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77)
마법소녀 아저씨 377화(377/671)
377. 자동차와 일상.
“내보내 줘어어어어!”
비명이 차량 내부에 울려 퍼진다.그 목소리의 주인은, 안쪽 문고리를 붙잡고 열심히 잡아당기는 백시현.
“구금 끝났잖아아아아아아!”
유리창에 딱 달라붙어 거의 광분하기 직전까지 간 백시현을, 한아빈과 나는 불쌍하게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차량을 운전하는 것은 관리국에서 나온 직원. 그러니, 나에게는 지금 차량을 조종할 권한도 힘도 없다.
“아. 일렉트로닉스…. 잠깐만! 10분이면 돼요! 하나만 사고!”
일렉트로닉스가 뭔진 모르겠지만, 시현이가 말하는 어투를 보아하니 뭔가를 파는 상점인 모양인데, 그게 눈앞을 지나친 모양이다.
“아쉽지만, 그건 어렵겠군요. 보안 문제상 도착할 때까지 문을 열지 말라는 명령이 있었습니다.”
그리 말하는 운전대를 잡은 관리국 직원.
얼핏 보기에는 서양계 양복쟁이 남성으로 보이지만, 내 눈은 속이지 못한다.
B급 상위권에서, A급 하위권에 속하는 무인.
핸들을 돌릴 때마다 언뜻언뜻 비치는 검은 팔찌는, 기를 불어넣음으로써 활성화되는 홀로그램 톤파.
그런 고급 요원이 백시현의 떼쓰기를 견디지 못하고 난처한 목소리를 내뱉고 있다.
“날 내보내 줘어어어어!”
그런 요원의 설명에도 반복되는 백시현의 절규.
그에 한아빈과 나는 한 칸씩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 일행 아니에요.’ 같은 의미를 담아.
백시현이 저렇게 날뛰는 이유는 잘 알고 있다.
호텔에 처박힌 일주일 동안 구금이 끝나면 사고 싶은 것을 하나씩 리스트로 작성하고, 매일 밤 잠들 때마다 자기 손으로 만든 달력에 X자를 치던 백시현.
그렇게 구금이 끝나는 날을 하루하루 소망하던 백시현은 구금이 끝나, 호텔을 나오자마자 카드를 들고 원하는 것을 사러 달려가려 했지만.
곧바로 호텔 앞에 검은 차량이 끼어들었고, 기자들이 몰려들기 전에 우리 셋을 차량에 태우고 출발해 버렸으니까.
그러니, 백시현이 저리 어린애처럼 날뛰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해할 수 있을 뿐, 그걸 받아주는 것은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더 지났을까.
“….”
갑자기 백시현이 조용해졌다.
그렇게 홀로 모든 소음을 생산하던 백시현이 조용해지자, 차량 내부는 정적이 감돌았고.
드디어 끝났나.
그런 의미가 담긴 한숨을 우리 셋에 더해, 심지어 운호마저 한숨을 내뱉을 때쯤.
“…그래. 그러면 되잖아.”
갑자기, 백시현의 입에서 뭔가 불길한 말이 흘러나왔다.
“그래. 눈 딱 감고 탈주하면 되는 거야…. 잡혀 들어가서 구속당하는 거랑 지금 구속이랑 다를 게 없….”
뭔가, 말 자체가 악행이라는 형태를 가지고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듯한 목소리.
본인은 다른 사람에게 안 들린다고 생각하고 저리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목소리는 차량 내부의 전원의 귓가에 깊게 파고들었고.
‘대체 또 뭘 하려고.’
아마 모두 그런 생각을 가지고 백시현을 바라본 순간.
번쩍.
대량의 마력 유동을 동반한, 짧은 섬광이 일기 시작했다.
마법소녀 변신.
백시현이 본래 모습으로는 이 차량에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무력행사를 시작하려 한다.
그렇게, 백시현은 빛에 감싸여 변신하기 시작했고.
“하하하! 이제 날 막지 못….”
아무리 생각해도 악당의 대사를 내뱉는 백시현의 변신이 거의 완료되어, 백시현의 베레모가 허공에서 나타나 그녀의 연한 회색빛 머리에 안착하려 할 때쯤.
“자라.”
나는 그리 말함과 동시에, 마력을 담은 손날로 백시현의 머리를 내리쳤고, 그대로 내부의 힘을 헤집었다.
“흐끼약.”
그런 내 기습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백시현은 기괴한 비명과 함께 그대로 기절했다.
변신이 실패해, 강제로 변신이 풀려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은 덤.
“…잘하셨어요.”
그런 내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 아빈이마저도 그리 평가했으니.
백시현의 발광이 얼마나 시끄럽고 민폐였는지, 잘 알 수 있는 한마디.
그렇게 평화가 찾아온 차량 안.
“…역장 발생기…. 열 고정 쿨러…. 무지연 통신 렌…. 으헤헤헤….”
기절한 백시현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괴상한 잠꼬대를 내뱉고 있는 것 말고는 조용한 차량 안에서, 우리는 가만히 앉아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니.
그렇게 시간이 지나, 차량이 도시에서 빠져나와 광활한 도로를 달리기 시작할 때쯤.
“아까 사용하신 그 기술이 그거로군요? 요즘 유명한.”
갑작스레, 운전에 집중하던 요원이 입을 열었다.
“어떤 것 말입니까?”
나는 그런 영문 모를 요원의 질문에, 정중히 답했고.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여 효과를 발휘하는 형(形) 말입니다. 요즘 무인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아. 그거 말이군.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마법 쪽이 아니고, 무인?”
분명, 이 힘을 상세 연구한 애들은 마법사 애들이었는데 말이지.
“예, 무인 쪽입니다. 아직 그런 계통에 특화된 문파는 없지만, 꽤 많은 유파가 흥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흠. 그 녀석들도 예전과 다르게 꽤 행동이 빨라졌네.
옛날 같았다면, 마법 측에서 그렇게 새로운 이론이 발표되더라도, 무인만의 전통이 있다 어쩐다고 하며,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긴 시간을 들였는데 말이지.
그래도, 솔직하게 말해 별 의미는 없어 보인다.
“그거, 잘 안 될 것 같은데.”
그게 그리 쉽게 성공했다면, 당장 그런 형(形)이 넘쳤지.
실존하진 않지만, 그 유명한 무공인 흡성대법에서 보듯. 상대방의 기를 사용하는 방법은 예로부터 매력적인 것으로 여겨졌고, 그 분야를 파고든 이는 하나둘이 아니다.
그렇지만, 무인 중 그것을 이뤄낸 이는 극소수.
성공한다고 해도, 사실상 힘을 조작하는 게 아닌 침투경이나, 염동력에 가까운 물건이 대다수였고.
극소수, 정말 그런 진리에 닿은 무공은 대부분 마공으로 여겨졌다.
…특수한 조건이 덕지덕지 붙어있긴 하지만 정말 성공해 버린 비익쌍련의 색마공은 그렇다고 치고.
불가능을 가능케 한, 식인으로 시작되는 진미론(眞味論)처럼 말이다.
마법은 그래도 처음부터 외부의 힘을 조작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으니, 그나마 타인의 힘에 간섭하는 것이 어찌어찌 가능한 데 반해.
무인의 형(形)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가진 힘을 사용하는 것. 그러니, 나 같이 타인의 힘 조작에 특화된 특수능력이 있는 게 아니라면 기본 전재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어차피 무인 녀석들의 탐구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리라 짐작하고, 멍하니 미국의 넓디넓은 평야를 바라보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던 와중.
“의외로 성과가 있다고 합니다.”
놀랄 만한 말이 귓가에 흘러들었다.
“뭐?”
너무도 놀란 나머지, 나조차도 그리 되물을 만큼.
아니, 어떻게?
“하하, 역시 이건 이하람 님이라 하셔도 놀라시는군요.”
그런 내 반응이 즐거운 듯, 요원이 그리 웃기 시작했으니.
“거짓말이냐?”
날 놀리려고?
그런 의미에서는 정말 잘 뽑아낸 거짓말이겠네.
그리 생각했지만.
“아뇨, 정말입니다. 다만, 무인 내부에서는 이걸 형(形)으로 취급해도 될지 논란이 이는 와중입니다.”
허. 저리 말할 정도라면 진짜 뭔가 해내긴 한 모양이네.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
너도 이런 이야기를 꺼낼 정도면, 심심해서 이야기나 하자고 꺼낸 거일 거 아냐.
“자, 어디 그럼 무인 대선배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이야기를 풀어볼까요.”
“마법소녀다.”
무인 아냐.
“그럼 그런 걸로 치죠. 자, 일단 형(形)은 기본적으로 몸으로 해내는 마법이죠. 뭐, 이렇게 대놓고 말하면 정말 싫어하는 본부 소속 무인들이 잔뜩 있지만 말입니다.”
그렇지 뭐.
거기 있는 노인네들은 마법이 아니다! 무공이다! 이러고 있으니까.
그래도 그리 말하는 무인 노친네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말이다.
뼈를 깎는 수행으로 만들어 내는 형(形)과 비교하자면, 마법은 겉보기로는 훨씬 습득이 간편해 보이지.
물론, 무인의 편견이지만 말이다.
“이 형태의 문제점은, 외부의 힘을 사용하는 형(形)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깨달음을 얻어 몸을 사용하지 않는다 해도, 기본적으로는 자기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구조는 변하지 않으니까요.”
거, 더럽게 이야기 빙빙 돌리네.
“본론만. 본론만. 내가 그걸 모르겠냐?”
조바심이 난 내가 그리 요원을 닦달하자 요원은 살짝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아, 죄송합니다. 또 다른 방청객께서 귀를 기울이시는 바람에, 시선을 낮추느라 문제가 생겼군요.”
다른 누구? 나 말고 있는 건 한아빈밖에 없는데?
그리 생각하고 고개를 돌리자, 한아빈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자그만 손을 흔들었다.
예전에 내가 행한 형(形)에 대한 강의를 주의 깊게 들었을 때처럼, 이번 이야기도 듣고 싶다는 듯, 깊은 흥미를 가진 얼굴을 한 그녀.
그것을 보고, 나는 얼마 전부터 생각하던 한아빈에 대한 생각 하나를 확정 지었다.
…아빈이는 내 생각 이상으로 탐욕적이다.
그녀의 본디 행동이 유순하고, 말이 여린데다가, 행동이 소극적이어서 눈치채기 힘들었기에, 이제야 그녀의 탐욕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강함에 대해 백시현 이상으로 탐욕적이다.
마법소녀의 힘이 모자라다면, 무인의 형을, 무인의 형으로 모자라다면 마법을, 마법으로도 모자라다면 기술과 자신이 가진 본래의 힘을.
어째서 그녀가 그런 소망을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품은 채 드러내지 않는지는 모르겠다.
그녀가 한 번도 말해 주지 않은 트라우마와 관계되어 있다고 짐작할 뿐.
예전에, 현석이가 나에게 한 말이 떠오른다.
나와 아빈이는 닮았다고.
그때는 헛소리라 생각했지만.
아마, 현석이는 이 탐욕을 꿰뚫어 본 게 아닐까.
강함을 추구하기 위해, 수많은 것을 뒤적거리다 여기까지 도착한 나처럼.
…그런 그녀의 근본을 꿰뚫어 보지 못하고, 나는 그녀에게 해피니스 드롭을 주었다.
그것이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
잠깐 사이, 길게 이어진 생각.
“…음. 저. 스승님?”
그것을 깨트린 것은, 내 고민의 근본인, 그녀.
내가 가만히 있자, 뭔가 싶어 끼어든 모양이다.
“아, 미안하다.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아, 이야기 계속해도 됩니다.”
나는 그에 곧바로 반응하여, 마음에 품은 생각을 뇌 어딘가에 적어두고, 다시 평소처럼 행동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그것을 되돌리기보단, 만약의 사태에 대처할 것을 다짐하며.
그러는 동안에도, 요원은 형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가 조금 더 이어졌고, 2분 정도 지나, 마침내 내가 듣고 싶던 본론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이 빈틈을 대처하기 위한 방법이. 문신이었습니다. 형 일부를 피부에 기본적으로 새겨 빈틈을 줄이는 방법이었죠.”
그래, 형을 그림으로 치환한 문신.
너무 복잡한 건 할 수 없지만, 다음 일격 강화, 해당 문신이 새겨진 부위의 가속과 같은, 간단하면서도 전투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이득을 가져오는 형을 빠르게 사용하는 방법.
그렇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거, 망했잖냐. 문신 자체가 형을 방해하는 케이스가 있어서.”
그래, 아무리 단순한 형이어도, 그것 또한 형.
그것이 피부에 새겨진 것만으로도, 다른 형의 발현을 방해한다.
단순한 형이라면 상관없지만, 온몸을 사용할 만큼 정밀하고 난이도가 높은 형일수록, 문신에 새겨진 단순한 형마저도 형의 성립을 방해하니까.
다만, 병사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저 방법이 유행이라고 들은 것 같다.
다리에 가속계 형(形)을 새긴다든가 하는 식으로 사용하는 방법.
어차피, 그들은 그렇게 깊게 무공을 파고들 생각은 없으니.
“잘 아시는군요. 그래서, 이번에 무인들은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그게 이 이야기의 본론이죠.”
…엉? 반대로?
반대?
문신의 반대가 뭐지?
영구적, 반영구적?
“…붙였다 뗐다 하는 문신?”
패션 아이템으로 본 것 같은데?
내가 그렇게, 머리를 짜낸 답을 날리자.
“….”
갑자기 자동차 내부가 조용해졌다.
“…음냐. 음냐. 한 번 충전으로 두 달 동안 사용 가능한 반영구적 외장 베터리… 무게는 무려 100g… 어라? 온스?”
멍청한 백시현의 잠꼬대를 제외하면 조용한 자동차 안.
그렇게, 침묵이 흐르고 얼마나 지났을까.
“…상대방 몸에 문신을 새긴다는 의밉니다.”
“아.”
이거, 다른 사람 몸에 있는 힘을 조정하는 이야기였지….
정답을 들은 나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절대 부끄러워서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창밖의 풍경이 너무나도 광활하여,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