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83)
마법소녀 아저씨 384화(383/671)
384. 기술 연구소에서(3)
“…일찍이 아버지를 여인 저를 먹여 살리고자 어머니께서는 각종 궂은일을 하셨습니다. 저는 그에 보답하기 위해 좋은 대학에 갔고, 대학원과정도 거쳤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었을까요. 박사 학위를 받은 그날, 어머니는 찬 바닥에 쓰러지셨….”
망치로 인한 PTSD가 내 상상 이상으로 매우 심했던 것일까.
옛 악당 연구자는 완전히 맛이 가서는 내가 묻지도 않은 본인의 가정사를 떠들고 계신다.
“루트비히 박사님. 연구실로 돌아가시죠.”
그 모습이 어지간히 처량했던지, 분위기를 잡고 튀어나온 AO 연구소장조차도 난처한 표정으로 고해성사를 하는 악당을 달래고 있다.
“아, 연구. 그게 무슨 소용일까요. 죽은 이는 되살리지 못하고, 사회는 여전히 비참한데. 약한 이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으니, 힘이 필요합니다. 더 큰 힘….”
아니 왜 쟨 갑자기 최종 보스전에 들어간 악당처럼 굴고 있어.
이야기의 적도 아닌 악당 녀석 과거 회상은 듣기 싫은데.
아니, 이야기의 적이라도 갑작스러운 신세 한탄은 듣고 싶지 않다.
“기절시켜도 될까?”
“부디.”
AO 연구소장의 허가가 나오자마자, 나는 곧바로 루트비히 박사의 목덜미를 후려쳤다.
“…어머니.”
그렇게 내 일격에 당한 전 악당은 마지막까지 혼자 쇼를 하시다 기절하셨고.
그 덕에 주변 분위기는 끝없이 얼어붙고 말았다.
대체 이런 상황 속에서 무슨 말을 꺼내란 말인가.
모든 것이 끝나 최종 보스를 쓰러트린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무언가 대화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은 어지간히 눈치가 없거나, 뻔뻔한 사람일 것이다.
“일단 자리를 옮기죠.”
다행히, AO 소장은 이상한 사람일 뿐 뻔뻔한 사람은 아닌지, 기절한 루트비히 박사에 손을 얹어 어딘가로 보내 버린 뒤,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건물 안쪽으로 사라졌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이 있었다.
분명, 쟤 뭔가 꺼냈는데?
워낙 빠르게 스쳐 지나간 일이긴 하지만, 내 감각은 AO 소장의 수상쩍은 움직임을 확실히 잡아내었다.
루트비히 박사의 목덜미에 붙어있는 작은 무언가.
루트비히의 그림자에 가려진 데다가, 그것을 수거할 때 AO 박사도 몸으로 내 시선을 차단했으니 어찌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하게 작은 무언가를 그 손에 담았다.
확실하게 수상쩍어.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상황이 모두 의뭉스럽기 그지없다.
루트비히는 왜 연구소 건물 밖으로 날 따라 나온 거지? 분명 연구원들은 혹시 모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연구소 건물 안으로 대피하라는 지시가 있었는데?
이렇게 생각이 뻗어 나가니, 루트비히 박사가 그렇게 열심히 입을 놀린 것도 수상쩍기 그지없다.
아무리 PTSD가 재발했다지만, 사람이 저렇게까지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다 밖으로 내뱉나?
물론 단순히 내가 과민반응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AO 소장이 이번 사건에 대해 관여했음은 분명하기에.
무슨 일인지 꼭 답을 들어야겠어.
그리 마음먹으며 AO 소장이 들어간 문을 열고 따라 들어갔다.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간 장소는, 소장실이었다.
…뭐야 이거.
곧바로 의문을 가지고 뒤를 돌아보자, 내가 문을 열고 넘어왔던 건물 외부의 광경은 온데간데없이 평범한 복도만이 존재했으니.
이런 정밀 조작도 가능했다고?
이게 되는 거였다면, 처음부터 우릴 데려올 때 모퉁이를 빙빙 돌았던 그건 뭐였을까.
단순한 심술? 아니면, 뭔가 조건이 있나?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앉으시죠.”
…모르겠다.
적어도, 내게 적대적이진 않은 것 같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일주일 만에 또다시 같은 소파에 앉았으니.
인조 가죽의 딱딱함이 몸을 둘러싸는,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소파의 감촉을 느끼며, 곧바로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이걸 노렸나?”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무표정을 유지하는 그녀.
“시치미 떼지 말고, 아까 나올 때 이틀의 오차라고 했어. 그럼 넌 내가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겠지.”
AO 소장과 제2 연구소의 현 상황에 대해 알아차린다.
아마, 그것이 AO 소장이 본 미래에서는 닷새 후에 일어났을 일.
오차로 인해 이틀이 늘어 일주일이 되었지만, 어찌 되었건 그 미래는 현실에 일어났다.
“전 테러리스트의 습격에 대해 말했던 것입니다. 저와 관련된 이야기를 루트비히 영웅에게서 들은 것은 단순한 우연이겠죠.”
그런 내 질문에, AO 소장은 뻔뻔한 얼굴로 그리 답을 되돌렸다.
영웅이라.
그 양반이 각성하는 세계도 있었나.
뭐, 다른 세계 일까진 아무래도 좋고, 중요한 것은 다른 일이다.
“거짓말하지 말고. 아까 그 양반은 누가 봐도 명백히 이상한 상태였어. 아무리 정신이 망가져도 이계 기술이 범벅된 자백제라도 쓰지 않는 한 저런 꼴은 안 된다고.”
네가 의도한 거지?
그것을 돌려 말한 질문.
그 말에 AO 박사는 슬픔이 섞인 작은 쓴웃음을 되돌린 후, 그대로 입을 열었다.
“관리국에 목줄이 잡힌, 특수한 처지의 사람들은 사실 어떤 특별한 처치를 받습니다.”
전혀 연관 없는 엉뚱한 답을 내뱉는 그녀.
여전히 대화가 몇 단계 건너뛴 느낌이지만, 나는 잠자코 그녀의 말에 귀 기울였다.
“위치 기록, 대화 기록, 약간의 반발심 억제, 사고방식 교정, 광범위한 기밀 프로텍트, 기억 소거, 너무 다양해서 다 말할 수 없군요.”
…뭐?
잠깐, 저건 나도 모르는 일이다.
분명 한때 악에 몸담았던 이들을 못 믿는 거야 이해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건 좀 그렇지 않나?
관리국 녀석들 대체 뭘….
“모두 거짓말입니다. 얼굴이 새파래지셨군요.”
“야.”
아니 이 썩을….
놀려 먹을 게 따로 있지.
그렇게 곧바로 쌍욕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다만, 그렇게 하고자 했던 계획은 실존합니다. 그것을 행하기 위해 준비해 두었던 기기도 현실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한 번도 쓰인 적이 없지만요.”
그리 말하며, 그녀는 손가락을 허공에 튕겼다.
눈에 잘 띄지 않게 하기 위함일까.
살구색으로 도색된, 손톱보다도 작은 기계가 허공을 날았고.
잠시 공중을 부유하던 그것은 아무런 전조도 없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아마, AO 연구소장이 공간 조작으로 어딘가 보내버린 것이겠지.
아무튼, 이야기는 대충 알겠다.
“그걸 그 연구원에게 사용했다. 이 말이군.”
내가 그리 말을 내뱉고 AO의 악행을 곱씹은 순간.
“갑자기 무슨 소리신지요? 전 그저 작전 안내를 위해 소장실로 크림슨★해머님을 부른 것뿐입니다.”
AO 소장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채 날 그리 되돌아보았다.
“방금 기계 있었잖냐.”
“무슨 기계를 말씀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얼굴색 하나 안 바뀌고, 시치미를 떼는 그녀.
“비협조적일 거라 예상되는 인간을 조종하기 위한 기계 말이다.”
“관리국은 그런 비윤리적인 기계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이것 봐라? 그래, 이것도 그런 종류구만.
내 전 직장인 암살팀처럼, 관리국의 어둠에 속한 일.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을 어둠.
AO 소장은 그걸 에둘러 말하고 있는 거겠지.
뭐, 그럼 그건 그대로 넘기자고.
“그래서, 나에게 그걸 들려준 이유가 뭐지?”
“연구소를 습격한 테러 단체는 연구소로부터 남서쪽으로 30km 떨어진 계곡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니, 저기요?
대화를 지금 얼마나 건너뛰신 거죠?
“대체 뭔 소리를 하고 있….”
“해당 계곡을 점거한 테러 단체의 총인원 수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만, 대부분이 비전투원이기에 시설 점거에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하리라 예상됩니다. 다만, 테러리스트의 본거지는 다수의 센트리 건과 무인 미사일 터렛, 플라즈마 발생 장치가 배치되어있어, 연구소 상주 경비대로는 제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저기요?”
아니, 그 테러리스트는 전혀 안 궁금하거든?
센트리 건이니 미사일 터렛이니 솔직히 관심도 없다고.
“저렇게 과도한 방어 시설을 일반적인 테러 단체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수상하기에, 작전에 참여하시는 영웅께서는 해당 테러리스트의 자금줄에 관한 자료를 확보해주셨으면 합니다.”
“내 말 안 들리나요? 저기요?”
계속해서 날 무시하고 이어지는 말에 나는 AO 소장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지만, AO 소장은 마치 내가 이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본래 있어야 할 반응 대신 자기가 할 말만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또한, 진입 전에 유의하셔야 할 추가적인 정보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관리국이 얼마 전 이 주변에서 몇몇 빌런을 포착하였습니다. 곧 해당 인원들은 관리국의 감시를 뿌리치고 도망쳤지만, 도주 경로를 조사한 결과, 매우 높은 확률로 해당 테러 단체에 합류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니 빌런이고 나발이고 관심 없다니까.”
어차피 죄다 한 방 컷이잖아.
빌런 새끼들이 회귀주의자랑 손잡았다는 사실이 신기하긴 하지만, 범죄자들 생각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이에, 테러 집단 진압 작전 중. 빌런이 발견될 경우. 기밀….”
어차피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들을 것 같아 나도 AO 소장의 말을 대충 흘려듣던 중, 갑자기 소장의 목소리가 부자연스럽게 끊겼다.
“…기밀 유지를 위한 행동을 부탁드립니다. 빌런의 무력화에 성공할 경우, 연락을 주시면 해당 작업 전담반이 돌입하여 해당 빌런의 신병을 확보할 것입니다.”
저런 절차는 이제 듣지 않아도 알고 있다.
빌런의 존재는 가급적 비밀로 해야 하고, 그것 때문에 빌런 처리 전담반이 따로 있단 사실도.
그런데 왜 저기서 말이 끊겼지?
“아울러, 빌런의 무력화에 대해서는. 가급적 그들의 속죄. 예 속죄가 맞습니다. 속죄를 위해 비살상의 방법을 권유하고 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파악될 경우, 현장의 판단에 따라 사살도 허가하고 있는 점. 미리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밀 유지. 속죄.
지금, 이상하게 강조된 두 단어.
애당초, 나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이런 허접한 작전 내용을 이렇게 길게 줄줄 읊을 필요가 없다.
까고 말해서, 방어 시설이 아무리 대단해도 내가 가서 밀어버리지 못할 녀석들일 가능성은 없으니까.
지들이 무슨 괴인 결사급도 아니고, 어중이떠중이 집합소일 텐데.
그러니, 이 무의미하고 지리멸렬한 대화는 단지 저 두 단어를 내게 건네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보아도 좋으리라.
“해당 작전의 실행 시각에 대해서는 지휘부가 아닌 현장 투입 인원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이걸로 기본적인 전달 사항은 끝입니다. 혹시 질문사항이 있으십니까?”
그렇게 말이 끝나자, 마침내 AO 소장의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
여태껏, 내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아무렇게나 허공을 떠돌던 그녀의 안구가 빤히 날 바라보았고.
나는 그에 질문을 던졌다.
“기밀 유지 조약, 얼마나 걸려있지?”
“연구소의 현 상황과 테러리스트의 신원, 해당 작전 전체입니다.”
뒤 둘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앞쪽. 연구소의 현 상황.
이런 방식의 정보 전달법이라면 스파이짓 할 때 배워뒀다.
그럼 다음으로 던질 질문은.
“빌런 생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을 경우, 해당 인원들의 처우에 대해 물어봐도 되나?”
그놈들이 어찌 처리되는지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빌런의 처우 따위가 아니라, AO 소장의 답.
그렇게, 중요한 정보를 얻고자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 나는 그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고.
“모든 영웅에 대해 속죄를 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그녀는 또다시 속죄를 입에 담았다.
이것은 한 문장 전체가 온전한 정보.
기밀, 속죄.
연구소에 대한 기밀. 그리고 속죄.
…하나 떠오르는 게 있긴 한데.
과연 이게 옳은 것일까.
아마, 이게 마지막 퍼즐이겠지.
“AO 소장의 신변은, 연구소의 현 상황에 포함되나?”
“물론입니다. 연구원 또한 연구소의 일원이니까요.”
그녀는 내 답에 대해 무표정한 얼굴로 답을 되돌렸다.
이걸로 모든 정보가 모였다.
그렇게 모든 답을 얻은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가며 그녀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으니.
“소장도 기밀 유지로 고생이네.”
“별말씀을.”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소장실의 문을 닫았다.
그녀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모두 알았으니까.
그녀는 꽤 강력한 기밀 사항이 걸려있다.
아까 관리국은 특수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여러 제한을 건다고 했었지.
그 말 자체는 확실한 거짓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평범한 인물이 아닌, AO 소장이라면 어떨까.
비록, 제 양심에 따라 지하의 일을 거부하긴 하였지만, 한때 지하의 일원이었던 그녀. 과연, 관리국은 그녀를 자유롭게 놓아주었을까.
아마, 꽤 많은 제약이 걸려있을 것이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것이 그녀 스스로가 원한 일인지, 관리국이 강요하여 행한 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런 수많은 제약이 걸려있단 사실은 확실하기에, 그녀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자신이 처한 사항을 내게 알려 주었다.
그런 몸이 되어도 나는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상관없다고.
기밀이 적용되어 그 누구에게도 내뱉지 못하는 말을.
그렇다면 그녀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나에게 알려 준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을 이 고통에서 구해달라, 내가 사람답지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단 고발?
모두 아니다.
그녀는 그것을 속죄라 말했다.
모든 영웅에 대한 속죄라고.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그녀는 나를 연구소에 머물게 하였다.
“…쯧.”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내 몸을 잠식한다.
오랜만에, 담배 당기네.
이런 짙은 감정은 연기와 함께 내보내는 것이 좋을 텐데.
그렇지만, 이제 와서 흰 막대를 물 수는 없기에.
나는 조용히 금속 막대를 물고 복도를 걸어 나갔다.
각성자뿐만이 아니고 비각성자를 포함한, 전쟁에 참여했던 모든 이를 들쑤신 과거의 아픔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