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93)
마법소녀 아저씨 393화(393/671)
393. 즐거운 연구소(2)
요즘 연구소를 돌아다니다 보면 별별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백시현에게서 들었던 예산 브레이커는 우스운 수준에, 나 스스로가 되뇌었던 역신과 같은 단어도 들려오기도 하고, 파괴신이라든가 인과 역전 파괴마 같은 중상모략을 넘어 O급 괴인에게나 붙을 것 같은 단어마저도 귓가에 흘러 들려온다.
저런 별명이 붙기까지의 과정은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참여한 직후 작살나 버린 프로젝트가 요 며칠간 한둘이 아니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 잘못을 모두 내 탓으로 돌리는 건 백 퍼센트 누명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거기 있어서 수많은 기계가 폭발하고 이상 작동을 일으킨다는 것이 저 소문의 주요 논지인데.
애초에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물건을 만든 게 잘못 아닌가.
예전에 라이브러리안과 소련에 갔을 때 들은 것처럼, 영웅 주변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날 확률이 높고, 나는 그게 심한 편이라고 하긴 했으니, 논리적으로 이상한 답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할 순 없지.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밥그릇에 담아 먹던 쌀밥이 폭발하거나 하진 않지 않았던가. 본래 폭발할만한 물건이 폭발한 거지.
즉, 저들은 애초에 자신들의 설계 과정 중, 낮은 확률로 해당 기기가 폭발하거나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을 간과했고, 그 확률이 폭등하여 이러한 사태가 일어난 것뿐이다.
물론, 내가 존재하는 것으로 그런 사고 확률을 그렇게 대폭 상승시킨다는, 검증되지 않은 망상이 진짜라고 한 십만 보 정도 양보해 줬을 때의 이야기긴 하지만 말이다.
이 사건은 모두 우연의 일치다.
우연히 내가 합류하고, 우연히 해당 기기에 있는 설계 결함이 발생했고, 우연히 폭발했을 뿐인 이야기.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너무나도 낮은 탓에, 그걸 겪은 이들은 도발사의 오류인지 뭐시긴지를 일으키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저렇게 낮은 확률에 내가 당첨될 거라면, 아메리칸 파워볼이나 당첨시켜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이상한 현상을 보고 내 통장을 털어 산 200달러어치 파워볼은 죄다 꽝이었단 말이다.
어제 연구원들이랑 내기 포커를 치던 와중에 상대방은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뽑았고 말이다.
아니 씨벌, 미친 듯이 긴장하면서 레이스를 하길래 당연히 허세인 줄 알았는데 카드가 너무 좋아서 긴장한 건 줄 내가 어떻게 아냐고.
풀하우스가 왜 지는데.
왜 난 감정 읽기라는 치트를 쓰고도 처발려서 마지막 통장 잔고까지 다 털린 거냐고.
거기서 올인을 안 했으면 맥주 살 돈 정도는 있었는데.
이제 내게 남은 돈으로는 막대 사탕 하나밖에 못 산다.
망할 인생. 망할 운빨.
그렇게 마지막 남은 돈을 털어, 연구소 매점에서 산 막대 사탕을 입에 물고 복도를 싸돌아다녔다.
“히익.”
“그놈이 온다!”
복도 건너편에서 저런 목소리가 들린 후, 곧바로 문이 닫히고 커튼을 치는 소리가 대놓고 들려온다.
평범하게 저런 취급을 당하면, 화날 만도 하지만 이젠 익숙해졌다.
저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예산을 지키려고 필사적인 상황 아닌가. 그렇다면 미신을 믿을 수도 있겠지.
그렇게 나 자신을 타이르며, 쥐 죽은 듯 조용해진 복도를 걸었다.
그 와중에 인기척은 잔뜩 느껴지는 게 짜증 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연구자들이 전투 병과도 아니고, 비전투 병과에게 은밀성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니까.
그러니, 나는 그들을 애써 못 본 척 하며 복도를 걸었고.
그렇게, 이름 없는 형(形)이라도 연구소에 떨어진 것처럼 조용해진 복도를 내달리던 찰나.
“오늘도 대단한 취급입니다?”
“시꺼. 꺼져.”
최근 갑자기 얼굴 볼 일이 많아진 과학자 한 분께서 말을 걸어왔다.
오늘도 커피 한 잔을 들고, 미치광이 자태를 뽐내시는 루트비히 박사.
“그러지 마시고, 귀 좀 열어 봅시다. 흥미로운 안건을 하나 가져왔으니.”
그는 내 꺼지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내 옆에 찰싹 달라붙은 후, 함께 복도를 걸으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이 놈도 정신이 나간 게 분명하다.
물론 괴수를 만들어서 개판 치는 시점에서 정신이 나간 건 맞지만, 그것과는 또 별개로 미친 게 분명하다.
격일 주기로 나한테 와서 말을 거는 것을 보면, 제 출신과 괴팍한 성격 덕에 이 연구소에서 어울릴 사람이 얼마 없어 나한테 말을 걸며 외로움을 달래는 것 같은데.
애초에 난 이 양반 팔다리를 조져버린 인간 아닌가?
지금도 망치만 보면 트라우마가 도져서 헛소리하는 주제에 나한테 달라붙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마, 돌았거나, 제정신이 아니거나, 미쳤기 때문이겠지.
그래. 지금의 나에게 달라붙는 건 그런 미친놈들밖에 없다.
정상적인 감성을 가진 과학자라면 프로젝트 실패를 두려워하고 잠적하는 상황이니, 내게 다가오는 것은 이 상황 자체를 흥미롭게 보고 연구과제로 쓰려는 또라이거나, 그냥 정신이 또라이인 인간뿐.
그리고, 내 옆에 있는 루트비히 이놈은 양쪽 다에 포함되는 것 같고 말이다.
“….”
그렇기에, 옆의 놈이 뭐라고 하든 말든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사건 사고 기록 잘 보았습니다. 연구소 내부망에 아주 상세히 기록되어 있더군요. 저게 모두 사실이라면, 회귀주의자 테러리스트들은 하람 씨를 연구소로 온전히 돌려보낸 것으로 테러하는 수준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니지 미친놈아.”
하다 하다 내가 테러랑 동급이란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 정도로….
“음. 테러범이 몇 주간 입힌 손해보다. 하람 씨가 연구소에 입힌 손해가 더 크다는 사실 알고 있습니까? 관리국 방위대의 제식 프로젝트 4개 괴멸, 실험장 5개소 폭발, 연구동 하나가 현실 고정기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바람에 차원의 틈으로 소멸, 야밤에 복권 사러 나가신다고 담을 넘는 바람에 에너지 역전 역장 작동 정지. 기타 자잘한 프로젝트는 이미 셀 수도 없는 수준. 중상자 이상의 인명 피해가 없어서 그렇지, 피해 금액으로 따지자면 충분히 훌륭한 테러리스트십니다.”
“엑.”
아니, 저렇게 많이 터졌다고?
아니, 흠. 음.
프로젝트 하나가 괴멸하면, 그와 연관된 프로젝트도 괴멸한다고 치고, 그렇게까지 따지면 도미노처럼 저렇게 되는 게 맞나?
아니 근데 에너지 역전 역장은 뭐야. 난 아무것도 못 느꼈는데.
역시 내 잘못….
은 아니지.
과학자와 기술자가 죄다 조진 걸 왜 내 탓을 한단 말인가.
난 위험한 장소에 내 몸뚱어리를 제공해 준 피험자일 뿐인데.
그러니, 당당하게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내 잘못 아니다. 그것들이 모자란 탓이지.”
“AO 연구소장님을 제외하면 죄다 평화주의에 찌든 멍청이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하람 씨의 인과율도 수상하게 비틀려 있습니다.”
“아니라고 새꺄.”
왜 내 잘못으로 할라 그래.
우연이라고. 죄다 우연이야.
아니면, 제네바 지부 마법사 새끼들과 세 번째 촉수 놈의 합작품이 아직 나한테 남아 있는 거겠지.
그 경우에도, 내 잘못은 아니다.
“그래서 그걸 증명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어떻냐는 이야기입니다. 하람 씨에게 달라붙은
특정 마법소녀 탑승물 무력화 이론
을 무력화할 좋은 기회 아닙니까.”
“아니 잠깐 방금 그 이론 뭐야.”
뭔가 불길한 이름이 지나갔는데.
“아 저거 말입니까? 얼마 전 조엘 박사가 재창한 이론입니다. 본디 검증되지 않은 데이터로 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만, 이 연구소에서 일어난 참사가 기록된 데이터가 그쪽으로 넘어감에 따라, 사실상 반쯤 검증 완료되었다고 보는 중이죠.”
조엘? 뭐 하는 새낀데 내 개인 데이터 가지고 그딴….
잠깐. 조엘. 어디서 들어봤는데.
조엘…. 조엘….
아. 기억났다.
라이브러리안 옛날 이름이잖아.
“라…. 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엘 이 새끼가 은혜를 원수로 갚아?!”
마지막 남은 이성이 가까스로 라이브러리안이라는 영웅명을 내뱉는 건 막았지만, 내 분노를 담은 포효를 어떻게 할 순 없었다.
“아, 아시는 분인가 봅니다?”
“오랜 친구 새끼다아아아아!”
죽일거야아아아아.
“친구라면, 더욱 그 친구의 이론을 망쳐야 합니다. 본디 주장은 박살 나고 수복되면서 단단해지는 법. 정말 친분이 있다면 상대방의 주장을 파괴할 수 있어야 참된 친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프로젝트에 참가….”
“아. 그건 별개고.”
친구의 배신에 한껏 분노했지만, 내 옆에서 속삭이는 미친 과학자의 악마적 속삭임이 들린 순간, 순식간에 분노는 어딘가로 증발해 버렸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그러니, 저 미친 과학자가 나한테 뭔가를 더 들이밀기 전에, 빠르게 복도를 내달렸다.
그로부터 몇 초 후.
기본적인 육체 스펙 차이로 인해, 미친 과학자와 나 사이의 거리가 멀어졌을 때쯤.
“왜 이렇게 시끄럽나 했더니만, 하람 님이시군용.”
내 눈앞에, 막 모퉁이를 돌아 나온, 하늘을 날아다니는 회색 먼지 덩어리가 나타났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요즘 정말 살판났는지 다시 살이 불어난 운호가, 공중을 둥둥 떠다니는 태블릿 위에 누워서 나타났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했다지만, 태블릿을 공중에 띄워서 떠다니게 할 바보는 없을 테니, 저것은 운호가 마법을 이용해 제 탈것으로 사용하는 것이겠지.
항상 보고 싶은 영상물이 나오는, 날아다니는 탈것.
나태의 원죄를 진 부정한 존재만이 할 수 있는 발상이구만.
그러니, 당장 저 나태의 먼지 덩이를 걸레 짜듯 쥐어짜 배에 붙은 지방을 짜낸 후, 페럿 기름이라 이름 붙여 판매해 버리고 싶지만.
“살 좀 빼라.”
지금 내 뒤를 따라오는, 미치광이 과학자한테서 멀어지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그 말만을 남기고 도망치려던 순간.
“욱.”
갑자기 등 뒤의 운호가 뭔가 이상한 소리를 냈고.
뭐야?
아무리 그래도 파트너가 이상한 소리를 내는데 못 본 척하고 넘어갈 순 없어, 다시 운호에게 시선을 돌리자. 괴상한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하람 님. 저…. 속이 이상해요….”
잠깐 눈을 돌린 사이, 급속도로 몸이 불어난 회색 털의 운호.
본래도 살이 찌긴 했지만, 몸이 대폭 불어난 운호는 풍선에 바람이라도 들어가듯 빠르게 커졌고.
이 영문 모를 상황에 내가 당황하는 사이.
“히데붓!”
펑.
운호는 이상한 비명 하나만을 남기고, 폭탄처럼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내 눈앞에서.
툭.
마법 시전자가 사라진 태블릿이 땅에 떨어지고, 살점이 주변에 흩날린 지 10초가량 지났을까.
“…뭐야 씨발?”
마침내 나는 이 이상 현상에서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운호를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녀석이 폭발한 것도 처음은 아니니까, 알아서 돌아오겠지.
당장 운호의 살점도 무슨 슬라임 괴물처럼 천천히 한 곳으로 모이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아니, 근데 왜 폭발해?
폭탄이라도 주워 먹고 다녔어?
아니잖아.
수상쩍은 거라면 털이 회색으로 변한 건데.
그거로 애가 갑자기 폭발할 수 있나?
아무리 과학자들이 막장이라도, 영웅의 마스코트에게 그럴 위험성이 0.1%라도 있는 약을 줄 린 없지.
그럼, 정말로.
“내 탓인가?”
지금 내 눈앞에서, 폭발할 리 없는 게 폭발했는데?
밥그릇 안의 쌀밥이 폭발한 것과 동일한 수준의 무언가가 일어났으니, 이젠 뭐라고 변명도 못 하겠다.
그렇게, 조금씩 모여가는 흰색 살점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사이.
“꽤 신기한 생체 샘플이군요.”
마침내 날 따라잡은 미친 과학자는 생물체 하나가 폭발한 것은 그리 신기한 게 아니라는 듯,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꼬물거리는 운호 조각을 쥐어 들어 빤히 바라보았다.
“일단 그거 내려놓고, 아까 말했던 거 있지?”
나는 미치광이에게 말을 걸었고.
“어떤 것 말입니까?”
내 말을 듣는 그의 얼굴에 삐뚤어진 미소가 드리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고 있는지 알면서도, 굳이 내 입으로 내뱉게 할 속셈이 담긴, 삐뚤어진 성격의 표출.
평소라면 그대로 종아리를 걷어차겠지만,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인과 특이성 실험. 하자고.”
아니, 진짜 이건 해야 할 것 같아.
제네바 때는 그래도 나만 운이 없었지, 지금 보면 나는 별문제가 없는데, 엄한 애들이 나한테 휘말리고 있잖아.
내가 다치는 건 견딜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다치는 건 못 견디겠네.
그나마 터진 게 운호라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 이렇게 되었어봐.
적어도 운호 놈 털 색은 흰색으로 돌아왔네.
대체 뭐가 어떻게 꼬여야 저런 결과물이 나오는지는, 아마 나는 평생 알 수 없을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