 향해 괜찮냐는 질문 한 번 건네지 않는다.
그리고, 9인승 봉고차 뒷좌석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우리 셋도 그에 대해 별다른 불만을 내뱉지 않고 있다.
난폭한 운전이긴 하지만, 여러 이유 탓에 이런 상황임을 잘 알기에.
우선, 나보다야 키가 크지만, 일반적인 성인에 비하면 키가 작은 편인 메테오르가 봉고차를 운전하고 있으니, 지면 시야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문제가 있고.
지금 우리가 달리는 길이 비포장도로라는 이유도 있으며.
마지막으로.
쿵.
또다시 차체가 흔들리는 감각에 생각이 끊겼다.
큰 돌을 밟은 것도 아닐 텐데, 차체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
즉, 자동차가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고.
이 봉고차가 싸구려라, 아무리 메테오르가 조심해도 이 현상을 막을 방법이 물리적으로 없다는 소리다.
오히려, 메테오르는 이 싸구려 자동차로 어떻게든 잘 운전하며 진동을 억제하고 있는 셈.
진짜 욕먹어야 할 대상은.
“망할 관리국 책상물림 놈들.”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건만, 이따위 싸구려 봉고차를 내준 관리국이 이 불편한 여행을 유발한 주 원흉이다.
관리국 녀석들이 나에 대해 대체 뭐가 그리도 불만이신지 모르겠다.
긴급 조치로 인해, 빌릴 수 있는 차량의 종류가 제한되었으니 양해를 부탁한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이야.
무제한 대여 가능한 자격증에 렌탈 범위 제한이라니?
제한된 무제한. 모순도 정도가 있지.
아무튼, 그 덕에 비행기를 탈까 했는데, 제자들이 격렬하게 반대했고.
열차 여행이나 하자고 하려고 했더니만, 열차가 오던 도중 무슨 괴수랑 부딪히는 바람에 열차 엔진이 폭발했다고 하는, 별 해괴한 사정으로 운행이 중단되었다.
뉴스에 따르면, 해당 사건을 일으킨 것은 현실 조작 능력이 있는 군체 의식 괴수. 등급은 최소 B급, 최대 A급 하위권. 생김새는 평범한 노루지만, 머리에 나무와 비슷한 뿔이 달렸다고 한다.
각 개체의 육체적 스펙은 약한 편이지만, 군체 의식으로 이루어진 괴수 군집인 탓에 제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생각해보니, 이것도 관리국이 잘못한 거 아닌가?
저걸 미리 처리했으면 내가 이 똥차를 타는 게 아니라, 쾌적한 열차 여행을 하고 있었을 거 아냐.
열차 사고를 내기 전까지는 피해 신고가 거의 없었다.
자기들이 공격받아도 반격이나 도주를 행하지 않고, 그저 어딘가로 향하는 것처럼 무작정 질주하는 이상 행동을 보이기에 막기 힘들다.
뭐 그런 변명을 잔뜩 늘어놓으시긴 했지만, 아무튼 퇴치 못 했으면 관리국 잘못이지.
…근데 머리에 나무가 처박힌 노루라면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억이 있긴 한데….
기분 탓이겠지.
그런 고등급 괴수를 내가 놔두고 지나칠 리 없으니까.
무언가 다른 사고라도 발생하지 않는 한, 문제의 싹을 뽑아 버리기 위해 그 자리에서 밟아 버렸으리라.
여하튼, 머리에 나무가 박힌 노루야 그리 중요한 건 아니고, 그런 사정이 겹쳐 이런 불편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그리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게 아니라, 그럭저럭 가까운 황왕의 거주지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일까.
이틀이나 사흘 정도만 참으면 이 자동차 여행도 끝.
그리 생각하고, 내 안의 참을성을 다시 닦으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려는 순간.
쿵.
차체의 울림과 함께.
쿵.
기울인 머리가 유리창에 충돌했다.
“….”
이걸 이틀이나 버티라고?
그냥 지금이라도 나가서 발로 뛰면 안 될까?
이 빌어먹을 똥차는 그냥 불에 태워서 캠프파이어 용도로 쓰고?
그리 진심으로 고민하는 찰나.
“크아아아아아악.”
사람이 낸다기에는 너무나도 천박한 소리가 차량 전체를 울린다.
자연스럽게 내 고개는 그 소리의 근원지로 향했고.
거기엔, 가장 뒷좌석에 누워, 입은 해 벌린 채 침을 질질 흘리고, 배 위에는 흰색 먼지 덩어리와 춤추는 촉수를 얹어놓은 제자A가 계셨으니.
“…쟨 어떻게 이 상황에서도 자는 거냐.”
자연스레, 그런 의문이 입 밖으로 나온 순간.
“…글쎄요.”
어째 요 며칠 뚱해 보이던 한아빈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잠시 내 잘못인가 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얼굴이 창백한 데다가 입가에 손을 올린 것을 보아하니, 멀미 탓임이 분명하다.
“저 녀석, 어제 안자든?”
“…언제나처럼 평범하게 10시에 자서 6시에 일어났죠.”
아주 모범적인 바른 생활 아이로구나 백시현.
근데 대체 어떻게 자는 거야.
항상 생각하지만, 백시현 저 녀석도 신기한 생명체란 말이지.
언젠가 백시현이 인간이 맞는가에 대해 테스트를 해보고 싶긴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백시현이 아니다.
잠깐 이야기했다고 상태가 악화하셨는지, 얼굴이 조금씩 블루베리처럼 변해가는 데다가, 지금 살짝 헛구역질까지 한 한아빈이 훨씬 문제.
놔두면 진정되겠지만, 만에 하나 구토라도 하면 어찌 되겠는가.
그러잖아도 똥차와 함께하는 덜컹덜컹 환장의 여행인데.
구토 냄새가 밴 막장 탈것과 함께하는 지옥 여행으로 변경되고 만다.
절대 그 꼬락서니를 그냥 두고 볼 순 없지.
그렇기에.
“…변신하는 게 어떻겠냐.”
그런 조언을 한아빈에게 던졌지만.
“…으…. 갑자기 왜 그러세요? 적이라도 나타났나요?”
한아빈은, 새파란 얼굴로 올바른 답을 되돌렸다.
아무 때나 마법소녀로 변신할 순 없다는 듯.
그래, 긴급 상황이 아니면 막 변신하는 건 꺼려지긴 하지.
그런데 말이다. 솔직하게 나는 지금이 긴급 상황이라고 보거든.
“못 참겠다 싶을 때마다. 2, 3분 정도 변신하고 해제를 반복하면 훨씬 편할 거다. 변신할 때 몸 상태도 안정시켜 줄 거고, 변신하고 있는 동안에는 멀쩡할 테니까.”
“…단출한 사용법이네요.”
하찮다고 해도 되는데.
나는 그리 말을 마치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괜히 아빈이가 더 신경 쓰게 했다가, 상황이 악화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덜컹거림이 몇 번 반복되고.
뒷좌석에서 울리는 이갈이와 잠꼬대.
옆좌석에서 울리는 헛구역질이 점차 심해질 때쯤.
‘반짝.’
그런 효과음이 들릴 법한, 옅은 빛무리가 퍼져나갔다.
…결국 변신했구만.
창문에 비치는 아빈이는 작은 빛 입자와 함께 마법소녀 복장으로 변했고.
차량 내부에 흩날리는 빛 입자는 먼지와 함께 허공을 떠돌더니, 내 눈가를 조금 간지럽히고 금세 사라졌다.
그렇게, 30초쯤 지났을까.
당장이라도 넘어갈 것 같던 숨소리가 잦아들고, 옆 좌석에서는 규칙적인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효과 괜찮지?”
“…그러네요.”
유혹에 넘어가 버린, 한아빈의 편안한 목소리.
거기에선 ‘진작 이럴걸.’이라는 해탈의 감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짧은 대화를 끝으로 다시 정적이 감도는 차량 안.
실제로는 백시현이 만들어 내는 괴상한 소리와 땔감 자동차의 시끄러운 엔진음으로 시끄럽기 그지없긴 하지만.
사람의 목소리는 차량 내부에서 들을 수 없었고.
그렇게 얼마나 더 지났을까.
아빈이가 한 번 더 변신할 때쯤.
“…선배님?”
다시 차량 내부를 뒤덮은 빛무리와 함께, 한아빈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왜 그러냐.”
그에 담담하게 답을 되돌렸건만.
“…아. 그…. …음.”
막상 말을 걸어온 아빈이는, 무슨 대화를 할지 머릿속에서 정리도 하지 않은 채 말을 꺼냈는지, 말을 버벅였고, 나는 그에 피식거리는 웃음을 조금씩 내뱉으며 기다려 주었다.
그렇게 ‘그.’, ‘저기.’, ‘음.’ 같은 소리가 스물다섯 번 정도 나온 후.
“메테오르 선배님과의 대련에서, 특수 탄환 맞으셨었죠?”
마침내 이야깃거리를 찾은 한아빈의 질문.
어떻게든 이야기를 이어가려는 노력이 가상하긴 하지만, 하필 골라도 대련 관련이라니.
약간 화가 나긴 하지만, 제자의 귀여운 노력이 가상하여 그 마음을 빠르게 묻어 버리고 입을 열었다.
“그랬지.”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엔 그런 특수 탄환이 선배님에게 안 통할 것 같아서 여쭤봐요. 수면제 같은 것도 안 통하셔서 옥시모론 선배님 약 정도 되어야 겨우겨우 먹히잖아요.”
내가 맞장구를 쳐준 탓일까.
한아빈의 입은 방출을 시작한 댐처럼 빠르게 말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내용은 꽤 흥미로웠으니.
오호라. 메테오르와의 대련 내용이 아니라, 순수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내용인가.
그거라면 나도 그리 화가 나는 내용이 아니다.
여기서 대련을 복기하거나 했다면, 어떻게든 파묻었던 분노가 조금이나마 분출될지도 모르지만, 저거라면 큰 문제 없겠지.
어디 보자. 특수 탄이라.
하긴, 총기 활용 분야도 꽤 마이너한 계열이지.
무인이니 마법사니, 변신 히어로니, 뭐니 하는 훨씬 맛깔나고 화려한 게 넘치는데, 굳이 화약 냄새 풍기는 총을 쓸 이유가 어디 있는가.
총소림처럼 총에 미친 인물들이나, 태생부터 그런 힘을 가진 게 아닌 한 굳이 걸을 필요가 없는 길.
오히려, 저 분야는 영웅이 아니라 전문 군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직접 사격하면서 사용하기도 하고, 관련 카탈로그도 잘 팔리니까.
그렇지만, 세세한 분류는 여기서 넘어가자.
내가 밀리터리 마니아도 아니니, 그에 깊은 지식이 있을 리 없지.
그렇지만, 이 정도라면 기본 단계 지식이라 나도 해설할 수 있다.
“그런 특수 탄은 크게 고정 성능이랑, 가변 성능으로 나뉘지.”
“가변 성능이요?”
“총기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총알에 힘을 불어넣어 강화하거나, 마법사라면 새로이 마법식을 추가로 짜 넣을 수 있단 소리란다.”
“아, 이해했어요. 그럼 메테오르 선배님이 사용한 건 가변 총알이라 그렇게 강한 효과를 발휘했단 뜻이군요.”
이 짧은 설명으로 다 깨달았다는 듯, 정답을 말해 오는 한아빈.
여전히 총명하구나 아빈아.
그렇지만, 아직 설명할 게 남았지.
“그래. 근데 가변 성능에는 문제가 있거든. 음…. 아빈이 너라면 알아차렸을 것 같은데, 말해 보겠니.”
어디, 멕베스 흉내라도 내볼까.
그리 생각한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한아빈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시야에 비친 한아빈은, 오랜만의 대화가 즐거운 듯 작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생각에 잠겨 있었고.
그녀는 곧 입을 열어 대답했다.
“성능이 균일하지 않다. 사용자가 소수라 생산이 힘들다. 가변 성능이라곤 하지만, 최대 성능은 정해져 있다…. 정도가 아닐까요?”
정확하구만.
“그래. 거기에 더해, 그런 이유 때문에 가격도 더럽게 비싸지. 아마 메테오르가 내 머리에 갈긴 총알 한 발이 내 1년 연봉보다 비쌀걸.”
거, 얼마 전에 있었잖냐. 자기 적금 제물로 메테오 뿌린 놈.
마법이든 기술이든 돈 바르면 성능은 어떻게든 나오는 법이지.
총소림 그 녀석도 고정 성능인 주제에 무지막지하게 비싼 블랙홀 탄 같은 걸 갈겼고 말이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설명을 이어가는 찰나.
“총알 가격이 그 정도는 아니다.”
내 말에 갑작스럽게 메테오르가 끼어들었다.
“나 지금 미친 듯이 감봉당해서 일 호봉 영웅보다도 연봉이 낮거든? 그래도 그 정도까지는 아닌가?”
“미안하군. 그럼 그 총알이 더 비싼 게 맞다.”
…뭐야 진짜였어?
메테오르 저 소인배 녀석, 대련 한 번 이기려고 얼마를 쓴 거야?
거기서 사용한 폭발물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깨졌을 것 같은데.
아무튼.
“그래, 아빈아. 들었지? 메테오르는 그냥 논외 취급해. 내가 총알 몇 대 맞는다고 막 기절할….”
쾅.
갑자기, 차체가 크게 울렸다.
또 큰 돌이나 밟았나 했지만.
이번에 전해진 차체의 진동은 심상치 않았고.
“메테오르 대체 뭐….”
곧바로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본 순간.
곧바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숲이라 생각할 만큼 수많은 나무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그렇지만, 그 나무는 땅에서 자라난 것이 아니다.
눈에서 푸른 빛을 흩뿌리는, 미쳐 날뛰는 노루 떼의 머리에서 피어난 나무.
그렇게 만들어진 숲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