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76)
마법소녀 아저씨 376화(376/671)
376. 음지의 이야기.
그 뒤, 특별히 무언가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관리국도 외적으로는 평범하게 사건 조사와 함께 피해자 케어를 진행했지만, 전투 양상도 거대한 괴수가 바다에서 튀어나왔는데 어떤 영웅이 빠르게 퇴치했다는 걸로 끝인 데다가, 피해자들도 하루 이틀 정도 바다를 떠돈 것 말고는 큰 피해가 없어, 정말 괴수의 규모에 비해 사건 조사는 빠르게 종결되었다.
다만, 심문 도중 이야기가 나온 게 하나 있었다.
괴수의 시체 처리에 관한 문제.
그토록 거대한 괴수가 사망한다면 당연히 시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텐데, 그것을 고려하지 않아 배를 침몰시킨 거 아니냐.
그대로 머리통을 내려찍는 게 아니라, 측면을 가격하여 배를 지키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뭐 대충 이런 질문들.
그에 나는 평소처럼 답을 되돌렸으니.
‘급해서 생각 못 했네요.’
‘아, 예. 그렇군요.’
같은, 정말 엉성한 답변을 되돌렸지만, 질문자도 그에 특별히 반응을 내비치지 않았다.
뭐, 당연한 일.
피해자가 엄청나게 나온 상황에서 열리는 청문회라면 모를까, 아무 피해자도 없는 상황에서, 관리국이 규정된 절차에 따라 행하는 질답일 뿐이니, 심문자도 별 의욕이 없는 상황.
거기에 덧붙여, 다른 영웅들도 해당 상황에 대해 질문받자,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다.’ 같은 말로 날 옹호하였다고 하였으니, 해당 문제는 자연스레 없는 일이 되었다.
물론, 그 영웅들은 누가 그 공격을 날렸는지 모를 테지만 말이다.
공청회나 재판이 아닌 한, 정보 수집을 위한 심문과 취조는 일대일로 이루어지니까.
아무튼, 공식적으로 이 사건은 그렇게 끝났다.
그래, 공식적으로는. 말이다.
* * *
미국 땅을 밟은 지 사흘이 지났다.
일단 공식적으로 사건은 종결되었지만, 혹시 모를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우린 아직 관리국이 숙소로 내준 호텔 방에서 뒹굴거리고 있다.
그렇게, 멍하니 뒹굴거리던 와중.
“…스승님.”
기운이 빠져, 침대에 얼굴을 처박고 웅얼거리는 백시현의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왜.”
그런 백시현의 행동에, 나는 텔레비전을 바라보며, 아무런 의욕 없이 답을 되돌렸고.
“…심심해요. 나가고 싶어요. 쇼핑하고 싶어요. 우라늄 사고 싶어요.”
침대에서 고개를 든 백시현은, 창문 너머를 바라보며 그리 말했으니.
그녀는 눈앞에 그런 흥미로운 것이 잔뜩 있음에도,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분한 듯, 목소리에 비통을 잔뜩 섞은 채였다.
…그런데, 우라늄?
아니, 그거 살 수 있어?
사는 건 둘째 치고, 국내 반입 가능하나?
…뭐 그건 어찌 되었건, 백시현이 저렇게 힘이 없던 적이 있었나?
언제든 힘이 넘치다 못해 바보로 보이는 백치현이 이렇게 기운이 빠질 줄이야.
아무래도, 백시현은 상어와 비슷한 종이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급격하게 힘이 빠지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하는 수 있나.
이렇게 우리가 호텔에 구속된 것도, 다 관리국 규정에 있는 건데.
“포기하고 책을 읽든, 영화를 보든 뭐든 하는 게 나을 거다. 아직 삼사일은 더 잡혀 있을 테니까.”
이것만큼은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규칙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왜요오오오오.”
내가 그리 단호하게 말할 줄 몰랐던 것일까, 더욱 침통해진 목소리로 질문을 내뱉는 백시현.
나는 그에 답하고자 뇌를 굴려, 잊어버린 기억을 짜내기 시작했다.
“어…. 그러니까, 뭔 사건이 있었는데, 거기서 피해자들이 겉보기에 멀쩡해 보여서 집으로 되돌려 보냈더니만, 며칠 뒤에 갸들이 변이…였나? 폭발했던가…. 아무튼…. 대참사가 일어난 사건인데 말이다. 그것 때문에 특정한 경우 최대 일주일가량 관련자들을 구속할 수 있는 규칙이….”
아마, 맞을 것이다.
정확한 기억은 떠오르지 않아 말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조차도 이게 맞던가 싶어 말을 더듬으며 대충 말하던 와중.
“런던 생물학 재해 사건이에요. 온몸에 종양을 단 B급 인간형 괴물 둘을 퇴치한 후, 피해자들에게 간단한 신체검사를 시행했지만,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고, 그 결과 집으로 돌려보낸 피해자들이 닷새 후에 똑같은 괴물로 변이해 광범위한 오염을 일으킨 사건이죠.”
같이 텔레비전을 바라보던 한아빈이 깔끔한 목소리로 내 말을 보충해주었다.
아, 그래 저거였다.
저 말 들으니 기억나네.
내가 관련된 사건도 아니었던지라, 빠르게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힘을 다 파악하지 못한 적이 쓰러질 경우, 정밀 검사를 위해 피해자를 포함한 모든 관련자를 잠시 구금한다.
그렇게 내가 기억을 조금씩 떠올리는 와중.
“실제 피해자는 그리 많지 않았어요. 오염부터 변이까지 걸리는 시간이 긴 데다가, 오염원이 주변으로 오염을 퍼트리는 범위도 좁았거든요. 심지어, 오염 초기나 중기엔 치료가 가능한 데다가, 정밀 검사 한 번이면 감염 또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오염이었죠. 그래서 더 충격이 컸던 사건이구요.”
한아빈은 계속해서 입을 열며, 추가적인 정보를 알려 주었고, 그렇게 모든 말이 끝난 후.
“그러니까, 시현아. 얌전히 있어. 혹시 나갔다가 주변 사람들 감염시키면 안 되잖아.”
천천히 침대로 이동해, 침울한 백시현을 그리 달랬다.
그렇게 정론인 이유가 담긴, 나긋나긋한 말을 들어서일까.
“…알았어요.”
백시현은 평소답지 않게 얌전히 존댓말을 한 후. 침대에 바로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저거, 괜찮겠지?
백시현이 컴퓨터를 두드리니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긴 하지만, 저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간 심심해진 나머지 발광을 시작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내가 걱정하는 와중, 백시현을 타이른 한아빈은 조용히 자리로 돌아와 다시 뉴스를 바라보았고.
“고맙다. 아빈아.”
“뭘요.”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방 안에는 뉴스 소리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감돌기 시작했고.
그 단조로운 소리 속에서, 나는 방금 전 한아빈이 했던 말에서부터 생각을 이어나갔다.
생물학 재해 방지.
옳은 말이다.
갑자기 튀어나온 미확인 괴수를 쓰러트렸고, 관련자는 혹시 모를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구금된 것이 공식적인 모든 사건 내역이다.
겉보기에는, 말이다.
이미 관리국은 피해자들의 정밀 검사를 끝마쳤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몸에 이상이 없음은 확인된 상황.
이건 내가 현석이와 싸바싸바해 얻어 낸 것이니 확실한 정보다.
애당초, 현재의 관리국은 그런 참사를 일으킬 만한 문제는 금방 파악할 만큼의 기술이 있다.
설령 바로 파악하진 못 하더라도, 이틀에서 사흘이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 관리국.
그런데, 우리가 지금 사흘째 구속된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관리국이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GM. 봉인된 O급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언론은 GM과 앵무조개의 관계성을 아직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관리국은 대서양에서 나온 괴수가 어떤 존재인지 파악이 끝난 상황.
정령들 또한 관리국 소속 정령들을 통해 앵무조개에 대해 경고했고, 내 증언을 통해 GM 사태 때 튀어나왔던 거대 앵무조개와 같은 존재임을 이미 확인을 끝냈으니까.
때문에 ‘공식적으로’ 끝난 이 작전은, 뒤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다.
시체 일부를 빠르게 입수해 연구에 들어간 것은 물론이고, 세계를 떠돌아다니거나 민간인으로 살고 있던 정령들까지 긴급 소집되어 대서양에 투입될 예정.
사건 연관자들이 숙소에 구금된 것 또한 같은 맥락.
이미 관련자 전원이 생물학적으로는 특별한 문제가 없음이 파악 완료된 상황이지만.
관리국은 GM의 살덩이 괴물이라는 트라우마 덕에, 규정을 최대한 사용해 최대한 길게 정밀 검사를 이어가고 있다.
생물학적 검사는 문제없이 종료되었지만, 미래 예지나, 대상자의 수명 예상, 행동 패턴 변화 정밀 감지 등.
아마, 하나라도 걸렸다가는 언론에서 대서특필할 만큼 대규모 사생활 침해.
물론, 나한테는 안 통하지만.
팅.
손가락을 튕겨, 그 충격파로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검은 날파리를 격추했다.
당연하지만, 저건 날파리가 아니다. 관리국의 감시 기기지.
아까부터 몇 개씩 박살 나고 있는데, 조종자가 포기를 못 했던가, 자동화되어, 새로운 기체가 빈 자리를 커버하러 온 거겠지.
어느 쪽이건, 담당자는 나에게 쌍욕을 하고 싶은 심정이리라.
그런데 뭐 어쩔 거야.
애당초 이런 행동은 외부로 알려져서 안 되는 행동.
내가 실컷 기기를 박살 내 봐야, 나한테 대놓고 뭐라 할 사람은 없고, 내가 규탄받을 일도 없다.
그러니 난 내 사생활과 제자들의 사생활을 지키는 데 주력해야지.
하하하. 관리국 녀석들 노동량이 늘어나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렇게, 내 심심함을 얼굴도 모르는 관리국 직원에게 해소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오늘도 뉴스는 시끄럽네요.”
아빈이가 멍하니 뉴스를 바라보며 그리 입을 열었다.
그 말에, 나도 멍하니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음모론을 실컷 떠들고 계시는 뉴스 게스트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게 말이 됩니까? 그만한 크기의 괴수가 튀어나왔는데. 피해자가 하나도 없다? 심지어, 관리국이 자랑하는 사건 예지에도 안 잡혔고? 거기다 해당 괴수를 퇴치한 영웅은 공개할 수 없고, 전투 기록도 공개할 수 없다. 이건 분명 뭔가 있는 겁니다.’
‘심지어 지금 관리국은 피해자들을 사흘째 호텔에 구금해 두고 있죠. 분명 뭔가 있는 겁니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봤다든가 하는 것이겠죠. 예를 들어 보자면…. 관리국이 만든 조약 위반 병기라던가…. 말입니다.’
‘아, 예 알고 있습니다. 너무 허황된 생각이란 거. 그런데, 관리국이 너무 조용하지 않습니까? 평소라면 이것저것 이야기가 나와야 할 텐데, 이 정도로 조용한 걸 보면 분명 뭔가가….’
너무나도 열정적으로 자신의 망상을 퍼트리는 자칭 전문가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헛소리지.”
나는 단호하게 그 말이 헛소리라고 단언했건만.
“어? 나름대로 일리 있는 말 아닌가요?”
엉뚱하게도, 한아빈도 음모론에 속아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넌 또 갑자기 무슨 소리냐.”
아니, 정말로. 아빈이가 저런 저급한 선동에 넘어갈 줄 몰랐는데.
“어…. 저희야 당사자였으니 저게 사실이 아니란 건 알지만, 정보 통제가 사건 규모에 비해 너무 심한 건 사실이니, 분명 저런 의견도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딱딱 내뱉는 한아빈.
그것은 나름대로 흥미 있는 말이지만, 문제가 있다.
“아빈아. 하나 물어보마.”
“예.”
“관리국이 사건 진행에 관해 뭔가를 명확하게 내뱉은 걸 본 적 있냐? 준 O급인 블랙 머라우더 사태나, O급 사태 때 빼고.”
“꽤 자주 있는 일 아닌가요? 분명 어떤 적을 퇴치한 영웅이 방송에 나와서 누가 어떤 활약을 보였고, 어떻게 퇴치했…. 어, 잠깐만요…. 영웅이?”
내 말에, 무언가 이상함을 알아차린 한아빈.
빠르구만, 한두 마디 더 나눠야 할 거라 생각했는데.
“관리국은 어지간히 심각한 사안이 아닌 한, 간단한 결과만 말해 준단다. 아빈아. 그런 이야기는 영웅이 직접 나와서 떠들거나, 관리국과 연관된 외부 기업체에서 나오는 말이지. 덕분에 관리국의 공식적인 의견이라는 오해가 많이 퍼졌지만, 관리국은 항상 침묵하지.”
영웅들이 매번 자기들의 이름값을 팔기 위해 누가 어떤 적을 퇴치했다던가, 전투가 어떤 방식으로 흘러갔다. 같은 내용을 공공연하게 떠들기 때문에, 관리국이 그러한 정보를 공개한다고 오해하는 것뿐. 관리국의 기본 스탠스는, 침묵.
“…어째서죠?”
그 말이 이상한지, 나에게 되묻는 한아빈.
평소라면 나도 이 말에 성심성의껏 대답해주겠지만.
“스스로 알아보렴. 이건, 내가 말해주면 의미가 없는 말이니까.”
나는 그리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한아빈이 지휘부를 지망한다면, 언젠간 스스로 깨달아야 할 것이기에.
관리국과 다른 이들이 가진 영웅에 대한 인식 차이.
영웅의 신상은, 보호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리국의 스탠스는,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이번에도, 당연히 똑같은 스탠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나인데.
나는 외부에 드러날 생각도 없고, 훈장이니 뭐니 받을 생각도 없다.
미국은 자국민을 지켜 준 이에게 훈장을 주겠다느니 뭐니 시끄럽게 떠들지만.
관심 없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