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82)
마법소녀 아저씨 383화(382/671)
383. 기술 연구소에서(2)
사람이 무한히 긴장을 유지할 순 없다.
이건 과거의 인간을 초월한 구 각성자이자 현 영웅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
뇌를 강화하여 반응 속도의 한계를 뛰어넘거나, 수면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뇌의 지구력이 좋아지긴 했지만, 평범한 사람과 비교해 더 오래 정신적인 피로를 견딜 수 있을 뿐 결국 우리의 정신은 아직까진 사람의 범주에 있단 의미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느냐면.
“지루해.”
결국, 긴장과 냉정을 계속 유지하지 못하고 방바닥에 푹 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게 다 알 뭐시기… 소장…. 어…. 그러니까.
AO 연구소장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테러리스트 단체를 향해 날 출격시킬 것처럼 말하더니만, 일주일째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첫날은 제자들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볼 만큼 긴장했었고, 둘째 날은 좀 풀리긴 했지만 운호도 의뭉스러운 얼굴로 포요 하고 바라볼 상태였건만, 아무리 나라고 한들 닷새가 지나자 그냥 평소처럼 배나 벅벅 긁고 말았다.
그래 평화롭다는 건 좋은 일이지.
배나 벅벅 긁는 것도 좋은 일이다.
…테러리스트 사냥을 곧 떠나야 한다는 걸 모른다면 말이다.
차라리 진짜로 평화로워서 긴장을 푼 채 맥주 한 캔 들고 텔레비전이나 보며 배를 벅벅 긁는다면 모르겠다.
지금도 벅벅 배를 긁고 있긴 하지만, 머리 한구석에 곧 테러리스트 사냥을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떠다니는 덕에 도저히 편히 쉴 수가 없다.
그렇게 불편한 편안함을 달래고자 뭐든 좋으니 뭔가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나와 같이 뭔가를 해줄 이. 제자 둘이건 운호건 뭐건 간에 죄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심지어, 촉수마저도.
백시현은 여기 올 때까지 그리 발광했던 것이 거짓말처럼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눈을 빛내며 사라진 후, 저녁 식사 시간에 돌아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대한 열띤 보고를 해나가고.
한아빈은 이틀째에 백시현 좀 말리겠다며 따라가더니만, 곧바로 신경 과학 연구실인가 뭔가를 발견하곤 거기 꼽사리를 껴서 거기서 출퇴근을 하고 계신다.
운호는 복도에서 굴러다니다가 어딘가의 매드 사이언티스트 팀한테 비명을 지르며 납치당하셨고, 촉수는 그보다 한참 성실한 연구자들에게 안전 검사를 다시 받고 있는 중.
그렇게 각자가 할 일을 하고 있기에.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심심한 나는 숙소에서 배나 긁고 있다 이 말이다.
“차라리 테러리스트라도 나왔으면.”
도저히 지루함을 못 이긴 내가 그리 중얼거린 순간.
-테러리스트 경보 발령! 이것은 훈련이 아닙니다!
“….”
-반복합니다! 테러리스트 경보 발령! 연구소 내의 각 인원은 연구실을 벗어나지 않고 실내에서 대기하며….
말이 씨가 되어 버린 나는 멍하니 그 경보를 듣고 있었지만.
“오호라.”
곧, 씨익 웃으며 방을 뛰쳐나갔으니.
“사냥 시간이다!”
하하하하, 빌어 처먹을 테러리스트 놈들. 마침내 나타났구나.
내 지루함을 달랠 제물이 되거라!
그렇게 웃으며 연구소를 가로질렀다.
외부에 있는 인원은 주변 건물로 긴급히 대피하고, 내부 인원은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경보가 들려오지만.
내 알반가.
* * *
수많은 폭발이 연구소 밖에서 흩날린다.
그 폭발의 주체는 AO 소장의 발명품인 상온 핵융합로.
AO 소장은 회귀주의자 테러리스트의 저 짓거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기가 만든 물건이 저리 악용되어 테러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전략 병기들만큼 무시무시하진 않지만, 박격포 이상의 화력을 가진 수류탄만 한 투척 병기.
손으로 사용한다면 분명 사용자도 사망할 것이 뻔한 물건이지만, 기계로 투척하면 그 문제도 해결된다.
당장 테러리스트들 또한 야구공 발사기를 어찌어찌 개조한 것 같은 물건에다가 상온 핵융합로를 넣어 연구소를 향해 발사하고 있다.
그렇게 겉보기에는 동네 야구팀들이 몰려와 술판이라도 벌이는 것처럼 어설프기 짝이 없는 테러건만, 그 화력만은 확실하다.
계속해서 터져 나가는 폭발 속에서, 끝없이 섬광과 굉음이 솟구친다.
박격포 대대라도 온 것처럼, 땅을 초토화하는 끊임없는 폭발.
마치, 전쟁터를 떠올리게 한다.
그것을 행하는 것이 개조된 야구공 발사기 두세 개에다가, 탄환조차 맨손으로 장전하는 꼬락서니가 웃기긴 하지만, 저 화력은 농담이 아니지.
그래, 분명 어마어마한 테러다.
어지간한 군부대가 저걸 당했다면 그대로 몰살당할 정도의 테러.
그렇건만.
“오늘도 활기차군요. 저 현실 감각 없는 멍청이들.”
어째서, 그런 무지막지한 테러를 당하고 있는 연구소 소속 연구자는 이렇게 태평하단 말인가.
당장 내 옆에서 저딴 말이나 중얼거리는 전 미래 먹거리 창조 학회 연구자분께서는 이 광경이 평소와 같은 일상이라는 듯, 커피를 홀짝이며 폭발을 구경하는 대범함까지 보이고 있다.
그래, 너 마침 잘 왔다.
“하나만 물어보자.”
“전 한스 팀장님 괴롭히러 가느라 바쁩니다.”
아니, 막상 그 한스가 없는 장소에서 존칭 내뱉지 말고.
그냥 석사님이라고 해주지 그러냐.
아무튼.
“지금 저 폭발 여기 안 닿는 이유. 보호막 같은 거 아니지?”
폭발은 단 하나도 연구소 주변 부지는커녕 철조망에도 닿지 않고 있다.
“예, 보호막은 아닙니다.”
그렇게 내가 고뇌하는 모습이 재밌다는 듯, 전 악당께서는 커피 냄새가 나는 입으로 실실 미소를 지으며 단답형으로 답한 채, 정말 듣고싶은 말을 내게 들려주지 않았고.
나는 그 얼굴에 주먹이라도 날려줄까 잠시 고민했지만, 곧 하는 수 없이 내가 생각한 정답을 털어놓았다.
“연구소가 움직이고 있는 거냐?”
미친 소리란 거 안다.
아니, 그런데 내 뇌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거 말고는 이 상황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동내 마실 나온 사회인 야구팀 아저씨들은 점점 멀어지고, 저 너머의 풍경은 열차라도 타는 것처럼 흘러가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도출되는 답은, 연구소 자체가 움직이고 있다는 말.
아니 그래도 미친 소리다.
무슨 천공성도 아니고, 널따란 부지의 연구소가 다리라도 달려 빨빨거리며 움직인단 말인가.
그렇기에, 그가 이 답을 부정하리라 생각했지만.
“예, 맞습니다.”
전 악당께서는 흡족함이 가득 담긴 말 한마디만을 내뱉고 미소를 띤 채 커피 잔을 기울였다.
“…아니 씨발 어떻게?”
진짜 이거 천공성인가?
아니면, 밖에서 보면 지네처럼 다리가 생겨서 대지를 달리고 있나?
애초에 유럽에서 여기로 온 게 이상하긴 했는데, 이사 온 것도 아니고 진짜로 이동 가능하다고?
그런 의문 속에서,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가는 야구 빠따 테러리스트 아재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와중.
“여기에 뭐가 있고, 뭘 연구하는지 아십니까?”
고학력자 망할 놈들의 종족적 특성인 질문이 내 귓가에 들려왔기에.
“몰라 새꺄.”
그대로 은근슬쩍 친한 척하는 연구자의 정강이를 걷어차 주었다.
“끄악! 뼈가!”
“안 부러진 거 다 안다.”
내가 사지파괴 관련해서 짬이 얼만데 그걸 모르겠냐.
그러니 오버액션 하지 말고, 그냥 아는 거 털어놔.
그런 의미를 담고 연구원을 쏘아보았지만.
“음. 연구원에 대한 폭력 행위는 충분히 범죄 아닙니까?”
다리를 붙잡고 날뛰던 오버액션을 그만둔 연구원은, 장난이긴 하겠지만 감히 날 협박하겠다는 듯 짜증 나는 말투로 되물으셨다.
그런 말투를 듣고, 어떤 바보 둘이 내 머릿속을 지나갔으니.
하나 알’셸. 둘 매직 위버.
성격이 나쁜 만큼 머리는 좋은 둘.
그리고 이젠 셋이네.
“하아.”
왜 내 인생엔 이딴 녀석들만 꼬이지.
그리고 이런 녀석들한테는 항상 내가 보여 주는 답이 있지.
“좋아, 진짜 폭력이 뭔지 다시 떠올리게 해주마.”
바로. 실력 행사다.
힘이 나쁘면 머리라도 좋아야지를 실감하게 해주마.
팔다리으깨기 전문가의 실력을 보여줄게.
그런 의미가 담긴 말을 내뱉으며 양손에 침을 내뱉고, 망치를 소환한 순간.
“이 연구소는 기본적으로 공간과 법칙. 개념적 근본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합니다. 그건 알고 계시겠죠? 물론 보조적으로 이것저것 많이 다루긴 합니다만, 주력 분야는 그것입니다.”
엄청나게 빠른 말이 연구원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알’셸과 매직 위버한테서는 겪어 보지 못한 반응.
힘 앞에 무릎 꿇고, 자신이 아는 것을 모두 털어놓는다.
힘이 아니라 PTSD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대충은?”
“그럼 AO 연구소장님에 대해서 아시는지요? 그 몸의 특이성에 대해서. 모르신다면 이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시길 바랍니다. 잠시 말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내 단답에 대해 밑도 끝도 없는 장문이 튀어나온다.
…이거 재미있네.
이 상태라면, 뭘 물어보든 다 떠벌리지 않을까.
“알고 있는데, AO 소장의 힘이랑 지금 이거랑 무슨 상관이지?”
그리 생각하고, 답과 함께 질문을 되돌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럼 AO 소장이 살아있는 현실 고정기란 사실도 아시겠군요. 지금 ‘이 연구소는 사실 어떤 공간에 존재한다.’라는 법칙이 삭제된 상태입니다. 때문에 제2 연구소는 어느 지점에 존재하는지 관리국이 조정할 수 있고 지정 가능한 지점은 관리국이 정보망을 뻗어둔 세계 전체입니다.”
우리의 비굴한 악당께서는, 아마 특급 기밀일 정보까지 죄다 쏟아내셨다.
…난 못 알아먹겠지만.
어디 보자. 그러니까.
“이 연구소는 지구상이라면 아무 데나 공간 전이를 할 수 있단 소리지?”
“대충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겠군요. 다만, 그보다 효율이 좋은 방식입니다. 공간 전이는 매번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들어가지만, 이 방식이라면 좌표만을 새로이 덧쓰는 방식으로 기지 자체를 옮길 수 있으니까요. 빠르고 싸게 먹히죠.”
그렇구만, 그걸 실시간으로 행해서 테러리스트한테서 멀어진 거였어.
내가 못 보는 사이 관리국 애들 기술도 참 어처구니없이 발전했네.
공중 전함은 효율이 나오지 않아서 안 만든다더니, 그 대신 통째로 전이하는 미친 연구소를 만들어 놨어.
이 기술을 응용해서 군부대가 통째로 전이하면 그대로 진지 하나가 완성되는 거잖아.
그렇게, 내 머릿속에 상당히 괜찮은 광경이 재생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평야에, 갑자기 우르르 솟아나는 관리국 탑과 영웅들.
영화 속의 한 장면이라도 해도 믿을 장면.
그런 상상 속을 헤엄치던 와중, 갑작스레 의문 하나가 내 머리를 내달렸다.
“근데 그거랑 AO 소장이랑 무슨 상관이냐.”
AO 소장에 대해 말을 꺼낸 것 치고는, 한 번도 언급이 안 되었는데.
그런 의문을 품은 되물음.
“이 기술은 굉장히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그에 연구원은 성실한 답변을 되돌렸다.
“해당 구역의 위치 정보에 대한 정의를 영구적으로 삭제했단 의미는, 반대로 말하면 해당 구역은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 곧, 위치 정보에 대한 정의가 실패한 순간, 제2 연구소는 통째로 소멸합니다.”
상당히 무시무시한 답을.
그리고, 그 답을 들은 순간, 나는 곧바로 정답에 도달할 수 있었다.
현실 고정기, 현실에서 일어날 리 없는 현상.
나라고 한들, 저리 정보가 주어진다면 답을 쉽게 내뱉을 수 있다.
“…제2 연구소를 유지하는 주체가, AO 연구소장인 거냐.”
“예, 맞습니다. 그걸 위해, AO 소장의 몸은 생체적으로 연구소와 연결되어있죠. 또 되물으실 테니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해당 수술은 제가 집도했고, 제 이론에 따라 행해졌습니다.”
그 말에, 나는 아무 말도 내뱉지 않았다.
“…AO 소장님께서 자원하셨습니다. 저는 반대했지만, 소장님께서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자기는 이 정도밖에 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곤….”
그런 내가 불안했던 것일까. 그는 빠르게 자기변호를 시작했지만, 이것이 그의 잘못이 아님은 알고 있다.
이야기가 어쩌다 이렇게 흘러갔을까.
농담 삼아 던진 질문이, 상당히 암울해졌다.
“…AO 소장이, 제2 연구소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것도 그것 때문이냐?”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우리를 순식간에 옮겨왔었지.
우리를 소장실로 안내할 때도 마음대로 공간을 뒤틀었었고.
“예, 공간에 한정해서는 그렇죠. 다만, 현실 조작과 달리 제한도 큰 편이고, 생물에 대한 절단 등도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개체 하나하나가 담긴 공간 전체를 다른 구역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유사하게….”
AO 소장이 가진 세세한 스펙에 대한 정보는 필요 없다.
다만, 그 말로 확신이 섰다.
“AO 소장. 듣고 있지? 나와.”
그녀가 계속 날 보고 있었음을.
그렇게 내가 그녀를 부른 순간.
“이틀. 생각보다 큰 오차였다.”
그녀는 내 앞에 나타나 그리 입을 열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약간 슬픈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