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399)
마법소녀 아저씨 400화(399/671)
400. 아아 위대한 아메리카(3)
내가 없는 동안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모르겠지만, 대련은 평소대로 진행되고 있다.
백시현과 한아빈이 콤비인 대련.
백시현은 그렇다고 치고 한아빈이 말려든 이유는, 얼티메이트가 말했듯 아마 처음부터 의도가 둘의 힘을 시험하기 위해겠지.
백시현이 그런 실례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어떤 방법으로 대련까지 이야기를 끌고 갔을지는 알 수 없지만, 얼티메이트가 이런 일을 벌인 의도를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백시현보다는 한아빈이 메인 타겟일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저 둘을 구워삶았으리라.
룰이 어떻게 정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평범하지 않을까.
준비 땅 하면 시작, 살상 계열은 안 됨. 뭐 그런….
“내가 공격하는 것은 개시하고 30초 후! 죽일 각오로 공격해 봐라!”
응, 아니구나.
하긴, 얼티메이트가 그럴 리 없지.
그보다 30초라. 꽤 넉넉하게 여유 시간을 줬네.
그리 생각하며, 덜 풀린 감정을 삭인 채, 대충 지면에 주저앉았다.
“안 줘도 된다니까요!”
얼티메이트의 그런 패널티에 대해, 백시현이 방방 뛰고 있지만, 그 말에 반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아빈도 조용히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이고 있을 뿐이고, 방방 뛰며 체력을 낭비하는 것은 백시현뿐.
그렇기에, 그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판단한 얼티메이트는 대련 구역 밖에 핸드폰을 꽂아 넣으며 입을 열었다.
“전투 개시는 30초 후! 알람이 울리면 시작하도록 하지! 그 후 다시 한번 알람이 울리는 것은 30초 후! 그때부터는 내가 공격을 시작할 테니 주의하도록!”
“필요! 없다구요!”
백시현은 입으로는 그리 말하지만, 얌전히 전투 자세를 잡았다.
“그렇게 말할 기운으로 내게 한 방 먹이도록!”
얼티메이트는 그리 껄껄 웃으며 백시현의 말을 완전히 무시했고.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낸 얼티메이트가 시작점으로 돌아온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백시현조차도 이 이상 떠들지 않고 상대를 노려보았고.
바람만이 소리를 유발하는 한적한 들판에서.
영원과도 같은 30초가 지난 후.
삐익.
대련의 시작을 알리는 부저가 핸드폰에서 울림과 동시에.
“시현아!”
“응!”
곧바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한아빈이 그대로 앉아 쏴 자세로 주저앉고, 백시현은 빠르게 얼티메이트를 향해 내달렸다.
은빛 망치를 쭉 늘어트리며 빠르게 내달리는 백시현.
그렇지만, 그 행동은 내가 의문을 품게 하기 충분했으니.
왜 저러지?
너무나도 직선적이고, 단조롭다.
평소의 백시현이라면 무기 생성이든 분신 소환이든 뭐든 하며 달려들 텐데, 지금은 단지 망치를 들고 달려가고 있을 뿐.
나처럼 아무런 능력이 없다면 모를까, 다양한 힘을 가진 백시현이 할 만한 행동은 아니다.
설마, 얼티메이트가 봐주고 있으니, 그동안은 백시현도 대충 상대할 생각인가?
그렇다면, 그건 악수다.
백시현과 한아빈이 얼티메이트를 이기기 위해서는, 처음 30초 내에 자신이 가능한 모든 공격을 박아 버리는 것만이 유일한 승리 플랜.
그런데, 그런 황금 같은 30초를 어설프게 날려 버리….
내 생각은, 거기서 끊겼다.
뭔가가 일어나기 시작했기에.
파직. 파직. 파지직.
허공에 스파크가 일고, 샛노란 빛의 분신들이 튀어나온다.
한아빈이 어찌나 갈궜는지, 이제는 백시현처럼 제복과 비슷한 무언가를 입고 나오는 백시현의 분신.
물량으로 밀어 버릴 생각인가.
그런데, 왜 공간 장악이랑 같이 안 나온거지?
한아빈이 무릎을 꿇고 가만히 있는 걸 보면, 아빈이가 모든 연산을 보조하고 있을 테니, 지금쯤이면 전개에 성공했을 텐데.
공간 장악과 같이 나오지 않는다면, 순수한 번개 덩이일 뿐인 백시현의 분신은 인간을 조형하는데 연산력과 힘을 낭비한 전기 공격일 뿐.
그리 생각하고, 그들이 든 무기를 살핀 순간.
곧바로, 새로이 의문이 피어났다.
…무기가 없어?
9체의 분신은 모두 맨손으로 허공에 자리해 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완전히 맨손은 아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알 수 없는 구체를 손에 든 분신이 아홉.
…아니, 아니다.
구체는 내가 알고 있는 물건이다.
분명, AO 연구소장이 만든…. 상온 핵융합….
아니 잠깐.
“설마 저거 던질 생각은 아니지?”
아니라고 말해 줘.
만약 이 예측이 옳다면, 대참사가 따로 없다.
아무리 얼티메이트가 죽일 각오로 덤비라고 했다지만, 대련 중에 폭발물을 난사했다?
그로 인해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내 책임론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몸을 일으킨 순간.
“연산 완료!”
한아빈의 소리가 높이 울리고.
이어
“개(開).”
백시현의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모든 것이 틀어지기 시작한다.
철컥. 철컥. 철컥.
분신이 손에 든 핵융합로가 빛을 발하기 시작하고.
분신은 각자 다른 행동을 취한다.
그렇게 움직이는 분신들 속에서.
백시현은 망치를 들어 올리며 외쳤으니.
“전(戰).”
쾅.
망치가 땅에 내리친다.
우웅.
막대한 마력과 함께, 큰 마법진이 땅에 그려졌나간다.
미친.
나는, 속으로 그런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건, 아니잖아.
얼핏 보기만 해도, 말도 안 되는 구성이 사용되었다.
마법소녀 기반의 전기 마법.
무인 기반의 오리지날 형(形).
백시현 본인의 능력은 아니겠지만, 인류의 기계 기술.
마법소녀의 마법이 아닌, 순수한 마법이 그리는 마법진.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백시현의 공간 장악을 열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전기가 빠직거리는 공간이 아니라, 필터 한 겹이 씌워진 것처럼 약한 흐릿할 뿐인 공간.
그것이 망치를 내리친 위치에서부터 넓게 퍼져 나갔고.
“멋지군!”
그 영향권에 든 얼티메이트가 감탄사 한마디를 내뱉은 순간.
팡. 팡. 팡. 팡. 팡.
수많은 타격음이 시작되었다.
다섯 명의 백시현이, 필드 내부를 내달린다.
분신이 아닌, 온전한 색을 가진 백시현들.
그들은 내가 본 존재 중 상위권에 속할 속도로 얼티메이트를 향해 공격을 내지르고 있다.
순간 속도만 따지면, 이미 뇌신에 한없이 근접한 공격.
물론, 뇌신의 강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도 있지만, 에너지를 힘으로 변환하는데 제한이 없다는 게 주요함을 생각해 보면, 아직 뇌신이 이 녀석보다 약하다고 보긴 힘들지만 말이다.
그리고, 뇌신에 근접한 건 순간 속도만.
여전히 평균 속도와 한 방 한 방에 담긴 일격은 뇌신에 비하면 모자란 상황.
그렇다곤 해도 그것을 수많은 백시현이 커버한다.
분신이 아닌, 물리적 실체를 가진 다섯 백시현.
혹시 뭔가의 작용으로 분신이 변한 거라 생각했지만, 내 감각은 그것을 부정한다.
저 다섯은, 모두 백시현 본인이다.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한지는, 내가 분석 전문가도 아니라서 모르겠다.
이미 저기 사용된 기술은 여러 기술이 다 중첩된 결과물이니까.
그런 백시현 다섯이, 필드 내에서 번개화된 상태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수많은 무기를 소환해 쏘아내고, 그 자리에서 무기를 스위칭해 얼티메이트를 타격한다.
…미쳤구만 진짜.
나도, 저건 못 이긴다.
물론, 리미터가 풀리지 않은 상태 한정이지만 말이다.
그럼, 얼티메이트는 이것에 어떻게 대항할까.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얼티메이트는 모두 막아 내고 있다.
입으로 해설을 곁들이면서.
“미래 예지를 사용한 다중 현실의 중첩이로군! 본체를 생성하는 힘은, 무기 생성의 변조고!”
쟨 어떻게 아는 걸까.
“모자란 에너지는 외부에서 끌어왔군! 이 필드 자체는 스스로 만들어낸 형(形)과 마법의 복합식이고!”
무인들이랑 마법사가 싫어하겠네 그려.
공격당한 당사자가, 저렇게 태평한 걸 보면 알겠지만.
백시현의 공격은 모두 틀어막히고 있다.
팡. 팡. 팡. 팡. 팡.
얼티메이트가 만들어내는 염동력 장벽에 가로막혀서.
가끔 그런 장벽을 꿰뚫을 강공격이나, 빈틈을 노린 정타가 있지만.
“흡! 더 강하게 쳐야 내 피부를 뚫을 수 있다네!”
팡.
얼티메이트의 강화된 근육은, 그런 공격마저도 튕겨 내고, 그런 행동이 카운터로 작용해 오히려 공격한 상대방을 날려 버린다.
진짜, 말도 안 되는 녀석이야.
무슨 만화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절대 무적의 몸뚱어리.
내 공격같은 거에는 멀쩡히 뚫리니 정말 무적은 아니지만, 어중간한 녀석들은 정말 답도 없다.
분명, 백시현의 저 새로운 공간 장악은 엄청난 기술이다.
외부 도움이 있다지만 저것을 짜낸 것만으로도, 이미 백시현이 천재인 것을 증명하는 기술.
그렇지만, 결국 절대적인 공격력이 모자란 기술이다.
수많은 백시현이 나와 공격을 가하지만, 결국 그것은 백시현의 분신.
얼티메이트의 방어를 뚫기 위한, 절대적인 공격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문제가 있다면.
“헉. 헉.”
숨이 차오르는 소리가, 다섯 번 울린다.
공간을 열고 채 20초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인데도 말이다.
백시현의 스테미나가 고갈되기 시작한 것.
역시, 저 기술은 막대한 힘을 소모한다.
외부 에너지로 커버하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겠지.
대련 시작 전 길길이 날뛰던 것과 다르게, 백시현은 이 30초에 사활을 걸었던 것이 분명하다.
한 가지 문제는, 얼티메이트가 백시현의 상상 이상으로 강했을 뿐.
저 정도면 그래도 합격점이겠지.
그리 생각하고, 결말이 뻔히 보이는 대련을 멈추려는 순간.
…아빈이 어디 갔지?
한아빈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저 공간 장악의 보조를 하고 있어야 할 한아빈이.
그리 생각하고, 사라진 아빈이가 있을 법한 장소.
다 지쳐 쓰러지는 백시현 곱하기 다섯과 근육 하나가 있는 장소로 눈을 돌린 순간.
번쩍.
붉은빛이 거점 안을 가득 채우고.
얼티메이트가 얼어붙었다.
감각 장악.
한아빈의 비장의 수.
그렇지만, 얼티메이트의 보호를 뚫을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을 텐데.
만전의 상태였던 백시현도 뚫지 못한 보호다.
지친 백시현은 물론이고, 한아빈이 기습한다 한들 그게 가능할 리….
후욱.
불길함이, 솟아오른다.
언젠가 느꼈던 마력의 파장.
악몽이 시작되었던, 옛 동료의 마력 파장.
그것이 느껴지는 장소.
얼티메이트의 머리 위를 향해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리자.
그것이 보였다.
하늘에서 얼티메이트를 향해 일직선으로 떨어져 내리는 한아빈.
그 손에 들린, 붉게 빛나는 화살.
한아빈의 손에서 흘러나온 피로 붉게 물든 그것은, 뭐라 이루 말할 수 없는 잔혹한 붉은빛을 뽐내며 빛나고 있다.
“….”
피의 마법.
정말로, 한아빈이 이어받았나.
고민할 거리가 늘었구만.
저 기술의 공격력은 얼마나 될까.
아마, 죽진 않겠지.
그리 생각을 끝마친 순간.
푹.
붉은 화살이, 얼티메이트의 방어를 뚫고 근육에 박혀 들었다.
얼티메이트의 근육이 움찔했다.
처음으로, 공격이 성공한 것을 가리키는 명확한 증거.
여기까지가, 딱 30초.
내 체내 시간도 그것을 확인했기에, 대련을 강제로 종료시키고자 돌입하려는 순간.
빰빰빰 밤 빰바밤.
어디선가 많이 듣던, 호흡기 달린 가면을 쓴 것 같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내가 니 애비다의 주제곡이 땅바닥에 박힌 핸드폰에서 흘러나왔다.
아니 저게 뭔.
전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 울려 퍼지는 바람에, 놀라 돌진 타이밍을 놓친 순간.
“그으으으으으레이트!”
펑.
압도적인 폭음이 터져나갔다.
빠르게 부활한 얼티메이트가 외치는, 거대한 포효.
“정말 대단하군! 대단해! 자네들에게 30초를 준 내 눈이 틀렸던 것이로군!”
얼티메이트는 그리 외치며, 몸을 굽혔고.
“사과의 표시로! 내 공격을 보여 주지!”
등에 화살이 꽂힌 그는, 그리 말하며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오른손 하나를 뒤로 쭈욱 빼며, 근육이 부풀기 시작했고.
그것을 멍하니, 두 제자가 바라보았으니.
지쳐 쓰러진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백시현과.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이게 뭐죠?’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한아빈.
아마, 저 표정을 보면.
뭔가 얼티메이트를 한 방에 무력화시킬 기술을 화살에 담은 모양인데, 그게 엇나간 모양이다.
물론, 우리의 뜨거운 근육. 얼티메이트에게는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었고.
“붐! 퍼어어어언치!”
BOOOOOOOOOOOM!
근육 바보가 내지른 펀치로 인해, 얼티메이트의 앞쪽에 있는 모든 것이 개그라고 생각될 만큼 화려한 폭발과 함께 터져나갔고.
제자 둘은 별이 되어 하늘을 날았으니.
그렇게, 대련이 끝났다.
* * *
“선배님. 일어나 계신가요?”
목적 지점까지 이동하기 위해 탈것에 탑승한 이후, 계속 저기압인 채 짐칸에 누워 유리창 너머 하늘을 가늘게 뜬 눈으로 쳐다보는 나에게 한아빈이 말을 걸어왔다.
“왜.”
여전히 기분이 좋진 않지만, 엄한 사람에게 짜증 내며 화를 풀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한아빈의 말에 반응해 조용히 눈을 떴다.
“아, 일어나 계셨네요. 몇 가지 궁금한 게 생겨서요.”
“평지풍파를 일으킬 만한 질문은 아니지?”
백시현 녀석처럼 말이다.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음…. 선배님이 싫어하실지도….”
아빈이가 말을 더듬는 걸 보면, 뭔가 내 성질을 건들일 만한 질문인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뭐, 괜찮을 것이다.
아빈이가 백시현처럼 사태 파악을 못 하는 녀석도 아니고, 적당히 한번 고른 질문이겠지.
그리고, 지금 이상으로 기분이 나빠질 수 있을까.
그러니.
“일단 말해 봐라.”
몸을 일으키지 않은 채, 그리 답을 돌려주었고.
한아빈은 잠깐 숨을 들이켜 입가를 달래고, 이어 입을 열었다.
“선배님. 얼티메이트 영웅 싫어하시죠?”
“어. 싫어해.”
그래도 이제 얼티메이트 부를 때 님은 빠졌구만.
그건 어찌 되었든, 내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무난한 질문이었다.
아빈이가 생각지도 못한 내 역린을 밟을 가능성도 생각해, 곧바로 화를 제어할 준비를 갖춰 놓았건만, 별 쓸모가 없었네.
“혹시, 왜 그러신지 알 수 있을까요? 이제 갓 만난 참이라 얼티메이트 영웅에 대해 모두 파악한 건 아니지만, 평범하게 호감 가는 인물상이던데….”
너무 얼티메이트에게 좋은 말이라, 저 앞 운전석에서 부동자세로 운전하고 있는 얼티메이트에게 점수를 따려는 목적이 있나 의심이 들 정도의 말.
그런 말을, 약간 말끝을 흐리긴 했지만, 끝까지 말을 이은 한아빈.
약간 말끝을 흐린 것도, 내가 얼티메이트를 싫어한다고 단언했기 때문일 것이다.
뭐, 아빈이 성격상 점수를 따려는 목적은 아닐 것이다.
그저, 얼티메이트가 그런 존재일 뿐.
그리고, 틀린 말도 아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내 성격도 나쁜 편은 아니지만, 난 좀 폭주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평소에는 부처님 수준으로 자비롭지만, 역린을 건드리면 폭발해서 싹 밀어버리는 타입이지.
그에 비해, 얼티메이트는 아무 사건에나 얼굴을 들이미는 참견쟁이 성격임을 제외하면 정말 모난 데 없는 성격이다.
그런 그를 내가 싫어하는 이유라.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긴 하지만, 특정한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이해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설령 아무런 이유가 없더라도 그저 그 사람이 싫다라는 이유만으로 더없이 깊고 짙어지니까.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싫어하는 사람이 하면 나쁘게 보이거나 의도를 의심하듯.
그러니, 가장 결정적인 이유이자, 내가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이유는. 이것일 것이다.
결국, 첫인상 문제지.
“처음 만난 날 저 새끼가 날 레이디라고 불렀거든.”
듣고 있지? 얼티메이트.
“…예?”
그런 내 말이 이해가 안 된 것일까, 한아빈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지만. 이건 중대 사유다.
“지보다 한참 선배인 걸 알면서 레이디 취급하길래, 그대로 가랑이 사이를 걷어차 줬는데, 육체 경화로 막아 내더라. 나쁜 새끼야 아주.”
뭐, 결국 그런 것이다.
남들에게 말 못 할 여러 이유가 있긴 하지만, 첫 만남에서 호감도가 극한으로 떨어져 버렸으니까.
“…네?”
한아빈은 자기가 제대로 들은 게 맞냐는 듯, 또 물어봤지만.
그 의뭉스러운 말은.
“그땐 아팠지!”
운전석에 앉아, 큰 소리를 내지르는 얼티메이트에 의해 차단되었고.
“닥쳐.”
나는 부츠를 벗어, 운전석의 얼티메이트에게 내던졌다.
그때 이 부츠로 저놈을 조지지 못한 아쉬움을 담아.
저 새끼도 마법소녀 특제 3초면 끝나는 간편 원터치 물리적 성전환을 해줬어야 했는데.
무성(無性)도 다른 성별이니 성전환이 맞다.
그 뒤 뭘 택할지는 자기 나름이겠지만.
망할 녀석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