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74)
마법소녀 아저씨 374화(374/671)
374. 아메리칸 드림(2)
“…라는 말이 제자 입에서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어두운 방에서, 반짝이는 모니터 불빛에 대고 내가 던진 말.
그 말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는 것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짧은 노이즈뿐.
그렇게 30초가량이 흘렀을까.
“아. 죄송하다. 잠깐 복호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음…. 범용 생체 의수 이야기다?”
기묘한 어투를 가진 이가, 스피커를 통해 입을 열었다.
“그래.”
“그거라면 문제없다. 그것은 존재가 타인에게 보장되지 않은 무존재이다. 외부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것은 존재하지 않음이 보장된다. 그렇게 그것은 접촉자와의 접촉으로 존재함을 증명받고 하나가 된다.”
“…뭔 소리야.”
아니, 진짜로 뭔 소리야.
“범용 생체 의수는 모든 것이 세탁되어 관념적으로 거기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영향받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무해하다.”
“….”
저기, 누구 아무나 설명 좀.
그런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자.
“정제되지 않은 이계의 힘은, 정신 단위에서 영향을 끼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니 그것을 막고자, 여러 장치를 취했다… 정도로만 생각하시면 되겠군요.”
내 앞자리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가 아닌, 지금 여기, 회의실에 존재하는 한 남성의 목소리.
그에게서 설명을 들었지만, 솔직히 아직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
“100%?”
“세상에 100%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없이 안전에 가깝다고는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흐음.
뭐, 하긴 그렇지.
그런데 어째 완벽한 설명이 아닌 것 같은데.
“근데 그건, 그냥 보관 이야기 아닌가? 사람 팔다리 붙이는 것도 그런 개념적 영역으로 해결된다고?”
지금 말만 들어 보면, 이계의 힘에 영향 안 받는다는 이야기고.
팔다리를 붙이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물건 자체가 안전하다는 이야기랑은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그렇게 내가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하람은, 막대기를 손에 들면 걱정한다?”
아마, 이 물건의 담당자인 것 같은, 그녀가 스피커를 통해 또다시 입을 열었다.
“당연히 아니지.”
“그럼 같다. 그건 막대기와 같은 물건이다.”
“…아니 전혀 다르잖아.”
나무 작대기랑 손이 같겠냐고.
“넓게 보면 같다. 그건 그런 물건이다. 그런 개념이 적용된다.”
…염병. 뭔 소린지 모르겠다.
“그래서, 안전하다고?”
“안전하지 않다. 본래 그 사람이 달고 있던 팔다리만큼 안전하다.”
응. 때려치우자.
내가 뭔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꺼낸 건지 모르겠네.
이걸 듣는다고 내가 곧바로 안전판정 땅땅땅 하고 통과시킬 수 있는 국제 의학 기구 관계자도 아니고.
그래도 뭐, 내가 물어봤으니 답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겠지.
“…그래. 바쁜 시간 내줘서 고맙다. 로크리아.”
“일하러 가겠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로크리아가 떠 있던 모니터의 연결이 끊겼다.
그렇게, 정적이 내려앉은 회의실 안에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으니.
결사 13석 애들은 볼 때마다 참….
아무리 인간과 융화되기 힘든 이계 괴인들 중, 강자가 그 자리에 앉는다지만, 알’셸이나 퀼프, 세이니가 멀쩡한 편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날 안타깝게 만든다.
당장 지금 이야기를 나는 로크리아만 봐도 그렇다.
겉모습은 한없이 인간에 가깝지만, 종족 단위로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 결사에 합류한 케이스.
다만, 그 원인이라는 게 나조차도 듣고 어처구니없어질 만한 문제인데.
…종족 단위로 고칠 수 없는 금속 알레르기가 있다.
농담이 아니고 정말로.
그냥 거의 모든 금속에 알레르기가 생긴다.
이게 무슨 생물학적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저 종족이 살던 세계엔 금속이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한다.
그거 때문인지 물리 법칙이 뭔가 이상하게 작용해서, 알루미늄 정도까지는 괜찮지만, 그 이상의 비중을 가진 고체와 몸이 접하면.
몸이 분리된다.
말 그대로, 팔다리 몸통 기타 등등 이것저것이 레고처럼 분해돼서 조각나 떨어져 내린다.
나도 눈으로 그걸 본 순간, ‘뭐야 씨발.’ 하고 외쳤을 정도로.
악수하잔 의미로 손을 내밀었더니만, 장갑의 금속 부분에 닿았다고 눈앞에서 사람이 인수 분해되면, 대체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한단 말인가.
더 웃긴 사실은, 그러고도 안 죽는다.
그들에게 있어, 그런 말단 육체 부위는 중요하지 않기에.
정말 중요한 것은 그렇게 몸이 인수 분해 되고 남은, 주먹만 한 갈색 고깃덩어리.
그것이 해당 종족의 본체라는 모양이다.
의식을 가진 고깃덩어리로 태어나, 다른 생명체가 가진 육체 일부를 붙여가며 성장하는 종족.
문명을 이룬 이후부터는, 극단적으로 발전한 생체 공학으로 몸을 만들어가며 성장했다던가 뭐라나.
아무튼, 그런 종족이기에.
인간과 비슷한 외모, 비슷한 지능, 이계 피난민으로서 인류와 적대 행위를 할 생각이 없음, 윤리관이 비슷함, 감각 기관 거의 동일.
이라는 다섯 박자를 다 갖추고도, 관리국 측에 붙을 수 없는 종족.
이계의 힘 억제 장치에 금속이 있는 것도 하나의 문제지만, 그걸 해결한다고 쳐도, 그들이 이계의 힘을 억제하면, 남는 것은 둥그런 고깃덩어리뿐.
그리되어버린다면, 종족으로서 인간에게 모든 것을 의탁하는 것을, 당연히 그들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렇게 결사에 합류했고.
그중, 가장 뛰어난 존재.
종족을 이끄는 생체 공학의 전문가가, 방금 모습을 보였던 로크리아.
본체는 금속 하나만 닿아도 무력화되기에, 허약하기 그지없지만.
그녀가 만들어내는 생체 병기의 전투력 탓에, 책정된 등급은 A급 중위에서 상위의 괴인.
어… 분명 빌런명은….
고기조각사… 였나?
뭐, 대충 비슷할 것이다.
아무튼, 한때 자기 종족에 대한 관리국의 대응에 항의하고자 생물 병기를 이끌고 시위를 벌였던 그녀가, 이제 그 재능을 활용하여 팔다리를 만든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실, 그녀가 가진 진짜 힘은 그런 생체 공학보다는, 좀 더 깊은 영역에 있는, 생명에 관….
“이야기가 끝나셨으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간만에 만난 그녀에 대한 생각에 빠져있던 와중, 저 앞에서 들려오는 한마디.
그 말로 인해, 내 생각은 끊겼고.
“아. 그래.”
나는 자세를 바로잡고, 회의실 반대편에 앉아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이계의 힘 보유량이 일반인보다 조금 많은 것을 제외하면,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
전투력이 아닌, 다른 능력으로 결사 13석에 앉은 엔클루.
오늘 내가 여기 온 이유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로크리아와의 대화는, 그 과정에서 우연히 생겨난 덤.
그럼, 엔클루 말대로 본론으로 돌아가 볼까.
시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니까.
지금 나는 몰래 숙소를 빠져나와 결사와 접촉한 상황.
길게 시간을 끌면, 아침이 밝아오고 제자들은 내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릴 테니까.
그렇기에, 본론을 다시 내뱉고자 입을 가다듬었고.
곧바로, 입을 열었다.
“다시 묻지. 대체, 너희 얼마만큼 인간 사회에 파고든 거냐.”
“다시 들어도 질문의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만.”
내 말에, 음흉한 미소로 답하는 엔클루.
질문의 의미를 모르긴 개뿔. 다 알고 있구만.
“헛소리 말고. 저번에 너희를 만났을 때는 아레제스 시큐리티 서비스 하나만 말했는데, 지금 미국 와서 까보니까 난리도 아니드만. 내가 찾은 것만 해도, 크리아 제약회사, 제로원 자동차, 미네르바 투자 펀드. 그리고 몇 개 더 있었고, 아 그래 마지막으로 그 빌어먹을 타이타닉까지.”
“음. 분명 전부 저희가 보유한 회사가 맞군요.”
내 말에, 뻔뻔한 얼굴로 일관하는 엔클루.
그 표정을 보고 있자니, 조금 내 안에 분노가 피어올랐다.
저거 짜증 나네.
저 뻔뻔한 얼굴 어떻게 못 무너트리나?
그렇게 잠시 고민하자.
곧, 좋은 생각이 머리를 가로질렀고.
“아 그래, 말 나온 김에 하나 물어보자. 대체 뭔 생각으로 여객선 이름을 타이타닉으로 지은 거냐?”
까고 말해서 이름이 그따구니 이번에 그런 일이 일어난 거 아냐.
간부인 세이니가 결사 애들을 데리고 와, 몰래몰래 관리국 구호팀이 오는 장소로 시체를 유도해주고, 그사이 먹잇감을 노리고 달려드는 괴수 같은 애들을 쳐내 주긴 했다만.
“아, 그거 말입니까? 타이타닉이라는 이름을 아시는 걸 보니, 생각보다 배에 대한 조예가 있으시군요. 다른 결사분들은 전혀 눈치를 못 채시던데 말이죠.”
“아니, 당연히 모르지. 갸들이 지구 출신이겠냐. 아니, 잠깐….”
어째 말투가….
“설마, 타이타닉Ⅱ라는 이름, 네놈이 붙인 거냐.”
그것도, 죄다 알고?
“예, 한 번 가라앉은 배라 액땜하는 샘 치고 붙인 겁니다만, 잘 안 된 모양이군요.”
여전히,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리 답하는 엔클루.
아무래도, 저 미소를 무너트리려는 내 전략을 실패한 모양이다.
뭐, 하는 수 없지.
본론은 그게 아니다.
“그래, 그 망할 배는 가라앉았으니 넘어가자. 중요한 건 이거야. 너희 대체, 얼마나 넓게 발을 뻗은 거냐.”
내가 결사의 행동에 관여하지 않는 동안, 이 녀석들은 대체 얼마나 커진 거지?
“어디 보자. BB라는 회사 아십니까? 컴퓨터 업종인데.”
“알지.”
그거 모르는 애가 어디 있냐.
CPU부터, 그래픽카드에, 메모리까지 혼자 다 해 먹는 회사잖아.
“예, 그것도 저희 겁니다. 아, 처음부터 저희 건 아니었고요. 중간에 인수했죠.”
“…엉?”
“놀라신 모양이군요. 그럼, 프로피아라는 핸드폰 회사는 아십니까?”
알지. 세계 2위인가 3위인가 하는….
“…야, 설마.”
“예, 그것도 저희 겁니다.”
“염병.”
아니 대체, 내가 없는 동안 뭔 일이 일어난 거야.
이것들 분명 전쟁터에서 진통제 팔다가 폭격이나 당하는 미친 구멍가게 또라이들이었는데?
“이 정도면 설명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런 말을, 뻔뻔한 미소로 내뱉는 엔클루.
“…네 짓이냐?”
나는 눈앞 남자의 위험도를 상향 조정하며, 입을 열었다.
아마, 나조차도 제어하지 못한 약한 적의가 담겼으리라.
“저는 방향성을 제시했을 뿐입니다. 제가 잘하는 것이라고는 조직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조금 더 멀리 보며, 조금 더 계산에 능할 뿐이죠. 그 기반이 되는 기술과 능력은 온전히 결사의 것입니다.”
내 적의 탓일까. 그의 얼굴이 약간 무너지고, 조금 더 수다쟁이가 되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조그만 차이일 뿐.
그는 거의 평정심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말 돌리지 말고, 내가 결사를 자유롭게 놔둔 건, 인류에 큰 위험이 되지 않을 애들이라서야. 그런데, 지금 너희는 사실상 인류의 한 기둥이 되어있네? 왜 이렇게까지 덩치를 불린 거지?”
지금 언급된 회사들 목록만 해도, 대기업 상당수는 결사의 손아귀에 있다고 해도 좋을 상황.
나도, 관리국도 모르는 사이, 결사의 촉수는 인간 사회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 촉수를 잘라 내려고 시도하는 순간, 인간 사회가 무너질 만큼.
어쩌면, 내가 이들을 자유롭게 풀어둔 게 잘못일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고, 엔클루의 답을 기다렸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땀 한 방울을 흘리는 엔클루는 입을 열었으니.
“미국은 좋은 나라입니다.”
“…갑자기 뭔 엉뚱한 소리냐.”
“저희 기반 기술은 대부분 이계의 영향이 들어간 기술. 본디 결사가 힘을 쏟았던 아시아나 유럽에서는 영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그냥 너희들이 운영을 개판으로 한 게 아니고?
그보다.
“…뭔 소리냐고.”
그리 한 번 더 다그쳤다.
내 질문과 전혀 상관없는 말이 계속 흘러나오기에.
그렇지만, 엔클루의 말은 멈추지 않았으니.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미국에 지부가 생긴 순간, 그들은 저희 기술을 폭발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심지어, 관리국이 안전을 보장하는 마크까지 붙여주면서 말이죠. 그 광경이 상상이나 되십니까?”
엔클루가, 처음으로 표정을 무너트렸다.
그가, 미소 대신 웃기 시작한다.
“그 덕에, 결사는 폭발적으로 커졌습니다. 예. 사실상 세계 정복을 피 한 방울 없이 반쯤 성공한 수준으로 말이죠. 과거, 인류는 이 땅을 신대륙이라 불렀죠. 정말 그 말대로입니다.”
웃음이 묻어나는, 일장 연설.
그것은, 내가 듣길 바라던 말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쾅.
의자를 박차고, 탁자를 가로질러.
“난 너희가 왜 이렇게 커졌냐고 물었다.”
그의 멱살을 잡으며, 다시 물었다.
허튼소리를 하면, 결사라고 해도 적이 될 거라는 의도가, 조금 담긴 말.
그 한마디에, 정적이 감돈다.
엔클루는 그 수다스러운 입을 멈추었고.
나는, 오래된 인연을 잘라 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고민에 빠져, 답을 기다렸으니.
째깍.
15초 정도가 지났을까.
“…모든 것은 린슈아 님을 위하여.”
엔클루가 그리 입을 열었다.
“…뭔 소리냐.”
“세상은, 이계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떻게든.”
“….”
“이계의 존재가, 당연시되도록. 린슈아 님이 다시 햇빛 아래를 거닐도록.”
“….”
“그저, 그뿐입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조용히, 손을 놓았다.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런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