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80)
마법소녀 아저씨 380화(380/671)
380. 기술 연구소(3)
제02 지부의 소장실로 가는 길은 솔직하게 말해 이상했다.
가장 비슷한 경험을 떠올려 보자면, 난지도에서 리 노인을 만나러 가기 위해 반복적으로 공간 이동을 했던 경험일까.
앞서가던 존재가 조금씩 조금씩 공간을 뒤트는 감각.
그렇지만, 지금은 그때와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아오 소장이 한발 앞서 모퉁이를 돌고 우리가 그녀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어느새 우린 또다른 장소에 도착해 있다.
모퉁이를 돌았다는 행위 자체엔 문제가 없지만, 도착한 장소는 조금 전 돌았단 복도와 전혀 다른 장소.
고개를 살짝 모퉁이 너머로 내밀어 거쳐온 길을 돌아보면, 조금 전 우리가 걸었던 복도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확실히 이상한 광경이지만, 막상 아오 소장이 그게 당연한 듯 행동하고 있는 데다가, 해당 현상에 대해 물어봐도 소장실에서 이야기하자는 말 외에는 영양가 없는 답만이 돌아왔기에, 우리는 잠자코 그녀의 뒤를 따랐고.
그렇게 연구소 건물에 들어온 이후 다른 연구원을 아무도 만나지 않고, 모퉁이를 20번 정도 돌았을 때쯤.
갑자기 연구소장실이라는 표찰이 달린 문이 나타났고, 아오 소장은 그 문을 대수롭지 않게 열고 소장실 안으로 들어섰다.
우리 또한 당연히 그녀의 뒤를 따라 방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그렇게 도착한 소장실. 그 장소는 내 상상과 다르게 깔끔했다.
아오 소장이 워낙에 미치광이라 소장실도 난장판이 나 있을 것이라 상상했지만, 막상 눈 의 소장실은 폴더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책상 한쪽에 몰려있었고, 책은 깔끔하게 책장에 꽂혀있었으며, 문구들 또한 책상에 있는 연필꽂이에 갖춰져 있는 말끔한 장소였으니.
도저히 아오 소장의 소장실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장소였다.
이 풍경만 보면, 눈앞에 있는 아오 소장이 본래 있던 소장을 잡아먹고 그 행동을 따라 하는 복제 계열 괴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
그렇게 깔끔하기 그지없는 소장실에 들어온 순간, 아오 소장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입을 열었다.
“제인 도 연구원이 또 제 방을 엉망으로 만들어두었군요.”
…엉망?
뭔가 눈앞에 펼쳐진 광경과 매치가 되지 않는 단어를 들은 순간.
아오 소장은 방을 가로지르며, 빠르게 방을 엉망으로 만들었으니.
책장에서 책 두세 개를 꺼내 로봇 손에 들려 주었고, 그 과정에서 떨어져 방바닥에 흩어진 책은 완전히 무시했다.
이어 해당 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후, 폴더를 펼쳐 그 안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엉망으로 늘어놓았고, 연필꽂이에서 볼펜을 꺼내 흩뿌려진 서류를 볼펜 클립으로 고정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의 마지막으로, 로봇 손에 들린 다 쓴 수액 팩을 바늘과 함께 자신의 어깨에서 뽑아내어 방 한구석에 내동댕이침으로써 미치광이 아오가 소장실에 들어온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방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래, 이게 평소의 소장실이라 이거지.
아무리 그래도 손님맞이를 하는 방인데 조금 깔끔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상식이 머리에서 떠돌았지만, 아오 소장에게 그런 걸 기대하는 것은 백시현이 조신해지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뇌 속에서 결론 지은 후, 그나마 깨끗한 소파에 몸을 뉘었다.
그렇게 나와 제자가 소파에 앉은….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 한아빈이 소파에 앉았다.
백시현은 아오 소장이 방을 어지럽힘과 동시에,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는지 전시대에 놓인 기계들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백시현의 그런 무례를 잠시 제지할까 생각해 보긴 하였지만, 방의 주인인 아오가 그것을 신경 쓰는 눈치도 아니었기에, 그것을 무시하고 조용히 입을 열였다.
“그래서…. 아오 소….”
“아오 소장님! 이거 상온 핵융합로인가요?”
그런 내 말은 주먹만 한 기계를 붙잡고 빙빙 휘두르는 백시현의 목소리에 차단되었고.
그에 짜증이 솟구쳐, ‘전문가 아닌 나도 그런 거 없는 거 잘 아니까 좀 앉아라.’ 하고 말하려는 순간.
“예, 맞습니다.”
그런 내 말도, 이 방의 정신이상자Ⅱ에게 차단되어버리고 말았다.
난 모르겠다. 망할.
“이거 가져가도 되나요?”
“상관없습니다. 그렇지만, 정상 작동은 보증할 수 없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이계의 힘 농도가 4.3nNol/m3이 아니라면, 법칙 왜곡을 수행하지 못해 폭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거 놔둬라. 시현아.”
그렇게 위험한 걸 우리 집에 들일 순 없지.
저 조건이 얼마나 빡빡한 건진 모르겠지만, 굳이 저렇게 추가적인 조건을 다는 걸 보면 정상적인 물건은 아님이 분명하다.
폭발은…. 아무리 그래도 구조 자체가 다르니 핵융합탄 정도는 아니겠지만, 굳이 그걸 물어볼 생각은 들지 않는다.
“폭발을 걱정하시는 모양이군요. 폭발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대충 반경 60m를 갈아 버리는 정도죠.”
살상 반경이 60m도 아니고, 갈아 버리는 반경이 60m란다.
던진 놈도 사망 확정인 수류탄만 한 미사일이잖아, 미친 소장 놈아.
…근데 어째 폭발이라고 하니까 아까 겪은 게 떠오르는데, 아니겠지?
“아, 참고로 오실 때 얻어맞은 폭발도 저것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미친 새끼들인가 진짜.
“아오 소장, 혹시 기밀 유출이라는 죄명에 대해 아시나요?”
기술 연구소에서 개발한 물건을 백시현의 손에 들려 주면 그건 확실히 기밀 유출일 것 같은데요.
“저건 제가 개인적인 취미로 만든 것이니, 기밀 유출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하하하, 개인적인 취미란다.
02지부 소장님 정도 되면, 저런 것도 개인적으로 만들 수 있나 보네. 과학은 혼자서 하는 거 아니라는 이야기 어디 갔니.
아니, 그런데 그런 것보다.
“그럼 씨발 그게 왜 우리 발밑에서 터지는데!”
아오 소장의 말 한마디에, 폭발하고 말았다.
아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연구소에서 만든 것도 아니고, 아오 소장이 만든 폭발물이 우리를 노리고 터졌단다.
이 소리는 아오 소장이 범인이라는 뜻 아닌가.
“그게 48 지부로 가려던 여러분들을 강제로 여기 모셔온 이유입니다. 영웅 크림슨★해머.”
그런 내 지적에도 불구하고, 아오 소장은 전혀 변하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나는 그런 아오 소장의 말에 의문을 품었고, 곧 그에 대해 질문했다.
“강제로?”
“예, 강제로.”
“그럴 수 있는 권한이 연구소장에게 있나?”
“없습니다. 월권행위죠.”
“그 말뜻이 뭔진 잘 알지?”
아까 전 내가 존 뭐시기 요원에게 감봉 감봉 노래를 불렀지만, 이 건은 감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제 00 지부와 한 자릿수 지부는 최소 3급 기밀.
그 기술 연구소라는 특성상 위치나 존재 자체를 숨기는 것은 아니지만, 이계 기술을 다루는 위험성 상 특정 인원을 섣불리 들여올 순 없다.
그것이 나라 한들 마찬가지.
“괜찮습니다. 어차피 처벌은 없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아오 소장은 그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평범한 목소리로 그리 말했으니.
“…그게 무슨 소리지.”
“음. 그것에 답하기 위해선. 20초. 아니, 30초만 기다립시다.”
내 질문에, 영문모를 소리를 내뱉는 그녀.
“나는 무슨 소리냐고 물었….”
“18초.”
쯧.
하는 수 없지.
그깟 18초. 기다려 주마.
그 말에 따라, 핸드폰을 꺼내 시계를 내려다보며 기다렸다.
앞으로 4초. 3. 2. 1. 0.
그렇게 18초를 기다렸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자, 그럼 이제 이야기해 보시지.”
18초는 진작에 지났으니까.
“5초 정도 오차는 어쩔 수 없죠.”
또 영문모를 소리를.
그리 생각하며, 따지려는 순간.
삐익.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에서 경고음이 울림과 동시에, 빨간 문구가 핸드폰 위를 지나갔다.
관리국의 비상 호출.
“잠시 실례하지.”
그에 곧바로 핸드폰의 2차 잠금을 풀고 호출 내용을 빠르게 읽어내렸고.
“….”
나는 핸드폰에 적힌 문구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렇기에,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을 범인에게 질문을 던졌으니.
“아오 소장.”
“예.”
“당신 짓인가?”
“아뇨,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리가.
지금 내 핸드폰에 날아온 호출은 이런 내용이었다.
‘회귀주의자 테러 단체가 관리국 산하 기술 연구소 제02 지부를 습격. 기밀 유지를 위해 높은 보안 등급을 가진 크림슨★해머를 해당 지부로 파견해, 조속히 해결할 것을 요청한다. 이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해당 작전 동안 최종 지휘권자는 알렉산드라 오펜하이머 소장으로….’
이걸 보면, 아오 소장이 무언가 한 것은 명명백백하니.
“여기 적힌 알렉산드라 오펜하이머 소장. 당신 아닌가?”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이름이었죠. 제가 길어서 자른 이유가 있네요.”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오랜만에 듣는 것처럼 감탄하는 그녀.
그렇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내용이 아니다.
“사후 승낙이 나온다고 이 행위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 애초에, 이건 요청이야. 내가 받아들일 필요도 없는 일 아닌가?”
회귀주의자 테러 단체?
까고 말해서 아까 존 뭐시기 요원 혼자만 가도 쓸어 버릴 거다.
그 새끼들 전투력이야 죄다 고만고만한데 우리가 이런데 와서 고생할 필요가 없지.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전 그런 요청을 관리국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말이죠. 그리고, 크림슨★해머 영웅님께서는 아마 절대 이 요청을 거부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아오 소장은 여전히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단언했다.
“미안한데. 난 청개구리 심보가 있거든? 그렇게 말해 봐야 난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손가락을 치켜든다고.”
아까 그 로봇처럼 말이지.
그리 아오 소장에게 고한 후, 아오 소장이 무어라 말할지 기다렸고, 그런 그녀는 잠깐 고개를 기울인 뒤 곧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제 몸과 정신에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과 다르죠.”
“쌩뚱 맞은 소리 하지 말고.”
아오 소장의 갑작스러운 커밍아웃에 그리 답했지만.
“존 스미스 요원은 제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 요원은 존 스미스가 맞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는 어떤 관점에서는 그렇죠.”
아오 소장은 내 말을 완전히 무시한 채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여전히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긴 하지만, 나는 무언가 있음을 확신하고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덧붙여, 회색의 세계에서는 모든 존재가 존 도이며 제인 도입니다. 음. 그레이 이터던가요? 그런 세계죠. 인간의 의미가 있긴 한지 의문입니다만. 그렇기에, 여러분은 제게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고자 이름을 말해 주어야 합니다. 거기 초면인 제인 도 영웅.”
“한아빈입니다.”
“그렇군요. 한아빈 간호사. 만나서 반갑습니다.”
“….”
침묵이 인다.
아오 소장의 비상식이 소장실에 있는 사람들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나는 그에 입을 열었으니.
“초능력자인가? 은퇴한 영웅이기라도 한 건가?”
“전 각성한 적 없는 평범한 인간입니다. 특별한 것은 하나뿐이죠.”
그 질문에 아오 소장은 처음으로 반응해 입을 열었다.
“어느 장소에서 만들어 낸, 어떤 약. 이거라면 설명이 가능할 텐데요.”
쿵.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도 모르게 리미터가 풀렸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기에.
“너….”
“예. 관련자였죠. 다시 만나 봬서 반갑습니다. 크림슨★해머.”
분노가 끌어 오른다.
눈앞이 붉게 달아오른다.
그것을 이성으로 이겨 낸다.
이것은 정말 꺼내서는 안 되는 말임을 알기에.
“백시현, 한아빈. 나가.”
“예? 갑자기… 무슨….”
“나가라. 빨리.”
내 말에 담긴 진심을 깨달은 것일까.
한아빈은 백시현의 팔을 붙잡고 빠르게 방을 벗어났다.
찰칵.
문이 닫히고, 소장실에는 나와 아오 소장만이 남았다.
“…지하. 그것 관련 연구자가 아직 살아있었나?”
분명, 모조리 숙청했을 텐데.
그렇기에, 눈앞의 존재를 으깨버리고자 하는 욕망이 끓어오르지만.
내 이성은 그것을 막아 내고 있다.
아오 소장이 살아있다는 의미는 숙청에서 살아남았다는 의미니까.
“전 해당 연구에 대해 반대했던 입장이었으니까요. 연구 윤리에 위반된다고 했더니만 알약을 무슨 수백 개씩 입에 넣어 버리더군요.”
“…그 연구에 성공작은 없어. 내가 알고 있기로는 그랬지.”
“예, 성공작은 없는 게 맞습니다. 그렇지만, 저처럼 한없이 성공작에 가까운 실패작은, 음. 아마 저 혼자 남았네요.”
그녀가 뒤틀린 웃음을 지어 올린다.
“내부 장기 소실, 인지 능력 손상, 각종 정신병, 무지개색 머리. 그걸 대가로 얻은 것이 제어할 수 없는 미래 예지와 눈, 거기에 더해 살아있는 현실 고정기라니 재미있지 않나요?”
하나도 재미없다.
“댁 인생사는 관심 없어. 그보다, 그런 걸 말한 이유가 뭐지? 내가 누구인지 안다면 그걸 입 밖으로 꺼내는 건 자살행위라는 사실을 잘 알 텐데.”
네 동료가 누구 손에 처참한 최후를 맞았는지 모르나?
누구 손에 으깨져 고기가 되었는지 모르나?
“잘 알고 있죠. 거기 있던 연구원들이건, 도망친 연구원들이건 모조리 다진 고기로 만들어 버린 숙청자 크림슨★해머. 아, 이건 칭찬이에요. 그것들은 그런 짓을 당해도 싼 녀석들이었으니 말이죠.”
아오 소장은 그 사건을 마치 자신과 관련 없다는 듯 말하고 있다.
“그러니, 크림슨★해머 당신은 이 요청을 거부하지 못할 겁니다.”
“어째서지.”
여전히 아오 소장의 대화 전개법은 정상이 아니지만, 이젠 익숙해졌기에 나도 평범히 그 말에 답했고.
“지금 연구소를 테러하고 있는 회귀주의자 단체에, 살아남은 연구자가 있다. 라면 어떨까요. 아, 약도 포함해서요.”
그 말에 나는 분노를 모조리 날려버리며 아오의 손을 잡았다.
더없이 차가워진 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