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95)
마법소녀 아저씨 395화(395/671)
395. 올려다본, 땅(1)
연구원들이 미쳐 폭주한 실험이 끝난 날로부터 요 며칠간은 상당히 바쁜 나날이었다.
징계위원회에다, 그 꼴을 당하고도 아직도 실험을 계속하겠다는 궁극의 또라이 루트비히 박사에, 털이 흰색으로 돌아온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털 색이 갈색으로 변한 운호에, 이상한 춤을 배워 온 촉수까지.
그 와중 백시현이 소속된 팀에서 무슨 이상한 로봇을 만들어 폭주하는 바람에 내가 나서서 직접 박살 내는 기괴한 사건도 있었다.
제작 완료 후 가동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뭐가 문제지 하고 검토하던 와중, 가동 33분째에 ‘인간은 멸망해야 마땅한 생물이다.’라고 말하며 폭주했다던가 뭐라던가.
그 건을 내가 해결한 덕에, 내게 내려진 징계가 조금 완화되었다.
전투력 자체는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백시현이 뭔 짓을 해놨는지 연구소 내부망이 15분 만에 다 털리고, 관리국 직통 회선까지 타고 들어가 방화벽을 뚫을뻔한 무언가.
전투력 자체는 별 것 없지만, 저 특수한 해킹 능력의 위험성으로 인해 놔뒀다가는 무슨 대참사가 일어났을지 모르는 괴물을 빠르게 퇴치했다는 공을 인정받은 셈.
그 덕에 유급 휴가의 정 끝단에 자리 잡은 유료 노동이라는 절망적인 미래에서부터, 무급 노동으로 징계가 완화되었다.
저 무급 노동에 대해선 나도 처음 알았는데, 관리국 총무부에서 뭔가 새로운 조항을 만들었다던 것 같다.
특정한 기준을 초과한 경우, 관리국은 해당 영웅이 물어야 하는 손해배상을 부담하지 않으며, 지급금을 무이자 할부로 취급하여 지급액에서 원천징수 하도록 한다.
영웅 활동의 특례로서 관리국이 손해금의 90% 이상을 부담하는 제도를 악용하는 영웅이 종종 있어 해당 조항을 신설했다고 적혀 있지만.
특정한 기준이라는 조항에, 총무부와 인사부의 판단에 따라 유동적으로 처리한다.
라고 대충 적혀 있는 걸 보아하니, 아무리 봐도 날 저격하는 것 같다.
자의식 과잉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해당 예시에.
활동 지급금을 더 이상 삭감할 수 없는 자.
경고 횟수가 10회 이상인 자.
해당 인원이 소속된 국가에서 별도의 요청이 들어온 자.
치러야 할 손해배상금의 총액이 해당 인원의 연간 예상 수입의 1,000배를 초과한 자.
라고 적혀 있는 걸 보면, 죄다 나한테 적용되는 거라 날 저격하기 위한 조항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특히, 마지막 줄이 가장 악질적이다.
개인이 예상 수입의 1,000배의 손해를 끼치는 게 말이 되나 싶지만.
나처럼 무한 감봉을 당해 국제 연합이 정한 세계 최저 임금보다 적게 받는 시점에서 1,000배라 해도 더럽게 낮은 금액이 된단 뜻이다.
그마저도 이번에 활동 지급금이 0 이 됨에 따라 무한대로 뻗어나가 버렸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내 알 반가?
애당초 총무부, 인사부랑은 사이가 틀어져도 한참 틀어진 지 오랜데.
작전 비용을 아끼라느니, 해당 인원은 산재처리를 할 수 없다느니.
그때마다 사무실을 뒤집어 줬더니 내 평판은 나락으로 가 버렸지.
연구부나 의학부, 기술개발부, 지휘부 등에는 지인이 있어 커버가 되지만, 저쪽은 지인도 없어서 뭐 어떻게 날 커버해 줄 사람도 없었고.
현장과 멀어진 덕에 근래 투덕거릴 일이 없긴 했는데, 지금 이렇게 다시 생각하니 열 받네.
솔직하게 말해서, 작전 비용을 낮추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그깟 마법부여 수류탄 얼마나 한다고 좀 아껴 쓰라는 말을 하는지.
사람이 작전행동을 하다 보면 그깟 거 수백 개 정도 쓸 수도 있고, 잘못된 장소에 떨구고 아 여기 아닌가벼 할 수도 있지.
서류에 적힌 금액보다 암살팀이나 특무팀 대원 하나 키우는 게 더 비싸고 큰 문제란 말이다. 머저리들.
그리고 뭐? 강화약 과다복용 부작용은 산재처리가 안 된다고? 관리국 방위팀이 정한 복용 상한을 넘겼으니 자기 책임이라고?
아주 그때는 지럴이 가관이셨지.
내가 쳐들어가서 사무실을 엎어 버리니까 특례라며 선심 쓰는 척하시길래, 아예 본부까지 가서 엎어 버리니 저 규정이 바뀌더라.
세상엔 돈보다 중요한 게 많은데, 그놈의 돈이 뭐가 문제라고 저리 시끄러운지 모르겠다.
아무튼, 총무부, 인사부에 대해 이래저래 말했는데, 요약하면 이거다.
“그러니까, 이 불쌍한 영웅에게 맥주 한 캔 사주시는 게 어떤가 하는 겁니다. 매점 담당자 양반.”
내가 이 짓거리를 수십 년 동안 했지만, 명세서에 0이라고 찍힌 건 처음 봐서 통장에 21원밖에 없거든.
그리고 어제 같이 포커친 애한테 빚진 10달러도 갚아야 해.
이럴 때 필요한 게 현석이인데, 현석이는 이상하게 요즘 연락을 안 받는다고.
한 번 통화한 적이 있긴 한데. ‘이하람이냐?’ 하는 질문에. ‘어 돈 빌….’ 라고 답하니까 바로 끊기더라.
“사탕 하나 줄 테니 좀 가 주시면 안 될까요?”
“그건 어제도 받았어.”
“예, 그러니까 그냥 좀 받고 가시라고요.”
제길.
칼라베라야. 언제 오냐.
나 더는 이렇겐 못 살겠다 야.
* * *
그렇게 쫄쫄 굶으며 연구소를 돌아다니는 명물이 된 지 3주가 지났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밥은 직원식당에서 공짜로 나오니 굶은 것은 아니지만, 애초에 나는 밥을 먹을 필요가 없는 몸이니, 진정으로 식사라고 할 만한 건 정신 건강을 위한 주전부리인데, 그걸 못 먹으니 굶었다고 할 수 있다.
매일같이 매점에서 헛소리하며 지나가는 연구원을 삥 뜯는 나는 아예 연구소 명물이 되었다.
뭐라더라.
이상할 정도로 연구소 정보통인 시현이가 말해 준 내용인데.
파랗고 하얀색인 아이가 지나갈 때 음식을 바치면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탈 없이 진행된다나 뭐라나.
어째 요즘 연구원들이 얌전히 뭘 사주더니 그런 내막이 있을 줄이야.
역신에서 행운을 불러오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은 좋아할 일이지만.
어째 내 취급이 무슨 환상의 괴생명체가 되어가는 느낌인데.
뭐, 아무렴 어떠랴.
날이 갈수록 아빈이가 날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이상해지는 것 같지만, 그 또한 아무래도 좋을 일.
아무튼,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침내 칼라베라가 도착하는 날이 왔고.
나는 연구소 정문으로 나가, 담담히 황야를 가로지르는 그를 맞이하였다.
그리고, 그런 내가 그에게 처음으로 낼 말은 정해져 있었으니.
“칼라베라.”
“그래. 소식 들었다. 과거에 파묻힌 악이 땅을 파헤치며 모습을 드러냈노라고.”
아니, 그건 아무래도 좋고.
“돈 좀 빌려줘. 나 죽겠어.”
“…죽음은 그리 가깝지 않다. 이하람. 특히 너라면 더욱 그렇지.”
아니 가까워.
인격적으로 죽을 것 같거든.
* * *
결국, 칼라베라는 내가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지는 것에 지쳤는지, 기름진 음식과 맥주를 사주었고.
그것을 모두 들이켠 나는 칼라베라를 제자들에게 소개도 하지 않고 현장으로 끌고 갔다.
방위대가 지키는, 사건 발생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장소.
내 명령에 따라 그 무엇 하나 수습되지 않은 계곡은, 지옥으로 변해 있었다.
어딜 가든 풍겨오는 부패취.
시체를 먹고 번식한 수많은 벌레와 동물들.
그런 것들이 수없이 존재하는 장소에, 우리는 발을 디뎠다.
그렇게 시체 썩은 장소 특유의 끈적거리는 지면을 터벅터벅 걷자.
좀 눈치가 있는, 쥐나 새. 그리고 검은 광택으로 유명한 벌레는 우리가 나타나자 모두 자취를 감추었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며 덩어리를 이루는 검은 파리들은 우리 앞길을 가로막았고.
나는 별다른 감정을 내비치지 않은 채, 그것들 앞에서 대기했다.
평소라면 저것들을 몰아내고자 바람이나 충격파를 불러일으키겠지만, 지금은 괜찮다.
내 옆에 있는 이가 누구던가.
죽음과 관련된 모든 현상의 전문가.
칼라베라가 있지 않은가.
“…해산하라.”
그런 그가 파리 때 앞에 서서 그리 읊조리자.
파리로 이뤄진 검은 안개는 순식간에 흩어져 제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시야를 가로막던 안개가 사라지자, 안개에 가려진 참혹한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으니.
무너진 돌 사이로 해골이 나무처럼 솟아난 땅.
시체가 썩은 자리에 흔히 있는, 밟으면 이상하게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뭔지 모를 덩어리들은 이 자리에 모인 벌레와 동물들이 해치워 모두 사라졌지만, 살점의 잔재인 갈색 얼룩이 사방에 흩어진 장소.
그런 광경을 마주한 나와 칼라베라였지만.
나는 물론이고, 칼라베라도 아무런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너무나도 자주 본 풍경이기에.
나조차도 이런데, 애초에 이런 쪽 전공인 칼라베라에게는 더더욱 익숙한 광경이겠지.
그렇게 깨끗해져 시야를 방해하는 것이 없게 된 장소에서.
우리 둘은 천천히 주변을 훑었다.
그러기를 약 30초.
“감지되는 존재가 있나?”
“없어. 네 쪽은?”
“이쪽도 마찬가지다.”
좋아.
그럼, 작업을 시작하자.
저벅.
그런 의미를 담아 내가 한 걸음을 앞으로 발을 내디디자.
칼라베라는 등 뒤에서 흰색 장갑을 끼곤, 천천히 내 뒤를 따랐다.
목표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돌 사이에 파묻힌 해골.
내가 30걸음도 되지 않는 장소에 있는 해골 앞에 도달해 주변을 살피자, 칼라베라는 장갑을 낀 손으로 아직 피부 일부가 남은 두개골을 들어 올렸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해골의 텅 빈 안와와 눈을 마주쳤다.
그 과정에서, 두개골 안에 남아있는 썩은 살점들이 주륵 흘러내려 그의 옷과 장갑을 더럽혔지만, 그는 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두개골을 노려보았고.
1분쯤 지났을까. 그는 천천히 두개골은 본래 자리에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수상쩍군.”
“뭐가?”
“시신의 상태.”
“뭐가 이상한데. 매번 말하지만 너 말고는 아무도 못 알아듣는 말 하지 말라고.”
우린 영혼이고 뭐고 안 보이거든? 강령술사 양반?
내가 보기에는 썩은 살점이 아직 남은 평범한 해골이야.
“시신에서 어떠한 영적 반응도 느껴지지 않는다.”
“죽은 지 오래돼서 그런 거 아냐?”
“그렇다곤 해도, 영혼이 남았던 흔적, 혹은 잔류 사념은 남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상하군.”
딱.
그리 내게 설명하는 칼라베라는 시쳇물에 젖어 갈색에 가까운 녹색의 손가락을 튕겼고.
부스럭.
조금 전까지 칼라베라가 만지던 해골이 자신을 짓누르던 돌을 들어 올리며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의 육신임은 분명. 혹여 누가 진실을 감추고자 거짓된 시신을 준비했을 가능성을 생각했지만….”
딱.
칼라베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손가락을 튕겼고.
두개골을 목에 짜 맞추려던 해골은 그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결국, 뭔 소리냐?”
강령술 쇼를 빤히 바라보던 나였지만, 칼라베라가 무엇을 수상쩍게 생각하고, 무엇을 검증하려 했는지 알 수 없었기에 나온 질문.
“영적인 방법만으로는 저 시신이 살아있었음을 증명할 수 없다. 그러니, 내 힘으로도 저것의 삶을 읽어 정보를 뽑아낼 수 없다.”
“…엉?”
아니 잠깐 뭔 소리야.
내가 칼라베라의 말에 당황하는 사이.
“흠. 이 자가 특별한가. 아니면, 이 구역의 모든 이가 그런 것인가.”
칼라베라는 시쳇물이 묻지 않은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저 너머 돌산들을 향해 입을 열었고.
“확인이 필요하다.”
칼라베라는 그 말과 동시에 자신의 허리춤에 매달린 해골을 쓰다듬었다.
딸칵. 딱. 딱. 딱.
해골이 이를 딱딱거리는 소리.
칼라베라의 허리춤에 매달린, 데포르메 된 해골은 보석으로 된 눈을 빛내며 이를 딱딱였고.
그때마다, 흰 빛무리가 이빨 사이에서 퍼져 나왔다.
사방으로 밝게 빛을 흩뿌리는 빛무리.
그것은 잠시 우리를 감싸며 빙빙 회전하더니, 서서히 흩어져 돌의 틈 사이로 파고들었고.
모든 빛무리가 땅속으로 사라져, 다시 어둠이 내려앉은 순간.
쿵. 쿵. 쿵.
큰 땅울림과 함께.
쾅. 쾅. 쾅.
사방에서 해골이 솟아올랐다.
자신들을 구속하던, 돌을 박살 내고, 내던지며.
그렇게 영원히 돌 아래에 파묻혀있을 뻔했던 사체들은, 한 명의 강령술사에 의해 다시 빛을 보았고.
수많은 해골은, 질서정연하게 발을 놀리며, 칼라베라 앞에 모여들었다.
그런 대규모 소생으로부터 약 5분.
어지간히 깊은 장소에 있었는지, 팔다리가 박살 난 해골 하나가 남은 손 하나로 몸을 질질 끌며 우리 앞에 도달했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는지.
“수고하셨습니다.”
칼라베라가 내뱉은 말 한마디에, 그 해골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다시 주저앉았다.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백골과 썩은 살들.
그것을 우리는 무표정하게 바라보았고.
곧, 칼라베라는 시체를 향해 나아가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하나씩 확인합시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