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97)
마법소녀 아저씨 397화(397/671)
397. 올려다본, 땅(3)
칼라베라는 내가 구조해 낸 시신과 대화를 이어 나가고 있다.
내게 영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칼라베라와 영혼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알 수 없지만, 내 귓가에 들려오는 칼라베라의 목소리만 들어도 칼라베라가 상대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맥락상 얻으려는 정보와 전혀 연관이 없는 대화가 오가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그것이 칼라베라의 방식이기에 잠자코 기다려 주었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변화가 나타났다.
칼라베라가 이야기를 끝냈는지 몸을 일으키자, 마치 그에 맞춘 듯 어설프게 형체를 유지하고 있던 시신이 지면으로 쓰러졌고.
어째서인지 나조차도 알 수 없지만,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고 있자.
“…뭐야.”
믿을 수 없는 것이 보여, 자연스레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한 사람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시신이 무너진 마지막 자리.
그 자리에는 하나의 빛이 남았다.
주변의 상황과 관계없이, 그 자리에서 고고하게 빛나는 작은 빛.
태양이 솟아오름에 따라, 밝은 빛이 우리 위에 내리쬐고 있지만, 작고 약해 금방이라도 사그라질 것 같은 빛무리는 자신의 존재를 그 자리에서 증명하고 있다.
너무나도 미약한 빛을 품고 있어, 더 큰 빛 안에서는 그 존재조차 인지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던 빛무리는, 태양을 거스르며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저렇게 약한 빛이라면, 태양 빛에 파묻혀 보이지 않아야 할 터인데.
천천히 하늘로 솟아오르는 약한 빛은 자신이 여기 존재함을 증명하는 듯, 태양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잃지 않은 채 하늘로 솟아올랐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것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너무나도 천천히 하늘로 솟구치기에, 그것을 계속해서 바라보는 것이 시간 낭비란 생각을 머릿속에 품었음에도.
그 빛에 매료되어, 눈을 떼지 못하였다.
수많은 생각이 솟아오른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째서, 나를 믿고 그런 행동을 보인 것일까.
삶의 마지막에, 무슨 생각을 하며 죽었을까.
그런, 덧없이 스러진 한 사람의 최후에 관한 생각.
그리고, 그런 한 명의 삶에 관한 생각 사이로 얽힌, 나조차도 왜 이런 생각을 떠올리는지, 왜 그것을 지우려 해도 계속해서 떠오르는지 알 수 없는 생각.
저 빛,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작고, 단순한 빛이다.
색조차도 특이한 것 없는 순백색. 그 형상도 평범하게 작은 빛이라고 하면 떠올릴 법한 무언가.
그렇기에, 생각을 지웠지만.
몇 번이고, 그 생각은 내 뇌리를 다시 가로지른다.
마치, 그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듯.
그렇지만, 나는 결국 그것을 끝까지 떠올리지 못한 채, 빛의 입자가 하늘 저편으로 사라져 내 시야에조차 닿지 않게 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작은 빛이 머나먼 여행길을 떠나는 것을 배웅하고, 고개를 내리자.
“보이나?”
어느새 다가온 칼라베라가 얼굴을 들이밀며 그리 질문해 왔다.
“아니. 씨발. 미친. 뭔데?”
그런 칼라베라의 기행에 놀란 나는 뒤로 점프하며 욕설을 내뱉었지만.
칼라베라는 내 욕설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빤히 날 바라보았고.
“….”
그렇게 날카로운 시선만이 내게 박힌 채 침묵만이 유지되길 약 30초.
칼라베라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제 오른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보이는가?”
그런 칼라베라의 질문에 나는 뭔가 있나 싶어 살짝 눈을 날카롭게 좁혀보았지만.
역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뭐 없는데?”
“흠. 영혼을 좆길래 자질이 생겼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군.”
으잉?
“그런가 싶긴 했지만, 그 빛 입자 정말로 영혼이었다고?”
아니, 정말로?
“영혼이었지. 그리고, 지금 내 옆에도 한 분이 자리해계신다. 어째서인지 안 보이는 모양이지만.”
내가 칼라베라의 말에 당황하며 그리 되묻는 동안, 칼라베라는 자연스럽게 손을 움직여 허공에 있는 무언가와 악수를 나누기 시작했다.
물론, 난 악수하는 상대가 보이지 않아, 칼라베라가 팬터마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만.
칼라베라가 이런 안건에 대해 장난칠 타입도 아니고, 조금 전의 빛 입자는 영혼이 맞는 모양이다.
영혼이 보인 사실 자체는 이론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이상한 푸른 세계를 본 반동으로, 영혼을 보는 시야를 얻었다고 하면 말은 되니까.
본디 그런 이상한 것을 보는 눈은 한 번 보는 게 어렵지, 한 번만 보고 나면 그 뒤로는 쉽게 보이는 일은 흔한 거니까.
저런 시야 개방 현상은 관리국에 의해 인증된 명확한 사실이다.
한 번 보고 나면 정보를 처리하는 사고 패턴이 새로 생긴다나 뭐라나.
사람마다 각자 해당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전혀 달라 해당 데이터를 표준화한 후 프로토콜화 하는 건 불가능한 모양이라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현상이 존재하는 것 자체는 이미 증명된 사실.
문제는, 내가 빛 입자는 멀쩡히 본 주제에, 칼라베라 옆에 자리한 누군가는 못 본다는 것.
…무슨 차이가 있나?
그리 생각하며, 뭔가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 칼라베라를 빤히 바라보며 생각을 이어 보았지만.
응. 모르겠다.
내가 그렇지 뭐.
뭔가 중요한 것 같으면서도, 따져보면 별거 없는 현상인 데다, 검증할 비교 자료도 없어서 모르겠다.
그리 생각을 끝마친 후, 이것도 내 머리통 어딘가.
‘신경 쓰이는데 해결이 눈곱만큼도 안 된 의문.’
폴더에 쑤셔 박아놓고 칼라베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정보는 얻었냐?”
“그가 말해 주었다.”
허리를 굽히고 땅에다가 뭔가 이상한 걸 그리고 있긴 하지만, 제대로 답을 돌려준 칼라베라.
칼라베라의 이상한 짓거리는 제쳐두고, 정보를 얻은 건 다행이구만.
프로히비션은 안 불러도 되겠어.
정말로 다행이야.
“그래서, 뭐라든?”
“그도 그들이 어떤 존재고, 어디로 도망친지는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의문에 대한 답을 주었지.”
그렇게 말을 한 번 끊으며, 땅을 내려다보던 칼라베라는 다시 몸을 들어 올렸고.
“이들의 영혼이 어째서 모두 갈취당하였는가. 그것은, 약 때문이었지.”
칼라베라는 손에 묻은 흙을 털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 내용은 꽤 충격적이었으니.
“…약?”
“그래. 약. 그가 말하길, 그들이 건넨 약을 먹을수록 동료들이 난폭해지고, 생각이 극단적으로 변하였으며, 죽은 순간 자신과 다르게 영혼이 어딘가로 뜯겨나갔다고 한다.”
그리 담담히 정보을 고하는 칼라베라의 말투는 여전히 반쯤 무기질적이었지만, 그의 얼굴엔 어두운 감정이 서려 있었다.
…뭐야 그거.
먹으면 영혼을 갈취하는 약?
성격도 변하고?
“본인들은 성격 변한다는 걸 모르나? 관리국의 기록상으론 이 녀석들 여기 자리 잡은 지 몇 달 되지도 않았을 텐데?”
짧은 시간 성격이 급격하게 변했는데, 부작용을 인지 못했다고?
그에 놀라, 빠르게 그리 되묻자.
“약을 먹지 않은 사람만이 그것을 눈치채었다고 한다. 약을 먹은 이들은 그에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았다고 하지.”
저 정보가 사실이라면, 너무 위험한데 이거.
지하 깊은 곳의 공장에 관한 정보가 노출될 위험성이 있더라도, 저 건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위험한 내용이다.
경구 섭취만 하여도 내가 잔혹하다고 느낄 만큼 사람을 변화시키는.
심지어, 섭취하는 당사자는 자신이 변하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약.
어쩌면, 저 약엔 정신 조작 효과도 있는 게 아닐까.
약을 건넨 박사들의 말이라면 무조건 옳다고 믿게 하는, 심리적 자주성을 무너트리는 효과.
정보를 우리에게 전해 준 그는 모든 정보를 우리에게 전하진 못한다.
그는 조직에 속한 한 명의 사람이었을 뿐이니까.
그러니, 저런 몇몇 정보는 본인도 알 수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효과는 사실 존재하지 않고, 순수하게 그가 말한 효능만이 존재한다고 해도, 극도로 위험한 약이고, 이 상황이 끔찍한 건 변함없다.
만약 저게, 뒷 세계에서 퍼지고 있다면?
관리국이 박사들에 대한 정보를 잡아내지 못했듯, 약의 정보도 놓치고 있다면.
최악의 가정이지만, 이 가정이 옳다면, 지하에 관한 정보가 공개될 작은 위험성은 문제가 아니다.
물론, 지하에 관한 것도 절대 외부로 알려져서는 안 되겠지만, 적어도 그것이 밝혀질 자그만 위험성 때문에, 이 정보를 관리국에 알리지 않는 것은 본말전도나 마찬가지.
그렇게 결론이 지어졌으니. 이제 빠르게 행동할 뿐.
“칼라베라! 돌아간다! 빨리 관리국에 보고를….”
그리 외치고, 칼라베라를 돌아보았지만.
“아직이라네.”
그는 조용히 땅을 바라보며,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아니, 아직은 뭐가 아직이야.
지금 당장 움직여도 늦을 판에.
칼라베라의 이상한 행동에 화가 솟구쳐, 그에게 다가가 팔을 붙잡았다.
“뭘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해. 관리국에 우선 경고부터….”
“선조를 부를 것이다.”
….
행동을, 멈추었다.
칼라베라의 입 밖으로 나온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기에.
그리고, 그제야 나는 칼라베라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땅에 박혀 있는 조그만 해골과 기하학적 문양.
그는, 처음부터 이것을 수행하고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칼라베라가 가진 S급 기술.
엘 디아 데 무에르토스.
죽은 자의 땅에서 선조를 부르는.
평범한 강령술사에게는 불가능한, 사자 소생이라는 위업의 증거.
비록, 소생한 상대와 소통도 불가능하고, 칼라베라의 힘이 유지되는 한이라는 조건이 딸려있긴 하지만.
그 어떤 강령술사도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는, 사자 소생을 불안정하게나마 가능케 하는 유일한 기술.
문제가 있다면.
“전투 상황도, 세계 멸망의 위기도 아닌데, 호출에 응하겠냐.”
소환이 실현될지는 칼라베라가 정할 수 없다.
칼라베라는 그저 죽은 자의 땅에 호소할 뿐.
가혹한 현재를 이겨 내도록, 힘을 빌려 달라는 호소를.
호소에 응하여 나타나는 이들의 질과 숫자는 극도로 불안정하건만.
칼라베라는 소환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우선 필요한 것은, 망자의 땅에 도달하기 위한 막대한 숫자의 영혼.
이것 또한 막대한 댓가지만, 이 기술의 진정한 대가는 이 기술의 효과가 종료된 후.
죽음과 접한 칼라베라는, 반드시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비록, 그것이 진정한 죽음이 아닌, 거짓된 죽음이긴 하지만.
몸에 서린 짙은 죽음의 향취에 의해 모든 치유를 거부하는,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가사 상태.
잠든 그가 언제 깨어날지, 과연 깨어나긴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막대한 영혼이 소비되는 것을 제외하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음에도 사용 횟수가 극도로 적은.
칼라베라의 S급 기술.
그것을 칼라베라가 사용한다고 말하는 것은.
칼라베라는 나 이상으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 그에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탐지에 특화된 선조가 내려온다는 보장은?”
“당연히, 없지.”
“그럼 프로히비션을 부르자. 그 녀석이라면 금방 올 거야.”
“안 된다네.”
“…관리국 정보 탐색반 불러. 지하에 관련한 정보가 노출될 위험성이 있지만, 그 정도는 감안해야지.”
“안 된다네.”
“…심장부에 있는 보물 사용하자. 대가는 이쪽에서 처리할 테니.”
“안 된다네.”
안 되긴 뭐가 안 돼.
“이깟 일에 목숨을 걸 생각이냐.”
“이깟 일이 아니라네. 대규모 영혼의 갈취란 있어서는 안 될 행동. 강령술사로서 그것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네. 그리고, 보험은 마련해 두었으니.”
그리 말하는 칼라베라는 힐끗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평소보다 한참 작은 해골.
아마, 소환의 규모가 작으니 돌아올 패널티도 작을 거라는 생각인가.
그래, 그렇긴 하겠지.
그렇다 한들.
죽음은, 죽음.
돌아올 확률이 높아질 뿐이지, 반드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목숨을 걸 장소가 틀렸다고. 미친 새끼야.”
“우리의 목숨은 그 누구보다 가볍다고 한 것은, 그대라네.”
칼라베라의 말에, 나는 숨을 삼켰다.
날 당황케 하는 한마디.
그것을 들은 내 행동은, 잠깐의 망설임으로 나타났고.
그 잠깐의 망설임 사이.
웅.
마력이 울린다.
칼라베라의 주변에서부터 넓게 흰빛이 퍼져 나간다.
하늘로 올라갔던 영혼과는 다른, 좀 더 덩치가 있는 빛 덩이.
영혼을 볼 수 없는 눈으로도 볼 수 있는, 칼라베라가 보유하고 있는 영혼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빛을 뿌리기 시작한다.
엘 디아 데 무에르토스의 발동이 시작되었다.
이젠, 멈출 수 없다.
내 잠깐의 당황을 틈탄, 급작스러운 발동.
이제, 이 현상에 내가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니, 나는 그저 멍하니 칼라베라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빛이 뭉쳐 만들어 내는, 뼈로 이루어진 순백의 다리를.
그 건너편을 바라보며, 무언의 호소를 해 나가는 칼라베라를.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그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
그래, 그는 돌아올 거다.
매번 발동에 대해 걱정했지만, 칼라베라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던가.
더욱이, 이번엔 필사의 각오로 사용하는 기술도 아니다.
그러니, 걱정은 나중으로 미루자.
지금 필요한 것은 다른 것.
지금 내가 해야 할 일.
“야, 이 해골바가지 병신 새꺄!”
칼라베라에게 외친다.
친구에게,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는 목소리를 담아.
“니 뒤지면 내가 어떻게든 부활시켜서 내 손으로 저승으로 보내버릴 테니 절대 뒤지지 마라!”
사자 부활? 어떻게든 할 거다.
내 안에는 지옥도 소환할 수 있는 미친 강령술사가 있다고.
고작해야 미친 박사 두 놈 잡겠다고 이렇게 뒤져나가면, 몇 번이고 부활시켜서 몇 번이고 처죽일거다.
그 말에, 저 너머에 호소를 끝내고 고개를 돌린 칼라베라가 반응했다.
약간의 미소.
칼라베라는 무어라 말하지 않았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행할 뿐.
“죽음은 곧 새로운 시작일지니, 망자의 땅에서 해골 다리를 타고 오실, 굽어살필 선조를 부르노라!”
작은 해골이 지면에서 솟아오른다.
선조가 일어난다.
성공일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