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98)
마법소녀 아저씨 399화(398/671)
399. 아아 위대한 아메리카(2)
얼티메이트는 한아빈과 인사가 끝난 후, 백시현과 인사를 나누려 했지만, 백시현은 얼티메이트에 대해 뭔가가 마음에 걸리는지 인사하는 내내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그에 대해 얼티메이트는 크게 웃으면서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한 후, 손바닥으로 백시현을 두드리는 것으로 인사가 마무리되긴 했지만.
뭐어어언가가 이상하단 말이지.
카피바라에 맞먹는 친화력으로 어디서든 끼어드는 백시현이 뒤로 슬슬 몸을 빼다니.
백시현이 저렇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다만, 백시현이 밖으로 내보이는 감정에 담긴 것이 악의나 그런 것이 아니라, 순수한 의문과 이해 불능이란 감정에 가까운 것 같으니, 얼티메이트에게 뭔가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악수를 끝낸 백시현에게 곧바로 달라붙어 질문을 던졌다.
“넌 또 왜 그러냐?”
물론, 얼티메이트에게 들리지 않게 정말 조용히 속삭이면서.
물론, 이런 행동이 아무 소용없다는 사실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은신이나 비밀주의라는 개념이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 백시현은 보나 마나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사방에 울리며 시끄럽게 떠들 테니까.
그렇지만, 그런 내 예상은 순식간에 빗나갔으니.
백시현은 내가 직접 말을 걸었음에도, 평소처럼 시끄럽게 굴지 않고 멍하니 얼티메이트와 악수를 나누었던 손을 바라보았다.
아니 얘 진짜로 왜 이래.
“시현아. 정신 차려라. 정신 안 차리면 입에 액체X 흘려 넣어 버린다?”
그리고 기절해서 악몽을 꾸겠지.
그런 내 협박이 먹힌 것일까.
백시현은 마침내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스승님. 하나 여쭤볼 게 있어요.”
“뭔데.”
네 꼬락서니를 보면 엔간히 궁금한 모양이니 웬만한 건 다 답해주마.
그리 생각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은 순간.
“저, 얼티메이트라는 영웅. 정말로 강한 거 맞죠?”
폭탄이 터졌다.
내가 전혀 예상도 대비도 못 한, 압도적인 폭발력을 가진 폭탄이.
백시현 딴에는 나름 조심스럽게 행동한다고 목소리를 낮춘 모양이지만.
저 근육 덩어리가 백시현의 목소리를 들었음은 명백하다.
저쪽도 제 딴에는 못 들은 척하려는지 움직임을 멈추고 휘파람을 불고 있지만, 그 동작이 어마어마하게 어색할뿐더러, 근육이 파르는 떨리는 것은 숨기지 못하고 있다.
망할 것들 같으니.
어떻게 만난 지 몇 분 되지도 않아서 일이 이렇게 꼬이는 거야?
일단 얼티메이트도 사람 됨됨이가 제 근육만큼은 하는지라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명백하게 실례되는 행동임은 분명.
나도 주변 분위기를 망치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아득히 뛰어넘은 상식 밖의 폭탄이 떨어질 줄이야.
이 상황을 정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얼티메이트는 상황이 어찌 굴러가든 참고 기다려줄 테니, 시현이부터 어떻게 처리해야겠지.
그렇게 생각의 방향성을 잡은 나는, 눈앞의 얼빠진 제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말해 줄 수 있니?”
어째 내 말투가 이상해진 것 같지만, 아마 스트레스 때문일 것이다.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벌을 받아야 하는 걸까.
“음. 스승님이나, 스승님 친구분들처럼 강한 사람이 가진. 음? 뭐라고 해야 할까요?”
막상 대참사를 실시간으로 일으키고 계시는 당사자께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말이다.
나라고 알겠냐?
“시현아. 중요해. 지어내도 좋으니까 아무거나 좀 말해 봐.”
결국, 견디지 못한 내가 그렇게 시현이를 탈탈탈 털자.
“아! 아우라가 달라요! 아우라가! 뭐라 설명을 못 하겠는데, 분위기? 대충 그런? 아마도?”
아마도가 뭐니. 대충은 또 뭐고.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답이었기에 몇 번 더 백시현을 캐물어 보았지만, 막말 대잔치 백시현께서는, 그 이상의 답을 돌려주지 못하였다.
그렇기에.
“그렇다는데.”
하는 수 없이, 근육에게도 내가 들은 답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내 소관을 벗어난, 인지 밖의 사태 같으니 자기들끼리 알아서 처리하라고 해.
그렇게 이야기를 끝내고 어떻게든 멀어지려던 순간.
“과연! 그런 이야기로군!”
우리의 미친 근육께서는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우렁찬 포호를 내지르며 내 손을 붙잡고 날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놔라.”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진 나는 그에 어떻게든 저항하려 해보았지만.
“하하하! 괜찮네! 이 오해를 풀 테니 지켜봐 주게!”
우리의 뜨거운 근육질 변태는 내 말을 완전히 무시하며 그 열기를 뽐내셨다.
오해고 나발이고 난 관심 없으니 둘이서 해결 보라고 쌍욕을 내지르고 싶지만, 그런 말을 내뱉기도 전에 나는 백시현 앞에 강제로 끌려오게 되었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알겠네!”
나는 관심도 없는 두 사람의 오해 풀기 사이에 끼어들게 되었다.
옆의 더워 죽겠는 근육 변태가 내뿜는 찌든 열기는 덤이고.
“크림슨★해머와 내가 가장 다른 점! 그것은 바로!”
쿵.
자제심은 어디 팔아 드셨는지 모를 덩치가 자기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자, 고릴라가 가슴을 두드린 것처럼 거대한 소리가 충격파와 함께 퍼져 나갔다.
“이계가 열리고 15년! 그 잔혹한 전쟁터를 겪었는가 아닌가 하는 차이지! 나는 지식으로만 알고 있기에, 그 시대의 잔혹함을 겪은 자 특유의 분위기가 풍기지 않는 것이 분명!”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해석 미쳤네 그래.
나도 옛 시대의 영웅과 현시대의 영웅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것은 마음가짐과 그걸 깨달은 비율상의 문제일 뿐.
얼티메이트처럼 실제로 힘이 있다면, 구세대와 신세대는 그런 것으로 구분할 수 없다고 본다.
저런 얼토당토않은 이론이 통하려면, 너처럼 머리까지 근육이어야….
“아? 그런가요? 마음가짐이 평소에 겉으로 드러난다…. 그럴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세상은 망한 것 같다.
백시현이 저런 사기꾼스러운 이론에 한 방에 넘어가 버렸어.
“그러니 걱정하지 말게! 나는 강하니까! 뭣하면 한번 대련해 보는 것은 어떻겠나!”
그리 말하며, 근육을 부풀리며 프론트 랩… 망할 자세가 뭔 상관이야.
아무튼, 개짓거리를 이어나가시는 우리의 얼티메이트.
그런 자세 잡기 헛짓거리야 하든가 말든가 내 알 바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그 내용에 있다.
대련? 대에에에련?
지금 이 바쁜 상황에 대련?
내가 이 근육 열기 사이 속으로 불쾌함을 참고 끼어들어 중재한 이유가 바로 시간이 아까워서인데, 이것들은 더더욱 시간을 낭비하시겠다고 하고 있네.
“너 이 새끼 이리 좀 와 봐.”
그렇기에, 불쾌함을 감수하며 얼티메이트의 발목을 질질 끌어냈다.
그렇게 백시현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대화가 안 들릴 법한 거리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그 녀석에게 말을 던졌으니.
“얼티메이트 너 이 새끼, 오기 전에 상황 설명 들었지?”
“어떤 설명 말인가? 약? 아니면, 적대적 대상? 아니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나? 기밀까지 포함해 어지간한 정보는 다 훑고 왔다네.”
아무래도 다 듣긴 했나 보군.
“다 들었으면 알겠네.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해. 대련 따위 할 시간은 없다고.”
그리 생각하고, 이 정도면 알아들었을 거라 싶어 떠나려는 순간.
“그래. 다 알고 있지.”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항상 열기에 차 있던 그답지 않은, 냉정 침착한 목소리.
특별한 것은 아니다.
얼티메이트라고 해도 항상 시끄럽게 굴리는 없으니까.
그렇기에, 조용히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칼라베라가 대가를 치러 아슬아슬하게 그들의 본거지를 붙잡은 것도, 한시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큰 사건이 벌어질 것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지.”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목소리지만, 그 담담한 목소리에 나는 오히려 열이 솟구쳤다.
대가?
말로 하면 그렇게 간단하지?
칼라베라는 가사상태에 빠져있어.
일반적인 선조로는 그들을 탐색할 수 없었기에, 한계를 뛰어넘은 선조를 불러낸 반동으로 말이지.
그나마 위치를 포착해서 다행이지, 자칫 잘못하면 아무 성과도 없을 뻔했다.
“말로만 하면 그렇게 쉽지? 그렇게 상황을 잘 알면 빨리 움직이기나 해. 곧바로 이동한다.”
그렇기에, 솟구치는 화를 외면으로 뿌리지 않은 채 내 안에 삭히며, 애꿎은 얼티메이트에게 화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아니, 그렇기에 오히려 지금 대련을 해야만 하지.”
“귀까지 근육으로 막혔냐? 못으로 뚫어줄까? 지금. 당장. 가야 한다고.”
내가, 더욱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상대보다.
“무슨 생각에 그러는지는 잘 알고 있네. 이 작전은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아야 할 작전, 그렇기에, 손에 닿는 믿음직스러운 이. 네 제자를 쓰려는 것이겠지.”
“그래서 뭐. 불만이냐?”
“불만보다는, 걱정이라고 해야 하겠지. 과연, 그들이 이번 작전을 수행할 충분한 인재일지 말이야.”
그를 쏘아본다, 내 안에 피어오르는 분노를 담아.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두 영웅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네. 조금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저 두 명은 굉장히 잘 단련되어 있어. 제 스승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말이지.”
“….”
이제는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저 녀석을 쏘아본다.
“그렇지만, 그걸로는 부족하지. 지금 우리가 가려는 장소는, 그대조차 말살에 실패한 강대한 적과의 싸움이 기다리는 장소. 거기서, 제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를 묻는 것이지”
나는 그를 노려본다.
누구보다도 뜨거운 열기를 내면에 품었음에도, 그것을 제어하는 그를.
“어차피 그 녀석들은 본 작전에 참여하지 않을 거다.”
“적의 본거지에서, 사고가 일어난 뒤엔 늦지.”
“내가 지킬 거다.”
“제 몸을 지킬 수 있다는 보장은 필요하지.”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냐?”
“지상 최강의 영웅 둘. 그걸로 충분하지.”
그는, 그리 말하며 가슴을 폈다.
평소처럼.
나는 그가 가진 자신감과 이론에 대해 무어라 해줄 말이 없었기에.
“…빨리 끝내라.”
그 말만을 내뱉고 땅에 앉았다.
그 말을 들은 그는 씩 웃으며 이빨 미소를 내비쳤고!
“스승의 허가가 떨어졌다! 자! 너희가 가진 모든 힘을 내게 보여 보거라!”
그는, 평소처럼 뜨겁게 외치며, 제자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나는 제자들과 떨어진, 구석진 장소.
햇볕이 들지 않는 장소에서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저, 다음 작전에 관한 생각과.
그 누구보다 뜨거우면서도, 냉정한 남자를 내가 싫어한다는 사실을 곱씹으며.
그리고, 그것을 제어하여 햇볕 아래로 나올 때쯤엔, 대련 준비가 끝난 뒤였다.
시간상으로는 그리 길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