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35)
마법소녀 아저씨 435화(435/671)
435. 최종장의 서막 – 관리국
관리국 상층부가 혼란스러운 것은 언제나 있는 일이다.
특히 중앙 지휘본부쯤 되면, 반대로 설립 이후 조용한 날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지경.
그나마 그 조용한 날이라는 것도 중앙 지휘본부마저 제압당해 세계멸망을 목전에 둔 날들을 말하는 것이니,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한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장소라 보면 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 어딘가에서는 대형 사고가 터지고 있으니, 그것이 인류 종말급 사태로 악화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 또한 관리국의 역할.
일반인의 인식과 달리 세계 평화는 아슬아슬한 바늘 위에 놓인 쟁반 곡예나 마찬가지다.
당장 저번 주만 해도 인류의 집단 무의식을 장악하여 모든 인간을 순수 육식주의자로 만들려는 미친 존재가 파리 한복판에 나타나 해당 계획을 성공시킬 뻔했으니 말이다.
다행히 그 무시무시한 계획도 이야기를 진행하는 영웅과 관리국 지휘부의 도움으로 무산되었으니, 그날도 세계의 평화는 지켜졌다.
세계의 수호라는 무거운 짊에 더해 어마어마한 양의 업무까지 겹치니, 중앙 지휘본부의 인원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하지만, 그 스트레스를 더욱 가중시키는 문제가 존재한다.
당장 저기 앉아있는 자료분석관을 보자.
“이게 디트로이트에서 보낸 모든 자료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리 말하는 수석 자료분석관과 그 부관들은 테이블 위에 흩뿌려진 자료들을 바라보았다.
수기로 작성한 종이 뭉치, 종이 뭉치와 똑같은 내용이 떠다니는 홀로그램, 그리고 손으로 붙잡으면 내용이 머릿속으로 스며드는 정보 전달용 특수 막대.
같은 내용을 세 가지의 다른 방법으로 전달.
그러잖아도 보기 힘든 내용에 전달 방법조차 복잡하기 그지없건만.
“왜 자료가 이거밖에 없지? 복합 구성물은?”
자료를 받아든 담당자는 오히려 더 많은 방식으로 복제된 자료가 없냐며 담당자를 추궁했다.
“시간이 모자라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각각 아날로그, 디지털, 그 외의 수단을 상징하는 전달 방식.
여기까지는 나름대로 매뉴얼이 정해져 있지만, 저 수단들을 복합적으로 적용한 특수 자료의 경우에는 자료 전달자가 각 자료에 맞게 새로이 방법을 짜 맞추어야 하니 시간이 모자라 준비하지 못했다는 말은 나름대로 일리 있는 말이다.
“쯧. 하는 수 없지.”
자료분석관은 그에 납득하며 눈앞에 흩뿌려진 자료들을 바라보았다.
성경에서 따온 문장, 문맥상 어울리지 않는 단어,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전문 용어.
일반적으로 읽기 힘든 글들이 대량으로 자리했지만.
“T-1-23 디지털 자료에 왜곡이 일었다. 확인해라.”
자료분석관은 한 손으로 막대를 잡고, 양 눈으로 종이 뭉치와 홀로그램을 바라보며 그리 내뱉었다.
그 말을 들은 부관들은 곧바로 T-1-23 자료 3종을 분석했고, 실제로 디지털화 문서에서 단어의 왜곡이 일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C2-9-21. 수기에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추가되었다. 기록관에게 문의하도록.”
수석 자료분석관의 명령을 받은 부관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료에 인 왜곡을 확인하기 위해.
이것이, 관리국의 자료 공유 수단이 외부에서 보기에는 끝없이 비효율적인 이유이다.
저런 왜곡은 전달 과정에서 일어난 인적 실수일 수도, 전달 시스템의 문제일 가능성도 있지만.
적의 능력으로 인해 특정 루트로 들어오는 정보 전체가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기계 황제 콜로서스를 보자.
그 존재는 그저 세계에 존재했기에 모든 디지털 기기가 작동을 정지시킬 수 있었고, 그럼으로써 디지털에 강하게 의존하던 옛 세계의 통신망은 완전히 침묵했다.
물론, 콜로서스는 예외로 쳐야 할 수준의 대사건이지만, 한 번 일어난 일이 두 번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는 데다가.
저런 식의 루트 하나가 완전히 망가지는 케이스 외에도 자잘한 왜곡이라면 항상 일어나고 있다.
통신망에 달라붙은 정보 생명체에 의해, 인류의 정신에 그 누구도 모르게 파고든 기생자에 의해, 개념이라는 인지하지도 못하는 영역의 공격으로 인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쿨럭.”
수석 자료분석관이 피를 토했다.
그는 곧바로 키보드를 두드려 자기가 본 문장을 기록했고.
‘제길. 이러니 복합 자료도 준비했어야지.’
속으로 자료 전달반을 향한 불만을 곱씹으며.
“H23-2-12-33 문장 파기. 홀로그램, 수기에 반응. 시각계 정신 오염.”
정보 파기를 주변에 알렸다.
부관들은 곧바로 해당 내용을 수행했고.
수석 자료분석관은 입가에 흐른 피를 닦은 후, 작업을 이어나갔다.
조금 전 일어난 짧은 사건.
외부의 문제가 아닌, 정보 자체에 문제가 있는 케이스.
저것이 관리국의 복잡한 자료 전달 수단을 만든 마지막 이유.
저런 자료는 한 번 필터를 거치기에 대부분은 약한 피해로 끝나지만.
저러한 현상으로 인해 지부 하나가 완전히 복구 불능 현상에 빠진 사건이 있었다.
몬티 파이썬의 잔혹 서커스.
영미권에서 유명한 코메디언들을 패러디한 이름의 빌런인지라, 다들 이름만 들었을 때는 별 것 아닌 빌런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 존재가 일으킨 대참사를 들어보면 현시대에 만연한 검열 시스템을 이해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웃긴 농담.’이라는 제목이 붙은, 열네 단어의 짧은 글.
그것이 인터넷에 업로드되자, 해당 글을 클릭한 모든 민간인이 얼마 지나지 않아 급사하였고.
그 괴현상을 알아차린 관리국이 곧바로 정보 소거 절차에 들어갔지만, 결국 독일 관리국 지휘부가 모조리 전멸한 대참사.
작은 게시판에 업로드되었고 특별히 주목도 받지 못했던 글이었던지라, 그것으로 인해 사망한 것은 해당 게시판의 사용자와 그 글을 직접적으로 읽은 관리국 인원들로 끝난, 악명에 비하면 실제 피해자는 얼마 되지 않는 작은 사건이지만.
저 사건은 관리국의 시스템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
그런 배경 설명은 어찌 되었건.
아무런 힘도 없는 평범한 민간인이 저런 기괴한 현상의 영향을 받아가며 일한다는 것은, 막대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책상에 앉아 자료 분석을 하던 와중, 갑자기 픽 쓰러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스트레스.
그렇기에 중앙 지휘본부는 항상 고함이 난무하고, 수많은 인원이 실려 나간다.
입에서 피를 뿜은 수석 자료분석관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계속 일을 해나가고 있지만 말이다.
그럼 지휘본부가 시끄러운 이유를 알았으니, 다른 장소를 보자.
“…전황은 어떻지?”
홀로그램 지도를 앞에 두고,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이들.
수많은 종이가 날아다니며 소란스러운 다른 부서와 다르게, 조용히 지도를 들여다보는 이들.
물론 그들 뒤쪽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자료를 품에 안고 소란스럽게 움직이고 있지만, 지도를 바라보는 이들은 그런 소란에서 벗어나 있다.
“저들의 수장이 모습을 드러낸 이후 피해가 가중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입력 중인 담당자가 그리 말하자.
“피해 상황 업데이트를 서두르게. 계획을 다시 짜야겠어. 일단 전 병력은 공격을 멈추고 부대 재편성을 우선하도록 연락을 보내게.”
영국 신사의 모습을 한, 멕베스가 그리 말하자.
탁자에 둘러앉은 인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 동의했다.
아무도 반대하는 자가 없었기에, 그 명령은 그대로 적용되었고.
조용히 모두 지도를 바라보았다.
옆자리에서 지도 위에 말이 놓이며 아날로그식으로 부대 상황이 계속 업데이트되지만, 그들이 주로 바라보는 장소는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실시간 현황.
조금의 정보 왜곡이 있더라도, 실시간으로 받는 정보가 더 중요함을 알고 있기에.
할 말이 없으면 몇 시간이고 입을 다물며 지도만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야에 무언가가 잡혔으니.
재편성을 위해 다른 부대들은 외곽에서 움직이고 있건만, 홀로 중앙으로 달려가는 붉은 점 하나.
영웅을 의미하는 붉은 표식은 모두의 시선을 끌었고.
“저 붉은 점은 누구지?”
누군가가 그리 말하자, 곧바로 화면에 정보가 떠올랐다.
불만이 가득한 표정의 증명사진이 붉은 점 위로 이름과 함께 떠오르자.
“…하아.”
지휘관들의 입가에 탄식이 서렸다.
“저 양반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돌진뿐이군.”
“어떡하지? 강제로 후퇴시켜?”
“아니, 날뛰게 놔두게. 차라리 이게 낫겠군. 크림슨★해머가 날뛰는 동안 대열을 정비할 수 있겠어.”
“그걸 알고 돌진한 게 아닌가?”
“아마 그렇겠지. 물론 그걸 알든 말든 무작정 돌진할 양반이긴 하지만 말일세.”
“저 거인들을 붙잡을 추가 인원도 배치하도록 하지.”
“그거라면 리스트를 뽑아놨네.”
“얼티메이트는?”
“현재 구조 작업 중이로군.”
“5분 뒤 무한성주에게 보내게.”
“그 양반이 폭주할 땐 이거 어떻게 처리하나 걱정했는데, 그것도 지금 보니 잘된 일이로군. S급 세 명이라.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니, 아직 모자라. 나머지도 출격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겠어.”
“과민반응 아닌가? 각자 전담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말이지.”
“대기조로 돌리는 건 어떻겠는가.”
“그거라면 괜찮겠지.”
수많은 대화가 조용히 오간다.
자신의 의견을 부정하더라도, 곧바로 그것을 수용하고 대화할 의지가 있는 이들의 목소리.
그것은 몇 시간이고 이어졌고.
밖의 소란스러움이 점점 커져, 지도를 둘러싼 이들의 냉정함을 침범할 정도가 되었을 때쯤.
“대서양에서 연락입니다! GM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쯧, 역시 그쪽과 연관이 있었나.”
“보고! 시베리아 전선에서 구멍의 활성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보고! 몇몇 봉인이 해제되었다는 긴급 송신이 일었습니다! 현재 해당 부대와 통신 두절!”
“이계의 힘 농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어디 말인가!”
“전 세계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재측정하라고 해!”
“아직 공적 발령은 없나?!”
“없습니다!”
“자료분석팀에서 탑을 무너트리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처음부터 저 탑은 무너트리는 것을 목표로 설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현황분석팀은 탑이 이계와의 연결을 공고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최대한 빨리 무너트리는 편이 좋다고 합니다!”
“결사가 움직였다고? 상세 정보 뽑아 와!”
지도 밖에서 일어나는 소란스러움.
그들이 말하는 정보는 단편적이고, 모순되어있기까지 하다.
그렇기에 그 정보를 귀에 담는 지도 주변에 둘러선 이들은.
그저 그것을 듣기만 할 뿐, 입 밖으로 내지 않으며 냉정하게 지도를 살폈다.
“…어떻게 하지?”
“탑이 무너지면 안 된다…. 일리가 있어. 실제로 저들의 행동을 보면 처음부터 탑이 무너지는 걸 전제로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
“그렇지만, 현황분석팀은 탑을 무너트려야만 한다고 하고 있지.”
“정보가 틀렸을 가능성은?”
“없다네. 관측반 또한 탑이 구멍을 열고 있다는 정보를 보내왔네.”
“예상 시간은?”
“50분.”
“탑을 무너트리지 않으면 구멍이 열리고, 탑을 무너트렸다가는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일어난다. 답이 없는 선택지로군.”
“항상 그랬지.”
잠깐의 침묵이 달린다.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던 그들답지 않은 심사숙고.
그것을 침묵을 끊은 존재는, 이 자리에서 가장 경력이 긴 이였으니.
“현장에 무한성주가 있었지.”
담담히 그리 말하며 탁자 중앙을 가리키는 멕베스.
그가 손가락을 흔들며 말을 이어나갔다.
“현장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지. 그의 시야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것이 보일 테니.”
그 말을 부정하는 이는 없었다.
그렇기에, 탑에 대한 명확한 처리방법을 결정하지 않은 채.
탑이 무너질 때를 위한 향후 대처법과 탑이 무너지지 않을 때를 위한 대처법 모두를 짜 올려 가며 전황을 살피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
“탑 소멸 확인!”
“GM 해방! 대서양에 빛기둥은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각지의 구멍이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희망봉 지부 통신 두절!”
“관측소 연락! 디트로이트에서 이계의 힘 관측! 관측 최고 기록 돌파!”
조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숫자의 보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탑이 침묵함과 동시에, 수많은 존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명이 오가는 중앙 지휘부.
그렇게 모두가 패닉에 빠져있지만.
여전히 지도 주변만큼은 조용했으니.
“…총력전이라.”
“이미 예상했지 않았던가.”
“디트로이트는 어떻게 하지?”
“이미 미군과 연락은 끝냈다. 이제 남은 건 후퇴뿐.”
“의회에서 연락이 왔다네.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거냐고 하는군.”
“무시해. 전쟁이 시작되면 정치질을 할 여력도 없을 테니.”
“소련이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미 보냈다고 연락하게.”
오늘도 그들은, 조용히 지도 위의 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믿으며.