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04)
마법소녀 아저씨 404화(404/671)
404. 위대한 차 도둑(3)
영웅 증명서에는 다양한 권한과 능력이 적혀 있다.
그것들은 능력 증명이나 자유 토벌 권한, 몇몇 특수한 자격 보유 등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그중 유독 희귀하고 특수하게 취급되는 권한이 몇 가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기밀 관리 허가.
이것을 받는 경우는 O급 전투에 참여하거나, 이야기 도중 인류의 보존에 문제를 끼칠 이야기를 듣거나, 아니면 그냥 해당 기밀이 생겨나는 데 관여했거나.
현직 영웅들에게서는 찾기 힘든 권한이지만, 한정 1, 2등급이라면 은퇴 영웅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권한.
또 다른 희귀 권한 중 하나엔, 지휘 권한이 존재한다.
단적으로 말해 보자면, 영웅이 팀을 이루는 경우는 정말로 드물다.
개인주의라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의 진행 자체가 당사자 홀로 해결해 나가야 하기 때문.
물론 간접적인 지원은 가능하고, 처음부터 변신 전대와 같이 팀으로 수행하는 예도 있긴 하지만, 이야기라는 구조상 영웅끼리 팀을 이루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옛 시대에는 영웅끼리 팀을 이루는 것이 굉장히 흔한 일이긴 했지만, 그때는 아직 각성자라 불리던 영웅에게 지휘 권한을 맡기는 일 자체가 굉장한 희귀 케이스였고, 관리국이 설립된 이후엔 팀을 이뤄 전투해야 할 일이 극히 드물게 되었으니까.
그렇게 흐름이 바뀜에 따라 영웅들 간의 교류는 친목 도모 이외에는 대부분 사라지게 되었고, 영웅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집중하게 되었으니.
그렇게 지휘는 대부분 관리국 지휘부 혹은 방위대가 수행하게 되었고.
영웅의 위상은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지휘는 여전히 영웅이 아닌 이가 전담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물론 옛 시대와 똑같다는 건 아니고, 영웅에 대한 대우 자체가 달라졌고 지휘관 또한 영웅들은 존중하니 과거와 비교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 현역에서 지휘 권한을 딴 이는 대부분 어떤 이들인가.
처음부터 지휘권자에 있던 이가 영웅이 된 경우.
은퇴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지휘 교육을 받아 임관한 경우.
최전선에서 수많은 전투를 수행해. 현지임관 한 경우.
군대와는 체계 자체가 다르기에 임관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은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대체로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 중 나는 세 번째 경우에 속한다.
수많은 전투 중 지휘관을 잃어 지휘체계가 손실된 상황에서 소규모 인원을 규합하여 몇 번이고 살아 돌아옴으로써 획득한 권한.
관리국 설립 이후 그걸 사용해 행한 행동이 시꺼먼 색의 어둠이라 그렇지 나름대로 명예로운 훈장이다.
아무튼, 저렇게 따기 힘든 것인 만큼 여러 혜택도 존재하는데.
일단 각국 군대에서 최소 타군 장교 취급을 받을 수 있고.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월급이 오르고.
은퇴 후 원한다면 관리국 지휘부에 소속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권한은 마지막 권한.
이 권한은 관리국 산하에서 벗어나더라도 소거되지 않는다.
비록 조직 계통수에서 벗어나 평시에는 인정되지 않을지언정, 그만한 경험이 있는 존재가 현지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할 경우 임시 지휘권과 병력을 달라고 요청할 수 있으며, 그 요청을 관리국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을 경우 해당 전투에 한정하여 지휘관으로 취급한다.
내 지휘 권한은 기껏해야 특수임무단급이니 그리 높은 권한은 아니긴 하지만, 일단 그 유명한 얼티메이트가 중간에 낀 탓인지 방위대 파견 요청은 수락되었고.
이어 암살 부대, 정확히 편제를 따지자면 과거 암살단에 속한 인원들의 징발도 허가되었다.
결과적으로 디트로이트를 향한 섬멸전 수단은 확보된 셈.
이틀 후에 도착할 방위대는 내 지휘에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하며 디트로이트 봉쇄와 제압 작전을 수행하겠지만.
암살 부대 인원들은 내 지휘에 따라 첩보와 암살을 행할 것이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이 새끼들 과연 올까?”
“무슨 말이지?”
아무리 전 대장님이 호출했다지만 세계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애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어서 도착할 리는 없기에, 그들이 오기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행하고자 디트로이트를 돌아다니던 내가 꺼낸 말.
“아니, 그 내 옛 부하라지만 계통수가 좀 다른 애들을 불렀거든.”
“꽤 흥미로운 이야기로군! 설명해 줄 수 있겠나?”
제자들과 떨어진 덕에 기밀 정보를 뻥뻥 내뱉는 나와 얼티메이트.
얼티메이트는 내가 암살팀에 속했단 사실 정도는 알고 있으니, 이 정도는 말해도 되겠지만.
어우 말하기 싫다.
내가 꺼낸 말이긴 하지만, 그 시절 기억을 떠올리는 건 역시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아무리 세계를 위해서라지만 너무 많이 피를 뿌렸어.
그래도 뭐….
당사자들이 모이기 전까지는 이 기분을 정리해야겠지.
“일단, 다른 암살팀은 모르겠지만, 내가 지휘한 애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었지.”
그리 말하며 중지와 검지 두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하나, 일반인 혹은 그리 능력이 강하지 않은 애들로 이루어진, 일반계.”
이 녀석들이 이반이나 헨리가 속한 녀석들이다.
암살에 자주 관여했기에 이 녀석들도 시꺼먼 색으로 취급할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진짜로 시꺼먼 색 임무나 위험한 전투에서는 투입되지 않은 녀석들이다.
바꿔 말하면 동고동락하며 많은 작전을 수행했기에 마음도 잘 맞는, 정신 멀쩡한 애들.
문제는 두 번째인데.
애들이 좀 문제가 많단 말이지.
둘 중 하나를 설명했다는 의미로 검지를 굽히고 중지를 치켜들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둘. 능력이 있는 존재들 중, 피에 거부감이 없거나 대의에 미친 애들 모음. 말 그대로 미친놈들 모임이지. 각성계.”
지금은 소련 KGB에 속해있는 스베틀라나 같은 녀석들 이야기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대처하기 위해 호출한 녀석들.
단적으로 말하자면, 이것들은 미친놈들이다.
영웅으로 각성하기 위해선 일단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비록 이야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의가 뒤틀려 버릴 가능성이 있지만, 일단 각성한 시점에서는 그렇다.
보나 마나 위에 계신 놈들이 뭔가를 기준으로 한 선택 방법이 있기에, 영웅들이 어찌 되건 평균 이상의 인성을 가진 애들이 대부분이긴 한데.
뭔가 선택 방법에 오류가 있던지, 각성의 충격으로 인성이 뒤틀려 버린 건지. 종종 맛이 가버린 애들이 튀어나온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작업처럼 타인을 죽일 수 있는 존재.
타인을 죽이곤 싶지만, 사회 규범이나 법을 지키고자 하는 자.
대를 위해서라면 소를 잘라 낼 수 있다는, 극단적 사회 유지 전체주의자.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자기만의 정의를 가진, 정의병자.
그런 존재 중에서도, 그나마 팀을 이룰 사회성을 가진 이들이 모인 것이 저 녀석들.
그런 또라이 대잔치인 녀석들이 과연 내 호출에 응할 것인가.
해산된 우리 쪽 암살단엔 당연히 안 남아있을 테고, 분명 다들 은퇴를 했건 다른 집단에 속했건, 결국 못 견디고 빌런이 되었건 다들 자기 갈 길을 걷고 있을 텐데.
전자에 속한 애들은 그래도 일단 정식편제에 속했던 애들이라 친목회라도 굴릴 수 있지.
후자에 속한 애들은 그냥 골치 아픈 짐덩이들.
저 녀석들을 제어한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녀석들.
대충 그런 이야기가 섞인 말을 얼티메이트에게 들려 주자.
“…일단 중지부터 내리게.”
얼티메이트는 떨떠름한 얼굴로 그리 감상을 되돌렸고.
“엿 좀 먹이고 싶어서.”
너랑 그 문제덩이 녀석들 모두한테 말이지.
아무튼, 계속 중지를 들고 있을 이유는 없어 얌전히 손가락을 내리자.
“그럼 전자에 속하는 이들을 부르면 되지 않았나.”
얼티메이트는 너무나도 당연한 질문을 해왔고,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입에 문 금속 막대를 잘근잘근 씹으며 입을 열었다.
“그 녀석들은 안 돼. 암살 쪽으로 일한 게 너무 옛날인 데다가, 기본적으로는 평범한 애들이거든.”
이미 은퇴한 녀석들을 위험하기 그지없는 시꺼먼 구렁텅이에 다시 처넣어 버릴 생각은 없다.
지금부터 행할 일은 위험하고 잔혹한 일.
그런 일이라면 본래부터 시꺼먼 검정이 해야 할 일.
“그럼 제자들은 어찌할 생각이지?”
나는 상관없지만, 제자가 그런 녀석들과 같이 행동하는 건 괜찮은가?
아마 얼티메이트는 그런 질문은 해온 것이리라.
“당연히 방위대한테 맡겨야지. 여기까지 끌고 온 건 미안하게 되었지만, 이 뒤 있을 일을 생각해 보면….”
그리 생각하고, 우리 시야에 닿던 제자들에게 힐끗 시선을 돌린 순간.
“…없잖아?”
“음?”
제자들이 사라졌다.
나도 얼티메이트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시야에 담아 두었을 텐데, 어떻게.
종종 눈을 떼긴 했지만, 그 시간은 1초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틈을 노리고 제자들을 납치할 수 있다고?
그것도 백시현과 한아빈을 동시에?
제길.
“쯧.”
혀를 차고, 곧바로 제자들이 마지막으로 존재했던 자리에 내달렸다.
후회하는 것은 모든 일이 끝난 뒤.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일을 행할 뿐.
그렇게 곧바로 사건이 일어난 자리에 도착해 감각을 넓혔다.
정보가 흘러든다.
수많은 생명 활동이 감각에 끼어들어, 정보 처리를 어렵게 하지만.
찾았다.
곧바로 한 가지 수상쩍은 단서를 붙잡을 수 있었으니.
미약한 이계의 힘.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 즉 제자들이 납치당한 자리에서부터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이계의 힘이 어딘가로 뻗어 나가고 있다.
우리 눈을 틈타 사람 두 명을 납치할 만큼 실력자라고 해도, 그 짧은 시간에 모든 증거를 지우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듯, 명백하게 남아있는 증거.
“힘 탐지. 쫓는다.”
뒤따라오는 얼티메이트에게 그런 짧은 정보만을 넘긴 뒤, 나는 거미줄을 따라 내달렸다.
힘의 방향을 바라보면, 그리 먼 장소는 아니다.
큰길가에서 떨어진, 건물 사이의 작은 골목길.
거리로 따지자면 채 20m도 되지 않는 장소.
그렇지만 우리가 있던 장소에서 보면 시각적 사각이라 눈치채기 어려운 장소.
그 장소에 생명 활동이 넷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망치를 소환하며 골목길 사이에 존재하는 모퉁이를 돌았고.
나는 내가 찾던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줄로 포박되고 입가가 틀어막힌 제자 둘과.
골목길 벽에 비스듬히 서 있는 두 인간형 존재.
검은 양복을 입은 둘은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는지, 덤덤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들에게 입을 열어 질문을 던졌다.
“뭐 하냐 너희.”
둘 다 내가 알고 있는 존재들이었기에.
“아. 대장님 안녕하신가요.”
곧바로 내 말에 대답하는 녀석은, 쫙 빼입은 검은 양복에 걸맞지 않은 엉성한 차림새를 선보이고 있었으니.
검은 양복 자체는 오더메이드인 듯 사이즈가 몸에 딱 맞춰져 있건만.
꽃무늬가 잔뜩 수놓아진 넥타이는 매는 방법을 모르는지 목에 매듭지어져 대충 걸려있고, 척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흰 셔츠는 잔뜩 구겨진 채 바지 밖으로 삐져나와 있다.
꾸미면 괜찮을 것 같은 검은 생 머리칼도 엉망인, 자기가 가진 모든 미적 소재를 엉망으로 다루는 여성.
“안녕이고 나발이고, 스베틀라나. 너 뭐 하냐고.”
왜 오자마자 제자를 건들고 있어?
그런 의미로 스베틀리나에게 물었건만.
“대장님 제자라길래 시험 좀 했죠. 근데 약하네.”
내 질문에 대한 답은, 반대쪽에 있는 검은 양복이 답했다.
이 녀석은 스베틀리나와 정반대로 옷을 제대로 쫙 빼입어 특별히 문제가 있는 차림은 아니었지만, 큰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어째서 안쪽에 받쳐입은 게 흰 셔츠가 아니라 하와이안 셔츠인 걸까.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미스매치 드래스 코드를 한 남성.
이것들을 마지막으로 본 지 몇 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삐딱하게 산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바보들.
나는 그들이 저지른 바보짓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으니.
“스베틀라나, 몬터규.”
“넵.”
“예.”
“애들 풀어주고 머리 박아.”
곧바로 애새끼들 군기를 바로 잡을 위압을 뿜었다.
당장 머리를 처박지 않으면, 오늘 한 푸닥거리 하겠다는, 진심을 담은 미소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