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21)
마법소녀 아저씨 421화(421/671)
421. 막간 – 살색 탱고.
“여기는 호텔 하이브. 탱고-트리-파이프 응답하라.”
거친 금속 안에서 소리가 울린다.
그에 나는 곧바로 의식을 뻗어 무전을 받았다.
“아아, 여긴 탱고-트리-파이프. 무슨 일인가.”
호출 속도를 들어보아도 그리 급한 연락이 아니었기에 나도 느긋히 연락에 답했고, 곧 답이 돌아왔다.
“전방에 5층 건물이 보이는가?”
전방이 어디야. 차라리 좌표를 말하라고.
속으론 그리 구시렁거렸지만,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고개의 움직임에 따라 전차 외부에 장치된 시야 링크 장치는 주변 환경을 내 뇌에 전달했고.
“머리통이 날아간, 지금은 4.5층 건물이 되어 버린 녀석이 맞는가?”
나는 약간의 조크가 섞인 답을 지휘부에 되돌렸다.
저 딱딱한 지휘부에 약간의 웃음이 섞이길 빌며.
“해당 건물에 한 발 갈겨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약간의 유머가 지휘부 통신담당자에게 깃들었다.
갈겨달라라. 나름대로 유머가 넘치시는 통신담당자로군.
그렇지만 그 요청을 듣는 것은 다른 이야기.
“해당 요청은 우리가 받을 내용이 아닌 것 같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포병이 여기 투입되었는데 굳이 우리가?
‘명령받았으니 까짓것 한 방 쏴 주지!’하고 낙관적으로 답하기에는 언제 그 미친 살덩이 괴물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전차와 맞상대를 할 수 있는 인간 사이즈의 괴물.
그것을 퇴치하기 위해 특수 포탄이 장전된 상태인데, 건물 하나 때리겠다고 바꿀 순 없지.
기술의 발전 덕에 과거와 달리 포탄 교체가 얼마 걸리지 않는다고 해도, 그 몇 초 덕에 죽은 동기들이 수두룩한 걸 생각해 보면 우리가 지원 중인 보병 녀석들한테건, 우리한테건 위험성이 생기는 것은 확실하다.
뭔가 문제가 생겨서 우리에게 요청한다기에는 통신도 그리 급하지 않은 것 같고. 진짜 급하면 그냥 닥치고 갈기라는 답이 돌아오겠지.
“포병 쪽에서 들어온 요청이다. 해당 건물이 예상보다 튼튼해 잘 무너지지도 않는 데다가, 그 건물 탓에 각도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건물의 머리통이 날아간 것은 포병 녀석들의 업적인 것 같다.
그렇지만 기반이 튼튼해 머리통을 아무리 날려도 무너지지 않는 상황.
그렇다면 하는 수 없지.
“알겠다. 보병 녀석들에게 도망치라고 말해 주길 바란다.”
그리 말하고 무전을 종료한 뒤.
“들었지? 포탄 갈아.”
이미 포탄 교체를 수행 중인 탄약수에게 그리 알렸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이 녀석도 무전을 들었을 테니 자기가 뭘 해야 할지 잘 알고 있겠지.
다만, 탄약수가 그렇게 포탄을 가는 행동은 옛날처럼 몸을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다.
지금의 전차는 자동 장전 모듈이 당연히 장착된 상태, 거기에 더해 장전된 포탄을 교체하는 것도 흔한 일.
대보병이나 대전차 정도만 생각하면 되던 옛 교리와 달리, 현재 우리가 맞붙어야 하는 적들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나올지 모르니 말이다.
당연히 그것을 탄약수 혼자 관리하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니, 현재 탄약수는 말이 좋아 탄약수지 실제로는 전차에 부착된 각종 기기를 조작하는 역할을 짊어지고 있다.
그러니 포탄을 교체하는 것도 버튼 좀 두드리면 끝.
“교체 완료했습니다.”
“한 발만 쏠 거니 다음 포탄은 본래대로 돌려놓고.”
안 무너지면 포병 녀석들이 알아서 하라지.
“예.”
“자 그럼, 준비하시고.”
차체를 조금 돌리는 게 좋으려나.
그런 내 생각에 반응해 존 녀석이 차체를 약간 틀고.
슈잉 녀석이 천천히 건물 하부를 조준했다.
“발사.”
펑.
귓가에 달린 헤드셋이 소리를 줄여줬음에도, 다 없애지 못한 폭음이 귓가를 살짝 간지럽히고.
포탄의 반동이 만들어 낸 진동이 전차를 뒤흔들었다.
다만, 진동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소총을 어깨에 대고 갈긴 것보다는 조금 강한 정도.
관리국이 만든 신세대 전차라지만, 이 정도로 반동을 줄여 놓으면 쏘는 맛이 없는데 말이지.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적들을 스펙을 생각해 보면 성능은 좋으면 좋을수록 좋은 일이지만, 뭔가 화약 냄새나는 로망이 사라진 기분이다.
“포병대의 골칫거리는 사라지셨나?”
거기서 생겨난 불만을 같은 팀원들에게 담아 물어보자.
“예, 무너졌습니다.”
멍한 눈으로 허공을 쳐다보는 슈잉. 포수 녀석이 그리 답했다.
아마, 자기와 링크된 강화 시야로 보고 있는 거겠지.
저것도 마음에 안 들어.
그 조그만 시야로 뭔가를 확인하던 게 불편했다는 사실은 잘 안다.
그렇지만 십수 년간 그 조막만 한 시야로 똥차를 몰던 사람한테, 사람 눈보다 좋은 광범위한 시선을 던져주니 멀미가 날 지경.
차장인 나도 이 정도인데, 아예 평범한 사람이 볼 수 없는 것까지 링크시켜 주는 포수는 오죽할까.
내 불만은 어찌 되었건, 지휘부에서 받은 명령은 제대로 수행했다.
“자, 포탄 되돌리고. 다시 대기.”
그 말 한마디에 다들 짧은 긴장을 풀고 평소처럼 돌아왔다.
늘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손을 주물럭거리며 몸을 풀거나.
“으어어.”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며 스트레칭을 하거나 하는 바보 녀석들.
정확하게 말하면 조종수인 존과 포수인 슈잉이 그러고 있다는 것이다.
팀에 새로 들어온 신참이라 그런 건지, FM을 유지하며 계속 딱딱한 탄약수 녀석은 여전히 컴퓨터를 두드리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이름이 뭐더라. 하이얀이였나?
성인지 이름인지는 잘 모르겠다.
대화를 많이 나누지도 않았고.
뭐, 저 녀석이 잘 녹아들지 못하는 건 이해한다.
본래 있던 장전수인 하워드 녀석이 다른 팀으로 가버렸고, 새로 팀에 합류한 신병이니 그럴 만도 하지.
굳이 저 녀석을 한 팀으로 만들고자 노력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좋건 싫건 전장에서 함께 구르다 보면, 이 작은 금속 상자 안의 남정네들은 가족보다도 친밀한 관계가 될 테니까.
그리 생각하고 나도 시각이 링크된 위화감을 털고자 눈을 비비자.
“저,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여전히 모니터를 계속 쳐다보던 장전수 녀석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냐.”
남은 멍청이 둘이 반응하기에 앞서 내가 되묻자.
“…분명 방위대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조직 아닌가요?”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어린 녀석이 질문을 되돌렸다.
“그렇지.”
이름부터가 관리국 직속인 방위대니까.
“…그럼 저희는 왜 사람을 죽이고 있는 겁니까?”
그 말은 여전히 담담한 채였다.
아니, 조금 다른가.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현실의 괴리에 이 젊은 녀석은 얼어 버린 것이다.
FM을 철저히 지키는 것도 본래 그런 성격인 게 아니라, 눈앞에 벌어진 현상을 잊고자 자신의 몸에 새겨진 매뉴얼을 그대로 수행할 뿐.
그것을 알아차리자 존 녀석도 슈잉 녀석도 쓴웃음을 보였다.
모두가 한 번 지나갔던 길이기에.
물론 이렇게 대규모 작전은 처음이지만, 다들 비슷한 경험이라면 저런 고민 한 번쯤은 있는 게 당연한 일.
‘어떡할까?’
그렇기에 전차장의 권한으로 4인 링크에서 신참을 빼고 셋이서 대화를 날렸다.
이 또한, 신형 전차에 적용된 신기술.
아무리 전차 안에서만 가능한 기술이라지만,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술이라는 건 꽤 편리한 기술이지.
‘놔두면 되지 않겠습니까?’
‘달래는 것도 나쁘지 않죠.’
각각 다른 답이 돌아왔다.
‘어차피 누가 말해 줘도 본인이 납득하지 않으면 나가리야.’
‘할 수 있는 건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언제 적이 나타날지 모르는데.’
둘 모두 일리 있는 답인지라, 나는 그중 하나를 골랐다.
이게 평범한 전투였다면 존 녀석의 손을 들어줬겠지만, 지금은 언제 그 괴물이 나올지 모르는 전장.
작긴 하지만 한 집단의 우두머리로서 이 녀석들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봐야지.
“실전은 처음이냐?”
툭.
정자세로 앉아있는 장전수 녀석을 발로 두드리자 딱딱한 감촉이 다리를 내달렸다.
긴장으로 완전히 굳어 버린 몸.
FM이고 뭐고 완전히 굳었네.
이대로 놔뒀다간 대형사고 한 번 치겠어.
“…토벌이라면 몇 번.”
“그 중 괴인형은 없었고?”
“예, 모두 괴수나 괴물이었습니다.”
하긴 그렇지.
전차가 동원되는 전투에서 괴인을 상대할 일이 얼마나 되겠어.
그 망할 녀석들에게 있어서 전차는 오히려 표적이나 마찬가진데.
아무리 두꺼운 장갑을 두르고 최대한 기동성을 늘려도 일정 등급 이상의 강함을 지닌 괴인들은 압도적인 기동력으로 전차를 농락하니까.
“나중에 해보면 알겠지만, 지금 이 상황은 괴인 퇴치랑 별로 다를 거 없다.”
그리 말하며, 지금 내가 보는 시야를 장전수에게 링크시켰다.
전차를 둘러싼 상황이 모두 보이는 광범위한 시야.
그 시야 속에서는 여러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보병들이 사람으로 보이는 존재에게 총을 난사하는 광경.
평소 보기 힘든 화염방사기까지 동원되어 건물 안에 불을 지른다.
도저히 ‘방위’라고는 보기 힘든 철저한 섬멸전.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것들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일까.
총에 맞으면 비명을 지르고, 불에 타면 역겨운 몸짓을 보이지만, 숨이 끊어짐과 동시에 액체로 변한다.
저것은 저들이 인간이 아닌 존재로 변했단 증거.
다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어쩌다 한 명.
시체로 남는 존재가 있다.
방위대를 불신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도저히 도망칠 수 없던 상황이 놓였던 것일까.
액체가 되지 않고 사람으로서 죽는 이들이 존재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저건 사람 아닙니까?”
“사람이지.”
그렇지만, 그에 큰 감정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 또한 세계를 방위하는 일이기에.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무고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말은 아니다만, 숲을 베다 보면 나뭇조각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말도 있지. 우리가 상대하는 건 범죄자가 아니다. 사람 죽이는 괴물이지.”
그 말을 하는 사이, 시야에 무언가가 보인다.
“그건… 궤변….”
내 말에 납득하지 못한 목소리가 앞쪽에서 흘러나왔지만, 그에 답해 줄 시간이 없다.
“논쟁은 나중에 하도록 하지. 지금 할 일이 생겼다.”
시야에 잡힌 살색 물거품.
그놈이 오는 징조.
그것을 링크시켜 날리자, 곧바로 차내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날카롭게 다듬어진다.
냉정하게 적을 바라본다.
구르르릉.
차체 제어 기술과 반동은 어떻게든 한 모양이지만, 전차 자체의 무게는 어찌하지 못했는지 차체를 돌리자 무거운 전차가 길바닥을 뭉개는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사람이 아닌 괴물은 괜찮지?”
“예.”
조금 전까지 징징 짜던 녀석도 자기가 할 일은 잊지 않았는지 컴퓨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경보 발령.”
“경보 발령!”
장전수 녀석이 내 명령을 복창한다.
시야 내에 있는 보병이 빠르게 흩어지기 시작한다.
괴물들의 싸움에 말려들지 않도록.
“탄종 확인.”
“탄종 확인!”
철컥.
링크된 뇌리에 포신에 장전된 탄종이 흘러들어 온다.
고폭소이탄.
불에 약한 적을 상대하기 위한 특화탄.
“조준.”
복창 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슈잉 녀석이 제 입을 핥는 소리가 들려오고, 시야 너머에선 끔찍한 적이 인간의 형체를 갖추는 것이 보여온다.
발사.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지금부터는 승무원 풀 링크 상태에 들어섰으니까.
이제 넷은 하나의 정신으로 전차를 조종한다.
이럴 바에는 전차 하나당 한 명을 배치해도 되겠지만.
이런 풀 링크를 오래 유지하면 위험하다는 문제도 있어, 일반 조종도 가능하도록 하기위한 인원 배치.
펑.
극도로 제어된 약간의 반동이 몸을 흔들고, 시야 저편에서 붉은 화염이 솟구친다.
내 시야는 불꽃에 가려져 적의 상태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적 생존.
슈잉의 시야에서는 적이 생존해 있다는 정보가 링크되어 들어온다.
수많은 탐지 기기가 보내는 정보.
곧바로 전차를 후진시키며 다음 탄환을 준비한다.
쿵. 쿠궁.
전차가 땅을 울리며 거리를 벌리는 와중, 불꽃 너머에서 살색 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민둥민둥한 사람 크기의 괴물.
포탄 직격당한 탓인지 팔 하나가 날아가고 피부 여기저기가 녹아있지만.
두 다리를 빠르게 흔들며 이쪽을 향해 달려온다.
미친 괴물 같으니.
신형 전차가 도주하는 속도보다 적이 달려오는 속도가 빠르다.
이런 풍경은 대(對)괴인전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그것은 나름대로 이름을 가진 괴인 녀석들 아닌가.
저놈은 이 전장에서 이름도 없는 괴물 하나일 뿐인데, 저런 스펙을 가졌다고?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전의가 꺾일 일은 없으며.
발사.
거리의 우위가 사라지지도 않는다.
적이 우리보다 빠르다 한들, 우리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기에.
펑.
또다시 불꽃이 솟구치지만, 적의 사망을 확인하기도 전에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은 것이었다.
적은 아직 죽지 않았다.
다리 하나가 뒤틀렸지만, 여전히 웃으며 우리를 향해 달려온다.
당황은 한 번뿐.
발사.
장전이 끝나 곧바로 다음 포탄을 날린다.
슈잉의 생각이 들려온다.
빠르기만 할 뿐, 멍청한 놈이네.
그 말이 맞다.
저 녀석은 짐승보다도 못한 지능을 가진 모양이다.
아무리 기동성이 뛰어나다고 한들, 이런 공격이 쏟아진다면 공격을 피하고자 회피 기동을 취하기 마련인데, 저 존재는 그저 최단 거리를 무식하게 달려온다.
그렇기에 아무리 빨라도 단순한 표적일 뿐.
지금까지 쏜 포탄 세 발은 모두 직격했다.
그 세 발의 포탄으로 인해 적은 팔 하나와 다리 둘을 잃었다.
거리는 상당히 좁혀졌지만, 이번 공격으로 적은 다리를 잃었으니 이제 우리의 승리가 확정된 상황.
그렇지만, 시야에 비치는 적은 여전히 웃고 있다.
다리 둘을 잃고 팔 하나만 남았음에도.
팔 하나로 땅을 기며 전차를 향해 다가온다.
그것을 향해 다음 포탄을 조준한다.
철컹.
장전을 알리는 울림이 우리 모두의 귓속에 울리고.
발사.
다음 탄환이 발사된 순간.
우리 모두는 승리를 직감했지만.
동시에.
씨발.
욕을 내뱉었다.
승리의 직감이 허상임을 알아차렸기에.
저기서 자기 몸을 던진다고?
포탄이 장전되고 쏘아지기까지의 사이.
팔 하나만 남은 괴물은 콘크리트 바닥에 손을 박아넣은 후, 그 반동으로 공중에 떠올랐다.
제기랄.
녀석이 다가온다.
우리가 발사한 포탄의 충격파는 공중에 뜬 적의 몸을 밀어 버렸고, 날아오는 괴물과 전차 사이의 간격이 빠르게 좁혀진다.
장전수 녀석이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자동 조준 기관총을 연사하고 있지만, 저 괴물은 총은 별것 아니라는 듯 대구경 기관총에 구멍이 생겨남에도 웃으며 날아오고 있다.
링크 속에서 의견이 충돌한다.
허공에서 맞춰야 한다.
아니다, 기관총이 막아 낼 것이다.
아니다, 우선 도주.
수많은 의견이 떠오르는 가운데.
난 결단을 내렸으니.
“밟아.”
입 밖으로 나온 한마디.
그것은 곧바로 충실히 수행되었다.
쿠릉.
괴물과 멀어지던 전차는 빠르게 기어를 역회전시키며 괴물을 향해 튀어 나갔고.
정직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우리 발밑으로 떨어져 내리던 괴물은 차체에 치여 튕겨 나갔다.
이어 땅에 떨어진 괴물 위로 전차가 나아갔으니.
덜컹.
무언가 단단한 것은 밟는 감각과 함께 전차가 살짝 위로 솟구쳤다.
그 감각은 생각보다 끔찍했지만 견딜 수 있는 수준이었고.
“생체 반응. 소실.”
슈잉의 목소리를 통해 전투가 끝났음을 알 수 있었다.
다행이로군.
“후.”
링크가 해제되고 링크 사용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로가 쏟아진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인지 곧바로 푹 쓰러졌고.
“이것들아. 돌아가면서 쉬어. 아직 작전 안 끝났….”
웃으며 녀석들을 타박하려던 순간.
검붉은 직감이 내게 내달렸다.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 존재와의 싸움에서도 내 강철의 가족들을 여태까지 지켜준 직감.
그것이 내게 소리쳤고.
“후진!”
곧바로 손을 들어 올려 존의 머리통을 쥐어박으며 비명을 내지르자.
“후진?!”
존은 복명복창에 의문을 잔뜩 담으면서도 곧바로 전차를 뒤로 몰았고.
푹.
거대한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살색 창이 지면에서 솟아나 장전수 녀석의 코앞을 꿰뚫었고.
그 창은 잠깐 동안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은 후.
그대로 액체가 되어 녹아 사라졌다.
“….”
침묵이 감돈다.
분명 생명 반응이 끊어졌던 적이 살아서 날린 마지막 일격.
우리가 방심한 사이에 내지른 그것의 공격은 큰 참사를 일으킬 뻔했지만, 다행히 아무도 죽지 않은 채 전차에 거대한 구멍만을 남겼고.
덜컹. 덜컹.
구멍이 하나 뚫렸음에도 움직이는 것에는 지장이 없다는 듯, 천천히 뒤로 후진한 전차가 적의 시신을 파악할 만큼 떨어진 뒤에야.
우리는 완전히 녹아버린 적이 뒤틀린 아스팔트 위에 찐득히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모두가 숨을 삼키고 멍하니 그것을 쳐다보는 사이.
“…지휘부로 정보 보내.”
나는 단호히 명령을 입에 담았다.
“살색 괴물 녀석의 생명 반응이 끊어져도 잠깐이라면 움직일 수 있으니 방심하지 말라고.”
다행히 아무도 죽지 않고 알아 낸 정보다.
그런 내 담담한 말투로 인해 정말로 전투가 끝난 것을 실감한 것일까.
한껏 긴장했던 셋의 자세가 풀어지고.
직전까지 죽을 뻔했던 장전수 녀석은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전쟁터에서 죽음을 마주한 녀석들처럼 그 감각이 마비되었는지, 그저 FM대로 내가 행한 명령을 수행하고 있었기에.
나는 그 녀석에게 말을 건넸다.
“아까 방위가 어쩌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지금 그 생각은 지워라. 지금은 작전 중이야.”
수리 때문에 잠시 전선에서 빠지겠지만, 곧 다시 투입될 작전이지.
“고민해서 답을 찾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자기 목숨부터 챙기고 봐야 하지 않겠냐.”
툭.
다리를 밀어 녀석의 어깨를 찼다.
조금 전과 달리 잔뜩 풀어진 어깨를.
“일단 살아남고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