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22)
마법소녀 아저씨 422화(422/671)
422. 디트로이트 섬멸전(1)
주변을 둘러보면 여기저기서 폭염이 피어오른다.
도심지라는 이유 탓인지 공군까지 동원되진 않았지만, 기갑 부대에다가 군인들에 관리국 소속 영웅들까지 총동원된 섬멸전.
지역을 미국으로 한정해도 이런 섬멸전이 벌어진 게 처음은 아니다.
지금은 소멸한 큐레이터 또한 한 도시를 장악했던지라, 그놈을 봉인하기 위해 섬멸전을 수행했었으니 말이다.
다만, 그때와 비교해 조금 정신 건강상 좋지 않은 장면이 여럿 보인다.
당시 개조당한 인간들도 인간의 피부를 그대로 뒤집어쓴 상태였던지라, 지금과 같이 군부대가 민간인을 학살하는 모습으로 보였지만.
그 녀석들은 공격당하면 곧바로 자기 안에 품은 기계들을 내보였기에 인간이 아닌 무언가와 싸우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그렇지만 디트로이트에서는 그보다 훨씬 잔혹한 광경이 펼쳐진다.
불타며 비명을 내지르는 시민.
항복하듯 양손을 들어 올렸지만, 총에 맞으면서도 자긴 평범한 사람이라며 울부짖는 누군가.
…양쪽 모두 괴물이었다.
죽음과 동시에 녹아내리는 적들.
정말로 자기가 감염된 걸 모르고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믿던 것일까, 아니면 평범한 사람으로 위장하고자 연극을 벌이는 것일까.
이미 죽어 버린 존재에게 그걸 물어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추측의 영역이지만 난 이리 생각한다.
그 미친 박사들이 관리국에 트라우마를 심어 주고자 의도적으로 이리 행동하도록 지시했다고.
그 광기 서린 박사들이라면 관리국의 공격을 늦추고자 충분히 실행할 만한 일이라고.
아마, 이 섬멸전이 무사히 끝나더라도 수많은 방위대원이 고통을 호소할 것이다.
분명 자기가 죽인 것은 사람이 아닌 괴물이지만, 괴물들이 죽어가며 내지른 비명은 사람의 목소리로 남아 영원히 그들을 괴롭힐 테니까.
지휘부도 그걸 알고 있는지 최대한 병사가 적과 마주치는 빈도를 줄이고 포병이나 폭발물로 해결하려는 것 같지만, 시가전이라는 양상이 그것을 방해한다.
언제 어디서 적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복잡한 시가지.
그나마 적이 적극적으로 방어 행동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라 부비트랩 같은 종류는 보이지 않지만, 언제 어디서 민간인일지 감염자인지 구분할 수 없는 존재가 갑자기 튀어나온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 형체에 놀라 총을 갈김으로써 감염되지 않은 민간인을 죽여 버린 사건이 심심치 않게 보고된다.
어쩔 수 없었던 사고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리 말한다 한들 총구를 당긴 군인의 마음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으리라.
그리고, 총에 맞은 이는 그 누구도 풀어 줄 수 없는 비통함을 안고 세상을 떠나겠지.
이 지옥 같은 전장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이라면.
“잘했다. 브랜틀리.”
“갑자기 무슨 말이신지요?”
“아니, 너 없었으면 샘플 확보가 한참 늦었을 것 같아서.”
브랜틀리가 첫날에 구해 온 살아있는 생체 샘플. 그것이 이 작전이 품은 잔혹함의 농도를 낮춰 주었다.
빠른 시기에 적의 샘플을 입수한 관리국은 간단하게나마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구분하는 장치를 개발할 수 있었고.
비록 정확성이나 판별 속도에 문제가 있다지만, 적어도 ‘보이는 대로 죄다 갈겨!’ 같은 상황은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해당 장치를 장착한 상황에서 민간인을 발견할 시 10초가량 걸리는 생체 스캔을 통해 대상의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간이 검사인지라 상세한 상태를 알 순 없어 정밀 검사를 통해 실제론 감염자임이 밝혀지는 경우나, 민간인을 감염자라 잘못 판별하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적어도 눈에 띄는 모든 것을 죽이는 지옥은 면하게 해준 셈.
그래도 아까 말한 것 같은 우발적 사고는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뭐, 현재 상황은 그렇다고 치고 하나 궁금한 게 있다.
“대체 하비 녀석은 어디 간 거지.”
알아서 합류하겠다고 들었는데 여전히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살아있긴 한 건가?
아까 그 중성자탄 처맞고 죽어 버린 건 아니겠지.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브랜틀리가 곧바로 답을 되돌렸다.
“그럼 감염된 건가?”
“카르테에 이상이 감지되지 않은 것을 보면, 정말 말 그대로 온전한 상태입니다.”
흐으으으음.
그럼 대체 이 녀석 어디 간 거야?
탐색하는 동안에도 브랜틀리가 찾지 못한 걸 보면 한 번도 정밀 탐지 범위에 들어온 적이 없다는 이야기인데.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오리라 믿고 팀을 구성했지만, 작전 당일까지 합류하지 않은 걸 보면 하비는 그냥 없는 셈 쳐야겠다.
자 그럼.
“스베틀라나.”
임무를 위해 잠시 헤어졌던 그녀가 돌아온 것이 느껴졌기에.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예.”
스베틀라나는 그림자 사이에서 솟아나 곧바로 답을 주었다.
“클로에는 괜찮아 보이던?”
“예, 약간 불안해하는 느낌은 있었지만, 작전을 위해서라면 잠깐은 참을 수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럼 괜찮겠지.
저쪽엔 얼티메이트도 있고 요 이틀간 클로에도 자기 힘을 약간은 제어할 수 있게 된 것 같았으니까.
박사와 만난 이후로 나에 대한 의존이 좀 더 심해진 느낌이었기에 작전이 끝날 때까지 될 수 있으면 내가 보호해주고 싶었지만, 관리국 지휘본부에서 추가 명령이 내려왔다.
클로에의 감시를 다른 인원에게 맡기고, 나와 내 팀원들은 지휘본부 직속 별동대로서 전장 전체의 가지치기를 해달라는 명령.
우리를 그냥 놔두는 건 손해라는 판단에서 나온 명령이겠지만.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어.
섬멸전 초기라 반쯤 관망하면서 주변에 있는 살색 괴물을 좀 두드렸을 뿐이지, 무언가 분위기가 바뀔 법한 사건이 일어나거나 중반을 넘어서면 관리국 지휘본부나 현장 지휘부가 뭐라고 하든 무시하고 적의 본진을 두드릴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지휘본부가 우릴 별동대로서 임명해준 건 고맙긴 하지만, 예상 밖인 내용이 하나 존재한다.
전선에 투입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현장 지휘부 명령에 따르라고 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
현장 지휘부가 아니라, 지휘본부 직속 별동대라는 뜻은 사실상 관리국 지휘본부의 말만 들으란 소리.
현장 지휘부가 뭐라 하든 쌩 까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상관없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어디의 입김이 닿았으려나.
멕베스인가? 아니면 AO소장?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
내가 할 일은 똑같으니까.
이 지옥을 만들어낸 미친 박사 콤비를 뭉개 버린다.
내 힘이 모자란 탓에 나 혼자서 오염을 정화할 순 없지만.
적어도 원흉을 때려잡아 사태가 악화되는 것은 멈출 수 있을 터.
그러니.
“가자. 애들아.”
그대로 빌딩 위에서 뛰어내렸다.
내 뒤를 이어 검은색 일색인 녀석들이 뛰어내렸으니.
검은 양복의 스베틀라나.
검은 양복과 알로하 셔츠를 차려입은 몬터규.
검정과 회색이 섞인 신사복을 차려입은 브랜틀리.
검은 갑각이 몸에 다수 돋아난, 그래도 아직 인간 형태인 에드워드.
그 속에서 유일하게 색을 지닌 푸른빛의 나.
그런 다섯이 빌딩에서 뛰어내려 지상에 착지했고.
“…지원 바란다! 살색 괴물이….”
눈앞에서 살색 괴물에게 쫓기고 있는 보병이 그리 소리쳤기에.
“비켜.”
그를 붙잡아 살색 괴물의 반대쪽으로 던져 버린 후, 망치를 꺼내 병사들을 뒤쫓는 살색 괴물의 머리통을 후려치고 그대로 지나쳤다.
이어 등 뒤에서 암살팀 녀석들이 각자의 공격을 살색 괴물에 처박으며 내 뒤를 따르는 것을 느꼈고.
전원이 그대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다섯 명이 한 번씩 내지른 공격.
그 공격이 모두 들어갔으니 살색 괴물이 무너져 액체화되는 것은 확인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었고.
“어째 평소보다 망치에 힘이 들어가셨습니다?”
이런 상황이 유쾌한지, 나를 따라 내달리는 몬터규가 그런 농담을 던졌기에.
“평소대로다.”
나는 담담히 그 농담을 부정했지만.
실제로는 몬터규가 말한 대로다.
이틀 동안 클로에를 보살피며 어마어마하게 내 안에 쌓인 스트레스. 그걸 지금 발산하고 있으니까.
클로에를 보살피는 것 자체는 그리 문제가 아니었다.
클로에는 린슈아에 비하면 훨씬 얌전한 데다가, 암살팀 바보들의 도움도 있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 이틀 동안 내가 만화영화에 나오는 마법소녀 ‘언니’처럼 행동했어야 했다는 것.
그건 정말 힘든 힘이었고.
그 무시무시한 정신적 압박에서 벗어난 해방감은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날 흥분시키고 있다.
끼기기긱.
빠르게 길을 내달리던 도중, 돌진하는 힘을 모조리 망치에 전달하고자 크게 땅을 밟았고.
쾅.
막대한 힘이 실린 망치가 그대로 괴물을 두드림으로써, 망치에 얻어맞은 적은 살점 폭죽이 되어 폭발했다.
다만, 그 녀석은 내가 건들지 않아도 아마 죽었을 것이다.
팔 하나와 다리 하나가 날아간 상태였던 데다가, 저 멀리서 탱크가 괴물을 조준하고 있었으니까.
어찌 보면 내가 저 탱크의 먹잇감을 빼앗은 샘이지만.
내 알 반가.
난 나를 가로막는 괴물을 죽였을 뿐.
그러니 탱크의 반응을 무시하고 그저 내달렸다.
옛 부하 녀석들이 그런 나를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보지만, 그 반응 또한 당연히 무시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적의 본진을 두드리는 것.
“스베틀라나.”
“예.”
“확인했던 장소 중 수상쩍었던 데 몇 군데 있었지?”
“예.”
“가장 가까운 장소. 기억하지?”
“예.”
“그쪽으로 가자. 안내해.”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스베틀라나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자신이 기억하는 장소로 우릴 이끌고자 계속해서 몸을 틀며 골목길을 내달렸고.
탕. 푸슉.
우리보다 앞선 그녀는 종종 빠르게 총알을 내지르거나 그림자 창을 뿜으며 그 속도를 유지했다.
스베틀라나가 행한 공격의 끝에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총알에 머리통이 터진 남자.
그림자 창에 관통당해 벽에 꿰어진 여성.
그들은 땅을 향해 녹아내림으로써 그 삶을 끝마쳤고.
그렇게 30초가량 내달렸을 때쯤, 처음으로 액체로 변하지 않는 존재가 나타났다.
한 손에 술병을 든, 그림자 창에 꿰여, 자는 얼굴 그대로 이승을 떠난 노숙자 남성.
술에 취한 탓인지 여러 번에 걸친 피난 방송을 듣지 못한 모양이다.
미안하다.
나는 그에게 마음속으로 짧은 사과의 말을 건넸지만, 멈추진 않았다.
민간인을 죽여 버린 스베틀라나 또한 사체를 힐끗 쳐다보았을 뿐, 그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나머지 인원 또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그저 골목길을 내달렸다.
“…”
에드워드만큼은 무어라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분위기였지만, 얼굴을 가린 검은 갑각이 그가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하였다.
그렇게 한 명의 희생자를 남긴 질주는 일 분가량 이어졌고.
“여깁니다.”
그 말과 함께 스베틀라나는 길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멈추었다.
수상한 장소는커녕, 어딘가로 들어갈 만한 구멍조차 없는 길 한가운데.
그렇지만 그것에 우리는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은 채 스베틀라나 주변에 모였고.
“가겠습니다.”
쑥.
스베틀라나가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우리는 그림자에 삼켜들었다.
빛 한 점 존재하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 2초가량 이어진 후.
철퍽.
우리는 그림자를 뚫고 어딘가에 도착했다.
빛이 없는 것은 그림자 안과 똑같았지만, 명백하게 다른 점이 하나 존재했으니.
코를 뜯어낼 것 같은 지독한 악취.
그것이 이 장소를 지배하고 있다.
도시 아래에 자리한 오물 가득한 하수도.
상수도를 통해 적이 이동할 수 있음을 파악한 후, 우리가 탐사 도중 확인한 장소.
그중에서도, 여긴 상당히 특이한 것이 존재하는 장소였다.
부화장이라고 해야 할까.
부패하고 있는 살점들이 쌓여 산을 이루고 있고, 살점 사이에서 살색 괴물의 윤곽을 확인할 수 있다.
관찰한 결과, 저 살점들이 천천히 뭉쳐 살색 괴물로 변하는 모양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점이 아니다.
썩은 살점 옆에 자리한 지하로 이어지는 검은 계단.
그것은 우리가 시간이 모자라 탐사하지 못한 장소였고.
방위대가 도착한 후 곧바로 확인하고자 마킹해둔 장소였지만.
“…확인할 필요는 없겠구만.”
우리는 곧바로 그 장소가 꽝임을 알아차렸다.
거대한 뼈 벽이 지하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었기에.
어제 확인한 것과 전혀 달라진 풍경이 하수도에 펼쳐져 있다.
썩어 가던 살점 덩어리는 분해되어 사방에 흩뿌려져 있고, 살점 사이엔 뼈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는 위치가 깔끔하게 비어있다.
그렇게 발골된 뼈는 계단을 가로막는 벽의 재료로 쓰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뼈 벽은, 자신을 만든 이가 누군지 확실하게 증명하는 문구를 품고 있었으니.
‘해당 지점 확인 완료. 아무것도 없음. -하비-.’
소식은 없는 주제에 알아서 할 일 하고 계시는 미친 예술가께서 우리에게 보내는 전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