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23)
마법소녀 아저씨 423화(423/671)
423. 디트로이트 섬멸전(2)
“여기도 꽝이군.”
이틀 동안 미리 마크해 두었던 수상쩍은 장소들을 거의 다 돌아보았지만 특별한 성과는 없었다.
만에 하나 하비가 배신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뼈 벽을 뚫고 안쪽을 짧게 살펴보기도 했지만, 세 번째 뼈 벽에서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시점에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 뼈 벽을 신뢰하기로 했다.
물론, 하비가 우리와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아니기에 우리가 마크했던 장소에 뼈 벽이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장소 또한 수확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
아무튼, 수확이 없는 것과 별개로 하비가 살아서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단 사실은 꽤 고무적인 소식이지만, 한 가지 열 받는 점이 존재한다.
“이 새끼 이거 고질병이 다시 터졌구만.”
그놈의 예술병 탓인지 뼈로 뭔가를 만들 때마다 죄다 다른 디자인으로 만들려고 하는 하비의 나쁜 버릇.
심지어 난사하는 뼈 창 하나하나도 미묘하게 디자인이 다를 지경이니 정신병이나 다름없다.
솔직하게 말해 하비는 뼈에 과하게 집착하는 걸 빼면 그나마 정상인에 가까운 인간이지만, 저 괴상한 취향과 자칭 예술가라는 문제가 섞여 또라이의 말석에 앉은 인간이기도 하다.
처음 봤던 것은 민둥민둥한 뼈 벽에 글자가 새겨진 정도였기에 인지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그건 심플함을 노린 디자인임이 분명하다.
그에 관해 물어보면 무슨 모던함이니 어쩌니 하며 입을 열겠지.
실제로 첫 번째 뼈 벽 말고는 죄다 디자인이 심플하지 않고 뭔가 장식이 잔뜩 곁들여져 있었다.
예시를 들어 보자면, 우리가 세 번째로 발견한 뼈 벽이 대충 이런 모양이었다. 뼈 벽 중앙에 원형의 구멍이 뚫려 있고, 그 구멍 중앙에는 불규칙하게 가시가 잔뜩 돋은 흰 구체가 자리한 디자인.
그리고 그 뼈 벽에는 이런 문장이 새겨져 있었으니.
‘아무것도 없음 –하비-’
‘-떠오르는 샛별-’
위쪽은 정자로 적은 주제에, 아래쪽은 사인이라도 하듯 필기체로 휘갈겨놓았다.
아마 이 물건의 작품명이겠지.
첫 번째 물건에 작품명이 없던 이유도 보나 마나 심플함을 노린 ‘무제’니 어쩌니 하며 입을 털 것이다.
“하비는 예술가니 말이죠.”
내 반쯤 혼잣말인 말을 들은 에드워드가 어떻게든 하비 녀석을 옹호해 주고 싶었는지 그런 말을 꺼냈지만.
“…때와 장소란 말이 있지 아마?”
아무리 자칭 예술가라도 이런 상황에서 뼈 벽을 죄다 다르게 만들 기력과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일이나 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최소한 저게 자기 능력을 발동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라면 어쩔 수 없지 하며 포기하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하비의 마법에 그런 제한 조건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마법은 사용자의 믿음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마법식에는 그런 내용이 없어도 하비가 그리 믿기 때문에 발동에 제한 조건이 생겼을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막상 하비 녀석은 자기가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는 예술이고 나발이고 대충 마법을 펑펑 터뜨리는 걸 보면 그런 것도 아닐 것이다.
즉, 그냥 자기 취향 때문에 시간낭비를 한다는 의미.
하비 녀석은 지금 내가 그놈 옆에 없는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한다.
저 꼬락서니를 보면 당장 머리를 후려쳐 줬을 테니 말이다.
옛날에는 저 짓거리를 할 때마다 물리적인 교정이 들어간 마법적 처벌을 가하니 적어도 내가 없는 장소에서는 저 짓거리를 안 했었는데, 나랑 떨어진 동안 원상 복귀된 모양.
폭력을 통한 교정은 상대가 어린이건 어른이건 간에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란 사실은 린슈아를 키우는 동안 읽은 양육법 책을 통해서 충분히 깨우쳤지만.
하비 놈을 때리면 최소한 스트레스는 해소할 수 있으니 상관없다.
애초에 암살팀 녀석들이 주먹 한두 방 더 맞는다 한들, 그놈들 안에 이 이상 삐뚫어질 인성이 남아 있는것도 아니고 말이다.
뭐, 하비 녀석에 대한 한탄은 그렇다고 치자.
지금 그놈이 눈앞에 있는 것도 아니니 이렇게 마음속으로 질겅질겅 씹어 봐야 스트레스만 쌓일 뿐.
그러니.
팡.
이거라도 부숴야지.
빠르게 날린 주먹이 길을 가로막던 조각상을 박살 내버렸다.
아무리 봐도 생각하는 사람을 표절한 조각상을.
작품명은 분명….
-기약 없는 고뇌-
였던가.
“다음 가자 다음.”
그렇게 표절 예술품을 박살 냄으로서 스트레스를 해소한 나는, 팀원들을 이끌고 다음 장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가장 가까운 장소부터라고 스베틀라나에게 말했지만, 대략적인 방향성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우리가 대기하던 도심 외곽 지역부터, 조금씩 중심지로.
중심지에 가까워짐에 따라 주변의 소리는 조금씩 감소해간다.
아직 방위대가 외곽 지역부터 차근차근 작전을 진행 중이기에 중심지까지 오지 못한 것이 조용한 이유 중 첫 번째.
두 번째는 중심지에 아무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섬멸전 시작과 동시에 투하되었던 관리국 특제 중성자탄.
그것을 직접 얻어맞은 디트로이트 중심지엔 살아남은 생명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당연히 길가에 시체라도 늘어서 있어야 하지만, 박사들 또한 중심부에 틀어박혔음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감염자 숫자가 많아 모두가 녹아 죽었는지 길가는 시체 하나 없이 텅 빈 길과 녹은 살점뿐이다.
섬멸전 전에 정보를 모으며 수없이 지나간 길이지만, 지금 이 장소에 당시의 분위기는 조금도 남지 않았다.
누구도 남지 않아 고요한 도심에 우리의 발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물론, 아무것도 없진 않다.
드문드문 사체가 보인다.
녹지도 않은 채 그저 시체로 남은 이들은 생각보다 멀쩡한 몸으로 죽어 있다.
다만 그들 대부분이 비슷한 방식으로 죽어있다.
눈을 감싸 쥔 자, 심장부를 움켜쥔 자, 그리고 몸을 더듬는 자.
그들은 죽어가는 몸을 치료해줄 사람을 찾기 위해, 자신을 중성자선으로부터 차폐시켜 준 콘크리트 건물에서 나와 땅을 기었고, 자신의 잃어버린 부분을 틀어쥐었다.
폭심지의 섬광을 보았거나, 머리 부분이 차폐되지 않아 눈알 자체가 손상된 이.
몸 부분이 차폐되지 않아 신경에 교란이 일어나 가슴팍에서 퍼져가는 심정지의 통증을 느낀 이.
심한 손상은 피했지만, 결국 조직이 망가짐에 따라 신경 손상과 혈류 이상으로 자신의 통증마저 잊은 채, 보라색으로 괴사하는 몸을 신경이 나간 어설픈 손길로 더듬은 이.
모두 잠깐이나마 삶을 이었지만 결국 죽어버린 이들의 모습이다.
차라리 차폐가 덜 되어 즉사했다면, 통증은 없었을 텐데.
여러 이유로 어중간하게 중성자선을 막아 낸 덕에 마지막까지 고통을 느끼며 죽은 이들.
이보다 상태가 심각한 이들은 건물 밖으로 나오지조차 못한 채, 그저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발작하며 쓰러졌을 것이다.
즉사한 이들과 고통에 잠긴 채 죽어간 순수한 민간인의 숫자는 얼마 되지 않지만, 분명 이들은 이 작전에 희생된 존재들이다.
살색 괴물마저도 도시 중심지에서 격발된 중성자탄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해 괴사하여 보라색으로 변한 살점을 질질 땅에 흘리며 어떻게든 몸을 가누는 상황이니, 민간인 생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도 좋으리라.
심지어 여기는 폭심지조차 아니다.
폭심지와 거리가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영향력을 끼친, 관리국 특제 중성자탄.
이건 정보 차단이 확실하게 들어가겠어.
이 대량학살 병기가 사용된 적이 몇 번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확실하게 민간인 생존 불가 판정이 난 상황에서 적의 대규모 군세를 타격하기 위해 사용되었고, 여기가 슬럼가라고 한들 사람이 사는 장소에 투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조차도 이 광경이 꽤 잔혹하다고 느끼는 판이니, 이 상황을 찍은 사진 한 장이라도 언론에 들어간다면 관리국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중성자탄을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었는가.’ 같은 이성적인 논쟁을 한순간에 몰아내고, 본능적으로 잔혹함과 불길함을 머리에 떠오르게 만드는 대량학살의 현장.
“…좀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요.”
에드워드의 목소리.
“잔혹하지만, 효과적인 타격이었네. 적들은 순수한 생물 병기. 인류 전체의 생존을 우선한다면 이 이상의 방법은 없었겠지.”
“…그러한 계산을 벗어난, 내 안의 감성적인 부분은 그리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말일세.”
브랜틀리의 목소리.
그런 말이 오가는 동안에도, 몬터규와 스베틀라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몬터규는 그저 희생자를 힐끗 쳐다보고 성호를 그었을 뿐이며.
스베틀라나는 하늘로 세 번 총을 난사한 후, 잠시 연사를 멈추고 다시 세 번 발사하였다.
총소리가 도시를 울리자 다들 더는 이와 관련된 화제를 꺼내지 않았다.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린 죄 없는 이들을 죽이며 여기 도달했다는 사실을.
실제로 우리 손으로 죽인 이들도 여럿 존재한다.
술에 취해 길가에 널브러진 노숙자를 죽였고, 패닉 상태에 빠져 우리에게 총구를 들이민 민간인도 팔 하나를 부러트림으로써 무력화했지만, 그가 입안에 총을 밀어 넣고 자살하는 것을 막지 않은 것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작전을 위해 어쩔 수 없던 일이라 생각했던 살인에 익숙한 암살팀 구성원들도, 작전의 열기와 소란스러움이 사라진 도심의 대량학살 중심부에서 약간의 죄책감을 피워 낸 것이다.
그 탓인지 땅을 달리는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
누군가 한 명의 발이 느려지고, 나머지가 그에 맞춰 다 같이 속도를 줄인 것이 아니다.
한 명이 느려지면 나머지가 그에 맞추었고, 그 상황 속에서 누군가가 속도를 또다시 늦춤으로써, 티가 날 만큼 전체의 속도가 줄어들었다.
분위기를 정돈할 필요가 있겠어.
나도 저 멍청한 녀석들이 말하는 내용 자체엔 공감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멍청한 녀석들은 이런 감정을 느낀 게 처음인지, 아니면 오랜만인지, 자신들이 그 영향을 받아 전체적인 작전 수행 능력이 떨어진 것을 모르고 있다.
그렇기에.
“니들 사람 죽은 거 처음 보냐?”
살짝 아니꼬워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물론, 본심은 그렇지 않았지만.
그에 누군가 입을 열려는 듯 입을 뻐금거렸지만.
“평소엔 사람 잘만 죽이는 녀석들이 이럴 때만 성자처럼 굴지 말라고.”
애초에 이것은 논쟁을 위한 목소리가 아니다.
악역을 뒤집어쓰고, 타박하기 위한 목소리.
그렇기에 부하의 말을 차단했다.
“내가 작전 하나하나는 기억 못 해서 니들이 그 작전에 참여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바티칸에서 어떤 성직자 한 명 죽인 적 있거든?”
정확히 무슨 사람이고, 어떤 이름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대주교 보좌였나, 아니면 대주교 본인이었나.
이름 또한 워낙 흔한 이름이라 정확히 떠올릴 수 없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기억하고 있다.
살해 대상으로서 서류에 적힌 그 사람의 기본적인 프로필을.
그 사람을 밀칠 때의 느낌을.
작전 후 위장을 위해 입에 담았던 초코 젤라또의 달콤함을.
“그 녀석이 각성자를 반대하는 강경파 파벌에 속해 있어서 죽일 수밖에 없었는데, 사람 자체는 좋은 사람이었지. 고아원도 운영하고, 유럽에 대량 발생한 난민이나 빈민의 생활을 보호하는 제단도 운영했고. 뭔가 이것저것 많이 하더라.”
그렇지만 죽였다.
당시에는 그 수단이 가장 좋다고 보았다느니, 최대한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느니 하는 사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근데 죽였어. 우리가 그리는 미래엔 필요 없었거든.”
중요한 것은 우리는 그를 죽였다는 사실이다.
그 행동에 대한 후회는 있을지언정.
그 행동을 부정하진 않는다.
그 행동으로 발걸음을 늦추진 않는다.
그랬다간, 우리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이 부정될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속도 올려 이 살인마 구더기 새끼들아.”
사람 죽여서 탑을 쌓아 올렸으면, 적어도 탑을 무너지겐 하진 말라고.
죽은 사람의 가치라느니.
죽은 사람을 위해서라느니.
그런 것은 같은 뜻을 품은 동지가 죽었을 때 쓰는 말이지.
우리가 죽여버린 상대에게 쓸 말이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살인마답게.
“억울하게 죽은 사람 길동무라도 늘리도록, 우리보다 더한 쓰레기 쳐 죽이러 가자고.”
그게 살인마인 우리에게 가장 어울리는 애도 방식일 테니까.
“난 먼저 가마.”
그렇게 말을 끝낸 나는 속도를 올렸다.
부하 녀석들이 내 뒤를 따라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