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17)
마법소녀 아저씨 417화(417/671)
417. smorz(1)
조금 몬터규가 내 주먹에 맞고 날아간 것처럼, 이 이상 마법소녀를 연기하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기에.
“저기 언니 보이지? 겉보기랑 달리 좋은 언니니까 잠깐 놀고 있으렴.”
현재 여기 존재하는 인원 중 그나마 정상에 가까운 사람에게 아이를 떠넘기려 시도했다.
아이는 두려운 듯 꼭 붙잡은 내 손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곧 천천히 내게서 멀어서 스베틀라나를 향해 걸어 나갔다.
차가운 밤에도 꺼지지 않던 온기가 손에서 멀어진다.
그 감각은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무거웠지만.
곧 그것이 그리 중요한 감각이 아님은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그동안 새롭게 생겨난 짐을 떠안은 스베틀라나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내게 내비쳤지만.
이내 아이가 자기 주변으로 다가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의 반쯤 멍한 무뚝뚝한 표정에서 약간이나마 입꼬리가 올라가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그…저…안녕하세요.”
목을 쥐어 짜낸 아이의 첫인사.
스베틀라나는 그것을 빤히 쳐다보며 고개를 조금 꺾었고.
“…으….”
스베틀라나가 아무런 반응도 없던 탓일까, 아이는 다시 눈가에 눈물을 채우기 시작했지만.
“뚝.”
스베틀라나는 그것을 보자 주머니에서 일회용 물티슈로 보이는 것을 꺼내 아이의 얼굴을 닦아나갔다.
눈가에 맺힌 눈물에서부터 시작해, 눈물로는 지울 수 없는 얼룩까지.
나름대로 상냥한 손길로.
그렇게 새로운 온기가 몸에 닿은 탓일까.
아이는 울음을 멈추고, 스베틀라나의 무뚝뚝한 손에 몸을 맡겼다.
뭐저쪽은 저거면 되겠군.
스베틀라나는 평소에 모든 게 귀찮다고 말하고, 자신의 평온을 위해서는 타인의 생명도 그리 가치 없다고 말하는 인격 파탄자지만.
적어도 인간 사회를 옹호하고 거기서 나오는 사회 규범에 대해서는 가급적 지키려 하는 종류의 사람이다.
정말로 자신의 평온함이 다른 모든 가치보다 우선시 된다면, 옛 시대에 각성자로서 전쟁에 참전할 리도 없고, 저런 능력을 가지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리도 없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저걸 가지고 크게 한탕 해버리면, 평생 놀고 먹을 만큼의 돈 정도는 약속되니 말이다.
그것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는데, 자기 말로는 그러다가 사이코메트리나 과거시에 걸리면 인생이 귀찮아지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긴 했다.
다만,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고 사회 규범을 지키는 것인지, 대충 아무렇게나 둘러댄 것인지까지는 알 수 없는 말이긴 하지만, 따져보면 아무튼 일단 기본적인 인간의 감성은 지니고 있긴 하다는 이야기.
사람을 해하는 것도, 일을 위해서나 사회적인 규범상 명백한 악당이라면 모를까.
평범한 민간인이 자길 귀찮게 한다고 두들겨 팬다거나 죽여 버릴 만큼 이상한 종류의 인간은 아니란 이야기.
아마, 저 행동 또한 아이를 진심으로 걱정해서가 아니라.
아이가 울면 나중에 뒤처리가 더 귀찮아진다.
어른이 아이를 돌보는 것은 사회적 규범에 올바르다.
일단 이것도 일 아닌가.
뭐 대충 이런 종류의 생각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진짜로 평범한 감성에서 저런 행동이 나왔을지도 모르고.
중요한 점은, 스베틀라나에게 맡겨놓으면 큰 문제는 없으리라는 것.
물론, 이 라인업 중에서는 그나마 괜찮은 녀석이라서 픽한 것이란 사실은 변함없지만 말이다.
당장 이 자리에 얼티메이트 일행이 있다면 스베틀라나는 후보에도 못 들어간다.
내가 3위, 얼티메이트가 2위, 아빈이가 1위, 백시현이 4위.
나머지 녀석들의 면면을 보면.
애가 슬쩍 시선을 돌린 동안 아득히 빠른 주먹에 얻어맞아 벽에 처박아버린 몬터규는 애한테 뭔 짓거리를 할지 모르는 놈이니 논외.
브랜틀리는 애 앞에서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할지 모르니 논외.
에드워드는 아직 다리가 회복되지 않았는지 이 자리에 없는 데다가, 그나마 인간성은 아마도 멀쩡하겠지만 그래도 애를 맡길 만큼 안전한 종류의 인간이 아니다.
변신하기 전 모습도 무서운 편인데다가, 능력 자체도 누군가를 지키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니까.
결과적으로 나 아니면 스베틀라나인데, 나도 이 이상 이 짓거리를 하기에는 심력 소모가 심하니 말이다.
아무튼, 아이의 상세한 처우에 관해서는 나중에 생각하고.
“브랜틀리.”
“예.”
“저 아이. 어떻지?”
중요한 것은 아이의 현 상태다.
내가 저 이끄는 동안 확인한 결과, 보인 반응이나 몸의 움직임을 보면 평범한 아이라고 생각되지만, 그것만 가지고 오염된 존재가 아니라고 판단할 순 없다.
그렇기에, 전문가인 브랜틀리의 대답을 기다리자.
“정신이 많이 피폐한 상태로군요. 금방이라도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영양이 부족한 상황인지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몸 안은….”
“아니, 그런 거 말고.”
브랜틀리의 대답이 곧바로 이어지긴 했지만, 그것은 내가 바라는 답이 아니었다.
“흠. 그럼 각성 유무 말인가요? 예, 각성자입니다. 아마도 분류상 초능력자. 능력까지는 모르겠군요.”
“뭐?”
갑자기 뭔 뜬금없는 소리야.
각성자라는 단어를 쓴 걸 지적해야 할 상황이긴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문젠가?’ 싶은 수준의 말이 튀어나왔다.
“음? 모르고 데려오셨는지요?”
“알겠냐. 그냥 갑자기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데려온 거야.”
근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아니, 중요하긴 한데, 나중 이야기다.
“아무튼, 오염 상황은?”
“아, 그건 문제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약간의 오염도, 저 아이에겐 제가 확인할 수 있는 범주에서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 그건 다행이구만.
그럼 이제 다음 중요한 이야기로 넘어가야 하는데.
“초능력자?”
“예. 다만 느껴지는 힘은 굉장히 미약하군요. D에서 C급. 아직 힘이 안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에 아마 지금부터 성장할 겁니다.”
하, 미친.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이런 상황 속에서, 저 어린 나이에 각성했다고?
아니, 물론 위기 상황에서 각성이야 굉장히 흔한 일이긴 한데.
왜 하필 지금 여기서?
“하아아아아아.”
죽겠네 진짜.
힘을 얻었다곤 하지만, 자기가 처한 상황을 타파하지 못한 것을 보니 사용법을 각성한 순간 곧바로 알아차리는 계열 능력은 아닌 것 같고, 설령 사용법을 알더라도 그리 강한 능력이 아님은 확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이런 상황에 적용되는 관리국 규범의 존재다.
새로이 발생한 영웅은 기본적으로 관리국으로 보내진 후 등록과 함께 기본 컬리큘럼을 끝마치는 것이 최우선사항으로 지정되어있다.
만약, 등록 행위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수행하기 위해서 혹은 영웅 자신의 자위 수단 이외의 사유로 힘을 사용한 것이 확인될 경우.
최초 발견자를 포함한, 해당 사건의 관련자를 처벌한다.
이 규범을 보면 처벌 대상은 영웅이 아니다. 발견자를 포함한 나머지 관련자다.
물론, 영웅 본인이 자신의 의지로 잘못된 일을 행한 거라면 그와 관련된 처벌이 들어가긴 하는데, 그것은 또 다른 규범.
저 규범은 관리국의 시선이 닿지 않는 장소에서 영웅의 힘을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범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이비 교단이 존재한다고 하고, 그 교단에서 누군가가 각성했다고 해보자.
그럼 예비 영웅에게 그 힘은 신이 내려준 힘이라고 속이고, 그 힘을 악용할 경우.
그렇게 부추긴 존재와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입을 다문 녀석들을 모조리 각 잡고 때려잡기 위한 규범.
옛 시대에 그런 식으로 각성자을 착취한 인간은 셀 수 없이 많았고, 관리국이 들어선 이후에도 뻑하면 발각될 정도로 자주 있는 사건이기에 일반인도 알 정도로 유명한 규범이다.
그렇지만, 이 규범엔 예외 조항이 있는데.
만약, 관리국으로 후송하기에는 너무나도 긴급한 상황일 경우, 해당 상황이 종료되어 안전이 확보되었다고 볼 시기까지 최초 발견자 혹은 현장 담당 인원이 책임자로서 해당 영웅을 보호하고, 해당 인원의 감시하에 힘을 사용할 수 있다.
본래 의도는 위쪽 규범을 지키다가 다 같이 뒤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추가 조항인데….
아니, 의도는 좋다 이거야.
근데 이 망할 것이 지금 현 상황에서 최악의 악수로 돌아왔다.
저 규범에 따르면, 우리는 인원을 추가 배치하여 아이를 후송하던가, 아니면 저 애를 데리고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상황이지.
저 애가 한 15살 정도에다가, 힘의 사용법을 알아서 자기 몸을 지킬 수 있다면 뭐 어떻게든 해보겠다.
근데 이건 아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 힘의 사용법도 제대로 모르는 데다가.
나이는 어리다 못해 국민… 아니, 초등학교는 갔을지 의심되는 아이?
거기서 현 상황은 대규모 바이오 해저드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특급 위험 상황?
심지어 최초 발견자인 우리는 거무죽죽한 암살팀?
심지어 인원도 다섯 명?
아니 인원이 한 백 명이면 다섯 명 정도 빼보겠다.
근데 다섯 명 중 한 명을 빼는 건….
민간인들을 그냥 보낸 주제에, 아이를 구한 것은 작전상의 손실임을 알고도 구한 것이긴 하다.
실제로 이렇게 데려오고 나서 얼티메이트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 나나 스베틀라나가 얼티메이트에게 데려갈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영웅인 게 확인되어버렸으니 누군가는 후송해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얼티메이트쪽에 보내더라도 한아빈이나 백시현이 빠지겠지.
후송을 포기하더라도, 관리국 방위대가 올 때까지 이틀은 누군가가 보호하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
소규모 작전 행동이 여기서 문제가 되어 돌아올 줄이야.
규범 따위 사실 그냥 어길 수 있지만, 지금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잠시 인간성을 배제하고 전략적으로 생각해 보자.
저울 한쪽에는 사람 한 명, 반대쪽에는 대규모 바이오 해저드.
이런 상황에선 사람 하나쯤은 저울의 무게가 안 맞는다.
어린애이고 부모도 아마 잃었을 아이라곤 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그저 사람 한 명일 뿐. 그러니 사람 하나를 잘라낸다고 해도 전략적, 거시적 관점에서는 그게 옳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걸 영웅으로 바꾸면 갑자기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만약, 이야기 최종 보스나 집단이 항시 출현하는 타입이라면, 영웅이 사망한 순간 디트로이트에 대규모 공적 발령.
경축. 작전 대폭발.
물론, 공적 발령이라고 해봐야 높은 확률로 아이의 힘에 맞춰 약한 존재겠지만, 만에 하나 이야기 진행이 폭발적인 성장을 기조로 한 이야기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니, 물론 나도 사람인 이상 저런 아이를 그냥 버릴 생각은 없지만, 거시적 관점으로 봐도 이 꼬락서니가 되어버렸다.
세상은 정말 지옥이다.
그러잖아도 미친 과학자들의 생화학 테러 때문에 미쳐 돌아가는 상황인데, 여기서 더 상황을 꼬이게 만들 수 있을 줄이야.
“후우우우우.”
정말 담배 연기 한 모금이 그리워지는 걸 참으며.
딱.
품에서 꺼낸 금속 막대의 흠집에 이빨을 박아넣고 입을 열었다.
“에드워드는 언제 투입 가능하지?”
“30분이면 됩니다.”
30분이라. 그럼 큰 손실은 없겠군.
본래 브랜틀리의 호위 역할로 회복된 에드워드를 배정하려 했지만, 하는 수 없지.
“스베틀라나를 네 호위로 놔둘 테니, 에드워드는 회복되는 대로 투입하고, 얼티메이트 위치 확보해 놔. 저 애는 해 뜨자마자 내가 얼티메이트한테 맡길 테니.”
이게 그나마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행동일 것이다.
작전 진행에 약간의 손실은 있겠지만, 팀 인원의 유실도 없고, 만에 하나 있을 피해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
그리 말하고, 기절한 몬터규를 깨우러 움직이던 사이.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심리 검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브랜틀리가 내 등에 대고 그런 말을 내뱉었다.
검은 속내를 가진 주제에, 아직 의료인이라는 듯.
그에 나는 스베틀라나와 아이를 바라보았고.
그 아이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애 상태 보고 진행해. 자고 싶다고 말하면 그걸 최우선적으로. 심리검사 할 때는 스베틀라나 항상 대동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탕.
짧게 발을 굴러 고속 이동으로 브랜틀리의 옆에 딱 붙은 후.
그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만약 니가 가진 죽음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저 애한테 내뱉을 경우, 넌 오늘 죽을 줄 알아라.”
부모가 죽었을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삶이 힘드신지요.’ 그딴 소리 하면, 넌 오늘 내 분노가 뭔지 알게 될 거니까.
“저도 그 정도 분별은 있는데 말입니다.”
내 그런 협박에 브랜틀리는 쓴웃음을 지었지만.
“양심에 손이라도 올려보던지.”
이미 사라진 양심이라 없으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