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03)
마법소녀 아저씨 403화(403/671)
403. 위대한 차 도둑(2)
사람이 녹아내린 불길한 사건이 일어났으니,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
우선, 제자들이 이 현장을 보지 못하도록 멀리 떨어트려 주변을 살피게 한 것. 다만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차량이 도둑맞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이상 현상이 일어났으니, 절대 둘이 떨어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렇게 제자들에게 지시를 내린 뒤 나는 얼티메이트와 함께 현장 검증을 진행하고자 그를 불렀지만.
얼티메이트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채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절대적 시간으로 따지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한때 차량이었던 고철에 탑승한, 한때 인간이었던 고깃덩이는 빠르게 흘러내리며 원본의 형체를 상실했다.
대체 무슨 현상인지도 알 수 없어 섣불리 시체를 건들지 못하는 동안, 그나마 인간의 형체를 유지했던 그것은 빠르게 허물어져 자동차 시트에 흡착되거나, 운전석 아래에 자리한 바닥에 켜켜이 쌓여 나갔고.
얼티메이트가 도착한 시점에서 남은 것이라고는 고기 죽 위에 둥둥 떠다니는 눈알 정도밖에 없었다.
그 광경을 보고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라곤.
대체 왜 눈알은 남는 거고, 뼈는 왜 또 없는 거지.
라는, 지금 상황과는 전혀 관계없는 얼빠진 생각뿐.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광경 앞에선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눈알과 입고 있던 옷만을 남긴 채, 수분이 잔뜩 들어간 것 같은 허여멀건 건더기만이 잔뜩 남은 녹아내린 사람.
녹은 살점을 가득 담고 있는 무언지 모를 투명한 액체도 평범한 물이 아닌지 빠르게 증발하거나 흡수되며 그 수량을 줄여 나가고 있다.
한평생 잔혹한 것을 많이도 보아온 나지만, 그런 나조차도 손을 뻗기가 두려워지는 인간의 잔해.
그렇기에 이것을 어떻게 조사해야 할지 고민한 순간.
“…보고 있군.”
갑작스럽게 얼티메이트가 그 잔해로 손을 뻗으며 그리 말했으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어, 그저 얼티메이트의 손을 눈으로 좇자. 얼티메이트는 고기 죽에 손을 담가, 뒤로 길게 신경이 뻗은 눈알을 건져 내더니.
쯥-.
주먹을 쥐어 두 눈알을 터트렸다.
그러한 파괴 행동으로 인해, 얼티메이트의 손가락 사이로 투명한 액체가 흘러내린다.
의문이 가는 행동이긴 하지만, 아무 생각도 없이 행한 내용은 아닐 터.
“근거는?”
“명백히 생명 활동이 정지된 상황에서도 동공이 움직이고 있었네. 그리고, 해당 사건 보고서도 읽었지. 입만 살아서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고 적혀 있었던 보고서 말이네.”
아, 그랬지.
과연, 거기서 유추된 답인가.
“그럼, 과학자 놈들이 감염된 수하를 사용해 우리가 온 것을 확인했단 말이겠구만.”
흐음.
우리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 이렇게 괴상한 방법으로 대응해왔다.
딱 그 머리가 망가진 과학자들이 할 법한 일이네.
녹아내린 고기 죽.
이걸로 박사 녀석들이 이 장소에 있는 건 확인되었다.
그 녀석들이 어떻게 나올진 모르겠지만, 일단 백시현과 한아빈을 보호하는 편이 좋겠지.
그리 생각하고, 아까부터 시야에 담아두던 제자 둘과 합류하려던 순간.
“그러면 좋겠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떠오르는군.”
차량을 뒤틀어 강철관을 만들며, 그 안에 시신을 담던 얼티메이트는 불길한 말을 내뱉었다.
“…무슨 말이지?”
“방금 희생된 이 자가 미리 준비된 말이 아니고, 이미 약이 디트로이트 전체에 퍼져서, 수많은 인간이 모두 체스 말로 쓰이고 있는 상황…. 이겠지.”
“….”
최악의 추론이구만.
그러니까, 저 녀석이 미리 준비한 개체 하나가 아니라.
우연하게도 우리 주변에 있던, 약에 오염된 인간을 사용했을지 모른다는 예상.
그 섬뜩함이 뇌리에 스치고 지나갔기에.
땅 안에 강철관을 매장하고, 제자들에게 돌아가는 우리 둘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건 아니겠지, 그 녀석들이 본거지를 버리고 여기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어. 이렇게 빨리 약을 퍼트리는 건 그 녀석들이라 해도….”
그래, 희망적으로 생각하자.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빨리 약이 퍼지는 건 물리적으로 어렵지.
그렇기에, 나 자신에게 다독이는 말을 얼티메이트에게 내뱉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는 게 옳겠군. ‘그들의 본거지가 처음부터 디트로이트였다면.’이라고.”
“….”
그 말에 무어라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대가 낸 최초 보고서에서도 그들은 해당 집단의 외부인이라고 적었었지. 그리고, 전달된 자료를 통해 판별된 내용으로, 그들의 자금줄은 외부에 뻗어있었다. 아직 관리국이 추적 중이지만, 그들의 본거지가 어딘가에 있음은 확실하다네.”
제자들에게 향하는 얼티메이트의 발걸음이 늦어진다.
내 발걸음 또한 마찬가지.
아마, 이 이야기를 저 둘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은 같기 때문에 나온 현상일 것이다.
“그래서 그 본거지가 디트로이트다?”
제기랄, 설득력이 강해지는데.
“본거지 혹은 그들이 긴 시간 실험을 자행해 온 장소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겠지.”
“후….”
짜증 나네 이거.
물론 아직 확정되지 않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말이긴 하지만.
저 가설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깔고 들어가야 할 만큼 가파르게 위험성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나는 곧바로 품에서 보온병을 꺼내, 그대로 액체 X를 들이켰고.
이어 곧바로 품 안에 손을 넣어 금속 막대를 꺼내 잘근잘근 씹었으니.
그렇게, 거칠어진 마음을 달랜 후.
곧바로 얼티메이트에게 말을 돌렸다.
취하지 않고서는, 내뱉을 수 없는 말을.
“관리국 방위대 호출하자. 긴급 사태 발령해.”
“비밀 작전 아니었던가?”
“박사 놈들만 우리가 확보하면 되는 거야. 중요한 건 빠르게 디트로이트 봉쇄와 진압이 진행되어야 할 만큼 오염이 퍼졌단 사실이지.”
지금 여기까지 온 시점에서 지하 깊은 곳의 공장에 대한 정보 유출을 걱정하기엔 너무 일이 커졌다. 지하에 대한 것을 감추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가 우선시해야 할 것은 이 불면 날아갈 듯한 가벼운 평화를 유지하는 것.
지금까지는 지하와 평화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었지만, 방금 그 추론으로 인해 저울이 완전히 기울어졌다.
디트로이트를 완전히 밀어서라도, 박사들과 약은 반드시 잡아낸다.
여기서, 이 현상을 종식시킨다.
반드시.
그렇게 다짐하고, 얼티메이트와 상세한 조정을 마친 후.
제자들과 합류한 다음, 관리국의 답이 오길 기다렸다.
제자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내가 상황 설명을 해주길 바라는 분위기를 내비쳤지만.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며 답을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 답이 돌아왔다. 관리국 측에서는 대규모 군사 활동이 평판에 영향을 끼칠 것 같다며 고려할 시간을….”
여전히 냉정한 분위기인 얼티메이트는 제자들과 떨어진 장소에서 내게 그리 속삭이는 것으로 답을 되돌렸다.
돌아온 답은,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는 답이었기에.
“텔레파시. 중계 가능하지?”
약간 분노를 담은 목소리로, 얼티메이트에게 요구를 건넸다.
물론, 분노하는 대상은 단순히 내 말을 전한 얼티메이트가 아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개짓거리를 하고 계시는, 관리국 상층부.
“…평판이 안 좋아질 텐데?”
얼티메이트는 내 행동을 짐작했는지, 나를 걱정하는 말을 내뱉었지만.
“어차피 더 떨어질 평판도 없어. 그리고 네 걱정이나 해. 너도 억지를 부려서 지휘부랑 강제 연결한 거잖아.”
모든 정식 절차를 무시하고 말이지.
아마, 너도 나중에 징계 나올 거야.
나는 그렇게 말을 끝마치며, 귓가에 손을 올렸다.
이런 손동작이 텔레파시에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빨리 연결해달라는 의미를 담아.
“내 조국에서 이런 일을 겪게 해서 유감일세.”
“걱정 마. 미국에 관해서는 별로 좋은 기억이 없거든.”
정확하게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에 좋은 기억이 없는 거겠지만 말이지.
그런 내 말을 마지막으로 얼티메이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뇌 속에서 무언가가 연결되는 감각이 이어졌다.
나는 사용하지 못하지만, 종종 중계를 통해 이용해 본 감각.
그렇기에, 곧바로 그에 적응하며 상대의 말을 기다렸으니.
‘크림슨★해머이십니까? 사유는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만한 군사작전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기에, 해당 신청이 곧바로 통과….’
아하, 시간과 비용이라.
‘지랄 말고 보내. 당장. 그 시간과 비용, 너네라면 이미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잖아.’
곧바로, 호통을 내뱉었다.
꽤 많은 감정을 실렸기에, 받는 저쪽에서는 내가 큰소리를 내뱉은 것처럼 들리지 않을까.
중계 역할을 하고 계시는 얼티메이트도 반사적으로 자기 귀를 틀어막았으니 말이다.
보통 관리국 지휘부는 텔레파시를 받아 스피커폰처럼 운용하는 기계를 사용하고 있으니, 아마 내 말이 방 내부에 쩌렁쩌렁 울렸을 것이다.
‘소리를 줄여 주시길.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아무리 최상위 요청이라고 해도, 신청과 허가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
하하하하, 그래 너네들은 그렇겠지.
매뉴얼 아니면 움직이지도 못하는 돌대가리 새끼들.
철밥통은 평시에나 의미가 있지.
긴급 사태엔 의미가 없단다.
조직을 유지하는 데 매뉴얼이 필요한 건 부정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 시간과 예산 때문에 디트로이트를 내버려 둔 덕에 사태가 여기까지 굴러왔지 아마?’
고함을 내지른다.
소리를 줄여? 내 알 반가.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관리국은 항상 세계의 평화를 위해….’
‘헛소리 말고. 너 기밀 등급 몇이냐. 말단이니 나보다 낮지? 그럼 이거 알고 있냐? 각국 슬럼가 통제를 통한 사회 유지 계획. 알 수도 있겠네. 그리 높은 등급 기밀은 아니니까. 알면 머리통 박고, 모르면 짜지고 아는 새끼 데려와. 뭐? 슬럼가를 못 밀어? 다 할 수 있어. 관리국을 우습게 보지 마. 우리는 안 하는 거야.’
갑자기, 저편이 조용해졌다.
그렇지만, 내 말은 멈추지 않는다.
‘그 계획의 결과물이 오물통이야. 얼마 전 난지도 사태 알고 있어? 거기는 관리국에 나름 우호적인 집단이 지배했는데도 한 국가의 수도 근처에서 핵이 떨어질 판이었어. 근데 디트로이트는 내가 와 보니까 거기보다 심하네?’
물론, 거짓말이다.
핵이 떨어진 건 난지도 자체 문제보다는 여러 복합성 이유고.
디트로이트에 정말 문제가 생겼는지는 아직 모른다.
애초에, 지금 여기는 디트로이트의 초입 아니던가.
‘그러니까. 새끼들아, 그 계획 자체는 부정 안 하겠는데, 그 결과물로 인한 고름 덩어리는 지금 짜내야 할 거 아냐. 아니, 고름도 아니지. 암덩이지 암덩이. 우리 실수로 세계를 붕괴시킬 암덩이가 자라고 있는데, 지금 눈앞의 평판이랑 예산 문제로 작전 수행 못 하겠다고? 야. 지금 지휘권 발령한 고위 영웅의 긴급 사태 발령이 우스워 보여? 지금은 조직 계통수에서 빠졌다고 씹는 거냐?’
내 간판을 파는 건 싫지만, 어쩔 수 없지.
지금 내가 하는 짓거리는 윗대가리 놈들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
제 앞에 걸린 간판만 믿고 하위권자들을 닦달하는 것.
그렇지만, 이렇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분명, 이 대화를 듣고 있는 고위 인사들이 있을 테니까.
‘어디 말 좀 해봐라, 야 너 근속 몇 년이고 어디 소속이야. 내가….’
그렇기에, 계속해서 내 평판이 나빠질 말을 내뱉던 사이.
‘지직—-.’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텔레파시에 들릴 리 없는 전자음.
연결된 상대방이 바뀌었다는 의미.
진짜 지휘부가, 연결되었다.
그렇게 내가 자각한 순간.
‘이하람 님. 아무 데서나 기밀을 내뱉는 것은 그만둬 주셨으면 합니다.’
‘시꺼. 방위대나 불러. 디트로이트 밀어 버릴 테니까.’
‘해당 내용은 진지하게 의논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빨라도 이틀 정도는 시간이 필요….’
‘이틀? 하루로 끝내.’
그래, 이렇게 내와야지.
좀 말이 통하는 애들이 나오니 얼마나 좋아.
‘아무리 그러셔도, 이틀입니다.’
칫. 이건 불가능한가.
하긴 내 지휘 권한에 방위대 호출 같은 것은 없으니 이거라도 관리국이 많이 고려해 준 것이긴 하다.
나름대로 위쪽에 이 상황의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한 녀석들이 있긴 있다는 의미겠지.
뭐 그럼 관리국이 방위대를 부를 거라는 확답은 받았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자.
방위대는, 애초에 여기서 사용할 두 패 중 하나였을 뿐이니까.
디트로이트 봉쇄와 제압을 수행할 직접 타격용 정규 부대.
‘그래, 그럼 그건 어쩔 수 없고. 그럼 다음 요청인데….’
중요한 것은, 다음이다.
내 지휘 권한으로 움직일 수 있는. 관리국 내부의 존재.
‘암살팀 죄다 불러. 전 대장님 호출이다.’
이 권한을 쓰는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지만.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은, 모두 여기서 사용하겠다.
지금까지의 사건과 달리, 이것은.
비록 기밀이긴 하나, 일단은 공식적인 내 권한을 사용할 수 있는, 순수하게 공적인 사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