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90)
마법소녀 아저씨 385화(390/671)
385. 회귀주의자(1)
요즘 세상에서 인간 사이의 분쟁은 사실 많이 줄어든 편이다.
일단 국가 사이의 분쟁.
이게 의외로 상당 부분 해결되었다.
서로 뒤에서 호박씨를 깔지언정, 최대한 국제 연합의 중재 하에서 대부분의 분쟁을 해결한다.
까고 말해서 못 따르겠다면 국제 연합 직할 부대가 출동하던가 관리국 미지원 같은 어마어마한 제제가 총동원되는데 뭐 어쩌겠는가.
이것으로 실존하는 폭력에 의해 분쟁을 유발하는 다툼은 해결된다.
그리고, 대규모의 분쟁이 아닌 단순한 이권 다툼이라면, 국제 연합의 의회 선에서 해결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당연히 내정 간섭이니 뭐니하고 이야기가 나왔지만, 고건 뭐. 어떻게 잘 해결되었다.
그래, 어떻게든.
종교 또한 마찬가지.
이것도 뭐 어떻게 잘 해서, 영웅과 관리국 측에 우호적인 집단으로 만들었다.
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과 방법.
관리국의 어둠에 관여한 이라면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저런 것은 외적인 이유고 실제로는 사람들의 인식이 통째로 변화한 것이 진짜 이유임을.
관리국이 설립되기 전의 15년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자신들의 근본에 자리했던 집단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로부터 퍼져나간 생각이 편견이건 사실이건, 그보다 중요한 지점이 가장 아래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기 자신의 생존, 인류의 생존.
가장 큰 적 앞에서, 주변에 손잡을 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렇게, 사람의 가장 기저에 존재하던 인식이 바뀌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다시 잊혀질 수 있는 인식이다.
그러한 인식이 피어난 15년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혼란스러워서 그랬을 뿐, 다시금 세상이 먹고살기 편해지고, 사회가 안정된다면 다시금 집단 사이의 분쟁은 생겨날 것이다.
과거를 아는 이는 존재하기에.
그에 우리는 씨앗을 뿌렸다.
직접적인 씨앗이 아닌, 간접적인 씨앗을.
미디어, 교육, 인터넷, 소문, 생활상.
타 집단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가질 만한 이야기와 소문을, 자기 집단에 매몰되는 것은 나쁘다는 교육을.
낙후된 지역을 다른 지역만큼 발전시켜 생활상을 바꾸는 일 또한, 그러한 인식 변화 계획의 한 계통.
이런 행동들로 모든 분쟁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화할 순 있다.
저렇게 관리국이 뒤에서 조용히 관여한 수많은 간접적인 방법 중에 어떤 것이 실제로 효력을 발휘했는지는 모른다.
나는 그런 것을 잘 아는 학자도 아니고, 저 인류 단일화 계획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정밀하게 이뤄졌는지도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옛 시대에 살았던 이들은 아직 자신의 기저에 자리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새로이 자라나는 세대에서는 그러한 의식이 굉장히 옅어졌다.
물론, 저렇게 새로이 인식이 생겨난다 한들, 분쟁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딘가에서는 국가의 이름을 내걸고 싸움이 벌어지고 있고, 집단의 이득을 위한 다툼은 끊이지 않는다.
당장 저 모든 분쟁을 주관하는 국제 연합조차도, 의회장에 들어서면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개싸움은 항상 일어나고 있으니.
그렇지만, 적어도 전체를 위해서라면 한발 물러설 수 있고, 자신들에게 손해가 되는 내용이 통과되어도 이번엔 어쩔 수 없지 하고 감내하는.
어찌 보면, 과거 세상에서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평화로운 세계에 가까워졌다.
이를 보고, 사실상 인류라는 전체를 위한 사상에 매몰되었다. 이계와의 전쟁을 위해 다른 의견을 찍어 누른다. 같은 이야기도 자주 돌지만.
아무렴 어떠하랴.
난 이런 세상이 만족스러운데.
이계 기술이 사용된 번역기가 있어 언어라는 소통 문제도 많이 해결된 판이니, 관리국 설립 이후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면 지금보다도 경계가 희미해질지 모른다.
그렇게, 과거 세상에 존재했던 집단의 경계는 희미해져 가지만, 한 집단만은 거기서 예외적인 존재다.
회귀주의자.
이계라는 외부의 힘이 닿은 모든 것을 몰아내고, 순수했던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집단.
그들은 영웅을 이해하지 않는다.
그들은 각성자를 이해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세상을 증오한다.
관리국은 무너져야 할 대상이며, 그것을 용납하는 국제 연합도 존재해서는 안 될 집단이다.
그들은 그렇게 세상의 모든 것을 증오하기에, 그 어떤 조건을 내세워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
유일하게 그들과 손을 잡았던 것은, 불사조 사태뿐.
그조차도 그러한 집단이 아닌, 그런 사상을 가진 몇몇 개인이 합류했을 뿐인 이야기.
그들이 우리와 함께 고난의 길을 행군하며 나누었던 대화가 그것을 증명한다.
‘왜 우리를 그렇게 싫어하지?’
‘…지금의 세상은 이상하다. 그렇기에, 그걸 바로잡고자 한다.’
‘그건 나도 동의하는 말이지만, 그때로 되돌아갈 순 없잖아.’
‘그래,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세상은 멸망하겠지. 형제 중 상당수는 너희가 존재하기에 세상이 이렇게 된다고, 너희가 모두 사라지면 세상은 다시 평화로워진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대체 어쩌자고?’
‘순리에 따르자는 것뿐이다. 멸망해야 한다면, 인간답게 멸망하겠다. 인간을 포기하지 않고, 인간으로서.’
‘그럼, 불사조도 내버려 두지?’
‘너는 지금 죽어가는 사람들이, 인간답게 죽는다고 생각하나?’
‘…아니.’
‘그래, 그런 의미다.’
저렇게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저 집단 중에서는 유화적인 편이라는 사실이, 회귀주의자들의 극단성을 증명한다.
저런 사상이 기본이 되는 한, 우리는 그들과 손을 잡을 수 없다.
특히, 내가 영웅으로서 여기 존재하니 더더욱.
그렇기에, 나는 지금 대지를 내달리고 있다.
쾅.
하늘에서 내려오는 포탄이 등 뒤에서 폭발한다.
포탄, 유탄, 미사일류.
직접적인 투사체가 날아오는 종류는 내게 위험이 되지 않으니까.
탱크나 각성자가 내달리는 평균적인 속도에 맞춘 자동 조준?
난 그보다 몇 배나 빠르다.
폭발에 따른 넓은 범위의 충격파?
직격당한다면 모를까, 가까스로 충격이 도달하는 유효 범위는 내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계곡 사이에서 쏟아지는 방어 병기 중, 내게 유의미하게 타격을 주는 것은 플라즈마 계열 무기뿐.
그렇지만, 그것이 나를 조준하고 사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해야 하나.
아직, 내가 그러한 무기의 사거리 내로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아마, 곧 나올 것 같긴 한데.
그리 생각한 순간.
온다.
직감에 따라, 곧바로 땅을 박차고 몸을 틀었다.
번쩍.
짧은 섬광이 내가 있던 자리에 내리박힌다.
막대한 에너지가 담긴 레이저지만, 저것 자체엔 별다른 의미가 없다.
직격당하면 그 에너지양 때문에 다치긴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다음.
땅에 내리박힌 대량의 에너지가 제어에 따라 레이저가 박힌 주변 환경 전체를 플라즈마화 하고.
남은 에너지가 그것들을 자극하여 안정성을 무너트림에 따라.
팡.
풍선 터지듯 막대한 에너지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당연히, 저 공격도 내가 이미 지나간 후에 발생했으니 별 의미가 없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저것도 웃기기 그지없다.
플라즈마 폭풍 생성기.
저 병기는 이계 기술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
처음 쏘아지는 레이저 자체가 하나의 마법진이다.
해당 마법진은 레이저에 담긴 에너지로 주변을 플라즈마화한 후, 레이저에 남은 에너지로 주변 플라즈마를 빠르게 무너트림으로써 지정 위치에 플라즈마 폭풍을 일으킨다.
과거 기술로도 몇 가지 제한 조건만 만족한다면 개발할 수 있는 무기라지만, 그 제한 조건을 모두 건너뛰고 무기로서 성립되게 만든 것은 그 안에 담긴 이계의 기술.
그런 이계의 기술과 과거의 기술이 결합된 형태의 무기를.
회귀주의자가 사용한다.
이계에서 비롯된 모든 것을 거부하는 회귀주의자가.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을까.
몰아닥치는 화염과 섬광을 발 하나로 주파해내며, 그리 생각한다.
저들은 그저 우리를 싫어할 뿐이라고, 저들에게 있어 이계란 단순히 우리를 싫어해야 할 이유 중 하나일 뿐이라고.
다시 땅을 박차고 몸을 앞으로 내던졌다.
발아래의 땅을 파헤치며 이뤄낸 약간의 전진.
아직 저들의 본거지인 계곡에 도달하진 않았기에, 한순간에 긴 거리를 건너뛰었다고 하긴 좀 그런, 짧은 전진이지만.
그 전진 한 번으로,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내 주변으로 무언가 위험한 것이 더 이상 날아오지 않는다.
총탄, 유탄 계열은 아직 비 오듯 쏟아지고 있기에 몸을 멈추지 않고 있긴 하지만.
조금 전처럼 갑작스러운 돌진이나 급정지 같은 전술 기동은 필요 없다.
그래, 알고 있겠지.
여기서부턴 그런 공격을 하면 아군도 휘말린다는 사실을.
그런, 아슬아슬한 거리다.
플라즈마 폭풍은 확실히 주변 아군들을 갈아버릴 것이고, 포탄 계열도 잘못 터졌다가는 아군을 덮칠지도 모른다.
그것이 확실히 나를 죽일 수 있다면, 아군 손실을 감내하고 사용하는 전략적인 판단을 내릴지도 모르지만.
저들의 시선에서 나는 그 수많은 폭격을 뚫고 지나온 존재. 과연 그 한발이 나를 잡을 수 있을까.
그런 뻔한 생각이 저들 사이에 오간 결과물일 테니.
나는 전술 기동을 그만두고, 몸을 비틀며 주변 상황을 파악한다.
포탑들의 배치, 적이 숨어있는 장소, 유난히 이계의 힘이 느껴지는 존재, 구성원들의 움직임.
한 집단을 멸할 때 필요한 정보들을 모으고자, 의도적으로 천천히 움직이며 공격을 피한다.
전술 기동을 멈추고 평범하게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행동만을 반복해서일까, 예측하기 쉬워진 내 움직임에 따라오는 총알이 몸에 박혀 들고, 근접한 위치에서 유탄이 터져나가지만.
큰 손실은 아니다.
내 몸이 무슨 괴수처럼 단단한 것은 아니기에, 망치로도 쳐내지 못한 총탄이 몸에 박혀 들고, 유탄이 만들어내는 작은 파편과 화염이 내 몸을 간지럽히지만.
그것은 내가 행동을 멈출 이유가 되지 못한다.
특수탄도 아닌, 단순한 총알.
날 막기에는 너무나도 약한 힘이다.
그렇기에, 그 모든 것을 기술과 몸으로 이겨내며, 필요한 정보를 다 얻었다고 판단된 순간.
쿵.
발에 힘을 모으고, 땅을 짓밟는다. 그 충격을 속도로 바꿔 몸을 앞으로 쏘아내.
한순간에 목표 지점에 도달한다.
계곡의 정문, 수많은 이가 숨을 죽이고 나를 향해 총구를 겨눈 장소.
그들은 긴장한 것이 역력한 얼굴로, 내가 본디 있던 장소를 조준하고 있지만.
나는 이미 그들 사이에 잠입하여, 발을 들어 올리고 있다.
내가 누구인가.
나는 관리국의 마법소녀.
어둠에 몸을 담은 이들 중 하나.
한때, 이러한 존재들을 격살했던, 피로 물든 존재.
망치는 괴수의 피로 물들었지만.
내 몸과 정신을 물들인 것은 사람의 피다.
여기엔, 민간인이 없다.
여기엔, 우리가 만든 세상을 위협하는 존재들뿐.
그렇기에, 나는 힘을 해방한다.
이러한 장소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기술을.
모두 무릎 꿇어라.
쾅.
형(形)을 담은 발이 땅을 밟는다.
막대한 이계의 힘이 내가 발을 디딘 장소로부터 퍼져나가고.
내가 본래 있던 장소, 내가 발을 구른 여파로 이제는 먼지 바람만이 남아있는 장소를 조준하던 이들은 이제야 내가 어디 있는지 알아차렸는지 빠르게 고개를 돌렸지만.
늦었다. 버러지들.
곧바로, 그들은 기절한다.
내 막대한 살의가 담긴, 이계의 힘 폭풍을 이겨내지 못했기에.
테러리스트의 절대다수가 그대로 정신을 잃었지만. 일부, 그 힘을 견뎌낸 이가 무어라 소리치며 나를 향해 총구를 겨눈다.
그들을 바라보며, 웃어주었다.
차라리, 기절했으면 편했을 텐데.
쾅.
두 번째 걸음.
이걸로, 모든 것이 정리될 터.
단순히 내 의지의 대변자였던 폭풍이, 물리력이 되어 퍼져나간다.
두 번째 발걸음은 아직 방향성을 지니지 않은 충격파일 뿐이지만.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한 존재에게는, 순수한 폭력이었고.
“컥.”
사방에서 저것과 비슷한 비명이 난무하며,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누군가는 가까스로 이를 악물며 유지하던 집중이, 갑작스러운 충격파로 인해 끊겨버렸고.
누군가는 단순히 이 충격파로 몸이 날아가, 어딘가에 부딪히며 의식을 잃었다.
그렇게, 주변이 정리되었다.
세 걸음은….
천천히 고개를 들며, 주변을 살펴본다.
누군가가 몸을 움직이는가, 격한 생명 반응을 보이며 아직 기절하지 않은 이가 있는가.
그런 존재가 없었기에.
…필요 없겠군.
들어 올린 발을 내리며, 천천히 계곡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무력화한 것은 계곡의 입구뿐.
아직 정리해야 할 버러지들이 한참 남아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